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회빙환 단속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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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딘02
작품등록일 :
2024.06.22 02:33
최근연재일 :
2024.07.06 15:00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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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4,044

작성
24.06.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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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4회 : 드래곤은 여고생 (3)

DUMMY









“재미있긴 뭐가 재밌습니까! 저렇게 멀리 날아가 버렸는데! 어떻게 쫓을 거냐구요!”


아으. 시끄러운 후배님이 또 떠들기 시작했다.


난 대충 귀를 후비며 대답했다.


“못 쫓아갈 거였으면 놓아주지도 않았어.”

“예에? 저걸 어떻게 쫓을 건데요! 선배는 하늘이라도 날 수 있습니까?!”

“못할 것도 없지. 근데 그럴 필요가 없어.”


나는 그렇게 대답하며, 주머니에서 인이어를 꺼내 귓구멍에 쑤셔 넣었다.


“아, 맞다. 너도 해줘야지.”

“?”


그리고 파비안의 주머니에서도 같은 걸 꺼내 건네주었다.


“이게 뭐예요? 언제부터 있었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부터 있었지 이 녀석아. 귀에 끼우기나 하셔.”


나는 인이어의 버튼을 눌렀다.


그것은 통신기였다.


“어이. 제레미. 모니터링 중이지? 우릴 아브락사스의 등 위로 워프시켜. 지금 당장.”


내가 그렇게 말하자, 인이어에서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늘 말하지만, 그게 말만 한다고 바로바로 되는 게 아니라고.

“몇 분 걸리는데?”

- 아, 빌어먹을. 행성 자전에··· 아브락사스는 소리의 다섯 배 속도로 이동하고 있고··· 멈춰 있는 너희를 그 등에 태우려면 관성까지 고려야 해.

“그래서 몇 분 걸리냐고!”

- 5분. 그때까지 닥치고 기다려.


그 말을 끝으로 통신 종료의 노이즈가 지직댔다.

이런 버릇없는 녀석 같으니.


하여간, 제레미 덕분에 5분의 휴식 시간이 생겼다.


“들었지? 5분 간 노가리라도 까자.”

“노가리?! 지금 장난해요? 바로 뭔가 작전회의라도 해야······.”

“쌈박질 대책 같은 건 대충 싸우면서 세워도 그만이야.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게 있어.”

“···뭐길래요?”


나는 대뜸, 이렇게 되물었다.


“너. 아브락사스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

“······.”


의외의 질문이지?

우리 후배님, 당황했구나?


“···그런 건 뭐하러 물어요? 1,330만의 학살자죠. 그것뿐이에요.”

“나는 그런 대답을 원한 게 아니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너라는 개인이 그 1,330만의 학살자 아브락사스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거야.”

“······.”


마음의 갈등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


당돌한 후배님도 이번엔 쉽게 대답하긴 어려울걸?


역시, 이 선배님의 도움이 없으면 안된다니까.


“질문이 너한테는 너~무 어려웠던 모양이니까. 대신 이렇게 물어봐야겠네.”


나는 질문을 정정했다.


“너한테 아브락사스는 악독한 사이코패스처럼 보였어?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쓴 악마처럼 보였니?”


파비안은 대답을 망설이다, 결국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래.

그게 내가 바란 대답이었어.


“응. 아브락사스는 사람이야. 평범한 여고생이었던 전생의 나이까지 전부 합쳐도 몇십 살밖에 안 된 사람.”

“하지만 그게 어쨌다는 거죠? 그녀는 학살자예요. 그녀가 과거에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든, 얼마나 좋은 의도를 가지고 그 일을 저질렀든, 그건 부정할 수 없어요.”

“네 말이 전부 맞아.”


나는 할일없는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처음부터 나빴던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있을 수 있겠지. 하지만 네가 말했듯이, 좋은 사람도 얼마든지 범죄자가 될 수 있어.”


나는 말을 이어갔다.


“그렇기에 우리는 악인을 처단하는 존재가 아니라 범죄를 ‘단속’하는 존재가 되어야 해. 범죄자가 악인이냐 선인이냐에 상관없이, 스스로 저지른 일의 책임을 지게 하기 위해서.”

