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 냐옹 없는 X켓단 (1)

“후배님! 여기서 다시 한번 퀴즈!”
“예?”
“아브락사스는 우리가 오기 전부터 우리 정체를 짐작하고 있었지. 단속국이 잡으러 온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는 듯이 행동했어. 어떻게 그랬을까? 우린 이 세계의 존재도 아닌데?”
“어? 그러고 보니······.”
정답은 바로바로···?
“저 녀석들이 가르쳐줬기 때문이지!”
“저 사람들이 뭔데요?”
“뭐긴. X켓단이라니까.”
나는 그들에게 인사했다.
양복을 입은 소녀와 도포를 입은 여인.
“안녕~ 오랜만이네! X켓단.”
그중 양복 소녀 쪽이 대답했다.
“안녕하십니까! 단속국의 루시 수석 작전관님! 오랜만입니다!”
“응. 일재. 오랜만이야. 운악도 오랜만이고.”
나는 소녀뿐만 아니라 그 옆의 여인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활기찬 일재와 달리 운악은 조는 데 여념이 없었다.
참, 여유롭기도 하셔라.
“실례가 안 된다면 옆의 이 신참에게 너흴 좀 소개해도 될까?”
“좋습니다! 근데 그 X켓단이라는 별명은 삼가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희는 냐옹도 안 데리고 다니고, 또 상표권 문제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나는 소녀에게 OK 사인을 보냈다.
그리고 목청을 가다듬었다.
“흠흠. 시작해 볼까?”
-
후배님, 그리고 여러분?
지금 저 녀석들이 누군지 무척 궁금할 거야.
그래서 알려주려고 해.
내가 처음에 저 녀석들을 X켓단이라고 불렀지?
그건 녀석들이 하는 짓은 걔네랑 똑같기 때문이지.
우리가 잡은 X켓몬을 빼앗아 가려는 나쁜 녀석들이거든!
이번 X켓몬은 당연히 아브락사스고.
물론 X켓단이 저 녀석들의 진짜 이름은 아니야.
빌런연합, 마교, 검은 조직, X카츠키, 일루미나티, 템플 기사단··· 기타 등등 어떻게 불러도 상관 없지만,
단속국에서 지정한 저 녀석들의 정식 명칭은 이거야.
신디케이트 원.
첫 번째로 발견된 초차원적 범죄조직이라는 의미지.
그 목적은 방금 말했듯, 우리가 잡은 X켓몬을 빼앗는 것!
단속국이 검거해야 할 용의자를 빼돌리려고 한다는 거지.
그러니까 당연히 그 조직원들은 전부 단속국의 제1 검거 대상이고, 또한 당연히 그 전부가 멀티버스 여행자야.
그래서 저 두 놈의 구체적인 프로파일은 어떻게 되냐고?
그 소개는 저 녀석들에게 맡길게~
귀찮으니까.
-
“어이! 일재, 운악! 이쪽은 우리 신참인 파비안 윈드리버. 얘한테 너희 자기소개 좀 해줘!”
“알겠습니다!”
일재는 활기차게 대답했다.
그리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반갑습니다 파비안! 저는 성일재라고 합니다! 폐사의 교섭 자문관 및 사외이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재벌물 세계관에서 그룹 회장을 수년간 역임한 경력이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일재가 자기소개를 마치자, 파비안이 내 소매를 잡아끌었다.
우리 후배님, 뭐가 또 궁금하실까?
“왜?”
“···근데 저기 아빠 양복 뺏어 입은 것 같은 꼬맹이 말이에요. 여자앤데 이름이 일재예요?”
“···푸흣. 맞아.”
“···원래 남자였는데 TS빔이라도 맞았대요? 선배가 쐈어요?”
“···왜 나라고 생각해?”
“···그야 선배가 TS의 장본인이니까······.”
“···난 이번 생이 시작될 때부터 이 몸이었다고! TS빔 같은 게 있겠어?!”
우리가 귓속말로 떠드는 동안,
일재는 운악의 소매를 잡아끌고 있었다.
“운악! 운악! 이제 일어나서 자기소개 하세요! 저기 단속국의 신입 분이래요!”
“으음······.”
“정말!”
일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허리춤에 손을 얹었다.
