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회빙환 단속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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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딘02
작품등록일 :
2024.06.22 02:33
최근연재일 :
2024.07.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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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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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회 : 전지전능 대공녀 (1)

DUMMY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파비안과 눈빛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나 : ···이거 망했어. 수사과 선에서 끝나야 할 사건이 나한테까지 왔을 때 알아챘어야 했어. 아무래도 내 예상이 맞는······.


파비안 : 아니에요! 아직 뭐가 확정된 것도 아니잖아요···!


나 : 확정이지. 아무리 대공녀라도 귀족 영애 혼자서 어떻게 야만족을 평정했겠어?


파비안 : 아니, 악역영애물이나 로판도 종종 그래요. 북부대공물이랑 섞어서 전쟁 쪽으로 가고 그럴 때도 있다니까요? 그냥 뭐 대공녀 전하가 군사적 재능이 좀 있는 거겠죠! 관련 스킬 같은 걸 찍었든지!


나 : 으휴! 이 바보야! 대공녀는 끽 해봐야 열다섯에서 열일곱인데? 얘를 데리고 전쟁물···? 진심이니 너?


···등의 설전이 (아마도) 눈빛으로 오갔다.


“···어쨌든 카셀의 이야기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 좀 더 들어 보자고요···!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그래. 이미 망했는데 이러든 저러든 무슨 의미가 있겠니···”


그러니까 우리 후배님이 하자는 대로 해줘야지.


나는 대충 목소리를 가다듬고, 다시 카셀에게 시선을 향했다.


“정말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소백작님! 그렇다면 대공녀 전하는 도대체 어떻게 야만족을 평정하신 겁니까?”

“대공녀 전하께서는 정말로 명석하셨어. 우리 영지의 방어 체계와 전략에 관해 몇 가지 조언을 하신 것만으로 영지의 사정은 훨씬 나아졌지.”


카셀의 대답을 듣자 파비안은 내게 열심히 시선을 보냈다


‘거 봐요! 내가 뭐랬어요! 그냥 군재가 좀 있는 거랬죠?!’


하지만 아직 의문점은 있다.


“아, 정말로 대공녀 전하의 영민함에는 감탄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야만족을 ‘평정’했다면 전하의 업적은 그것만이 아니었을 텐데요?”

“물론이지. 이 다음이 가장 놀랍고도 신비로운 부분이야. 대공녀 전하께서는 야만 민족의 대족장에게 직접 찾아가 담판을 벌이셨어. 그 후로는 야만족의 습격은 전혀 없게 되었지.”


담판?

성일재처럼 화술 스킬이라도 찍은 건가?


“담판이라 하심은···?”

“그 내막은 나도 정확히 알 수 없어. 단지 내가 아는 건 대공녀 전하께서는 홀로 그들에게 찾아가 모든 일을 해결하셨다는 것뿐이야. 그리고 그 후로는 정말로 평화가 찾아왔지.”


홀로 야만족의 땅에 가서 대족장과 담판을 지은 데다가, 그 내막은 비밀이라···


이거 보통 수상한 게 아니다.


“친절한 소백작님의 설명, 정말 황송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럼에도 무례를 무릅쓰고 여쭙습니다. 혹여 그 외의 영지에서 일어난 대공녀 전하의 이야기에 관해서 아는 바는 없으십니까?”


아, 이 빌어먹을 놈의 격식 차리기.

슬슬 귀찮아서 죽고 싶어졌다.


이렇게 저자세로 깔아주는 건 정말이지 성미에 안 맞는다.


“···음··· 그건······.”


근데 카셀의 태도가 묘해졌다.


방금까지 그렇게 악역영애 오타쿠마냥 열심히 설명하던 모습은 어디 가고···

왜 이렇게 말하기 싫어 보이지?


“···내 영지 바깥에서 일어난 일에 관해서는 잘 몰라. 뭐··· 굳이 알고 싶다면 라키스 공께 가보는 것도 좋겠지.”

“라키스 공이라 하심은······.”

“···게르망트 소공작을 말하는 거야. 대공녀 전하께서 그의 영지를 풍요롭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지······.”


존칭도 생략하고 말하는 투도 썩 유쾌하지 않은데.

마치 이렇게 말하는 거 같다.


‘뭐··· 다 아는 이야기고··· 너희가 물어봤으니 체면 때문에 대답은 해주겠다만··· 진짜 그놈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기 싫다. 게르망트 소공작한테 가보든지 말든지···’


게르망트 소공작.

그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카셀이 그를 싫어한다는 것만은 정확히 알겠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위대하신 소백작님! 앞으로도 대공녀 전하와의 인연이 만고불변하게 이어지길 빌겠습니다!”

“아··· 그렇군. 행운을 빌어줘서 고마워.”


나는 대충 카셀의 비위를 맞춰 준 뒤에 파비안을 끌고 달아났다.


“···파비안! 빨리 찾아봐! 그 라키스라는 녀석이 누군지!”

