게이트에서 살아남기 - 딱히 내 편은 아닌 마검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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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세듀
작품등록일 :
2024.06.20 14:38
최근연재일 :
2024.11.17 14:53
연재수 :
1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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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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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게이트 아르바이트와 마검

DUMMY

[제목: 상남자 특]


[내용: 게이트 알바 약초채집 vs 채광 중 채광 선택함]


(익명) ㅈㄹㄴㄴ 약초채집도 힘듬

(익명2) ㄴ 뭔 개솔? 앉은 상태에서 풀 뽑기가 곡괭이 들고 계속 쳐야대는 채광보다 힘들다고? 이새끼 게이트 알바 안해봄

(익명3) ㄴ ㅇㅇ ㅋㅋㅋㅋㅋ 약초뽑기는 맨날 TO없는데, 채광은 자리 남아도는거 보면 알 수 있지.

(익명4) 뭐야 채광 자리 남아?

(익명3) ㅇㅇ 그렇다고 들음. 아는 사람이 협회 직원인데 요즘 남는 TO가 채광말곤 없다고 함.

(익명2) ㅅㅂ.. 그래도 채광은 안함. 같은 돈 받는데 누구는 쉬운일 하고 누구는 어려운 일한다고? 배알꼴림.


――――――――――――――――――――――――


‘하 이번 달 게이트 알바 한 번도 못 뽑혔는데.. 채광은 남는 자리가 있다고?’


물 불 가릴처지가 아니었다. 당장 나갈 돈이 얼마인데.


‘게이트 알바신청’을 켜서 지원 목록을 바꿨다.


약초채집에서 채광으로.


힘든 건 알지만, 곧 다가올 병원비 지불 날짜가 더 무서웠다.


**


게이트


무지개 색 포탈과 함께 마수라 불리는 괴물들이 즐비하는 곳.


며칠 내버려두면 온갖 기상천외한 마수들이 쏟아져 나온다.


총칼로도 쉽게 제압할 수 없었지만, 때마침 나타난 초인들은 이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었다.


일반인보다 뛰어난 체력과 힘, 민첩을 가졌고


불,물, 바람, 대지 와 같은 4원소들을 다룰 수 있는 존재들.


이 신체 능력과 원소 능력을 토대로 게이트 내부까지 들어가 퀘스트를 통해 게이트를 닫을 수 있었다.


덕분에 마수들의 위협에서 어느정도 해방된 일반 사람들은 이들을 경외와 존경, 시기를 담아 ‘각성자’라 불렀다.


**


게이트 아르바이트.


각성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유일하게 게이트에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이다.


비명횡사 할 수 도 있었지만 그만큼 적지 않은 수입이 떨어지는 만큼 인기가 꽤나 많은 알바.


아마 오늘은 채광을 하는 만큼 더욱 힘들겠지.


뭐 어쩔 수 없다. 개같이 벌어서 쓸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니니까,


“어이, 이영! 오랜만이야?”


“아..네 형님.”


김 형이다. 게이트 알바 올때마다 종종 마주치는 형. 하도 자주 만나서 그런지 이젠 동네 형 같은 느낌이다.


“요즘 게이트 알바 출근확정 받았어?”


“아니요. 이번 달은 오늘이 처음이에요. 형님은요?”


김 형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나도 요즘 통 못 받았어. 들어보니 요즘 게이트 알바 TO가 별로 없다네? 덕분에 쿠X 뛰었다. 젠장 얼마주는지 알아?”


“글쎄요.”


“12만원. 야간 뛰어도. 옘병.. 30만원 받는 알바 뛰다가 그렇게 받으니 엿같더구만. 역시 돈 벌려면 게이트 알바가 최고긴 해. 그래 오늘 어디 공정 신청했어?”


“채광이요.”


“미친.. 그 힘든걸 신청 했다고?”


“어쩔 수 없었어요. 하도 출근 확정이 안나와서 채광은 자리 있을까 했죠.”


“..오늘 약초TO 자리 미달이던데?”


“네? 아 ㅆ···”


입밖으로 욕이 나오려는걸 겨우 참았다. 참 내가 생각해도 반사신경이 나쁘지 않다.


그래도 짜증나는 마음까지 숨길순 없었다. 각성자들이 거의 다 쓸어버린 곳에서 풀뿌리 줍는게 뭐가 힘들겠는가.


