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회빙환 단속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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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딘02
작품등록일 :
2024.06.22 02:33
최근연재일 :
2024.07.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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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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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 오리엔테이션

DUMMY








멀티버스의 창세 이례로 회빙환이 이렇게 유행한 적은 없었어.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여러 캐릭터들이 세계관을 넘나들며 회귀하거나, 빙의하거나, 환생하고 있지.


하지만 만약 이런 자들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어느 법으로 그들을 심판해야 할까?


그들은 전생 후의 세계에 속한 존재도, 전생 이전의 세계에 속한 존재도 아니야.


그래서 우리 기관의 설립자는 멀티버스 공통의 법률을 만들어 이런 초차원적 범죄자들을 심판하기로 했지.


그리고 그 법률의 집행기관으로서 이곳, 차원의 틈에 우리 기관을 창설했어.


Multiverse Law Enforcement Association.

다중차원 치안단속국.


우리는 줄여서 단속국이라고 부르지.


단속국은 빙의자와 회귀자를 제재하며, 환생자를 포함한 그 밖의 멀티버스 여행자의 범죄행위를 감시해.


아, 왜 빙의자와 회귀자만 즉시 제재하고 나머지는 감시만 하냐고?

아주 좋은 질문이야.


빙의자는 빙의와 동시에 빙의한 신체에 본래 깃들어 있던 인격을 말소시키게 돼.


그렇기에 단속국은 빙의 자체가 살인 혹은 치사 및 사칭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보는 거야.

간단하지?


하지만 회귀의 처벌 사유는 조금 어려운 구석이 있어.


관점에 따라서는 철학적인 문제로 보이기도 하지.


회귀자의 회귀는 개인 단위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야.


회귀의 시간역행은 회귀자의 세계관에 있는 모든 물질 엔트로피에 적용돼.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전부 없었던 게 되고, 회귀자는 자기 입맛대로 이미 지나왔던 과거를 다시 쓰기 시작해.


예를 들어 네가 누군가랑 결혼해서 낳은 아기가, 회귀자의 시간역행으로 없던 게 돼버렸다면 화나지 않겠어?


그리고 회귀자가 바꾼 운명으로 인해 그 아기가 존재할 가능성조차 영영 사라지고 만다면?


그것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네가 모르는 사이에 그 상실이 반복된다면 말이야.


대충 이런 이유로 빙의와 회귀는 그 자체가 범죄로 간주 돼.


다만 환생은 따로 범죄를 짓지 않는 한 건드리지 않지.


하여간 단속국은 이러한 멀티버스 범죄의 수사를 위해 크게 세 개의 부서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어.


첫 번째는 내가 속한 작전과.


직접 현장을 뛰면서 멀티버스의 범죄자를 잡는 멋진 팀이야!

현실의 형사과 강력반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두 번째는 수사과.


본부에서 서류 정리나 하는 재미없는 데다, 게으르기 짝이 없는 녀석들이지.

일단은 네가 배속될 부서이기도 하고.


세 번째로 감시과가 있긴 한데···


이건 몰라도 되니까 대충 넘어가자!


-


“···대략적인 설명은 이걸로 끝. 지금까지 네 오리엔테이션을 맡은 이 몸으로 말할 것 같으면 단속국 형사6팀 수석 작전관. 루시 콜로노! 앞으로 잘 부탁해~”


나는 그렇게 말하며 윙크했다.


발랄한 발표 끝의 예쁜 미소라니.

그야말로 화룡점정.


내가 생각해도 이 몸은 정말 완벽하다!


‘전부 신입에게 잘 보이기 위한 책략이지. 후후···’

···라고 생각하던 차, 신입이 손을 번쩍 들었다.


“응. 질문 있으면 해.”

“저어···”


신입 수사관 파비안 윈드리버.


멀끔한 인상에 세월의 때가 묻지 않은 젊은 청년.


오늘 막 부임한 번쩍번쩍한 새삥이다!


