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에서 살아남기 - 딱히 내 편은 아닌 마검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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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세듀
작품등록일 :
2024.06.20 14:38
최근연재일 :
2024.11.1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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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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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묶여있는 밧줄은 풀기보다 끊는게 더 쉽다.

DUMMY

각성자가 되려면 각성자 협회에 가서 세 가지 중 하나를 보여주어야했다.


먼저 각성자만의 특수능력 보여주기.


특히 ‘아공간 가방’, 원할 때 언제든지 소환하고 해제할 수 있는 이 능력은 각성자가 되자마자 사용할 수 있었다. 그만큼 제일 많이 인증하는 방식 중 하나였다.


두 번째로는 마력파장측정기로 등급을 측정하기. 대지 원소 기술자도 마나를 탐지 할 수 있었지만, 정확한 파악은 어려운 만큼 이 기계를 이용했다. 다만 가동하는데 꽤나 많은 마력석이 들어갔기때문에 왠만한 상황 아니면 첫 번째 방식을 이용했다.


세 번째는 원소 능력을 보여주기. 원소 기술석을 먹으면 해당하는 원소를 사용할 수 있게된다.


그 무엇보다 확실하게 인증하는 방법이었지만, 기술석 자체의 가격이 너무 비싼게 문제였다.


이렇게 각성자로 인증받게 되면, 게이트 훈련을 뛰게 된다. 여기서 합격점수를 받고나면, 그때부턴 등급 측정 후 본격적인 각성자로 활동할 수 있게된다.


각성자들의 등급은 F급부터 A급까지 6등급으로 나뉘었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A+나, C- 같은 여러 등호들이 붙었다.


A등급조차 초과한 S등급도 있었지만, 세계적으로도 고작 10명 내외였다.


그러면 자신의 등급이 변할 수 없이 고정적이냐? 그건 아니었다. 원소 기술석이나 마력석을 먹음으로써 언제든지 올라갈 수 있었으니까.


이러한 ‘돌’들은 절대다수 게이트나 퀘스트에서만 나왔고, 그 덕분에 각성자들은 계속해서 게이트를 돌아다녔다.


게이트가 열린지 1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가 없으면 마수들이 바깥으로 쏟아져나오지만, 그런일이 잘 없었던 이유이기도했다.


정부는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각성자들은 더욱 강력해진다. 이러한 선순환덕택에 지금까지 마수들로부터 국가와 사회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게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



12시. 즐거운 점심시간. 안양 지부 협회에선 오랜만에 나오는 특식, 한우 스테이크로 좋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급작스러운 방송이 나오긴 전까진.


「’가’급 코드 발동, 건물 내 대기 중인 대리급 이상 전 직원은 지금 즉시 2층 사무실로 이동해 대기할 것. 마력파장측정기 지참 할 것. 다시 한 번 더 반복, ‘가’급 코드 발동..」


갑작스레 울린 알림 방송.


“뭐야 미친.”


“아 오늘 점심 한우 스테이크인데 씨발..”


온갖 불평이 쏟아졌지만, 그럼에도 일어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급 코드.


남색, 보라색 게이트 징조가 보이거나, 심상찮은 서든게이트가 보일 떄 울리는 협회 코드였다.


“야! 진 대리! 3층 올라가서 마력파장측정기 챙겨와!”


“빨리 움직여!”


다들 분주하게 움직이는 와중에, 어리벙벙하게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 진 대리다. 각성자인 덕분에 입사하자마자 대리가 되었지만, 그뿐이었다.


부대에 처음 들어온 소위나 하사처럼 실제 상황에는 어리벙벙했다.


“야이씨 진 대리! 어리버리 탈래? 비상 교육 안받았어?”


“아니.. 받았는데..”


“그럼 뭐해? 3층으로 안 튀어가고! 잘못되면 좆되는거 몰라?”


선임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이동했다. 이것저것 잘 챙겨주는 맞선임이었지만, 오늘 같은 표정과 험악한 말은 처음이어서 놀랐다.


한우 스테이크를 놓쳐서 그런가? 싶었지만, 뒤따라 달려온 선임의 말은 예상 밖이었다.


“이봐 신병. 가급 코드가 뭔지 알아?”