“···왜 저한테 이런 얘기를 해주는 거죠?”

“네가 피의자를 증오하려고 노력하는 거 같아서.”

“······!”


어때, 찔리니?


냉철한 것 같아도 표정은 솔직한 점이 귀엽단 말이지. 우리 후배님은.


“굳이 애써서 범죄자를 미워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그걸 가르쳐주려고 저와 아브락사스를 만나게 한 건가요?”

“응. 신참이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게 그런 마음가짐이라고 나는 생각하거든.”

“선배······.”


그의 목소리에 미세한 감동이 묻어났다.


하핫.

그런 눈으로 보니까 괜히 부끄럽네.


그런데 어떡해?

그 감동, 곧 깨질 텐데.


“근데 내가 아브락사스를 놓아준 이유는 그냥 내가 싸우고 싶어서였어~”


예상대로.

파비안의 표정이 급속도로 썩어갔다.


역시 말하지 말 걸 그랬나.


하지만 존경받는 선배 역할 같은 건 부담스러운걸.


“으으으······!”


파비안은 기를 모으고 있었다.

온몸의 화를 한 번에 터뜨리려는 모양이었다.


그렇겐 안되지.

후배님은 귀여운 구석도 있지만, 시끄러워도 너무 시끄럽다.


어디 주의를 돌려볼까···


“우리, 곧 아브락사스의 등으로 워프한다고 했었지?”

“···?”

“그래서 막간을 이용한 수수께끼! 드래곤이 자기 등에 적을 태우면 어떻게 될~까?”

“······?”


좋아. 호기심이 느껴진다.

주의 돌리기는 성공했다.


“정답은~ 추락합니다! 드래곤이 등장하는 작품의 흔한 클리셰지~”

“···그래서 뭐 어쩌라고요.”

“처음에 네가 작전회의 하자며?”

“방금 그게 작전이었어요? 아브락사스의 등에 워프해서 그녀를 추락시키자?”

“맞아!”

“그건 그냥 클리셰잖아요··· 그런 어린애 장난 같은 작전이 통할 리가······.”


어린애 장난이라니, 정말 몰라도 뭘 모르네~


“이거 이거.”


나는 목의 초커를 톡톡 두드렸다.

아까 무기고에서 활과 함께 받은 바로 그것이었다.


“이게 그 어린애 장난을 현실로 만들어 줄 거거든.”

“예?”


뭐라 더 설명은 해주고 싶지만,

어쩌나? 시간이 다 되고 말았다.


몸이 붕 뜨는 듯한 감각.


“시작된다.”

“뭐ㄱ······.”


이번에는 파비안이 반문할 틈도 없었다.


“5분 땡!”


워프는 순식간에 완료되고,

우리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아브락사스의 등 위로!


파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돌풍이 우리의 몸을 부숴버릴 듯 닥쳐왔다.


지금 우리와 아브락사스의 수평 상대속도는 0.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무슨 뜻이긴!

우리가 드래곤 아브락사스와 같은 속도로 바람을 가로지르고 있다는 뜻이지!


마하 5의 속도로!


-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인이어 너머로 파비안의 비명.

좋아 아주 활기차군!


“후배님! 거기서 똑똑히 보라고! 꿈이 현실이 되는 걸 말이지!”


나는 구름을 밟고 도약했다.


내 각력에 밀려난 구름은 폭발하고,

내 몸은 공기를 찢으며 드래곤의 등을 향해 미친 듯이 가속했다.


동시에 나는 초커의 전원을 켰다.


그리고 이렇게 속삭였다.


「등에 적을 태운 용은 추락한다.」


그 순간, 시공간이 일그러지며 운명을 다시 썼다.


꽈앙-!

내 주먹과 드래곤의 거체가 충돌하며 무지막지한 충격파가 일었다.


“워! 손맛이 괜찮은데···!”


충격파는 근방의 모든 구름을 찢고 그 흔적을 남겼다.


하늘에 둥근 고리가 그려졌다.


무방비 상태에서의 일격.

아무리 드래곤이라도 무지막지한 타격일 거다!


등이 터져 걸레짝이 된 드래곤이 지면을 향해 추락하고 있었다.