반대로 채광은 곡괭이 들고 죽어라 까대야했다. 벌써부터 팔이 벌벌 떨렸다.


“아 뭐.. 그래도 괜찮아요. 크게 움직이지도 않고 한 자리에만 있으면 되니까. 뭐 자기 할 일만 하면 되잖아요? 약초채집이랑 다르게 각성자 눈치도 안봐도 되고. 개꿀이네.”


“제일 힘든 일이잖아?”


“아..뭐 그건 그렇죠. 그래도 뭐 운 좋으면 큰 돈을 벌 수도 있고.”


“원소 기술석? 십만개 캐면 하나 나올까 말까한다는? 그건 약초도 마찬가지 아녀? 하늘폭풍 뿌리만 캐도..”


“아 형님. 가격차이가 다르잖아요··· 아 형님. 저 원래 약초채집 신청했다가 채광으로 바꾼건데.. 위로도 모자를판에 그렇게 불을 질러야 속이 후련하십니까.”


“···바꾼거야? 어이구··· 알겠다 알겠어. 그나저나 약초는 한 게이트 당 세 네명 가는 것 같은데.. 채광은 몇 명이나 가려나?”


“뭐 예전처럼 열 댓명은 가겠죠. 아, 협회놈들이 부르네. 화이팅하십셔”


“그래. 너도.”


**


누군가 말했지.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고.


옳다. 가정은 꾸리지도 않았음에도 잘 안다.


지금 내가 그러니까,


행복과 다르게, 불행한 이유는 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한 법이지.


예를들면 같이 일하기로 한 사람이 탈주를 했다던가, 최소 3명은 해야할 것을 혼자해야한다고 말하거나, 이걸 어떻게 혼자하냐고 말해도 하기싫으면 그냥 집에 가시면 된다고 대꾸한다던가.


솔직히 그냥 집에 가고 싶었다. 눈 앞에 돈만 아른거리지 않았으면..


“···하겠습니다.”


“아, 좋습니다. 힘드신건 이해합니다만, 저희도 어쩔 수가 없어요. 4명받았는데 2분은 출근 취소하신다고 문자하셨고, 나머지 한 분은 조퇴하셔서.. 대신 이 사람들은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렸습니다. 다시는 같이 하실 일 없을 겁니다.”


아니 어쩌라고. 지금 당장 일할 사람이 없다니까!


“다행히 빨간 게이트이기도 하고 크기도 크지 않아서 생각보단 할 만 하실겁니다. 자, 저 감독관 따라가시면 됩니다.”


위로 아닌 위로를 받으며 외로운 길을 나섰다.


**


내가 입장 한 곳은 안양 C-101게이트. 최하급인 빨간 게이트다.


주로 신참내기 각성자들이 훈련 받는 곳. 원래는 협회놈들이 주관해서 하는데, 어찌된게 길드에 낙찰됐다.


뭐 그래도 감독관과 내가 온 것 보면 마력석 채광권까지 사진 못한 것 같지만.


“이번 빨간게이트는 최강자, 안드로, 하바치 길드가 토벌권을 샀습니다. 그 덕분에 협회 사람은 저 혼자 입니다.”


“···잠깐, 최강자 길드요?”


“네. 아십니까?”


모를리가. 그 양아치 길드가 여기 있다고? 설마 오기로 한 1명이 조퇴한 것도 그 때문인가?


“그.. 소문이..”


“헛소문입니다. 뭐, 걱정되시면 서로 마주칠 일 없게 하시고... 여기서 채광을 하시되 다 하시면 안쪽으로 들어가서도 해주면 됩니다,”


지 일 아니라고 무심하게 대답하는거 봐.


“뭐, 잘 아시겠지만 채광에서 나온 마력석 빼돌릴 생각은 안하시는게 좋을 겁니다. 조사하면 다 나오니까요. 저는 바쁜 일 있어서..”


“아···네..”


“그럼 수고하세요.”


원래라면 협회 감독관은 게이트 내에 상주하며 관리를 해야했다. 비상상황 시 각성자들 보호, 다툼 중재 뿐 아니라 아르바이트 일반인 보호, 게이트 닫힘 알림, 각성자들과 농담 따먹기 등등


그 모든 것을 내버려두고 자리를 비웠다.


