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에서 살아남기 - 딱히 내 편은 아닌 마검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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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세듀
작품등록일 :
2024.06.20 14:38
최근연재일 :
2024.11.17 14:53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26,268
추천수 :
148
글자수 :
668,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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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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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트라우마 건들지 마라

DUMMY

입구까지 두 발자국 남았을 때, 협회 놈이 살짝 다가오는게 느껴졌다.


어떻게 느꼈냐고? 그냥 느껴졌다. 왠지 숨소리가 곁에서 들리는 것 같았거든.`


당황하지 않았다. 그저 한 걸음 천천히 나아갈 뿐.


“···음.. 아닌가?”


“무슨 문제 있으십니까?”


“마나가 느껴졌는데 제 착각인가 봅니다. 어찌됐든..”


게이트 바깥으로 빠져나간 덕분에 그 이후의 말은 듣지 못했다.


서든 게이트 바깥에는 협회 사람으로 보이는 몇몇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흐릿하긴해서 잘 안보이긴 하지만 확실하겠지.


[오 살았네.]


‘아직이야. 투명물약 효과가 해제되기전에 빨리 나가야해.’


보초를 서고 있던 이들이 뒤를 돌아보긴했지만, 내가 보이진 않는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윽고 어느 산길로 들어가자 각성자 보초도, 주위에 있던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그제서야 다리에 힘이 풀렸다.


‘이제 살았어...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소리라도 치고싶다. 게다가 여러 기술석까지 얻은만큼 꽤나 많은 마력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살았다아아아아!!!’


[···내가 반사신경만 인정했었는데 어떻게든 살아남는 능력도 인정해줘야 겠다. 그나저나 투명물약은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되는거야?]


궁금한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계속 이대로 있는건 아니겠지?


――――――――――――――――――――――――――――――――――――――――

.

.

【투명 물약 : 3초】


――――――――――――――――――――――――――――――――――――――――


검에게 말해주기도 전에 효과가 풀렸다··· 어?


온 몸이 천근으로 누른 것 같다. 발을 움직이려했지만, 누가 뒤에서 잡아 끌고 있는 것처럼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이게 무슨..


[양피지 꺼내봐.]


――――――――――――――――――――――――――――――――――――――――

.

.

【투명화 물약 부작용 ‘약화’: 7일】


――――――――――――――――――――――――――――――――――――――――


[와 무슨 부작용이 7일?]


미친.


극심한 피로가 온몸을 휘감았고, 온 몸을 끌다시피해 집으로 겨우왔으며 그대로 잠에 들었다.


**


「오빠. 어디 아퍼?」


「연락 안된지 3일째야.」


「어디 잘못 된거 아니지?」


「이제 일주일이 넘었어.. 제발 살아있으면 연락해줘..」


···정신을 차리고 핸드폰은 보니 동생 문자가 잔뜩 와있었다.


어? 내가 연락안한지 일주일이 되었다고?


문자를 확인해보니 동생에게 마지막 문자를 보낸게 채광 게이트 알바 들어가기 하루 전인 6월 12일이었다. 오늘 날짜는 그로부터 8일 뒤인 20일이었고.


[여. 이제 정신차렸냐?]


‘그래. 좀 푹 잔 것 같은데.’


[일주일동안 곰처럼 잤으면 푹잔게 맞긴 맞지.]


‘진짜로 내가 일주일동안 잤다고?’


[그래. 니가 언데드화가 어느정도 되었으니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아사했을 거다.]


미친. 일분 일초가 소중한 이 때 일주일을 그냥 날려버렸다고? 혹시나 싶어 달력을 봤지만 거짓말한게 아니었다.


하.. 이제 (강제)게이트 훈련까지 3주정도 밖에 안남은거 아냐?


아오 아직 몸이 깨지못한 껍질처럼 단단히 뭉쳐있었지만, 이럴틈이 없었다. 일단 동생에게 별 일 없었단 문자를 보낸 뒤 몸을 뒤졌다.


내 양피지가.. 잘 있었네.


