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회빙환 단속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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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딘02
작품등록일 :
2024.06.22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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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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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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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 악역영애와 춤을 (3)

DUMMY









그 긴장과 침묵의 순간에,

먼저 입을 연 것은 파비안이었다.


“···떡볶이랑 짜장면 생각이 자주 나더라고요.”

“···네?”


파비안의 뜬금없는 발언에 대공녀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저··· 저는 다른 판타지 세계의 환생자인데요. 안타깝게도 그 세계는 여기처럼 서양판타지라서 말이죠··· 그래서 한국 음식 비슷한 건 만들어 먹을 수가 없었어요. 대공녀님은 그런 경험 없으셨나요···?”

“···진짜였군요.”


대공녀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공녀님···?”

“하하··· 이게··· 이게 다 꿈이라고 할까봐 무서웠는데. 아니었군요. 정말이었어요······.”


대공녀는 우리를 올려다보았다.


“미안해요··· 좀 일으켜 주시겠어요?”


우리는 자리를 옮겨, 아까 지나왔던 그 티가든으로 돌아왔다.


일단 자리에 앉은 대공녀는 안심한 듯 한결 편한 얼굴이었다.


뭐야, 파비안 이 오타쿠 녀석···

진짜 해냈잖아?


“떡볶이랑 짜장면이 먹고 싶으셨다고 했죠?”

“엇, 네. 그렇습니다. 네···”


대공녀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파비안은 허둥지둥 대답했다.


“저는 냉면이 먹고 싶었어요. 근데 다행히도 그건 식초랑 설탕만 있으면 되겠다 싶었는데··· 우스운 게 뭔지 아세요?”

“···뭐죠?”

“국물 만들 줄만 알고 면은 만들 줄 몰랐지 뭐예요? 그래서 아직도 못 먹고 있어요. 하하핫······.”


대공녀는 웃었다.

보는 사람까지 기분이 좋아지는 깨끗한 웃음이었다.


“···처음엔 지구에서 오셨다길래, 그렇게 생각했어요. 이 모든 게 다 하룻밤의 꿈이고··· 그걸 알려주러 온 아침의 사자 같은 분들이라고.”

“아······.”

“그래서 여러분이 입을 열고 사실을 말하면 이 모든 게 사라지고 현실에서 깨어날 줄 알았어요. 그래서 조금··· 무서워졌어요. 경계했던 게 아니에요.”


음. 역시.

대공녀는 평범하고 좋은 사람인 것 같았다.


실제로 내가 파일에서 확인한 20대의 사회초년생 민연지는 모난 데가 없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을 잡아 넣으라고?

진짜로?

단속국도 참 우스운 집단이 됐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말했다.


“이곳은 진짜 세계가 맞습니다. 멀티버스에는 지구나, 이곳 로즈니아 말고도 여러 세계가 있습니다. 저희도 그중 한 곳에서 왔고 말이죠. 아, 물론 여기 파비안은 대공녀님처럼 지구 출신이 맞습니다.”

“대공녀라는 호칭은 그만 하세요. 제가 다 부끄러워지네요. 원래 지구에서의 제가 누군지 알고 있는 분들인데······.”


대공녀는 수줍게 웃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그녀를 불렀다.


“누님!”


누님?


나는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았다.


회랑의 저편.

휠체어를 탄 소년이 있었다.


그의 주위를 지키는 근위병,

금색 자수가 수놓인 망토.

그리고 소년의 길고 곱슬거리는 흑발의 윤기가 그 신분의 고귀함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는 한눈에 봐도 지체가 높아 보였다.

아마도 이 제국에서 제일.


그걸 알아차린 파비안은 얼른 의자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었다.

녀석, 호들갑은.


“선배님! 뭐해요···! 저건 황제 폐하라고요! 빨리 엎드리세요!”

“어휴 그래··· 우리 후배님 하라는 대로 내가 다 해야지.”


나는 마지못해 무릎을 꿇었다.


대공녀는 다가오는 황제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황제 폐하!”

“누님!”


그리고 황제는 휠체어에서 일어나 대공녀에게 달려가, 안겼다.


“여기 있었군요··· 얼마나 찾았는지 모릅니다.”

“사람을 시켜서 찾으셨어도 그만이셨을 텐데요··· 폐하께서 이렇게 직접 오시다니. 그리고 누님이라는 호칭은 그만둬 주세요··· 폐하께서는······.”

“누님은 언제나 제 누님입니다. 그리고 은인이고요.”


사건 파일에서 확인한 대로, 두 사람은 실제 사촌 형제 관계다.


나이는 엘스티르 대공녀 쪽이 많을 테니, 누님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터였다.


이 소년이 황제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계급장 떼고 누님이라고 부르는 걸 보니, 꽤 사이가 좋은 모양인데···


황제는 대공녀와의 벅찬 해후를 마치고 난 뒤에야 우리를 돌아보았다.


“이분들은···?”