원래라면 상관없을 것이다. 어차피 있어도 숨만 막혔으니까.


문제는 외부와 단절된 이 게이트에 있는 길드 중 하나가 최강자 길드라는 것이다.


‘하.. 그나마 마수들 잡으러 안으로 쭉 들어간 상태라 다행이지. 하.. 이새끼들은 돈만 받고일 안하나?’


저놈의 농땡이 지겹지도 않나보다,


물론, 나 역시 아무도 지켜보지 않은만큼 일반인도 농땡이는 피울 수 있었다. 하지만 매장량에따른 할당량이 있었고, 그걸 채우지 못하면 아르바이트 점수에서 대폭 깎인다.


누적되다보면 다음 게이트 아르바이트 기회는 허공으로 사라진다.


‘월 300만원 벌기 개같이 힘드네.’


뭐 남의 돈 먹는게 그리 쉽겠는가. 그럴 생각에 곡괭이 한 번 이라도 광물에 박는게 나았다.


<깡>


<깡>


<깡>


철과 광석이 만나는 소리가 리듬에 맞춰 경쾌하게 울렸다. 푸른색의 무언가가 떨어지기 전까지.


**


‘원소 기술석’


불, 물, 바람, 대지.


4원소 중 하나의 원소를 담고 있는 돌


섭취 시 각성자의 원소 능력을 상승 시켜준다.


원소 등급이 올라간다는건 더 많은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 인만큼 더욱 효과적으로 마수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마력석이 힘, 민첩, 체력과 같은 신체등급만 올려주는 것과 다르게, 기술석은 신체등급도 어느정도 향상시켜줬다.


이 귀중한 물건은 보통은 게이트에 입장할 때 각성자만이 받을 수 있는 퀘스트 보상으로 나왔다.


다만 여기서 나온 기술석은 자기 자신만 쓸 수 있었지만.


하지만 간혹 마수에게서 나오거나 게이트 내부에 있는 광물에서 채광해서 나오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 기술석은 다른 이들에게 거래나 양도가 가능했다.


확률은 적었다.


특히 채광에서는 수십 만개를 캐야 하나 나올까말까였으니까.


로또급 확률이었지만, 그만큼 비싼 가격에 팔렸다.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하나당 가격이 수 백만원부터 많게는 수 억원.


게다가 마력석과 다르게 기술석은 협회에 반납할 필요가 없었다.


게이트 알바 유인책의 일환으로 채광한 사람이 가질 수 있게 했었으니까.


덕분에 일확천금의 부자가 된 일반인들도 종종 있었다.


이러한 이야기와 전설들은 일반인들을 게이트 알바에 모여들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였다.


물론 채광은 더럽게 힘들어서 대부분 신청하지 않았지만.


**


‘뭐···뭐 이렇게 커?’


바닥에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돌을 보자마자 어이없었다.


‘이건,.. 내 손만하잖아?’


10억에 팔렸다는 기술석이 손바닥만한 크기였는데, 이 기술석은 그것보다 더 컸다.


다섯 손가락 쭉 펴야지만 담을 수 있는 크기다.


‘이 정도면 최소 몇 십억 아니야?’


원래 로또 1등되면 현실감이 없어졌다고 하던가. 내가 딱 그 상황이었다. 기쁨, 놀람, 환희 그 모든 감정도 내 마음에 안착하지 않았다.


그냥 황당했다.


병원비며 생활비며 한 큐에 해결 가능하다는 사실이 떠오르고 나서야 감정이 온 몸에 가득찼다.


‘씨바아아아알!!!!! 으아아아!!! 채광 좆까아아아!!!’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싶었지만 참았다. 오도방정 떨었다간 ‘나 기술석 캤어요’라고 광고하는것과 다를바 없지 않은가.


게다가 지금 들어와 있는 길드는 ‘최강자’길드. 악명 높은 길드 중 하나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조심해야한다.


각성자 놈들은 눈만큼 귀도 밝으니까.


떨리는 손으로 돌을 주어 가슴속으로 넣자마자,


두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두 눈이 아니라 눈동자가 10개네··· 5명이구나.


설마 봤으려나?


“그..그거.. 혹시.. 기술석이에요? 무..물의 기술석?”


아.. 씨...