――――――――――――――――――――――――――――――――――――――――


【예속화 ‘부정’ : 1단계】


【투명화 물약 부작용 ‘약화’: 20초】


――――――――――――――――――――――――――――――――――――――――


[아무래도 네 녀석은 각성자가 아니다보니까 부작용이 좀 쎄게왔던 것 같다. 그렇다해도 7일동안 잘 줄은 몰랐는데.]


나도 몰랐어.


“아공간 가방.”


그나마 다행이라면 저번 서든게이트에서 얻었던 원소 기술석들이 한가득이다. 일단 이거 팔아서 전부 마력석으로 바꾸면.. 내가 목표로 했던 마력석 13,000개중 반 정도는 어찌저찌 채울수 있겠지.


[이제 어떻게 하게?]


‘일단 서든 게이트···를 돌거야. 그 다음에 최대한 마력석을 모은다.’


[저번하고 똑같잖아? 이번에도 똑같은 일 생기면 어쩌려고?]


‘이번엔 다르지. ‘사멸’’


순간 내 손에서 살짝 빛이 나는가 싶더니 긴 검이 생겨났다.


[용캐도 알았네.]


‘그럼. 양피지에서 ‘검의 비물질화’가 사라진걸 봤거든··· 잠깐, 이걸 숨기는건 어떻게 하는거지?’


긴 검을 들고 왔다갔다할 순 없었다. 하지만, 이 해결책은 의외로 쉽게 생각났다. 그냥 아공간 가방을 불러서 넣으면 되는거 아닌가? 다른 각성자들 처럼.


[날 가방안에 쑤셔 넣겠다는게 좀 화나긴 하지만.. 다만 내가 저번에 말했지? 내 ‘아공간 가방’은 게이트 내부가 아니라면 넣을 순 없다는 거. 빼는건 몰라도.]


···좀 있다가 부를걸. 이미 부른건 어쩔 수 없었다. 그저 검을 천으로 둘둘 말은 다음에 등에 꽉 동여매는 수 밖에. 뭔가 이상한 보따리 상인같지만 별 수 없지.


다시 갈려던 그 때 핸드폰이 울렸다.


-문자왔어용~


[무슨소리냐 이건?]


‘아 동생 문자 수신음. 일부러 잘 들리게 바꿔놓았지.’


「다행이네. 그냥 피곤해서 그런거라.. 난 괜찮으니까 제발 위험한 일 하지 마」


답장하지 않았다.


**


[그 날 이후로 별 일 없는건 좋은데 전리품 마저 별 일 없으면 어떡하냐? 이제 2주 지났는데?]


검의 말대로, 다시 서든 게이트 사냥을 나갔다.


협회놈들과 자경단이라 불리는 강도 비슷한 것들을 피하고, 몰래몰래 사냥하는게 오늘로 2주차.


솔직히 성과는 좋지 않았다.


‘첫 날 처럼 또 좋은 일있겠지.’


[그때 죽을뻔한 기억은 어디에 팔아먹은거야?]


불난데 부채질하고 있었지만 답답하긴 나 역시 마찬가지다.


2주동안 얻은 마력석은 고작 천 개. 서든게이트를 하루에 못해도 3번은 들어갔음에도 이랬다. 그나마 검이 현실화 되었기에 망정이지, 그것도 아니었으면 아마 백개도 못얻었을거다.


[목표치가 12,000개라고 했나? 이래서 언제모아?]


‘첫 날에 얻은 기술석 팔면된다.’


[그거 팔아도 많아야 6천개라며? 남은 오천개는?]


‘남은 시간 1주동안 모으면 돼.’


[···어이구.]


그나마 언데드화가 덕분인지 먹는 문제는 얼추 해결되어서 다행이었다. 아직 잠은 자야하는 만큼 졸음은 피할 수 없었지만, 먹는 돈과 시간을 아끼는 것 자체가 나쁘지 않았다.


[그나저나 나를 보자기로 둘둘싸메는건 그만두면 안되냐]


‘안돼. 각성자라도 칼들고다니면 조사 받는 판국인데. 게다가 너 아공간 가방 안에 못들어가잖아? 그러고보니 너 그것도 몰랐냐?’


큰 검을 들고 다니는게 부담스러워 서든 게이트에 들어가자마자 가방안에 검을 넣으려 했지만 안들어갔다.


