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대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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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5
작품등록일 :
2024.06.23 16:16
최근연재일 :
2024.06.25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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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5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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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대응팀

DUMMY

상우는 몸을 앞으로 돌렸다. 그리고 좀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남자는 무고한 사람이었을까?’


대답은 ‘그렇다’였다. 이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1분 동안 단 한 번의 적대심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겁에 질려 있을 뿐.


결국, 그에게 검을 겨누지 않은 건 정답으로 느껴졌다. 초조한 나머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아마···


‘무고한 사람을 죽일 수 없다··· 당연한 말이지.’


상우는 문고리를 당겨 문을 열었고 곧장 네 번째 방으로 들어섰다.


..


문 너머의 공간은 마지막까지 깜깜했다. 뒤이어 보이는 붉은 글씨.


‘이번이 끝이야.’


「 ‘□’가 되는 길 ?? (4/4)

- □□ ?? 」


다시 읽을 수 없는 문장이 나타났고, 이번에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곧 환해지는 주변. 맞은 편에는 넓고 세련된 흰 탁자와 함께 한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이리오라는 듯 손짓했고, 상우는 조심스레 앞으로 걸어갔다.


‘뭐라도 날아올 수 있어. 방심하지 말자.’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탁자 앞에 도착하자 그녀는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고, 상우는 망설이는 듯했지만 이내 악수를 받았다.


‘왼손···? 그러고 보니 왼손으로 악수하는 건 처음이야.’


익숙지 않은 악수를 끝내자 그녀는 의자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앉으세요. 용사님.”

‘요, 용사?’


이번에는 익숙지 않은 호칭··· 아니, 듣기 거북한 호칭까지. 상우는 의자에 앉으며 자신의 귀를 의심하듯 되물었다.


“용사··· 라고요?”


그러자 그녀는 살짝 미소 지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옆의 서류 봉투를 집을 뿐.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무슨 일을 하는지는 대강 짐작이 갔다.


그녀는 단정한 제복을 입고 있었다. 사실 단순한 제복보다는 군복, 그쪽이 더 가까웠다. 모자에 달린 별 하나의 계급을 보니 어느 정도 위치에 있을 거라는 건 예상이 됐다.


“용사라는 말이 불편하시다면 훈련병이란 단어는 어떠실까요?”

“...”


훈련병이란 단어에 다시 군대로 간 느낌이 물씬 들었다. 상우가 기겁하며 고개를 젓자 그녀는 웃으며 종이 한 장을 건넨 뒤 말했다.


“제 소개를 먼저 하죠. 저는 종말 대응팀의 총 책임관, ‘아린’이라고 합니다.”


..


상우는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녀의 제안을 승낙하듯 종이 아래 서명란에 자신의 이름을 적자 아린이 말했다.


“좋습니다. 이제 마지막 단계네요.”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손바닥 밑에 조그마한 문양과 어떤 단어가 새겨졌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생소한 단어. 하지만,


“메르헨?”


왠지 모르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문양은 상우의 말에 반응하듯 꿈틀거렸다. 아린은 그 광경을 모두 지켜보고는 환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는 당신의 금고지기인 멜입니다. 강상우 씨, 종말 대응팀에 합류하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눈앞의 모든 것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탁자와 서류, 심지어는 그녀까지도.


한순간의 꿈이었듯 모두가 말끔히 사라지고 이번에도 남아있는 건 상우가 앉아있는 이 의자, 하나뿐이었다.


「 ‘용사’가 되는 길? (4/4)

- 그의 이름은? (완료) 」


그리고 나타나는 새로운 문. 이번에는 비상구가 아니었다. 나무로 된 허름한 문. 방음조차 안 되는지 건너편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사람들의 수다 소리가 그대로 들렸다.


‘뭐라는 거지?’


문에 가까이 다가가자 앞에 걸린 표지판에 무어라 쓰여 있는 게 보였다.


“두 번의 노크는 매너··· 입니다?”


상우는 헛기침을 하고 문을 두 번 두드렸다. 하지만 노크 소리가 작았는지 여전히 수다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이번에는 주먹을 쥐고 쾅쾅 소리가 날 정도로 두드렸다. 그러자 한순간에 멎는 그들의 소리. 그리고 천천히 열리는 문.