“안 그래도 지금 찾고 있어요. 아··· 찾았다!”


나는 파비안이 가리키는 부분을 보았다.


라키스 데 게르망트 마티네 소공작.

이번엔 공작의 아드님인가 보군.


“으아··· 또 얼굴에 철판 깔고 저자세로 공작님~ 공작님~ 해야 할 걸 생각하니 진짜로 죽고 싶어졌다······.”

“아니, 진짜 잘하시던데요? 조금만 더 힘내보죠! 선배님!”

“그래··· 숭고한 단속국의 임무와 우리 후배님을 위해서라면 내가 뭔들 못하겠어······.”


참아야지 내가··· 참아야···

참아야··· 하는데······!


“으으으··· 그냥 다음 녀석은 고문 의자에 앉혀놓고 손톱을 하나씩 뽑으면서······!”

“진정해요···! 그때는 제가 선배부터 잡아넣어야 한다고요!”


후후. 너따위가 날 잡아넣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이 초차원적 고문기술자 루시 님을···


···아니, 그게 아니지.


“순간 내가 타락하는 미래를 봤어.”

“제발 그러지 말아줄래요? 저 이 팀에 온 지 이틀밖에 안됐거든요?”


그래.

일단 형사 모드로 돌아가야 한다.


그 라키스라는 녀석은 또 어디서 찾는다?


“흐음··· 뭐 좋은 아이디어가···”

“아, 저도 알 것 같아요. 라키스가 어디 있는지.”

“뭐? 어딘데?”

“카셀이 그랬잖아요 영······.”

“아아아아. 잠깐만. 나도 네 말 듣다 보니까 감이 왔어.”


나는 파비안의 말을 잘라내고 설명을 시작했다.


-


나도 너 따라서 악역영애물 오타쿠가 돼 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카셀이 마지막에 그랬지.

대공녀 덕에 라키스의 영지가 풍요로워졌다고.


풍요롭다는 건 자원이 풍족하다는 이야기인데···


뭐 금광 같은 걸 파냈을 수도 있겠지만, 보통 이런 경우에 풍요롭다=곡식이 잘 자란다지.


중세 판타지에서 백성들한테 가장 중요한 건 잘 먹는 거니까.


그러니까 대공녀가 라키스의 영지에 선물한 건 무슨 농법이거나, 하여간 농사에 관련한 것일 거야.


그리고 라키스도 남주 중 하나라면 대공녀를 사랑하게 됐을 테니···


그 농사를 빌미로 대공녀랑 붙어 있고 싶어 하겠지.


그러니까 우리가 가야 할 곳은···


-


“텃밭.”

“텃밭.”


우리는 동시에 말했다.


“아니 근데 그러면 그 정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요?”

“그러게.”


정원에서 그 소동이 있던 게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거기로 돌아가야 한다니.


분명히 귀찮은 일이 일어날 거다.


“아니··· 이런 일 같은 거 후다닥 끝내버리고 침대에 다이빙하는 나의 꿈은 어디에······.” “꿈은 그만 찾으시고 가죠! 뭐 어떻게 잠입해 봐요!”

“그래··· 해봅시다. 해봐.”


나는 파비안을 따라 그 고생길로 향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 보니 웬일.


정원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웬일로 좋은 일이 있네.”

“그렇네요. 다행이네요!”

“아니··· 뭔가 더 불안해졌어.”

“불안하긴 뭐가 불안해요! 텃밭으로 가보죠!”


다시 나는 파비안의 손에 이끌려 텃밭까지 향했다.


그리고 거기엔 정말로 라키스 소공작으로 보이는 청년이 있었다.


온화한 인상에 안경을 낀 판타지적 미남.

남주급 인물이 분명했다.


“···왜 자꾸 좋은 일이 일어나지?”


불안하다.


그래도 일은 일.


나는 지체없이 라키스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카셀에게 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어냈다.


라키스는 그 인상답게 카셀보다 훨씬 친절한 인물이었다.

게다가 존댓말 캐릭터.


카셀이 왜 그렇게 싫어했는지 의문일 정도였다.

아무리 같은 히로인을 두고 싸우는 처지라고 해도 그렇지···


하여간 라키스는 자기 영지에서 있었던 일뿐만 아니라 대공녀의 다른 행적에 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네. 그래서 여기까지가 제가 아는 부분입니다. 제 기억이 미흡한지라,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충분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소공작님!”


라키스의 친절함에 감화된 걸까.

파비안은 몇 번이나 꾸벅꾸벅 고개를 숙였다.


나도 이번엔 그다지 저자세로 임하지 않아도 돼서 편했다.

고마워 라키스!


근데 그거랑 별개로 문제가 되는 건···


“그래서··· 제가 소공작님께 들은 대공녀 전하의 업적을 좀 정리해 보아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일단, 황실 사교계의 갈등을 멈추고, 변경백령을 위협하는 야만족도 물리치고, 새로운 농법을 개발해서 공작님의 영지뿐만 아니라 제국의 전 백성을 먹을 걱정 없게 하셨고,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오지나 황무지에도 직접 행차하여 손수 개간을 도우셨다···라는 거죠?”