“하핫! 이거지. 봤어, 후배님!?”

- 와.


파비안은 감탄으로 호응했다.

흠, 좋아. 알아주는군.


- 와아아아아아아아!!!


아, 감탄이 아니라 비명이었네.


“귀청 떨어지겠네! 살려줄 테니까 소리 좀 그만 지를 수 없을까?”


나는 파비안 쪽을 돌아보았다.


우리 가여운 후배님은 드래곤과 거의 동등한 속도로 추락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주문을 속삭였다.


「악마의 등에는 날개가 있다.」


초커는 그 목소리에 반응해 내 신체 구조를 약간 바꿔놓았다.


등에 돋아난 네 장의 날개.


나는 파비안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자··· 이렇게!

잡았다!


멋진 공주님 안기로 나는 그를 받아냈다.


날갯짓하는 내 품에서 그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어때, 역시 선배님뿐이지?


“으아아······?”

“소리 좀 그만 질러~ 네 통신 꺼버린다?”

“선배 진짜로 날 수 있었군요···!”

“후훗. 이 초천재최강미소녀 선배님이 뭔들 못하겠어?”

“하지만 그 날개··· 원래 없었잖아요···? 그 엄청난 주먹질도 그렇고··· 도대체 어떻게 한 거죠?”

“말했잖아. 이거!”


나는 파비안과 내 목에 걸린 초커를 향해 눈짓했다.


“이게 바로 단속국 비장의 무기. 멀티버스 공권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지!”

“이게 뭔데요?”


그는 자기 목의 초커를 만지작거렸다.


후배님도 참 둔감하구만~

슬슬 눈치챌 만도 한데 말이지.


“초차원간섭 현실성 교란기.”

“···교란기?”

“다른 세계관의 클리셰를 불러와 현재 위상에 재연할 수 있는 장치야! 어때, 이해하겠어?”

“아뇨, 전혀 못 알아듣겠는데요.”

“그치~ 그럴 줄 알았어!”


나는 그를 껴안고 지상으로 날갯짓했다.


“아니이! 그래도 알려줘야 어떻게 써먹을 것 아닙니까아아!”

“못 알아듣겠으면 대충 이렇게 생각해. 현실조작··· 공상구현화··· 데우스 엑스 마키나랄까··· 아, 그래! 주인공 보정 같은 거지!”

“주인공 보정···?”

“응. 주인공.”


나는 그에게 말했다.


“재벌물이 됐든, 아카데미물이 됐든! 각 세계관의 주인공은 따로 있겠지. 근데 이 멀티버스 전체를 둘러싼 모험 활극의 주인공은 우리 단속반이거든!”


나는 마침내 지면에 착지했다.

그리고 우리 눈치 없는 후배님을 내려놓았다.


“그러니까 세상은 우릴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말씀! 주인공은 반드시 승리한다! 알겠어?”


우리의 눈앞에는 추락한 드래곤이 있었다.


“뭐··· 모르겠지만··· 일단 이 드래곤은···”


파비안이 중얼거렸다.


“···해치웠나?”

“아악! 그 말을 해버리면 어떡해!”

“왜 그러세요? 뭐 문제 있어요?”

“그건 망할 부활의 주문이라고!”


이 멍텅구리 후배님!


클리셰를 몰라도 너무 모르잖아!


“그런 소릴 해버리면 쓰러진 적도 무조건 살아 돌아온단 말이야!”


그렇게 말하기 무섭게 드래곤의 몸이 재생하기 시작했다.


“너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잡아야 하게 생겼잖아아!”

“저 때문이에요? 진짜로 제 말이 현실이 된거라고요!?”

“내가 말했잖아! 초커는 클리셰를 현실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고! 그러니까 초커를 끼고 있을 땐 항상 입조심 해야 해!”

“그러면 이제 어떡하죠?”

“어떡하긴···!”


지금이야 말로 전략을 구상할 때지!


“내가 위기에 처하면, 네가 구해줘야 해!”

“네? 어떻게요?!”

“으휴! 이 바보야!”


나는 그의 대궁을 가리켰다.