그래. 바다처럼 내부에 푸른 색이 넘실거리는 돌. 한 눈에봐도 범상치 않은 돌인데. 이걸 각성자 놈들이 못봤을리가 없지.


거짓말을 해봤자 전혀 먹혀들지 않을 상황.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디서 나온건가요?”


“채광에서..”


손을 꾹 말아쥔채 가슴으로 당겼다. 제발 저들이 그냥 지나가길, 최소한 최강자 길드는 아니길 바라면서.


희망은 금새 꺼졌다.


각성자들의 갑옷에 수직으로 그어진 눈동자가 그려진게 보였으니까. 최강자 길드의 표식이다.


하.. 엿같네··· 그래도 한 명 정도는 양심적이지 않을까?


**


각성자.


게이트의 억제자.


그 구렁텅이에서 나오는 마수들에게서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존재들.


이들에게 헌사하는 수식어는 명예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돈을 쓸어담는 자.


계층 사다리를 뛰어넘는 계층상승 엘레베이터.


인류의 수호자들에게 어마어마한 지원과 금액이 쏟아지는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그런 각성자가 되기 위해선 뭘 해야하냐고?


숨쉬기.


진짜다. 숨만 쉬고 있으면, 살아만 있으면 어느 순간 각성자가 되었었으니까.


다른 방법도 있었지만 돈이 어마하게 많이 필요했다. 불완전하기도 했고.


자고 일어나면 자신이 각성자가 되어있길 바라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지만 그게 뭐 어디 쉬운가. 전인구의 0.1%도 안되는데.


오죽했으면 각성자가 된 사람들은 금수저, 다이아몬드 수저와 쌍벽을 이루는 금 젓가락이라 불렸을까.


문제는 각성자가 되는 조건에는 도덕이나 법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는 것이다.


**


역시나 기대는 그대로 산산조각났다.


“음.. 저희에게 주실래요? 저희가 마수들 쓸어버린 덕분에 안전히 채광할 수 있었으니.”


욱하는 마음이 올라왔지만, 각성자의 주먹에서 얕게 불길이 타오른 것을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을 차분해졌다.


역시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는 분노 따위 조절되는 법이다.


진짜 솔직히 동생 병원비와 생활비가 눈앞에서 계속 아른거리지 않았으면 그냥 줬을 것이다.


“···기술석은 캔 사람이 임자에요..”


“우리 아니었으면 안전하게 캐지도 못했잖아요. 두 번 말하게 하지마요, 뒤지기 싫으면.”


조심히 접근하던 말은 어느새 협박의 언어로 둘러졌다.


돌을 주면 살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상태로 밖에 나가면 빈털털이나 다름 없었다.


이번 달의 얼마 되지 않은 일거리와 막대한 동생 병원비, 생활비가 머릿속에서 서로 교차하더니 어우러졌다.


시도해봐야할건 모두 해봐야 했다.


만용일지라도.


“시..싫어요. 제가 캔건데 왜···. 기술석 캔건 그 사람의 소유권으로 인정하잖아요.”


잠자코 듣고만 있던 초승달 모양의 머리카락을 가진 놈이 비웃었다.


“아하하하. 어린 아새끼가 잘 모르는 소리함매.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혀? 니놈 병신이여? 감히 각성자 나으리들을 ‘돠주진’ 못할망정 무슨소리여?”


돠주가 뭔 말이야?


돠주? 도아주?···.잠깐.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한 단어가 만들어졌다.


지금 당장 한 치의 고민도 없이 해야할 것.


‘도주!’


물론 신체적 능력이 일반인보다 월등한 각성자에게서 오래 도망치기는 어렵다.


“이게 뭐시여? 지금 시방 도망치는거여?”


“냅둬. 어디 한 번 마음껏 도망쳐보라고해.”


그건 각성자 놈들도 잘 알것이고.


그렇다고 내가 무턱대고 도망치는건 아니었다. 아무리 밤길이더라도 달빛, 하다못해 별빛이라도 비추지 않는가.


나 역시 마찬가지로 희망이 아주 없는건 아니었다.


‘조금만 더 가면 다른 길드 각성자들이 보일거야. 그들에게 도와달라고 하면 돼··· 개같은 감독관.’


원래 대로라면 협회 감독관은 게이트 내에 상주하고 있어야했다. 바로 이런 일들을 방지하기 위해서.


