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집 암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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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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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히
작품등록일 :
2024.07.08 23:55
최근연재일 :
2024.11.04 19:0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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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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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수 :
132,493

작성
24.10.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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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사과 (1)

DUMMY

"자 민채야, 다녀와라."


우목이 완성된 도시락과 주소가 적힌 쪽지를 민채에게 건넸다.

도시락을 받은 민채는 잠시 쪽지를 본 뒤 시운에게 말했다.


"시운 씨, 여기 적힌 주소가 정확한 건지 사장님께 다시 여쭤봐 주실래요?"


시운은 대답 대신 조용히 민채를 바라봤다.

우목도 시운과 비슷한 표정으로 민채를 바라보고 있었다.


민채는 주방에 있던 우목을 힐끗 보더니 시운에게 시선을 고정한 뒤 물었다.


"왜 그래요?"


두 사람이 왜 그러는 지 정말 모르겠다는 듯 태연하게 묻는 민채가 황당한 시운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사장님 민채 씨 바로 옆에 계십니다."

"그런데요?"

"직접 여쭈면 되지 않습니까."

"아, 그건 안 돼요."

"...왜 안 됩니까?"

"아시잖아요. 저는 '냄새' 나서 가까이 가면 싫어하실 걸요."


시운은 옅은 한숨을 쉬고 우목을 보았다.

시운과 눈이 마주친 그는 고개를 젓고 시운처럼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민채가 저렇게 노골적으로 우목을 피하게 된 이유는, 이틀 전 밤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알 수 있다.


평소처럼 장난기가 발동한 우목은 민채를 놀라게 하기 위해 민채의 방문 앞에 숨어서 기다렸다.

우목의 평소 장난은 말장난이 대부분으로, 이런 식의 장난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시아가 시운을 놀라게 하는 장난을 목격한 우목은, 자신도 하고 싶었다.

깜짝 놀라게 하기.


시아는 실패했지만, 그건 상대가 시운이었기에 당연하다고 여긴 우목이었다.

그는 민채라면 무조건 놀랄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녀가 나오기를 계속해서 기다렸다.


잠시 뒤 문이 열리자 계획대로 큰소리를 내어 민채를 놀라게 한 우목은 뜻밖의 소리에 웃음을 터뜨렸다.

민채가 깜짝 놀라 지른 비명 소리에 섞여 나온 미세한 방귀 소리를 들은 것이었다.


"뭐야, 사장님 왜 저러셔 언니?"


우목의 웃음소리에 뒤늦게 방에서 나온 시아가 천연한 얼굴로 물었다.

참고로 시아는 민채와 한 방에서 지내는 중이다.


"언니가 방귀 한 번 꼈다고 저렇게 좋아하신다. 애도 아니고 참."


민채가 붉게 달아오른 귀를 머리카락으로 덮으며 말했다.


"방귀 낄 수도 있지. 냄새도 안 나네."


나름대로 자신을 위로해 주려는 듯한 시아를 보며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민채였다.

그러나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시아야, 오늘은 시운이 방에서 잘래? 냄새 나서 잠이 안 오면 어떡해."

"아뇨, 괜찮아요. 민채 언니 방귀는 냄새 안 나요."


시아가 민채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문득 진짜 냄새가 났어도 이렇게 편들어 줬을까, 생각하던 민채였지만, 지금은 시아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그래, 그럼. 시운아, 야식 먹자! 내가 재밌는 이야기 가지고 간다!"


민채는 해맑게 웃으며 계단을 내려가는 우목을 노려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 후 이틀 내내 '방귀쟁이' 라는 새로운 별명으로 민채를 부르는 우목이었고, 민채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일하며 이틀이 지났다.


민채가 우목을 대놓고 피하기 시작한 날의 아침, 계단을 내려오는 민채의 귀에 어김없이 '방귀쟁이' 라는 말이 들려왔다.

대체 언제까지 저러실까, 생각하던 민채는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다.


'방귀쟁이' 라는 별명에 별 생각이 없던 민채였으나, 굳이 따지자면 기분 좋은 별명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민채는 우목이 더 이상 자신을 저 별명으로 부르지 않게 하기 위한 방법을 떠올린 것이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이제 그만 좀 놀려요!"