“죄송합니다! 직원이 과중한 업무로 인해 소통에 문제가 있는 모양이네요! 이 직원은 폐사의 단속대응6팀 팀장 운악이라고 합니다! 무협 세계관에서 마교 교주를 담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저희 직원을 잘 부탁드립니다! ···운악! 빨리 인사해요!”
일재는 운악의 팔을 잡아끌어 억지로 고개 숙이게 했다.
그래도 운악은 계속 졸고 있었다.
게으른 부하를 둔 상사의 고충이 느껴지는구만.
파비안이 또 속삭였다.
“···마교 교주면 천마 아니에요?”
“···맞지.”
“···저 사람도 설정이 참 트렌디하네요. 기면증이 있는 미소녀 천마라니.”
하, 이런 무지한 후배님을 보았나!
무협을 논한다는 녀석이 X천도룡기도 안 읽어 본 거야?
“···아아. 너는 무협의 겉껍질만 핥을 줄 알고 근본은 모르는구나!”
“···그건 또 무슨 소리래요?”
“···원래 천마라는 건 1대 이후로는 계속 병약 미소녀가 하는 거라고.”
“···그런 거예요···? 근데 저 사람 강해요? 천마에 팀장이라는데.”
“···그럼! 강하지!”
내 말을 듣더니 파비안은 활시위에 활을 매겼다.
뭐지?
“뭐해?”
“뭐하긴요.”
파비안은 주문을 외웠다.
「기습은 반드시 성공한다.」
그리고 화살을 쏘았다.
엄청난 돌풍이 일며 전방의 모든 것을 쓸어버렸다.
우와, 이 미친 자식.
바로 선제공격을 해버려?!
“으아악······!”
화살이 일으킨 폭풍 때문에 일재는 뒤로 발라당 넘어져 버렸다.
하지만 파비안이 쏜 화살의 목표는 따로 있었다.
운악.
화살은 그녀의 귓불을 스쳐 지나갔다.
그녀의 잘린 머리칼 몇 올이 공중에 흩날렸다.
“어··· 이렇게 쓰는 게 아닌가?”
“이 녀석! 갑자기 뭐 하는 거야!”
후배님의 돌발행동에는 나도 놀랐다!
그런데 파비안 이 녀석은 오히려 자기 쪽이 더 놀랐다는 듯 말했다.
“···강한 적이라고 해서요. 조는 틈에 제압하려고 했는데······.”
“와··· 그렇다고 바로 쏴버려?”
강적이라는 걸 듣자마자 빈틈을 노려서 암살하려고 하다니.
진짜 종잡을 수 없는 녀석이다···!
“거의 전력으로 쏜 화살이었어요. 초커의 힘까지 썼는데··· 주문이 잘못된 걸까요?”
아니, 뭐 그런 건 아니다.
“너는 잘했어.”
“근데 어째서······.”
“그냥 초커의 힘까지 써도 메울 수 없는 실력 차이가 있는 거지.”
“저 사람이 뭐 얼마나 강하길래요? 드래곤 아브락사스보다 강해요?”
“응. 열 배 정도.”
나는 단언했다.
파비안은 경악의 시선으로 운악을 바라보았다.
뭘 그리 놀라는지.
운악의 경력을 잊은 건가?
그녀는 졸면서도 파비안의 전력이 담긴 화살을 피해냈다.
괜히 요즘 천마라는 게 유행하는 게 아니다.
“우리 후배님, 무협은 별로 안 봤구나? 천마라는 건 최강이랑 같은 말이야. 근데 무림 세계에서 세계관 최강자 먹기가 쉬운 게 아니거든.”
“최강······.”
이제야 운악은 눈을 떴다.
“하아아아암~”
제비꽃을 닮은 자색 눈동자가 우리를 비췄다.
“이제야 일어난 겁니까! 업무에는 집중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음··· 본좌의 업무는 자기소개나 세계관 설명이 아닌 걸로 아네만. 본좌가 전투 전에만 깨워달라고 하지 않았나. 덕분에 수면의 질이 말이 아니라네.”
일재의 질책에 운악은 눈을 비비며 대답했다.
“그거야 진심으로 안타깝습니다만, 이제는 정말로 일을 할 시간입니다!”
“교섭에 실패했나?”
“아뇨. 하지만 저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시도는 해보겠습니다만.”
일재는 우리를 돌아보았다.
“아시겠지만 저희의 목적은 여러분에게서 아브락사스를 인도받는 것입니다! 이를 조건으로 저희와 협상할 의사가 있으십니까?”