정확히는 강제로 쑤셔 넣어도 튕겨나왔다.


[그렇게 들어간적이 없으니 모르지.]


‘됐다··· 지금 그거 이야기 하기엔 서든 게이트 들어갈 준비나 하는게 낫지. 열렸다.’


검은 구름이 모이더니 게이트가 열렸다. 이번에는 불과 30걸음 밖에 떨어지지 않다니. 뭔가 운이 좋은데?


‘좋은거 좀 떨어졌으면 좋겠네.’


[응. 이번에도 꽝임. 어제 이상한 약초만 잔뜩 나온거 알지?]


‘···좋은 약초 재료일 수도 있어.’


[웃기고 있네. 아무 마력도 느껴지지 않던데. 그딴건 왜 가방에 쳐넣은거야?]


‘어차피 공간도 넓은데 불평도 많아요. 좀 조용히해 이제 들어가게.’


검이 뭐라고 씨부렸지만 듣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


들어가자마자 보인 풍경은 단 한 단어로 축약할 수 있었다.


[···사막?]


나하고 같은 생각이네.


뭐.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붉은 모래가 수평선 너머까지 가득했으니까. 그나마 다행이라면 하늘에 떠있는 두 개의 태양은 그닥 뜨겁지 않았다. 덕분에 들어오자마자 나가진 않아도 됐다.


[이번에 꽝 같은데. 아무 마수도 안보이고, 보물상자도 안보이고. 그냥 돌아가는게 어때?]


‘혹시 모르니까 앞으로 가보자.’


5분은 걸었지만 보이는건 오직 사막 뿐이었다. 그냥 돌아가는게 낫겠네.


몸을 돌렸을때 게이트에서 실루엣이 반짝였다.


이게 뜻하는 건 단 하나.


누군가 들어왔다는 것. 숨을 장소도 없었기에 협회사람에게 걸리면 끝장이었다.


“여기 뭐야? 사막밖에 없잖아?···누구세요?”


여섯 명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5명의 남자들과 한 명의 여자. 30대 이상으로 보이는 남자들에 비해, 여자 혼자 20대 초반으로 보여 뭔가 되게 이질적이었다.


여자는 어딘가 낯익어보인다. 뭔가 분위기가 동생하고 비슷해서 그런가?


[흠흠. 등급은 F급들 이다. 심지어 여자는 F급중에서도 F급이야. 이정도로 마나가 없으면 거의 일반인 아닌가.. 나참, 간도 좋아요. 이 위험천만한 곳에]


행색을 보아하니 다행히 협회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뭐라고 말하지?


“저.. 협회 사람은 아니시죠?”


내 고민을 덜어주는 질문.


“네.”


“아 다행이네요. 음.. 저희는 과천에서 온 자경단입니다. 혹시 어디 자경단 소속인지..”


“저는 혼자입니다.”


“네? 정말요?”


여자가 놀란듯 물었다. 뭐 그럴만하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서든게이트 특성상, 혼자 다니는건 자살행위나 다름 없었으니까. 나도 어쩔 수 없이 혼자 다니는 거다.


“네. 혼자서 탐방중입니다.”


“얼마나 강하시길래..”


저쪽에서 수근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오해한것 같지만 그냥 내버려뒀다. 나쁠것도 없는데. 자기들끼리 무언가 회의를 하더니 제일 연장자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왔다.


“이왕 이렇게 된거 이번에 같이 탐방하시겠습니까? 저희 등급은 F급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엄청 도움까진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쓸만할 겁니다.”


내가 자기들보다 위라고 판단했는지 뭔가 저자세다.


[거부하지? 어차피 별 도움도 안될텐데]


‘그게 나으려나? 아니야. 5분동안 돌아다녔는데, 여기는 절대 혼자서 못찾아. 차라리 같이 찾는게 나아.’


[흥]


삐지던가 말던가.


“좋습니다. 같이 찾으시죠.”


우리는 팀을 나눠서 찾았다. 2명씩 나눴는데 공교롭게도 여자와 내가 같이 다녔다. 20대는 20대끼리 다녀야한다나 뭐라나. 그래봤자 난 곧 30대인데..