“아, 제 손님이에요. 저와 같은 고향을 가진 분이랍니다. 말도 없이 폐하의 집에 초대해서 송구합니다.”

“아닙니다. 저의 집이 곧 누님의 집이지요. 두 분. 일어나도 좋습니다.”

“누님은 제 은인이고, 이 제국의 은인입니다. 제국이 누님에게 입은 은혜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그러니까 부디, 제국민이라면 저에게 바치는 것과 같은 존경을 누님에게 바쳐 주길 바랍니다.”

“예··· 폐하!”


파비안은 힘차게 대답했다.


나는··· 뭐 대답하지 않았다.


벌써 로즈니아의 백성이 다 된 것 같은 파비안과 달리, 나는 제국민도 뭣도 아니니까.


“그런데 두 사람은 어인 일로 누님을 찾아오신 겁니까?”

“고향의 친구 같은 분들이라··· 잠시 담소를 나누러······.”

“아뇨.”


나는 거짓말로 얼버무리려던 대공녀의 말을 잘라냈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선배님······!”


당연히 파비안은 무시했다.


바보 같은 녀석.

너는 로즈니아 제국민이 아니라 단속국원이라고.


“저는 다중차원 치안단속국의 루시 콜로노 형사입니다. 옆에 이 친구는 파비안 윈드리버 형사.”


그리고 난 일어서서 대공녀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용의자 엘스티르 데 비엘코폴 클라리몽드 대공녀 전하, 전생의 지구인 민지연 씨께서는 타, 혹은 자발적 빙의에 의한 엘스티르 원본 인격의 치사 및 육체 점거 혐의가 있습니다. 서까지 동행해 주실까요?”

“선배님···! 또 그렇게 용의자를 자극하면······!”


파비안이 벌떡 일어나서 그렇게 말했을 때는 벌써, 황제의 근위병들이 우리를 경계하고 있었다.


가소롭군.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길래 이런 창 따위를 겨누는지.


나는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체포영장을 꺼내려고 하는데···


“멈춰 이 자식···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갑자기 근위병들이 내 팔을 꺾고 무릎을 걷어찼다.


그러는 바람에 나는 바닥에 처박혔다.


입에서 흙맛이 나는군.

뭐 품에서 암기라도 꺼내려는 줄 알았나.


“으윽······!”


이어서 파비안도 같은 꼴을 당했다.


나는 그에게 입모양으로 말했다.


‘아직 저항하지 마.’


“!”


나는 억지로 고개를 쳐들었다.


“용의자 엘스티르 대공녀. 당신을 체포하겠습니다. 체포 영장은 방금 내가 손을 집어넣으려던 주머니에 있습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당신이 한 발언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

“인지하였습니까?”


하지만 대공녀는 ‘네’라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도망쳤다.


“파비안, 너는 가만히 있어.”


나는 나를 붙잡은 경비병들을 떨쳐내고 일어섰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뛰었다.


당연히 예전처럼 무슨 소닉붐을 일으키며 뛰지는 않았다.


대공녀는 보통 인간.

치마까지 입고 있으니 달리는 속도는 형편없다.


나는 나를 쫓아오는 근위병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설렁설렁 달렸다.

그래도 잡는 건 껌이니까.


그런데···


‘난 왜 아직도 그녀를 쫓고 있지?’


뛰기 시작한 게 거의 10초가 지나가고 있었는데도 나는 대공녀를 따라잡지 못했다.


심지어는 더 멀어지고만 있는 것 같다.


어째서?

여전히 형편없는 속도인데.


내가 최고 속도로 가속해도 잡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만 든다.


“뭔가··· 이상해.”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곧 대공녀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는 다시 붙잡혀 흙에 얼굴을 부벼야 했다.


도대체··· 뭐지?



결국 나와 파비안은 황궁의 지하 감옥에 갇히고 말았다.


우리는 황명에 의해 사지가 단단히 결박되어 어둠 속에 내던져졌다.


“이야. 파비안, 이 세계가 다시 보이지 않아? 이렇게 아름답고 좋기만 한 세상에도 더러운 지하감옥은 있다는 사실이 말이야.”

“원래 이런 더러운 곳은 나중에 악역영애가 와서 깨끗하게 치우라고 있는 곳이라고요. 뭘 모르시네.”

“하. 네가 말하는 악역영애는 진창에 남긴 발자욱 아래서 꽃이 피고 구정물에 몸을 담그면 투명한 1급수가 되는 청결의 여신 쯤 되시는 것 같은데?”

“몰랐어요? 빙의한 악역영애는 진짜로 그런 존재라고요. 그 점이 좋은 거라고요.”


하핫··· 뭐, 다 알겠는데 말이야···


“···그런 분이 우릴 여기 처박아버렸네?”

“···우릴 여기 가둔 건 황제죠. 대공녀님이 아니라. 그리고 대뜸 그렇게 체포하겠다고 하면 누군들 도망칠걸요?”

“찔리는 게 있으니까 도망쳤겠지.”