하지만, 애초에 일반인들에게 관심도 없는 협회다. 게다가 각성자들에겐 위험하지도 않은 빨간색 게이트.


농땡이치기 딱 좋은 구조다.


‘욕나오네 진짜.’


그렇다면 믿을 건 오직 하나. 다른 각성자들.


물론 다시 마주친 각성자들도 이놈들과 똑같은 강도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이 그리 각박하지만은 않으리라


“나참. 고작 일반 인따위가 ‘각성자’에게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어?”


“크크 애쓴다 진짜.. 10초 줄테니까 어디 한 번 마음껏 도망쳐봐!”


지금이야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지만, 어렵지 않게 가까워지겠지.


‘이번 게이트에 들어온 길드는 총 세 길드라고 했지. 다른 길드원들만 만난다면..’


문제는 그 사실은 저들도 잘 알았다.


“야, 협회 감독관이야 농땡이치느라 오지 않을테니 걱정없지만, 다른 길드놈들 만나면 곤란해져. 이제 슬슬 게이트도 닫힐거고.”


“벌써 그렇게됐으야?··· 좀 가지고 놀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네 그려.”


저 말이 신호탄이 된 듯, 등 뒤의 발걸음소리가 다가오는 사이렌 소리처럼 점점 크게 들렸다.


공포가 발밑에서 차올랐고 그만큼 발이 더 빨라졌지만 일반인이 각성자들에게 도망치는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야속하게도 다른 각성자들을 발견하기도 전에 거대한 힘이 내 등을 매몰차게 가격했다.


<퍽>


“윽”


땅을 잃은 발이 공중에 붕 뜨며 바닥을 몇 번 굴렀다.


신체가 바닥에 긁혔고 상처가 맺혔지만, 그럼에도 손에 쥔 내 보물, ‘물의 기술석’만은 굳게 다잡았다.


“발길질 한 방에 이렇게 날아가는데 뭘 그리 도망쳐. 얌전히 물건만 줬으면 그냥 물러가려했는데. 꼭 우리를 강도로 만들어야겠냐?”


온 몸이 바닥에 긁혔다. 쓰라림이 온 몸에 가득한 가운데에서 겨우 고개를 들었다. 세 명의 무리들이 각기 손에 병장기를 든 채 내려다보았다.


“하.. 일반인이면 일반인답게 순순히 말을 쳐 들을 것이지. 선택받은 ‘각성자’에게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어? 체격조차 무시할 수 있는 힘과 민첩을 부여받은 우리에게?”


말이 끝나자마자 뱃속에 묵직한 타격이 들어왔다.


“쿨럭.”


“야, 그만 중얼거리고 빨리 처리나해. 다른 놈들이 우릴 보면 곤란해진다.”


“아.. 알겠소. 형님. 그냥 도망치는게 같잖아서 그랬수.”


하.. 이쯤되면 누구라도 안다.


살아나갈 수 없다는 것을.


가슴속에서 울화가 치밀었다.


내가 왜 죽어야 하는지, 나는 왜 각성자가 되지 못했지?


‘그래 그건 다 좋아. 그런데 왜, 인생역전할 수 있는 이 기술석을 보았을때 하필 각성자들이 지나가고 있었지? 그것도 하필 양아치 길드가..’


아니, 이 생각들은 이제 의미 없었다. 어차피 죽을 것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희망의 올가미를 던질 수 밖에.


“···난 죽어도 되고.. 기술석도 줄테니까.. 동생..병원비만 좀 내줘..”


그렇게만 해준다면, 죽어서도 아무 원망도 않겠다- 라는 말이 목구멍에서 걸렸다.


아무래도 죽어서도 원한을 버릴 수는 없을 것 같아서.


그래도 지켜만 준다면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지리라.


들리는 대답은 비웃음과 모멸뿐이었다.


“뭐? 동생 병원비? 아, 팔아서 병원비로 쓰려했어? 그 돈 걱정하는거 보니 동생도 각성자는 아닌가보네? 나참, 일반인이 더 살아봤자 뭐혀? 우리에게 기술석을 주어서 마수들과 싸우게 하는게 더 이득 아니여?”


“···뭐?”


고통스런 와중에도 마음속에서 불길이 타닥거렸다. 하지만 그걸 내뱉을 수도 없었고, 그럴 힘도 없었다.