“네. 극히 위험한 위급상황 발생 시 울리는 신호 아닙니까? 가부터 마까지. 그 중에서도 가급이 가장 높구요.”


“그래. 잘아네. 그런데 이번에 어디로 모이라고 했지?”


“2층 사무실..”


“가장 높은 비상등급임에도불구하고, 왜 강당이나 협회 바깥이 아닌 사무실로 모이라고 했을까? 한 시가 급할텐데?”


“그러고보니 왜죠?”


“서울에서 이런 적이 딱 한 번 있었지.”


“정말입니까 언제입니까?”


“1년 전, 인도자의 검 소지자가 협회에 각성자 신고를 하였을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인도자의 검.


소지자에게 4원소가 아닌, 혼돈계의 힘을 준다는 검. 마수들이나 쓴다는 그 힘말이다. 일반적인 마검과 다르게 일반인들도 사용할 수 있다는 그 물건.


제주도를 파멸시킨 그 검은 현재 지하에 봉인되어 있다고 들었다.


정확한 위치까지는 모르지만..


“잠깐, 제주도에서 난리친 그 검은 이미 협회 지하에 있잖아요. 그런데 1년 전에 인도자의 검 소지자가 협회에 왔다니요?”


“인도자의 검은 한 개가 아니라는거 몰라? 알려진 것만 두 개지. 하나는 ‘공멸’, 제주도를 파멸시킨 검이지. 1년 전에 찾아온 그 검의 이름은 ‘광멸’. 둘 다 인도자의 검 종류지. 마치 고양이나 개가 동물에 속하는 것처럼.”


대화를 나누다보니 3층에 도착했다. 창고에서 어렵지 않게 서류 가방 처럼 생긴 마력파장 측정기를 챙긴 진 대리가 나가려다 말고 선임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건 왜 챙기는건가요?”


“마력파장측정기? 간단해. 의심자에게 마력이 나오는지 아닌지 확인하는 용도다. 인도자의 검 소지자는 아공간 가방같은 각성자 능력을 쓸 수 있지만, 정작 마력은 검출되지 않거든. 단 하나도.”


“아.. 그렇군요. 만약 각성자가 아닌게 밝혀진다면..”


“즉결 처분이지. 1년전처럼. 검은 당장 봉인하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아도요? 그냥 가져다 준 것이면 어쩌려고요? 너무 심한 처사-“


“우리는 대상자가 얼마나 검에 오염되었는지 알 수 없다. 제주도 때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정도에서 끝내는게 천만 다행인거고. 이제 그만 이야기하고 빨리 내려가.”


***


“마력 측정. 하시겠습니까?”


어이없었다. 안하면 죽인다며? 이건 하라고 칼들고 협박하는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진짜로 누칼협이네.


설마 자수를 권유하는건가?


[야이씨. 그냥 솔직히 말하면 살려주지 않을까?]


‘그럴 가능성 없어.’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이렇게 끝난다고? 내가?]


‘끝 안나니까 걱정마라.’


[뭘 믿고 그리 당당한거야? 허세냐?]


‘아니.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좀 조용히해 정신 사나워’


도움이 안되요 하여튼.


“저를 의심하는겁니까? 이거 좀 서운하군요. 뭐 좋습니다. 측정해주세요.”


오히려 당당하게 나가자 김 과장의 당황스런 눈빛이 보였다. 쫄거라 생각했지? 응 아니야.


“···좋습니다. 양쪽 팔을 내어 주시지요.”


내가 팔을 내밀자 심전도 체크할때처럼 네모난 패드를 이곳 저곳에 붙였다.


“..솔직히 말씀하시지요. 정말 각성자가 맞습니까?”


“맞습니다.”


아무리 믿는 구석이 있더라도 긴장까지 감출 순 없었다. 심장이 터질듯이 쿵쾅거렸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야?]


검은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지만 정신사나워.


“시작합니다.”


적막함 가운데, 체크음만이 들렸고.

――――――――――――――――――――――――


【-삐】


【-삐】


【-삐】


【측정되었습니다.】

――――――――――――――――――――――――


어우.. 뜨거우면서 추웠다. 주위 협회 각성자들의 원소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심지어는 그들 몸에서조차 4원소가 보였다.