녀석은 수줍게 질문했다.


“근데··· 작전과인 루시 선배님께서 왜 수사과 신입인 저의 오리엔테이션을···?”

“아. 그건 말이지!”


그런 사소한 걸 캐치하다니.

이 녀석. 날카로운걸?


나는 그에게 바짝 다가가 속삭였다.


“···우리 팀에는 항상 사람이 부족하거든···! 그래서 너를 좀 데려다 쓰고 싶은데··· 작전과에 들어올 생각은 없어?”

“예에···?”


당황하는 표정.


“그건 너무 갑작스러운데요······.”


요 귀여운 녀석.

거절하고 싶은 모양이지만, 너는 이미 내 포로야.


나는 녀석의 등을 팡팡 때리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유 미안해라. 지금 당장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아. 어차피 오늘은 하루 종일 내가 네 옆에 붙어 있을 거거든. 내 팀에 오고 싶어지면 언제든 말해!”

“붙어 있을 거라고요···? 하루 종일? 전우조 같은 건가요?”

“그건 곧 알게 될 거야~”


나는 서둘러 서류와 짐을 챙겨서 회의실의 출구 쪽에 섰다.


그리고 파비안에게 손짓했다.


“자. 따라와. 나랑 갈 곳이 있어.”



우리는 단속국 중앙의 나선계단을 올랐다.


개방된 나선계단의 주위로는 단속국의 내부 정경이 훤히 펼쳐진다.


파비안은 견학 온 어린애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폈다.


그야, 신입에겐 신기하겠지.


나도 저런 시절이 있긴 했지~

괜히 추억에 젖게 되는구만.


“근데 저희 어디로 가는 건가요?”

“응? 국장실.”

“예?!”

“뭘 그렇게 놀라? 새로 왔는데 인사는 해야지. 좀 받을 것도 있고.”

“아··· 그렇죠. 네.”

“봐. 벌써 다 왔다.”


우리는 마침내 계단으로부터 해방되었다.


이곳이 단속국의 최상층이니까.


그리고 이 층엔 문이 하나뿐이다.

국장실.


“과장님. 들어갑니다!”

“어? 여기 국장실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응. 그런 게 있어~”


나는 대충 문을 밀고 들어갔다.


방의 정면에는 서류 결제에 여념이 없는 한 사람이 있었다.


눈과 얼음으로 조각된 것만 같은 백발 벽안의 여자.


그녀는 그 희고 긴 속눈썹 사이로 비스듬히 나를 응시했다.


“들어오라고 말한 기억은 없다만.”

“대답이 없길래 드디어 돌아가셨나 싶어서 급히 들어왔죠.”

“그래서, 또 신입을 납치한 건가?”


그녀의 시선이 파비안을 향했다.


그러자 파비안은 급히 그녀에게 경례했다.


“충성! 신입 수사관 파비안 윈드리버라고 합니다.”

“그래. 나는 작전과장 아나첼이다. 지금은 국장 대행이기도 하지. 그리고 충성 같은 건 필요 없어. 경례도 필요 없고. 여긴 군대가 아니다.”

“알겠습니다!”

“음.”


인사도 대충 시켰고···

진짜 용건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


나는 과장에게 슬며시 고개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선수를 친 건 과장이었다.


“이번에 들어온 사건, 네가 맡겠다는 거지?”

“어머, 우리 과장님··· 소식도 빠르셔라.”

“게다가 이 신입도 데려가겠다는 거고.”


어우. 이 무서운 할망구.

눈치는 귀신이에요.


“맞아요. 그래서 말인데······.”

“신입은 사건 내용을 모를 테니, 여기서 설명하도록.”


성질도 급해라.

말을 끝까지 듣는 법이 없어요.


다 알겠으니까 일이나 시작해라 이거지?


뭐, 어찌 됐든 과장은 내 모든 요청을 묵인했다.


“충성~ 고맙습니다! 과장님~”

“충성은 필요 없어.”