“궁수는 중요한 순간에 주인공을 도우라고 있는 거라구! 그런 기본적인 클리셰도 모르다니!”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너 X빗이란 영화 봤어?”

“호··· 뭐요?”

“그거 3편. 저 집채만 한 드래곤이 X마우그고, 네가 경비대장이라고 생각해!”


그러고서 나는 정말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다리 근육이 터질 듯 팽창하고,

공기가 찢어지며 폭발했다.


근데 인이어 너머로 파비안이 말했다.


- 근데 선배님···?

“왜!”

- 못 본 거 같은데요··· 그 영화.

“와! 어떻게 그걸 안 볼 수가 있어?”

- 아니··· 반X의 제왕이면 몰라도 그건 잘 안 보죠······.


이래서 요즘 젊은것들이란!

나가서 놀지만 말고 가끔은 집에 박혀서 톨킨도 좀 보고 하란 말이야!


“에라이 씨!”


나는 욕을 뱉으며 드래곤의 위로 도약했다.


그녀는 다행히도 아직 기절한 채였다.


「잠든 용은 용사의 검에 죽는다.」


그렇게 속삭이자, 또 한 번 현실이 뒤바뀌었다.


내 손에는 검이 쥐어졌다.

무시무시한 빛의 대검.


이걸로 할 일은 하나뿐.

드래곤의 목을 내려친다!

쐐애액-!


“좋았어···!”


내 일격이 드래곤의 목을 깨끗하게 절단했다.


근데··· 드래곤의 재생력이···

심상치 않다···?


내가 자른 머리의 밑동에서부터 새로운 머리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무슨 좀비냐고···!”


내가 그렇게 외친 순간, 하나의 아이디어가 뇌리를 스쳤다.


나는 그것을 바로 실행에 옮겼다.


「재생하는 적은 불꽃에 약하다!」


이번엔 거대한 화염방사기가 나타났다.

화염의 폭풍이 드래곤을 덮쳤다.


“원래 좀비나 히드라 같은 건 불로 지져버리는 게 직빵이라고!”


마치 헤라클레스의 횃불에 목이 지져진 히드라처럼, 드래곤의 재생은 느려지고 있었다.


드래곤의 몸이 몸부림쳤다.


하지만 그건 고통의 몸부림이 아니었다.

재생은 느려졌을 뿐 계속되고 있었다.


“빌어먹을! 꼴에 불 뿜는 드래곤이라 이거냐!”


드래곤이라면 불꽃에 내성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


재생하는 주제에 화속성 내성까지 있다니 무슨 완전체냐고!


“역시 물리 공격으로 승부를 보는 수밖에 없겠네!”


나는 그냥 드래곤의 거체를 향해 돌진해, 걷어찼다.


드래곤은 멀리 밀려나며 일어난 모래폭풍 뒤로 사라졌다.


하지만 이것 또한 흔한 클리셰.


폭발의 연기이든, 먼지구름이든,

무언가에 가려져 생사를 알 수 없는 적은 반드시 살아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나쁜 예감은 항상 들어맞는 것도 클리셰지!”


카아아아아아아아-!


역시나,

모래 폭풍을 꿰뚫고 드래곤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재생은 끝나 있었다.


“어휴, 이놈의 보스는 도대체 몇 페이즈까지 있는 거야?”


하지만 이런 건 익숙하다.


페이즈가 전환되면 체력이 전부 회복되는 보스?


그런 건 몇백 번은 잡아 봤거든.


“컷씬은 다 봤으니까 얼른 덤비기나 해! 드래곤 아브락사스!!”


카아아아아아-!


한 차례 포효를 마친 드래곤이 내게 돌진해 왔다.


“좋아! 개막패턴이냐!”


그런데 이거,

보통 돌진이 아닌 것 같다.


페이즈가 바뀌면 컷씬이 나오며 보스의 체력이 전부 채워지는 것도 클리셰지만···


“망할 패턴이 전부 뒤바뀌는 것도 클리셰지! 알고 있다고! 망할 드래곤···!”


드래곤의 돌진과 함께 사방의 마법진이 나를 에워쌌다.


이걸 다 맞으면···

진짜로 위험하겠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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