불과, 물, 땅에서는 진동, 창문이 다 닫혔음에도 느껴지는 바람까지.


앞에 있는 김 과장은 아예 품속에 손을 넣었다. 여차하면 안에 있던 무기가 튀어나와 내 몸을 두동강내겠지.


하 제발.


긴장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측정기가 알람을 울렸다.

――――――――――――――――――――――――


【측정을 완료했습니다.】


【···신체등급: F-, 원소등급 : 측정불가, 잠재적 등급 : A~S···.】


【측정 인물은.. 각성자입니다.】

――――――――――――――――――――――――


주위 표정들이 가지각색이라 볼 만 했다.


***


‘이게 뭐야? 잠재등급이 S급이라고?’


김가진이 처음 든 생각이었다.


그 다음에 든 생각은 부정이었다.


‘아니, 서든 게이트가 열린적도 없는데 각성자가 되었다고? 말이 되는건가? 지금껏 이 규칙에서 벗어난 사람은 없었는데?’


하지만 이 마력측정기계가 증명해주었다. 앞에있는 사람은 각성자가 맞다고. 지금껏 틀린 적 없는 이 기계가 오류가 났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거나 마찬가지였다.


단 한 가지를 빼놓고.


‘설마··· 아이템을 지니고 있는건가? S급 아이템을? 아니야. 그럴리 없어. 일반인은 아이템을 쓸 수 없어. 심지어 가지고 있다고해도 일반인들은 마력측정기엔 아무것도 안뜬다. 이미 실험해보지 않았던가. 애초에 귀속도, 능력도 사용할 수 없으니 당연한거지··· 진짜로 각성자인건가?’


김가진이 여러 생각을 할동안, 주위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아.. 내 한우 스테이크.”


식어버린 식사를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헐.. 잠재등급이 S급?”


“실제로는 처음보는데..”


대부분은 등급에 대한 감탄이었다.


마나 그릇이라고 불리는 잠재적 등급은 마나를 담을 수 있는 크기를 말한다.


각성자끼리도 담을 수 있는 마나에 대한 차이가 있었다. 보통 잠재등급 F급이 세숫대야 분량이라 가정한다면, E급은 욕조와 비슷했다. 만약 자신의 잠재등급 이상의 마나를 담는다면? 오래지 않아 마나가 사라진다.


아무리 물을 많이 부어도 담을 수 있는 컵이 없으면 넘처 흐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마나를 온전히 담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신체적 능력도 그만큼 강화된다는 말이었고, 더욱 많은 원소를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고로 잠재 등급은 예상 신체등급과 원소등급을 뜻하는 말이기도 했다.


이 잠재적 등급은 고정이 아니었다. 잠재적 등급이 F급인사람도 A급, 심지어 이론상 S급도 될 수 있었으니까. 다만 그릇 자체를 키워야하는 만큼 어마어마한 마력석과 큰 노력이 필요했다.


당연하지만 잠재적 등급이 높을 수록 부러움과 시기를 사는 편이었다. 물론, A급이 되고나서는 그런 시선도 없게되지만.


지금 F-급인건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영에게 쏟아진 부러운 시선과 다르게, 김가진을 향한 눈초리는 따가웠다.


한우 스테이크까지 포기했으며, 긴장한채 달려왔는데 이건 그냥 S급 자랑질 아닌가.


그 시선을 모를리 없는 김가진의 머릿속이 얼기설기 섞였다.


문자가 왔을때만 하더라도 곧있을 차장 진급 심사를 프리패스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징계까진 아니더라도 문책이나 안받으면 다행인 상황이었다.


‘..그래도 뭔가 이상해. 원소등급이야 기술석을 안먹어서 그렇다 치더라도, 잠재적 등급이 A~S급인것 치곤 현재 신체등급이 너무 적어. 고작 ‘F-‘면 일반인하고 다를게 없잖아?··· 뭐, 불가능한건 아니지만 아직 의심스러운것도 사실이고... 그렇다면.’


김가진은 뼈를 얻을려면 살을 주어야한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제안할 내용은 스스로에게 손해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닥 큰 손해도 아니었고,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기위해선 필요한 대가였다.