“후배님은 어떻게 생각해?”
나는 파비안을 돌아보며 말했다.
“여기서 범죄자들이랑 협상이나 하자고 하면 제가 뭐가 되나요?”
“천하의 몹쓸 놈이 되겠지.”
“그럼 정해졌네요.”
“그렇대! 우리가 잡은 피의자는 못 데려가게 됐어!”
그러자 일재는 말했다.
“좋습니다. 신속하게 직무에 임하는 겁니다. 운악!”
명령이 떨어지자 운악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와 나는 동시에 벼락같이 움직였다.
그녀가 답보하는 것과 동시에 나는 파비안을 뻥 차서 밀어냈다.
“어억···!”
그 탓에 파비안을 노리던 운악의 손아귀가 내 머리를 틀어쥐었다.
“신참을 노리다니, 비겁하긴!”
“그도 잠든 본좌를 노리지 않았나. 용서하게.”
“크윽!”
콰아아아아아아-!
그리고 운악은 나를 황야의 저편으로 던져버렸다.
덕분에 머리가 엄청 헝클어졌다.
안 그래도 아브락사스 때문에 이 더러운 꼴이 돼서 짜증 나는데!
“숙녀의 머리를 이렇게 붙잡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망할 무림 촌년아!”
“자네가 남자였다는 건 무림, 중원은 물론이고 멀티버스의 대명천지가 다 아는 사실이라네. 그리고 본좌도 여인이니 별로 상관없지 않은가?”
“네 말은 쓸데없이 반박하기 어려운 점이 더욱 짜증 나!”
하지만 선공권은 아직 운악의 것.
나는 이어지는 운악의 공격을 막아냈다.
주먹과 주먹이 마주쳤다.
발산하는 충격파는 공기를 부수고, 지천을 부쉈다.
핵폭발 뒤의 후폭풍처럼, 일시적으로 나타난 진공이 우릴 중심으로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하지만 진공이 가시고 난 이후에도 나는 질식할 것처럼 숨쉬기가 어려웠다.
천마한테는 아주 빌어먹을 패시브가 클리셰로 붙어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만 가도 심신이 아주 X같이 불편해진다는 거!
“그 무슨 패왕색 비슷한 건 좀 풀어주면 안 될까? 너랑 싸우기만 하면 허파가 반토막이 난 것 같아.”
“미안하네만 그렇게는 안 되겠네. 혈맥의 기를 자연스럽게 운전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되고 마는지라.”
그것조차 사실이라 부정할 수 없는 점이 더욱 더 짜증 난다!
억눌렀던 힘을 해방한 그녀는 존재하는 것만으로 거대한 중력원이 되어 주변의 모든 것을 왜곡시키고 있었다.
공기의 흐름, 사고의 진전, 이 세계의 물리법칙마저도.
“그리고 자네를 상대로, 본좌가 힘을 아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나.”
그녀는 드디어 검을 뽑았다.
그녀의 칼은 천마가 다루는 기물이라기엔 너무나도 보잘것없어 보였다.
실제로 저 검에는 어떠한 주술적 술수도, 기능도 없다.
하지만 그녀의 세계관에서 저만한 보물도 없을 것이다.
저 검은 단 하나의 이유로 일월단야라는 거창한 이름을 받았다.
일월단야.
해와 달이 벼린 검.
오직 그 검만이 그녀를 견딜 수 있기에 붙은 별명이다.
“언제나 자네와의 싸움은 기대가 된다네. 자, 만전의 심기로 오게나. 본좌도 그리할 테니.”
“나로서는 피차 고생하는 처지에 서로 쉬엄쉬엄하는 건 어떠냐고 제안하고 싶은데······.”
그녀는 내가 말을 맺을 시간도 주지 않았다.
그녀는 안개를 베듯, 여유롭게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참격은 대지를 갈랐다.
「첫 공격은 실패한다···!」
빌어먹을.
처음 공격부터 초커의 주문을 쓸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파비안의 통신이 들려왔다
- 방금 그건 뭐죠?! 무슨 필살기 같은 거였나요?
“하. 무슨 소리. 이름도 없는 기술이야.”
- 이름이 없다고요? 원래 무협이라는 게 거창한 무공 이름 외치면서 치고받는 장르 아니에요?
“그렇지. 근데 운악은 칼질이나 주먹질에 이름 같은 거 안 붙여.”