민채는 분노가 담긴 목소리로 외쳤다.


물론 진짜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진심이 아예 담기지 않은 것도 아니었지만.


민채의 분노에 우목이 곧바로 사과했으나, 민채는 그의 사과를 쉽사리 받아 줄 생각이 없었다.

이제 자신의 차례였으니까.


그때부터 민채는 우목을 대놓고 무시하는 척하며 그를 놀리고 있던 것이었다.


애초에 크지 않았던 화는 완전히 사그라든 지 오래였다.

단순히 우목을 놀리는 재미로 그를 무시하고 있는 민채였다.


***


배달을 마치고 가게로 돌아가는 길이던 시운은 마찬가지로 배달 후 복귀하던 민채와 마주쳤다.

민채는 반가운 얼굴로 시운에게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같이 가요."


고개를 끄덕인 시운이 잠시 후 물었다.


"언제까지 그러실 겁니까?"

"뭘요? 아, 사장님 무시하기요?"

"네."

"글쎄요. 사장님도 저를 이틀 동안 놀렸으니까, 저도 이틀? 어때요?"

"그걸 왜 저한테 물으십니까."


민채는 뜸을 들인 뒤 대답했다.


"시운 씨도 재밌어하는 거 같길래. 제가 일부러 화난 척하고 있다고 했을 때 아무 말 안 했잖아요."

"그럼 뭐라고 합니까."

"그것도 그렇네요."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도시락집으로 향했다.

한 번씩 찾아오는 대화 없는 조용함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두 사람은 제법 가까워져 있었다.


이윽고 두 사람이 발길을 멈춘 곳은 도시락집이 아니었다.


"저긴 사람들이 왜 저렇게 많이 모여 있지? 앞에 무슨 일 났나 봐요."


북적이는 사람들로 가득 찬 거리를 가리키며 민채가 말했다.


"돌아서 갑시다."

"왜요, 무슨 일인지 궁금하지 않아요?"


앞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별 관심이 없던 시운이 옆길로 걸음을 옮기자, 민채가 그를 잡아 세웠다.


"잠깐만 보다 가요."

"...잠깐입니다."

"그럼요!"


민채는 못 이기는 척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는 시운을 보며 해맑게 웃었다.

그 후 두 사람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도착했음에도 엄청난 인파에 가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길이 없었다.

민채가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들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어떻게든 인파 너머의 상황을 구경하기 위해 목을 길게 뻗고 있었다.

민채는 그 중 한 사람에게 다가가 어깨를 툭툭 친 뒤 물었다.


"혹시 여기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이 모였는지 아세요?"

"싸움 났대요."


목을 뻗고 있던 사내가 발뒤꿈치를 내린 뒤 대답했다.


"근데 아무도 신고를 안 해요?"

"이 사람들 싸우는 당사자들이 모았대요. 사람들 앞에서 승자를 가리자고 했다나."

"왜 싸우는데요?"

"그건 나도 몰라요. 그건 그렇고 참 세상 좋아졌어. 얼마 전이었으면 여기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다 잡혀갔을텐데."


민채의 질문에 성의껏 대답해 준 사내는 다시 고개를 돌려 목을 쭉 뻗은 뒤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시운은 그의 혼잣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인 뒤 민채에게 물었다.


"싸움 구경, 하고 싶습니까?"

"아뇨, 별로요. 돌아가요."

"네."

"사람들, 아닌 척하면서 저런 거 참 좋아해요, 그쵸?"


인파를 뚫고 나가며 민채가 말했고, 시운은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이후 옆길로 돌아서 나와 사람들로부터 멀어진 두 사람에게 북적거림이 잘 들리지 않게 됐을 쯤, 뒤에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뒤로 돈 두 사람은 경찰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모여있는 사람들을 해산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결국 경찰이 왔네요. 하긴, 예전의 그 쓰레기 같은 놈들이 없어진 거지 경찰이란 직업이 사라진 건 아니니까요."


시운은 민채가 말한 '쓰레기' 라는 단어에 특히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전에 만신창이가 되어 경찰들에게 쫓기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 이유였다.