***


[어떻게 울린거지? 심지어는 S급이라고?]


‘아크리치의 팬던트.’


[아, 아까 받았던 그거?··· 뭐야 너 일반인 이잖아? 아니, 각성자라도 아이템을 소유해봤자 마력이 측정되진 않을텐데]


‘팬던트 설명에 마력 파장이 발산한다고 쓰여있었어. 게다가 일반인도 사용가능하다고 적혀있었고..’


[아공간 가방에 들어 있어서 측정이 안될텐데? 꺼냈었어?]


‘아니. 니 아공간 가방은 S급 아이템은 마력이 발산되어있다고 쓰여져있었다. 몰랐었어?’


[허.. 그랬었나? 그래서 자신만만했던거로구만. 하긴. 각성자도 아닌 일반인이 S급 아이템 그것도 마력파장발산 아이템을 소유할거라 생각하긴 어려울테니.]


감탄하는 검과 다르게 내 마음은 좋지만은 않았다.


설마했는데 잠재적 등급이 S급으로 뜰 줄이야. 이래서는 온 관심과 시선을 한눈에 받지 않겠는가. 묻어가야 주목을 안받는데.


“A급에서 S급일 사이일 줄이야.. 놀랍군요. 결례를 범했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십시요.”


김 과장이 일어나 고개를 깊이 숙였다.


부담스러워 죽겠네..


자신을 압박한 김 과장까지 말을 바꾸니 바닥에 가시가 돋힌 것 같았다. 그냥 빨리 나가고 싶다.


“아니.. 뭐. 괜찮습니다.”


“일단, 각성자로 드러난 만큼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내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김 과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이 불만과 볼멘소리와 함께 우루루 빠져나갔다. 이제 이 사무실에 있는 사람은 나와 김 과장 오직 둘 뿐이었다.


“일단, 각성자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잠재적 마력이 S급으로 뜨는 만큼, 최고의 대우를 받게 되실겁니다.”


[뭘 주는지 알아?]


‘나도 몰라. 들어봐야해.’


김 과장은 화일에 넣어진 서류를 건네주며 말을 이었다.


“여러 자잘한 혜택이 있지만 중요한 것만 말씀드리지요. 먼저, 정규 각성자로 등록한 즉시 생활지원금이 나옵니다. 잠재 등급이 S인만큼 월 400만원이 지급됩니다. 물론, 다른 국가로 이민갈 시, 이 금액은 전부 반환하셔야합니다.”


‘와.. 미친. F급은 고작 월 20만원인데.. 이정도면 S급 나온게 나쁘지 않은데?’


다른 국가로 가면 압수한다고 하지만, 애초에 그럴 생각은 없었기에 상관없었다.


“두 번째, 빠르게 등급이 올라갈 수 있도록 원소 기술석 및 마력석을 지원해 드립니다. 물론, 게이트 처리 활동을 하셔야하지만요.”


“어느정도 지원해주나요?”


“한 번 게이트 활동때마다 손가락 한 마디 기술석, 마력석은 1등급 10개입니다.”


크기가 작긴해도 기술석인만큼 적어도 하나당 수 백만원은 할터였다. 게다가 한 번 돌때마다 준다고? 엄청나네.


가랑비에 옷젓는다고, 이정도면 나중에 어마어마한 원소가 쌓일터였다.


물론, 지금 일반인인 나에겐 아무 쓸모도 없었지만.


‘잠깐, 팔면 되잖아? 개꿀인데..’


[병원비며 생활비 어쩌고 하더니 이정도면 걱정없겠는데?]


‘사실상 이제 고생은 끝났다고 봐야지. 이제 놀고먹기만해도 될걸?’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돈 걱정은 끝이다!


김 과장이 다음 말을 하기 전까진.


“마지막으론 게이트 훈련에 우선적으로 선발됩니다.”


뭐라고?


“게이트 훈련이요?”


“아, 게이트 훈련은 초보 각성자분들을 위한 커리큘럼입니다. 가장 낮은 등급인 빨간 게이트에서 실력을 쌓게 됩니다. 원래는 대기시간만 두 세 달정도 걸리지만, 잠재등급이 S면 일주일 이내라도 바로 참가 가능하지요.”