누군가는 운악의 무공을 천마신공이라느니 하는 거창한 이름으로 불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했다.
그리고 자신이 다다른 영역과 그를 위해 연마한 무공에 이름조차 붙이지 않았다.
제자나 후계자 따위를 둘 생각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우리 순진한 후배님아. 잘 들어. 누가 평타에 이름을 붙이겠어?”
- 평타요···?
“그러니까 천마님의 손짓 한번, 한 걸음의 전진, 평범하게 내쉬는 숨결마저도··· 전부 절기라는 말씀이지!”
까아아아앙-!
나는 가까스로 운악의 검을 측면에서 쳐냈다.
쳐낸 손등이 얼얼했다.
캉-캉-카가가강-!
운악과 나는 찰나의 순간에도 몇 번의 합을 주고받았다.
“살살 좀 해! 눈 깜빡일 시간 정도는 줘야 할 것 아냐!”
“자네는 입을 나불댈 수 있을 만큼 본좌의 상대가 여유로운 것 같은데, 본좌가 어찌 손대중을 할 수 있겠나.”
그녀의 발구르기가 지반을 무너뜨렸다.
“더욱 몰아쳐야만 하거늘···!”
하, 이 여자. 화난 게 분명하다!
우리는 무너지는 지면을 밟으며 서로를 향해 돌진했다.
쐐애애애액-!
“큭!”
운악의 검무에 목이 긁혔다.
진짜 위험하게 구네···!
조금만 옆으로 갔다면 경동맥을 베였을 거다!
아브락사스의 전투에서 소모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파비안에게 초커의 사용법을 알려주려고 일부러 힘을 아꼈으니까.
그런데도 내가 밀리고 있다.
정말이지, 힘에 부치는구만!
“이게 자네의 전력인가?”
“···당연히 아니지!”
까앙-!
나는 다시 한번 운악의 검을 쳐냈다.
멍든 손등이 내 열세를 암시했다.
하지만 열세, 수세, 위기, 위험!
그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거든!
“너. 나랑 몇 번이나 싸웠더라?”
“아마 열일곱 번째가 아니었던가?”
“그럼 슬슬 학습할 때가 됐을 텐데?”
“?!”
「용사는 위기에 빠졌을 때 각성한다.」
그 순간 나의 로우킥이 운악의 무릎에 작렬했다.
무릎이 꺾인 그녀가 한 순간의 틈을 보이자, 나의 연타가 그녀의 왼쪽 갈비뼈, 빗장뼈, 아래턱을 차례로 가격했다.
뼈를 부수는 바로 이 감각.
손에 착착 감기는데!
“이래서 끊을 수가 없다니까, 싸움이란 건!”
하지만 고작 그런 공격으로 천마를 쓰러뜨렸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 호신강기가 짱짱하네! 뼈만 부술 생각은 아니었는데!”
“커흑···!”
그녀는 밀려나며 각혈했다.
입에 피를 물고도 그녀는 건재하여 보였다.
“···사과하지. 자네와 이토록 겨루고도 자네의 한계를 잘못 가늠하고 있었네.”
운악의 그 말과 동시에 갑자기 숨통이 트였다.
그녀가 내뿜던 기의 파동이 그녀의 내부로 빨려 들어갔다.
“하! 진작 그렇게 나올 것이지!”
기의 발산이 아니라 수렴이 시작된 것이었다.
죽은 별의 특이점처럼, 그녀의 힘이 한 점으로 압축됐다.
“이거 맞으면 무조건 위험한 기술이잖아···!”
미답지의 안개에 가려져 있던 천마의 전력이 그 전조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 루시님에게 위기는 곧 기회.
외워두시길!
“나는 너 같은 애들이 필살기 쓸 때가 제일 좋더라···!”
“!”
「전력을 개방하는 무림인은 주화입마에 빠진다!」
하지만 운악은 그 주문을 비웃었다.
“그 주문, 재밌긴 하네만···”
현실이 뒤틀리며 그녀도 비틀거렸으나, 그것도 찰나였을 뿐.
“천마인 본좌에게 주화입마라니! 만불성설일세···!”
그녀는 순식간에 원래 기의 흐름을 되찾았다.
나는 그 순식간의 틈을 비집고 주먹을 뻗었다.
운악의 필살의 일격, 그리고 내 진심펀치가 서로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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