“찔리는 게 없어도 도망친다고요. 선배처럼 그렇게 무섭게 굴면요.”

“하여간 한마디를 안 져요.”


나는 끅끅끅 웃었다.

파비안도 웃었다.


웃음소리가 지하감옥에 음산하게 울렸다.


“아, 이제 그만 일어설까?”

“그러죠.”


콰드드득-!


우리는 결박을 뜯고 일어났다.


“이야. 드래곤이 날아다니는 살벌한 세계관에 있다가 여기 오니까 이런 감옥에서도 진짜 상냥함이 느껴지네요.”

“그래. 이런 세계관이면 너도 아브락사스처럼 이 제국을 멸망시키는 것도 가능할 거야.”

“끔찍하니까 그런 소린 입에도 담지 말아요.”

“하핫.”


하지만 사실이다.

이 세계관은 정말 물러 터졌다.


감옥이란 곳은 이렇게 허술하고,

황제의 근위병이란 것들도 죄다 평범한 인간이다.


우리 같은 초인이 진짜 힘을 발휘했다간 대참사가 일어나겠지.


“그런데 선배 왜 잘 참고 있다가 급발진 한 거예요?”

“아. 황제가 대공녀를 아주아주 좋아하는 것 같길래, 그렇게 대공녀를 데려가 버리면 또 기다려야 되잖아. 그럼 귀찮잖아?”

“아뇨! 대공녀의 고향 친구라고 소개받았으니까 융숭한 대접을 받으면서 편하게 쉬었겠죠! 일하면서 그렇게 놀면 얼마나 꿀이에요?”


아. 생각해 보니 그렇네.

후배님은 혹시··· 천재였나?


“후··· 됐어요. 근데 왜 급발진 해놓고는 도망치는 대공녀님을 놓아준 거예요? 게다가 일부러 잡혀준 건 그냥 그렇다 쳐도요.” “아··· 그거. 뭔가 이상해.”


그 순간이 떠올랐다.

엘스티르 대공녀가 도망치던 순간.


나는 그녀를 쫓았지만 붙잡을 수가 없었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마치 대공녀와 나 사이의 공간이 무한하게 팽창하는 느낌이었어. 절대 잡을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어.”

“예? 그게 뭔 소리래요···”

“혹시 악역영애물이라는 것도 무슨 특수 능력이 있고 그런 거야?”

“···네, 뭐. 기본적으로 로맨스 ‘판타지’니까요. 마법 같은 것도 있고 그렇죠.”


아니··· 마법을 부린 건 아닌 것 같았는데.


나는 사슬 의자에 걸터앉아 생각에 빠졌다.


“마법은 아니었어. 그렇게 대단한 마법을 쓸 수 있는 세계관도 아닌 것 같고··· 불가사의하네.”

“아, 여주한테만 특이한 능력을 주는 악역영애물이나 로판도 많아요.”

“특이한 능력?”

“뭐··· 기본적으로 연애 시뮬레이션의 틀을 빌려오니까 그렇게 대단한 능력은 없지만요.”


파비안은 손을 꼽으며 말했다.


“스탯 창 같은 걸로 주요 인물의 호감도를 관리할 수 있다거나··· 좀 더 발전한 경우에는 정말로 생활 관련 스탯같은 걸 찍어서 만능 인간이 되는 경우도 있고요.”

“또?”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그런 것도 봤고요. 영지 경영물처럼 되는 경우면, 어··· 그 게임 중에 문X 같은 거 해보셨어요? 그거랑 비슷하게 돼요.”

“X명?”

“네. 입맛대로 자원을 써서 게임처럼 영지를 관리하고, 발전시키고, 번영시키고··· 뭐 그런 거죠.”


문X이라···

뭔가 해본 적 없지만 알 것 같다.


게임처럼 영지를 다룰 수 있다면··· 거의 신이나 다름없지 않나?


근데 잠깐,


“···신?”

“? 뭐라고 하셨어요?”

“네가 읽은 악역영애물이나 로판 중에 아예 완전히 말도 안 되는 능력을 주는 그런 작품은 없었어?”

“말도 안 되는 능력···? 있겠죠. 거의 뭐 나라를 자기 샌드박스로 만든다거나. 근데 왜요?”


그 순간 내가 떠올린 건 아주 끔찍한 가능성이었다.


“···원래 로판 빙의물이라는 게 여주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뭐 그런 거 아니야?”

“그렇죠. 보통은.”

“그런데 정말로 여주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다면?”

“예?”

“여주가 전지전능하다면, 어떻게 하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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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회 : 악역영애와 춤을 (3) 24.06.29 27 0 13쪽
9 9회 : 악역영애와 춤을 (2) 24.06.28 19 0 12쪽
8 8회 : 악역영애와 춤을 (1) 24.06.27 3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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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회 : 드래곤은 여고생 (2) 24.06.22 22 1 16쪽
2 2회 : 드래곤은 여고생 (1) 24.06.22 32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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