앞에는 팔짱을 낀 채 그를 거만히 내려다보고 있는 거구의 남자가 눈앞에 버티고 서있었다.


상우가 남자를 쳐다보자 그는 코웃음을 치며 뒤를 보라는 듯 고갯짓을 했고, 뒤에는 네 번째 방의 이스터 에그, 마지막 붉은 글씨가 쓰여 있었다.


「 우리는 언제나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


그리고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어서 와. 지옥에 온 걸 환영하지.”


..


거구의 남자는 상우가 들어갈 수 있도록 몸을 피해줬고 상우는 어깨를 억지로 펴며 그 안에 들어섰다. 짧은 순간 마주한 그들의 눈빛들. 모두 일곱 명쯤 되어 보였다.


잠깐 이어지던 침묵을 깬 건 파란 머리의 남자였다.


“푸하하, 지옥이래!”


그러자 너도나도 없이 실소를 터트리며 한 마디씩 거들었다.


“하하하! 지옥에 온 걸 환.영.한.데. 크하하.”

“대체 그 고질적인 멘트는 언제 고칠 거냐. 켄.”

“내 유일한 낙을 방해하지 마라. 애송이.”

“애송이라 하지 말랬지. 한번 해보자는 거냐?”

“또또 싸운다. 이제 지겨워. 그만 좀 해.”


순식간에 밝아지는 분위기에 상우도 긴장을 조금 풀었다.


그들은 모두 같은 간소한 회색 제복을 입고 있었고, 계급장이 가슴에 부착되어 있었다. 대부분 붉은색 작대기가 하나였으나 켄이라고 불리는 남자는 두 개였다.


고개를 내린 상우도 저들과 같은 회색의 제복을 입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단, 작대기는 없었다.


“어이 신입, 실력 좀 볼까?”


상우에게 가장 먼저 말을 건넨 건 세 장의 카드를 들고 있는 한 남자.


갈색 머리의 그는 원형의 탁자 앞에 앉아 다른 세 명과 카드 게임을 하던 중이었는데, 그의 발언에 셋이 한탄하듯 소리쳤다.


“마이트, 진심이냐?”

“저 봐, 자기 불리하니까 바로 빼려는 거.”

“경고하는데 판 엎을 생각 죽어도 하지 마.”


그러자 마이트는 배시시 웃으며 미안하다는 투로 말했다.


“어쩌냐, 신입 목소리는 들어야지. 가뜩이나 시간도 없는데. 그렇지 켄?”


그러자 덩치 큰 남자는 마이트의 편을 들어주며 답했다.


“얼른 껴서 한 판 해. 그 판은 무효로 하고.”

“앗싸!”

“하···”

“켄, 여기 걸린 게 얼만데.”

“규칙이야. 귀찮게 하지 말고 빨리해.”


켄은 곧장 구석에 가 앉았고 마이트는 어느새 다른 탁자에서 의자를 가져와 상우에게 권하며 말했다.


“여기야 신입.”


상우는 한숨을 내쉬는 그들을 지나쳐 마이트 옆에 앉았다. 그러자 다른 세 명의 따가운 눈초리가 느껴졌다. 분명‘너 때문에 돈 다 날아갔다’라는 분노 섞인 눈빛이었다.


그 정도로는 성에 안 찼는지 괜한 시비도 걸기 시작했다.


“뭐야, 좀 약해 보이는데.”

“싸움은 할 줄 아냐 너?”


그러자 그들을 진정시키는 마이트.


“워워, 진정 좀 하시고··· 보자, 신입이 왔으니 역시 신입 전용 게임을 해야겠지.”

“... 그럼 내가 빠진다. 흥미도 떨어졌고.”

“좋아! 그럼 내가 신입이랑 팀. 너희 둘이 한 팀이야.”


세 명 중 남자 한 명이 빠져나가고, 맞은편에는 여자 한 명과 남자 한 명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둘을 노려보았다.


“알았어. 방금 판 분위기 이어가자고. 이 친구 것까지 해서 4달란트. 올인이야. 겁나면 무르든가.”