“반가워요! 저는 김가은이라해요.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이영이요.”


“와! 외자 시네요. 그런데 어쩌다가 여기 혼자 오셨어요? 서든게이트는 위험할텐데. 돈벌려고 오신거에요?”


“아니.. 그냥 뭐··· 자경단이 그렇지요.”


“그래도 혼자오시면 위험할텐데. 왠만한 서든게이트를 혼자 제압할정도로 강하신가봐요? 와 부러워라. 저는 F급이거든요. 불 원소석 복용중이구요. 아무래도 불 원소석이 제일 요긴하잖아요? 마수들한테 공격할때도, 길 잃었을때 몸 데피기도. 아, 그러고보니 어떤 원소석 복용중이세요?”


“아직 아무 원소석 안먹었어요.”


“진짜요? 혼자 오실정도면 원소석은 당연히 드실 줄 알았는데. 어떻게 안드신거죠? 잠깐, 원소등급하고 신체등급은 같이 오르는데··· 그러면 설마 F급이세요? 어떻게 F급이 여기 혼자 도는거에요? 위험해요. 제가 아는 사람은 협회에서 일하는데 서든게이트 잘못들어갔다가 악마종들 나와서 아주 고생을 했데요. 날개까지 달려서 저쪽 보면 여기가있고, 여기보면 저쪽 가있었데요.”


아.. 기빨려. 진짜 옆에서 쉴 틈 없이 종알종알 대는게 동생하고 똑같네.


[난 귀도 없는데 귀아프네. 좀 닥치라고 하면 안돼?]


‘안해’


단호하게 말하긴 했지만, 사실 혹했다.


“아, 제가 너무 제 이야기만 했죠? 죄송해요. 같은 나이또래 보는건 좀 오랜만이라. 맨날 자경단 오빠들하고만 다니다보니 이런저런 이야기 할 상대가 없었거든요. 게다가 오빠들은 조금 어렵기도하고. 죄송해요. 아, 이거 받으세요.”


아공간 가방을 불러낸 가은이 내게 무언가를 건네 주었다. 손바닥만한 병에 담긴 빨간 물약.


체력 포션이다


“혹시라도 위험한 일 생기면 바로 쭉 들이켜 마시세요. 이거 굉장히 뛰어난 연금술사가 만든 물약이래요. 저도 아시는 분에게 겨우 받은거에요. 마셔보니 진짜 효과가 좋긴 좋더라구요. 아, 이거 줬다는거 비밀이에요.”


헤헷하며 웃는 표정.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게 꼭 동생닮았다. 외모는 분명 다른데, 느낌이 비슷하다.


“고마워요.”


“고마우시면 나중에 꼭 보답해줘요! 헤헷 농담이에요. 부담 없이 쓰세요···아! 신호탄 터졌네요.”


공중에서 작은 폭죽이 터졌다.


“터진 장소로 집합하라는 뜻이에요. 뭘 찾았나보네요. 얼른가죠.”


“아.. 저는 과천 자경단 소속은 아니라서.”


“음.. 그러면 저 혼자 가볼께요!”


**


가은이 돌아갔다고해서 내가 딱히 할 일이 있는건 아니었다.


그냥 돌아가자. 왜 신호탄 올린건지 궁금하니.


근처로가자마자 보인건 사람들이었다.


[가까이 안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여기서 지켜봐야지. 뭐 사막밖에 없어서 그런지 여기서도 소리는 잘 들리니까.’


방금 전과는 다른 무리의 5명의 사람들이다.


[이 놈들은 누구야? 한 패인가?]


답은 밝혀졌다.


“당신들은 누구야?”


과천 자경단 연장자가 경계하면서 묻자 제일 연장자가 앞으로 나서며 대답했다.


“아, 저희는 군포에서 온 자경단입니다. 혹시 어디서 오셨습니까?”


“저희는 과천지역 자경단 입니다. 근처에서 오셨군요.”


서로 경계를 하긴했지만 일촉즐발의 상황은 아니었다. 있는건 모래뿐이었다. 아무리봐도 전리품이 보이지 않는 환경.


그걸 증명하듯 무기에 손 잡는 사람도 없고, 원소를 내뿜는 사람도 없고.. 아 아직 F급이라 못하는건가?