“네. 거기다가 분리주의자와 공화주의자의 궐기도 평화롭게 진압하셨고, 극진한 간호로 황제 폐하의 병도 치유하셨고··· 또······.”

“자, 잠깐··· 잠깐만요.”


아.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나는 파비안을 붙잡고 속삭였다.


“···이거 뭐 안 한 게 없잖아! 이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

“···워, 원래 악역영애물이라는 게 그런 거예요! 뭘 해도 잘되고 행복하고 배부르고 등 따시게 잘 살았습니다~가 기본이라고요···!”


뭐가 빌어먹을 기본이냐.

클리셰라도 이건 도가 지나치다.


나는 두 사람에게 다 들리게 말했다.


“대공녀는 나이가 많아 봐야 지금 열일곱 살입니다. 이 답답한 작자들아···!”

“···? 루시 양?” “거기. 공작 아드님도 잘 들으세요. 대공녀가 빙의··· 아니, 황후 후보 자리를 내려놓고 황실의 갈등을 해결한 게 고작 1년 전이라고요!”


라키스와 파비안은 어안이 벙벙한 듯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뭐가 어이가 없나 본데, 내가 제일 어이가 없어!

이 상황이 어이가 없다고!


“너도 잘 들어 이 멍청한 후배님아! 1년 만에 10대 중반의 소녀가 그 모든 일을 다 해냈다고? 대공녀님이 발이 백 개라도 되냐!?”

“루시 양···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아니 소공작 당신은 뭐가 이상하지 않아요?! 무슨 신이라도 안 되면 저걸 어떻게 1년 만에 다 해내냐고요!”


결국 내 예상이 옳았던 거다.


대공녀에게 주어진 주인공으로서의 권능은 뭐 호감작이나··· 스탯이 어쩌고 하는 수준을 벗어났다.


차라리 그녀에게도 초커처럼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나을 지경이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게 1년밖에 되지 않았던가?”


라키스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별안간 풀썩 쓰러졌다.


“소공작님!”


파비안은 황급히 다가가 그를 안아 들었다.


“소공작님이 갑자기 왜 이러죠···? 선배님이 뭔가 한 거예요?”

“아니. 아무 것도 안 했어.”

“어쩌지? 그늘에라도 눕혀드려야 하나? 뇌졸중이면 어떡하지?”


파비안이 호들갑을 떨 수록 내 속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하··· 빌어먹을.


“파비안. 너, 그 녀석 업고 저리로 달려가 봐. 가서 의사를 찾든지 마음대로 해.”

“어? 아··· 알았어요!”


파비안은 라키스를 업고 내가 가리킨 방향으로 서둘러 달려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파비안은 내 앞으로 돌아왔다.


달려갔던 반대 방향에서.


“···? 선배님?”

“어. 그래. 반갑다.”


암담하다.

난 그냥 내 눈을 가려버렸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죠? 저 방향감각은 좋은 편인데··· 이리로 돌아오다니······.”

“지금··· 느낌이 그때랑 비슷해.”

“그때요? 그때라니 도대체 언제를 말하는···”


언제긴 언제야.

저번에 대공녀를 쫓아다닐 때지.


나는 하늘을 우러렀다.

우러른 하늘은 둥글었다.


‘하늘이야 원래 둥근 것 아냐?’하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이건 좀 경우가 다르다.

나는 직감했다.


이건 인위적인 공간 조작이다.


수백 수천 번이나 워프를 경험하고, 수천수만 번이나 초커로 현실을 왜곡한 나였기에 알 수 있었다.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해야 했다.


“···파비안.”

“네···?”

“우리 여기 갇혔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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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회 : 전지전능 대공녀 (2) 24.07.02 22 0 12쪽
» 12회 : 전지전능 대공녀 (1) 24.07.01 21 0 13쪽
11 11회 : 악역영애와 춤을 (4) 24.06.30 23 0 12쪽
10 10회 : 악역영애와 춤을 (3) 24.06.29 29 0 13쪽
9 9회 : 악역영애와 춤을 (2) 24.06.28 20 0 12쪽
8 8회 : 악역영애와 춤을 (1) 24.06.27 32 0 13쪽
7 7회 : 냐옹 없는 X켓단 (2) 24.06.26 22 1 16쪽
6 6회 : 냐옹 없는 X켓단 (1) 24.06.25 24 1 15쪽
5 5회 : 드래곤은 여고생 (4) 24.06.24 26 1 15쪽
4 4회 : 드래곤은 여고생 (3) 24.06.23 33 1 14쪽
3 3회 : 드래곤은 여고생 (2) 24.06.22 22 1 16쪽
2 2회 : 드래곤은 여고생 (1) 24.06.22 32 1 14쪽
1 1회 : 오리엔테이션 24.06.22 92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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