“그만 말하고 빨리 처리해라. 시간없다.”


“아, 알겠소 형님. 막내. 너가 처치혀”


말이 끝나자마자 그동안 조용히 있던 자가 아무 말 없이 칼을 높게 들었다.


“개..개새끼들아! 내가 죽어서도..”


그 순간 눈 앞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일이 일어났다.


――――――――――――――――――――――――


【퀘스트 성립!】


<1. 죽음의 위기와 직면하십시오 (완료)>


――――――――――――――――――――――――


뭐야이거?


퀘스트?


‘.. 각성자들만 받을수 있는데?’


다만 그 감정이 오래가진 않았다.


칼이 살가죽을 뚫고 들어오는데 감상에 젖어있을 정신 같은게 어디있는가. 밀려들어오는 고통이 넘실거렸다.


――――――――――――――――――――――――


<2. 죽음과 대면하십시오. (완료)>


――――――――――――――――――――――――


이건 또 뭐야.. 사람 놀리나.


“생각같아선 내가 직접 난도질하고 싶은데, 시간 없어서 봐준거여.”


“둘째는 그만 씨부리고. 막내. 기술석 뿐 아니라 다른 물건들 뭐 없는지 확인해봐.”


“···형님. 겉으로보기엔 별 것 없는 것 같은데.. 혹시 아공간 가방안에 숨겨놓은거 아닐까요?”


“병신아. 쟤는 일반인이잖아. 각성자도 아닌데 그딴게 어딨어?”


“아, 그렇군요.”


가슴에서 핏물이 울컥거리는 소리와 강도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같이 들렸다.


시야가 어두워지며 고통이 잦아들자, 촉각에 신경을 곤두세웠던 생각들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내 동생. 병원비.. 일확천금...’


이윽고 시야가 검은 장막으로 가득차자, 이제 이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의식을 완전히 잃기 전 아까 봤던 홀로그램 창이 다시 떴다.


――――――――――――――――――――――――


<3. ????? (완료)>

.

.

.


【최종 조건 완료. 보상: 사멸 - 인도자의 검, 결속화(현재 0단계)】

.

.

【결속화: 0단계 - 효과 없음】

.

.


【레벨 업】

.

【레벨 업】

.

.

.

【레벨 업】

.

.

【레벨이 9 상승했습니다.】


――――――――――――――――――――――――

[야, 니가 내 주인이냐?]


‘···’


[야! 왜 대답이 없어?]


동굴 속에서 들리는 소리처럼, 마음 깊은 속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이게 무슨 소리지?’


[이제야 일어났네.]


‘···천사인가, 아니 악마인가?’


이 세상에 대한 지긋지긋한 굴레를 던져버리고 땅 밑 지하에 와 있는가 싶었다.


원한을 가진채 죽어서 악마로 환생한건가?


답은 금방 알았다.


가늘게 눈을 뜨자마자 이곳이 어느곳인지 금방 알아챘으니까.


두 개의 태양, 그럼에도 구름때문인지 어두컴컴한 이 곳.


게이트 내부였다.


[천사는 지랄. 야 니가 내 주인이냐?]


‘어?’


[아.. 하필 이런 놈이 내 주인이냐. 각성자도 아니고 존나게 약하네.]


내 마음 한 구석에 몰래 침임한 누군가가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내가 미친건가?’


[미친거? 맞을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고..]


‘어떻게 대화를 하는거지?’


[니 마음 속에 있으니까. 참고로 내 목소리도 네녀석에게만 들린다. 그나저나 몸을 뒤지는 이놈들은 누구냐?]


검의 말이 끝나자마자 피부의 감각이 돌아왔다. 차가운 바닥과 스산한 공기, 불쾌한 손길까지.


양아치들이 내 몸을 이리저리 뒤지고 있었다.


“형님. 얘 뭐 없는디?”


“에휴. 거지새끼. 이러니 기술석보고 눈돌아가지. 야, 기술석만 챙기고 가자. 다른 애들 기다리겠다.”


“예 형님. 그나저나 운도 좋으셔. 벌써 원소 기술석이 두 개쨰···어? 어디갔지? 기술석이 안보이는디요.”


“뭐? 야이 새끼들아! 그게 얼마짜린데! 빨리 찾아! 돈 안벌고 싶어?”