“···저희가 샅샅이 뒤져봤지만 아무것도 없는걸 확인했습니다.”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인가요?”


“네. 심지어는 아무 마수들조차. 아 잠시만요.”


먼저 들어온 과천 자경단 무리에서 서로 귓속말을 속삭였다. 잠깐 같이 행동했다하더라도 이방인은 이방인. 무슨 말인지 정확히 듣긴 어려웠다. 다만, 표정이 안좋아지는걸 넘어 심각해지는걸보아 좋은 소식은 아닌 듯 했다.


심지어 몇몇은 사색이 되기 까지.


이상하게 여긴 군포 자경단에서 누군가 물었다.


“왜 그러시죠?”


“여.. 여기에.. 어..”


“어?”


“언데드가 있어요.”


모두의 표정이 하얗게 변했다. 나도 마찬가지 심장이 덜컹거렸다. 저들과는 다른의미로.


[···너 말하는거 아니냐? 어떻게 안거지?]


“어..언데드가 있다구요?”


“언데드면 보스급은 최소 D급.. 일반 언데드는 최소 C급 아닙니까?”


이곳저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군포 자경단 쪽에서 항의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여기에 좋은 아이템을 발견하셔서 거짓말 하시는거 아닙니까? 저희를 겁준다음에 독식할 마음으로요.”


“저희를 뭐로 아는 겁니까!.. 좋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알게되었는지 설명 드리지요. 가은씨 나와서 설명드려요.”


가은이 앞으로 나왔다. 당당하게.


저런거 보면 꼭 동생같단 말이야.


가은이 품속에서 무언갈 뒤지더니 손바닥만한 무언가를 내밀었다. 전면에 스마트폰 같은 화면이 박혀있었는데, 세 글자가 선명하게 비추고 있었다.


『언데드」


“이건 주위의 마수들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종류인지 알려주는 탐지기 입니다.”


“탐지기? 그 비싼걸 가지고 있다고?”


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니 탐지기는 게이트에서 마수 종류들 알려고 쓰는거아냐? 언데드나 악마,천사류 같은.”


인간형이나 야수형 같은 낮은 등급의 마수들과 다르게 높은 등급의 마수들은 종류에 따라 공략법이 조금씩 달라진다.


그런만큼 B급 이상의 각성자들은 탐지기를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종종있었다. 워낙 비싼 가격때문에 거의 들고다니진 않지만.


“아니 여성분 등급이 어떻게 되길래..”


모두의 시선이 꽂혔다. 이걸 가지고 다닐 정도면 최소 B급은 아니냐는 이야기. 곧이어 가은의 입에서 떨어진말은 군포 자경단을 놀라게하기엔 충분했다.


반대로.


“F급입니다.”


“···?”


몇몇의 표정이 의아하게 변했고 더러는 웃음조차 참지 못했다. 하지만 가은은 부끄러워하는 기색 하나 없었다. 나같았으면 움츠러들만도 한데.


[F급 따위가 저리 당당하다니. 어이없네.]


‘중요한건 태도지 등급이 아니야.’


[웃기고 있네. 그런건 등급 낮은 사람이 자신을 위로하려고 하는 말이지. 너처럼. 그나저나 탐지에 걸릴줄이야. 너인거 알면 어떻게 하려고?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죽이게?]


‘아니.’


[하- 그러면 그냥 죽어주게?]


‘아니. 생각중이니 좀 닥치고 있어.’


“중요한건 여기에 언데드가 있다는거죠. 반경 100m안에요.”


“뭐? 장난하나.. 언데드는 커녕 마수조차 안보이는데?”


“저거 그냥 가짜아냐?”


의심하며 수근대는 소리. 군포 자경단 무리중 연장자가 손을 들어 제지시키자 조용해졌다.


“언데드가 있는거 알면 왜 도망치지 않고 여기에 있었습니까?”


그건 나도 궁금하네. 탐지기를 왜 지금에서야 봤지?


하지만 궁금증은 오래지 않아 해결됐다..


“탐지기는 바로 가동되는게 아닙니다. 탐지시간 및 준비시간이 30분정도 걸립니다. 입장하자마자 즉시 가동시켰죠.”