“뭐? 천하의 좀생이가 올인?”

“진심이야? 난 네가 마지막이라고 봐줄 생각은 없어.”


그러자 방금 판을 떠났던 남자도 되돌아와 한마디 거들었다.


“야, 그럴 거면 미리 말하던가.”

“떠났으면 끝이야, 제이. 그래서 너희들은 어쩔 거야. 여차하면 이 녀석이 들어온다는데.”

“무르겠냐? 두말하기 없기다.”

“이 좋은 기회를 빼앗길 순 없지.”


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각자 두 개의 금화를 탁자 위에 올렸고, 마이트도 네 개의 금화를 올리며 켄을 불렀다.


“켄, 경기 좀 봐줘. 무려 8달란트짜리니까.”

“좋아. 오랜만의 큰판이군.”


상우는 영문도 모른 채 순식간에 진행되는 게임에 어리둥절했고, 마이트는 그런 그에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게임은 쉬워.”

“... 무슨 게임입니까?”


그러자 켄이 답했다.


“카드는 총 스무 장이야. 1부터 10까지의 숫자가 각각 2장씩 들어있지. 이 스무 장의 카드 중 각자 두 장씩 뽑아 총 숫자의 합이 높은 팀이 이기는 거다. 단, 중복된 숫자가 있으면 무조건 패. 단순하지?”

“...”

“하지만 이렇게 끝내기에는 좀 싱겁잖아?”


켄은 중간 자리에 앉으며 말을 이어갔다.


“카드를 전부 나눠 가진 뒤 순서를 정해 1번부터 차례대로 카드 한 장씩을 버리고 새로 뽑을 거다. 당연히 숫자가 낮은 카드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여기서 상대는 카드를 가로챌 수 있지.”

“가로챈다고요?”

“자신의 카드를 하나 공개하는 대신 그 카드에 적힌 값이 버린 카드의 숫자보다 높으면 그 카드를 가로챈다. 즉, 가로챈 사람은 카드가 세 장이나 되는 거야. 물론 그렇다고 카드를 뺏긴 사람이 한 장이 되진 않아. 뺏기더라도 새로 뽑을 기회는 여전히 있으니까.”


그리고 마이트가 이어서 말했다.


“다만, 반대로 버린 카드가 공개한 카드보다 오히려 높다면 공개한 카드가 그대로 상대에게 빼앗겨. 이 경우에는 가로채기를 시도한 사람이 한 장이 될 수 있지.”

“맞아. 그러니 가로채기를 할 때는 조심해야 해. 어중간한 숫자를 냈다가 가로채기에 실패하면 게임의 판도는 완전히 기울어 버릴 테니까.”

“또 섣불리 가로챘다가 중복된 숫자도 가질 수 있지.”

“맞아, 그래서 게임의 이름이 바로 ‘가로채기’야. 가로채느냐 마느냐, 그게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니까.”


상우는 게임의 규칙을 어느 정도는 이해했다.


스무 장의 카드에서 각각 두 장의 카드, 차례대로 한 장씩 버리고 새로 뽑을 때 상대방이 가로채기를 할 수 있음, 두 장의 카드를 오픈하고 규칙에 따라 카드는 가로채거나 빼앗긴다.


마지막에 팀 전체의 카드 숫자의 합이 높은 쪽이 우승. 대신 중복된 숫자가 있으면 무조건 패.


‘카드의 개수가 많다면 자연스레 숫자도 높아질 거야. 가로채기를 성공해야만 이길 수 있겠어. 조심해야 할 건 중복된 숫자를 꼭 피해야 하는 정도.’


“연습 게임은 없습니까?”

“안타깝지만, 시간이 없어. 자기소개할 시간도. 그러니까 이번 판으로 보여줘. 네 능력을.”

“... 알겠습니다.”


그러자 켄이 말했다.


“시원해서 마음에 드는군. 자, 그러면 시작해볼까.”


켄은 스무 장의 카드를 골고루 섞어 각각의 앞에 두 장씩 배분한 뒤 남은 열두 장의 카드를 중앙에 놓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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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네 번의 시련 24.06.23 15 0 11쪽
1 비상구가 열렸습니다 24.06.23 3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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