“헤헤.”


나는 국장실 구석의 화이트보드를 끌어왔다.


“어··· 도와드릴까요? 선배님?”


얼어있던 파비안이 그렇게 물었지만, 나는 손사래를 쳤다.


“아니야~ 우리 후배님께서는 가만히 있어. 내가 직접 갈 테니까.”

“그래도······.”


아니 신입 교육에서 가장 재밌는 부분을 빼앗길 수는 없지.


선배가 일하는 걸 지켜보며 안절부절못하는 신참.


이것 만한 구경거리가 없거든.


“자, 대령이오~”


나는 가져온 화이트보드를 퉁퉁 두드렸다.


그 위에는 각종 범죄와 그 용의자의 정보가 정리되어 있었다.


“주목. 주목 부탁드립니다. 특히 우리 신입 파비안 군은 말이지. 이게 우리가 오늘 맡게 될 사건이거든.”

“우리? 오늘이라고요? 벌써요?”

“자, 그러면 설명 들어갑니다.”


나는 재빨리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녀석이 뭔가 항의라도 시작하면 곤란하니까~


-


이번 사건의 용의자는 환생자 아브락사스.

전생의 본명은 채정온, 향년 15세.


태생은 세계관-001, ‘지구’.


공교롭게도 파비안 너랑 같은 출신이네?


전생에는 파릇파릇한 신입 여고생이었는데··· 트럭사고로 꽈당!


그렇게 죽어서 영혼만 남아 떠돌다가 그만, 어떤 ‘작가’님의 축복을 받고 말았지 뭐야?


아, 여기서 ‘작가’라는 건 멀티버스에 존재하는 각 세계관의 창조자 같은 존재야.


성좌물은 좀 봤지?

거기 나오는 초월자 비슷한 거니까 대충 그렇게만 인지해.


하여간 그 작가님이 다시 써준 운명에 의해 용의자 채정온은 이세계에 환생하게 됐어.


현재 그녀가 살고 있는 세계인 ‘세계관-366, 중간계’에 말이지!


어 뭐야, 벌써 질문이 생겼어?

아냐아냐, 사양할 것 없어. 말해봐.


아아~

환생자는 따로 죄목이 없으면 벌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왜 이 사람이 수사 대상이 된 거냐고?


아, 역시 우리 신입!

아주 좋은 타이밍에 좋은 지적을 해줬어!


-


“그야 당연히 용의자에게 환생 외의 죄가 있다는 이야기겠지?”


나는 화이트보드의 한편을 손으로 가리켰다.


거기엔 어떤 사진 자료가 있었다.

하도 거무튀튀해서 거의 흑백사진으로 보이는 사진.


파비안은 그 사진에 고개를 들이밀었다.


“이게··· 도대체 뭐죠?”

“불탄 사람.”

“네···?”

“그 사진 안에만 100명 정도 될걸?”

“······!”


파비안은 황급히 사진으로부터 거리를 두었다.


그래, 당연한 반응이지

하지만 아직 충격받기엔 이른데.


훨씬 중대한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는걸.


“벌써 그렇게 당황하면 이번엔 어쩌려고? 심호흡이라도 하고 들어.”


나는 목소리를 낮추고, 담담하게 고했다.


“용의자 아브락사스에게는 세계관-366의 인간종 1,330만 명에 대한 학살 혐의가 있어.”

“뭐··· 뭐라고요? 1,330명?”

“아니. 제대로 들어야지.”


나는 사진 밑을 가리켰다.

그곳엔 한 숫자가 쓰여 있었다.


‘13,300,000’


그 막대한 숫자에 압도된 것일까.

파비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장악했던 경악의 감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는 냉철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1,330만 명, 많이도 죽였네요. 얼마나 걸렸죠?”

“···3일 이하.”

“정말인가요? 속도가 말이 안 되는데요.”


그 반응에는 나도 놀랐다.

마치 사람이 바뀐 것 같다.