내 동생처럼 막힘없이 해답을 주었지만, 군포 자경단 무리에서 성난 기색이 뿜어졌다.


“웃기고 있네.”


“거짓말 하지마라.”


평온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이거 ‘내가 범인이오.’ 라고 솔직히 말해야하나? 물론 그럴 생각은 없었다. 그랬다간 저들의 무기가 내게 꽂힐게 뻔하니까.


물론 그런다고해도 저들을 모두 제압할 자신은 있었다. 하지만 내게 아무런 죄도 저지르지 않은 사람들을 헤치고 싶진 않을뿐.


그러나 상황은 속편히 지나가지 않았다.


“아하하.. 그딴 거짓말로 우리를 속이려 치다니. 아 좋아, 언데드가 있다치자. 그렇다는건 여기에 누군가 죽어도 우리 탓으로 돌리진 못한다는 이야기네?”


싸늘한 목소리.


“뭐요?”


“뭐긴. 니들 말대로라면 다 죽여도 우리가 했는지 언데드가 했는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지.. 애들아.”


“네 형님!”


“다 죽여라. 여자는 남기고.”


“예! 죽어라!”


과천 5명과 군포 5명이 맞붙었다.


처음엔 대등해보였지만 어느새 군포쪽이 우위를 점했다. F급들만 있던 과천과 달리 군포는 E급도 한 두명 있었으니까.


[안 도와줄거냐?]


‘···도와주려면 반드시 기술을 써야해. 그러면 여기 있는 모두를 다 죽여야해. 목격자를 남겨둘 순 없으니.’


[그래도-]


‘어줍잖은 함정빠트릴 생각말고 빠져있어.’


어느덧 싸움은 막바지에 이르렀다. 군포쪽은 한 두명이 부상당해 쓰러져있었지만 과천쪽은 반대로 한 두명 빼곤 모두 살아남기 어려워보였다.


온전한 상태인 사람은 오직 하나. 가은이었다.


“흐흐흐. 여자 혼자 남았네?”


“우리 요구를 들어주면, 살려줄지도 모르지.”


가은이 홀로 떨어진 나를 쳐다봤다. 동그란 눈으로 울먹이는게 보였지만, 당황하진 않았다. 그저, 작게 한 마디 내뱉었을뿐.


“저 분은 보내주세요.. 저희와 관계 없어요.”


“너 하는거에 따라서.”


“흐흐흐”


왜 하필 그때 동생이 생각나는지 잘 모르겠다. 동생이 나 대신 희생해서 그런건가? 아니면 마수들에게 쫓길때, 용기가 없던 나와다르게 앞장서서 마수들을 유인해서 그런가? 그 때문에 입원한게 마음에 걸린건가?


마음 속에서 뭔가가 응어리 맺혔다.


하 씨발. 좆같네.


“이 썅년아. 저 시체들 처럼 되고 싶지 않다면 가만히 있어”


‘시체.’


생각은 곧 행동으로 나왔다.


나도 모르게.


“일어나라. 죽음의 전사들아, 이 세상을 혼돈으로 뒤덮어라.”


――――――――――――――――――――――――

【D급 시체 일으키기 - D등급 이하 시체를 언데드로 부활. D등급의 능력치 부여. 지속 시간 5분. 쿨타임 30분. 검의 레벨이 오를때마다 지속시간 및 등급 증가.】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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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광멸 흡수 24.11.04 137 0 14쪽
98 뼈를 얻으려면 가끔은 살도 내주어야 하는 법 24.11.02 14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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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정수 흡수 24.10.22 143 0 12쪽
89 생명의 심장 24.10.21 140 0 11쪽
88 허 찌르기 24.10.18 155 0 12쪽
87 처음 뵙겠습니다 24.10.17 144 0 11쪽
86 변수 만들기 24.10.16 146 0 11쪽
85 왜 직접 안 나서는거지? 24.10.15 147 0 12쪽
84 생명 혼돈계 수장 24.10.14 162 0 12쪽
83 예상치 못한 존재 24.10.11 153 0 12쪽
82 울릉도로 24.10.10 15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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