좋지 않았다.


“아니 굳이..”


“아, 너무 길지요? 제 권한으로 내일이라도 바로 참가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하루 빨리 정규 각성자로 등록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진짜 좋지 않았다.


[야 운도 좋네. 바로 훈련에 참가도 하고.]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마. 나는 각성자 인 ‘척’하는 일반인일뿐, 진짜 각성자가 아니잖아.. 게이트 훈련에 들어간다면 내 정체가 드러나는건 시간문제야..’


[아하. 어쩐지 너무 잘풀린다 했다. 뭐 나야 좋지. 네놈이 들켜서 뒤진다면, 나도 새 주인을 찾을 수 있는거아냐?]


‘···기껏말해주었더니 하는 말이.. ‘


[어쨌든 돈 주는데 갈거냐?]


‘아니. 돈보다 목숨이 더 소중해.’


선택하고 자시고 할 것도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지금은 제가 각성자로써 활동하고 싶지 않아서요. 위험하기도 하고.. 아직 준비가 안되서요.”


“..그건 어렵습니다. 각성자 분들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의무적으로 게이트 체험에 참가하셔야 합니다. 각성자 특별법 15조 법적 근거가 있습니다.”


“네?···거부하면 어떻게 됩니까?”


“구금 및 체포됩니다. 거기다가 아까 말씀드렸던 활동비 지원도 드릴 수 없지요. 정규등록이 된게 아니니까요. 만약 게이트 활동이 부담스러우시다면, 게이트 훈련만 하신 후 장기적으로 쉬셔도 됩니다. 예비군 처럼 비상 전력으로 전환되니까요. 지원은 약해지지만 그래도 일정 금액은 지급됩니다.”


‘하.. 시발.’


구금 및 체포라니. 답도 없네.


일단 시간이라도 끌어서 좋은 방법을 생각할 수 밖에.


“그렇다면 최대한 시간을 늦출 수는 없겠습니까? 원래 대기자 명단으로 들어간다던지. 이것저것 마음 준비를 하고 싶어서요.”


“음··· 정그러시면 알겠습니다, 이번 달은 생각 정리 할 수 있도록 비워놓겠습니다. 다만 다음 달은 어렵습니다.”


말을 다 마친 김 과장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주었다. 파란색으로 빛나는 작은 돌. 마력석 네 덩어리였다.


“이걸 왜 저에게..?”


“오늘 있었던 일의 죄송한 마음을 담아 드리는 겁니다. 나름 순도 높은 마력석입니다. 한 개당 십 만원 정도하지요.


마력석··· 마력석?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회전했다. 머리가 요동쳤고 뉴런들이 불타버릴만큼 빨라졌으며 생각이 비트를 쳤다.


그래. 빠져나갈 방법이 있다.


[야, 뭐 어떻게 할거냐.]


‘꽁꽁묶인 밧줄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푸는 것만 있는게 아니지’


[뭔 소리야?]


검의 질문에 대한 답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았다. 지금은 저 김 과장의 대화에 집중할때. 검도 그 사실을 잘 아는지 더 캐묻진 않았다.


“..고맙습니다.”


“아, 그리고 강한자 길드 실종에 대해선 너무 걱정마십시요. 막 각성자가 된 사람이 헤칠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감독관에 대한 조사도 면밀히 진행될 예정입니다, 말씀드릴 사항이 있을 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내가 각성자라 말하지 않았다면 이 조사가 제대로 진행됬을까? 뭔가 서글프네.’


[강자만이 살아남는 법이지 하하.]


내가 일어나자 김 과장이 따라나와 배웅을 했다.


바깥으로 나오자 붉그스름한 저녁노을이 반겨주었다.


게이트에서 검을 발견한 것부터 이 순간 까지. 지금까지 살아왔던 인생이 송두리 뒤집어지는 경험을 맞이했다.


붉은 노을이 마지막 빛을 내뿜는 것처럼 인생의 화광반조를 맞이한 것인지, 아니면 한 쪽 구석에 있는 검은색의 서든 게이트처럼, 또 다른 먹구름을 맞이하기 위한 예비시간인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무엇이 됐든 어떻게든 버텼고 살아남았다. 또 이번 위기에서도, 살아날 길을 생각했다.