뭐야 이 녀석.

그냥 순진무구한 신인인 줄 알았더니, 이런 면이 있다니.


방금까지의 신입답던 파비안은 어디 갔는지.


이 녀석은 벌써 냉정한 태도로 분석에 임하고 있다.


고기능 소시오패스?

아니면 정말로 인격의 전환인가?


이 신입, 생각보다 흥미롭다.


“1,330만이라는 건 정말 막대한 숫자예요. 거의 국가 하나 수준의······.”

“감이 좋네. 너.”

“네?”

“네 말이 맞아. 아브락사스는 국가 하나를 멸망시켰어. 아니, 말소시켰지. 사람 한 명, 풀 한 포기 안 남기고. 전부.”

“전쟁이라도 일으킨 건가요? 지구의 히틀러처럼 조직적인 인종청소를 한 거라면······.”


으음. 합리적인 추론이지만···

아쉽게도 그건 아니다.


“혼자서 한 일이야.”

“말도 안 돼요. 환생자로서 아무리 강한 힘을 받았다 해도, 1,330만을 사흘 만에 죽인다고요? 저건 개인이 하기에는 너무나도 수고스러운 일이에요.”

“그렇게 수고스럽지는 않았을걸.”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백문이 불여일견.

나는 대답하는 대신 화이트보드의 다른 쪽으로 손을 뻗었다.


“······!”


또 하나의 사진 자료.


그곳에는 한 쌍의 날개와 거친 비늘을 가진 흉포한 인상의 파충류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과거의 채정온.

현재의 아브락사스였다.


“지금 네가 보는 게 용의자 아브락사스. 드래곤이지.”

“저희가 이걸 잡으러 가야 한다고요···?”


아아.

이 선배님은 네가 그렇게 묻는 순간만을 기다려 왔단다.


나는 활짝 웃으며,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그러자 지금까지 듣고만 있던 국장이 입을 열었다.


“들었다시피 이 사건의 수사는 사안이 사안인 만큼 매우 중요하다. 너희는 지금 당장 세계관-366으로 가줘야겠어.”

“예?! 당장이요?”


역시나 파비안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 불쌍한 녀석아···

저 노인네의 차가운 얼굴 앞에서 그런 저항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단다.


“자, 이제 가서 성과를 가져오도록. 나가봐.”


과장은 쿨하게 우릴 쫓아냈다.


파비안은 울상이 돼서 나를 바라보았다.


“드래곤···? 저는 오늘 처음인데 드래곤을 잡으라뇨···?”


큭큭큭.


녀석, 표정좀 보게.

귀여워서 괜히 웃음이 나온다.


“뭘 그렇게 쫄아 있어?”

“어떻게 안 쫄아요! 초장부터 다른 부서 일을 맡아서 용이랑 싸우게 생겼는데요!”

“하핫.”

“웃음이 나오시냐구요!”


신참은 벌벌 떨며 소리쳤다.


국장실에서의 담력이랑 냉철함은 어디로 간 거야?


아니, 이렇게 선배한테 소리 지르는 것도 하나의 담력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나는 그의 등을 두드리며 안심시켰다.


“괜찮아, 괜찮아~ 너도 꽤 강하잖니~? 환생자니까!”

“으윽······.”

“그리고 걱정하지 마! 강인무적최강인 이 선배님이 있으니까! 이렇게 강하고 아름다운 이 몸과 같이 일할 수 있는 걸 행운이라고 생각하라고!”


모든 단속국 직원은 회귀, 빙의, 환생 등을 겪은 멀티버스 여행자로 구성되어 있다.


당연히 파비안과 나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회귀자와 빙의자와 환생자의 쫓고 쫓기는 난투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부디,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로 맞아주시길 부탁한다.


그 장중한 이야기의 서막이 지금 열릴 테니까!


작가의말

매일 15시 연재합니다.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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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회 : 악역영애와 춤을 (3) 24.06.29 3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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