“아, 알겠으야. 화내지 마시오. 막내야 저쪽 찾아봐라.”


눈을 감고있었기에 볼 순 없었지만, 귀까지 닫힌건 아니었다. 멀어지는 발걸음이 들렸다.


‘감각이 돌아왔는데.. 뭔가 이상하다.’


분명히 칼로 찔렸는데. 딱히 아프지 않았다. 신경이 다 죽어버린건가? 그렇다고 하기엔 차가운 바닥은 느껴지는데.?


[키야. 존나 맛있게 잘 먹었다. 순도 꽤 괜찮은데?]


‘뭐? 아니 그것보다 넌 누구야?’


[뭐긴. 검이지··· 아.. 아무리봐도 존나 허약하네. 왜 하필 네가 주인이냐..]


검? 주인?


무슨 소리하는건지 영문을 몰랐지만 여기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크..큰형님? 저놈 배에서 검은 안개가 피어오르는데요?”


“뭐?.. 뭐야 저거? 한 번 확인해봐.”


어? 뭐야?


발걸음 소리가 내게 천천히 가까워졌다가 멈췄다.


“혀..형님.”


“이..이새끼야! 앞으로 가보라고! 막내새끼가 빠져가지곤!”


“하..하지만 이게 대체..”


왠만한건 겪었을 각성자들도 처음 보는 현상인지 가까이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등줄기에서 땅바닥을 적실만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만약 별 일 아니라는게 드러난다면 다시 한 번 더 찔리는건 눈에 보듯 뻔한 일.


[그나저나 저새끼들 누구냐니까? 지인이냐?]


‘아니. 모르는 사람들. 날 공격한 놈들···이제 어떻게 하지?”


[뭘 어떻게 해? 걍 다시 죽으면 되지. 잘 됐네. 그냥 다시 뒤지면 안되냐? 새로운 주인찾게.]


‘뭐?’


[니 처럼 약한 놈에게 있긴 사멸이란 내 이름이 아까워.]


‘사멸?’


[아 젠장.. 내 이름을··· 실수했다.]


순간 내 손에서 묵직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한 손에 꽉 말아쥘 수 있는 손잡이 같은것이.


게다가 눈을 꼭 감고있었음에도, 무언가의 홀로그램이 확실히 피어올랐다.


――――――――――――――――――――――――


【사멸 - 인도자의 검

Lv. 9

Exp - 1300/9000

보유기술 목록 - [D 시체 일으키기], [아공간 가방]

결속화 - 0단계】


――――――――――――――――――――――――


‘확인창? 이게 무슨··· 난 각성자도 아닌데?’


“어? 저게 뭐여? 형님. 저놈 손에 왠 칼이 생겨났는디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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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에서 살아남기 - 딱히 내 편은 아닌 마검과 함께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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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마지막 인도자의 검 흡수 24.11.13 117 0 12쪽
106 마지막 준비 24.11.12 138 0 11쪽
105 전진을 위한 희생 24.11.11 138 1 12쪽
104 대군주와의 맞대면 24.11.09 133 0 12쪽
103 계속 전진 24.11.08 133 0 12쪽
102 전쟁의 시작 24.11.07 144 0 13쪽
101 궤변은 끝내기 24.11.06 144 0 12쪽
100 혼돈의 공간 24.11.05 141 0 12쪽
99 광멸 흡수 24.11.04 136 0 14쪽
98 뼈를 얻으려면 가끔은 살도 내주어야 하는 법 24.11.02 139 0 12쪽
97 협회장과의 대결 24.11.01 134 0 13쪽
96 숨어들어가기 24.10.30 143 0 14쪽
95 계획 세우기 24.10.29 138 0 12쪽
94 오랜만의 만남 24.10.28 139 0 13쪽
93 알아보기 24.10.25 146 0 13쪽
92 광멸을 사용한다고? 24.10.24 156 0 13쪽
91 나도 모르는 일격 24.10.23 138 0 12쪽
90 정수 흡수 24.10.22 142 0 12쪽
89 생명의 심장 24.10.21 139 0 11쪽
88 허 찌르기 24.10.18 154 0 12쪽
87 처음 뵙겠습니다 24.10.17 143 0 11쪽
86 변수 만들기 24.10.16 145 0 11쪽
85 왜 직접 안 나서는거지? 24.10.15 14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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