“저 죄송했습니다!”


갑작스레 큰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이쁘장한 얼굴을 가진 여성이 서있었다.


누군지 이름조차 잊을 수 없었다.


조예인.


“가..감히 각성자님께 그런 행동을 해서 송구..”


“각성자가 아니면, 그런 행동을 해도 된다는 이야기입니까?”


“..네?”


“각성자이건 일반인이건 모두 똑같은 사람들입니다. 사람 지위에 따라 행동이 변하는 파렴치한은 되지 마세요.”


조예인의 얼굴이 붉어지는 듯 싶더니 이내 눈망울에 눈물이 고였다. 그 모습을 보자 미안하기는 커녕 오히려 화만 더 났다.


“어이구 울면 모든게 다 해결됩니까?”


손으로 얼굴을 감쌌지만 눈물이 손틈으로 새어나와 바닥으로 떨어졌다. 짜증이 났지만 김과장이 보다못했는지 중간에 끼어들었다.


“제가 잘 말할테니 부디 노여움을 풀어주십시요.”


마력석을 준 김 과장이 이리 말했는데 더 쏘아붙이긴 뭐했다.


“그럼 들어가보겠습니다.”


“네. 다음에 뵙겠습니다.”


[야, 너 어떻게 할려고 그래? 방법은 찾은거냐?]


김 과장과 헤어지자마자 검이 빠르게 물었다. 궁금하긴 했나보네,


‘밧줄에 묶여있다면 어떻게 풀거야? 손을 움직이지 못할정도로 묶여있다면.’


[갑자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일단 날카로운 물건을 찾아 끊어야겠지?]


‘만약 날카로운 물건이 없다면?’


[그땐···. 그걸 어떻게 풀어? 넌 어떻게 할건데? 방법이 있냐?]


‘방법이 있어. 밧줄을 찢으면 돼.’


황당한 말에 검은 기가찬다는듯 중얼거렸다.


[손도 묶여있는데 무슨 수로.. ]


‘묶여있는 밧줄을 끊을 수 있을 정도로 덩치를 키우면 돼.’


내가 찾은 해답은 이것이었다. 어떠한 방법으로든 밧줄은 끊으면 되는 법이니까.


이 상황을 모면할 답은 남이나 도구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있었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네 말대로 거기 참가하면 안된다며? 도망이라도 치게?]


‘아니···’


[그러면?]


‘난.. 각성자가 될 거다. 가짜가 아닌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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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대군주의 뜻 24.11.14 124 0 12쪽
107 마지막 인도자의 검 흡수 24.11.13 117 0 12쪽
106 마지막 준비 24.11.12 138 0 11쪽
105 전진을 위한 희생 24.11.11 138 1 12쪽
104 대군주와의 맞대면 24.11.09 133 0 12쪽
103 계속 전진 24.11.08 133 0 12쪽
102 전쟁의 시작 24.11.07 144 0 13쪽
101 궤변은 끝내기 24.11.06 144 0 12쪽
100 혼돈의 공간 24.11.05 141 0 12쪽
99 광멸 흡수 24.11.04 136 0 14쪽
98 뼈를 얻으려면 가끔은 살도 내주어야 하는 법 24.11.02 139 0 12쪽
97 협회장과의 대결 24.11.01 134 0 13쪽
96 숨어들어가기 24.10.30 143 0 14쪽
95 계획 세우기 24.10.29 138 0 12쪽
94 오랜만의 만남 24.10.28 13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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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광멸을 사용한다고? 24.10.24 156 0 13쪽
91 나도 모르는 일격 24.10.23 138 0 12쪽
90 정수 흡수 24.10.22 142 0 12쪽
89 생명의 심장 24.10.21 139 0 11쪽
88 허 찌르기 24.10.18 154 0 12쪽
87 처음 뵙겠습니다 24.10.17 143 0 11쪽
86 변수 만들기 24.10.16 145 0 11쪽
85 왜 직접 안 나서는거지? 24.10.15 146 0 12쪽
84 생명 혼돈계 수장 24.10.14 161 0 12쪽
83 예상치 못한 존재 24.10.11 152 0 12쪽
82 울릉도로 24.10.10 15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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