한동안 사람들이 흩어지는 모습을 구경하던 두 사람의 앞에는 어느새 한적해진 거리만이 남아 있었다.

사람들에게 에워싸여 보이지 않았던, '구경거리' 였던 당사자들이 허탈한 듯 서 있었다.


"이제 갑시다."


상황이 종료된 듯 보이자 시운이 뒤로 돌며 말했다.

그런 그를 따라 민채가 뒤돌아 걸음을 떼던 그때, 누군가의 외침이 거리에 울렸다.


"어이!"


왠지 자신들을 부르는 것 같다고 느끼는 민채가 걸음을 멈추고 곁눈질로 시운을 보았다.

그도 자신과 같은 생각인 듯 걸음을 멈춘 상태였다.

이어 동시에 뒤로 돈 두 사람에게, 누군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구경거리' 두 남자 중 하나였다.


"그래, 너희 둘!"

"왜요!"


민채가 큰 소리로 묻자 남자가 흔들던 손을 바꿔 오라고 손짓했다.

그 모습을 본 민채가 코웃음을 치고 중얼댔다.


"우리가 개야? 왜 오라 가라..."


그때, 다시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가 민채의 화를 단번에 가라앉게 만들었다.


"우목 도시락, 맞지?"

"어? 우리 가게를 아시네?"


민채가 놀란 얼굴로 시운과 저쪽의 남자를 차례로 보며 말했다.

민채와는 달리 크게 놀라지 않은 듯한 시운이 나지막히 말했다.


"저희 옷을 보십시오."


시운이 고갯짓으로 민채가 입고 있는 남색의 상하의를 가리켰다.


"그러니까요. 옷만 보고 우리가 우목 도시락에서 일한다는 걸 아신 거잖아요! 이런 적 처음이에요."

"전 몇 번 뵀습니다. 옷만 보고 아시는 분들."

"우리 가게 벌써 꽤 유명해졌네요."


민채는 들뜬 얼굴로 자신들을 부른 남자들에게 걸어갔다.

시운도 그녀를 뒤따라 걸었다.


남자들과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니 멀리서는 잘 보이지 않았던 그 사람들의 생김새 눈에 들어왔다.

두 사람의 체격은 비슷했으나, 한 사람은 대머리였고, 다른 한 사람은 짧은 머리에 긴 턱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어느덧 그들 앞에 도착한 시운과 민채를 대머리 남자가 반갑게 맞이했다.


"우목 도시락 맞네. 집에서 아내가 자주 시키거든. 몇 번은 내가 받았는데, 기억 안 나? ...너 말이야, 젊은 형씨."

"손님들이 워낙 많고, 또 손님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지는 않아 기억하지 못합니다. 죄송합니다."


질문의 수신인이 확실해지자 시운이 대답했다.


"죄송할 건 없고... 자, 여기 돈. 여기로 도시락 한 개만 배달해 줘."


시운이 돈을 받았고,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민채가 껴들었다.


"한 개요? 옆에 계신 분은 안 드세요?"

"알 게 뭐야. 일단 그 돈은 내가 준 거다?"


대머리 남자가 곁눈질로 옆에 있던 턱수염 남자를 힐끗 본 뒤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조용하던 턱수염 남자가 입을 열었다.


"나는 안 먹어도 돼."

"...네. 그럼 도시락 하나, 여기로 배달해 드릴게요."


턱수염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요."


민채가 시운의 손목을 잡고 자리를 뜨려 하자, 대머리 남자가 시운의 반대쪽 손목을 잡고 두 사람을 멈춰 세웠다.


"아냐, 형씨는 여기 있어."


양쪽의 두 사람에게 손을 잡혀 본의 아니게 팔을 크게 벌린 모습이 된 시운이 대머리 남자를 보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우릴 감시할 사람이 필요해."

"뭐 때문에 감시가 필요합니까?"

"어느 한 쪽이 겁나서 도망치면 어떡해? 우린 오늘 승부를 봐야 된다고. 그러니까 형씨가 여기서 우리 둘을 감시해."


시운과 민채는 측은한 눈빛으로 대머리 남자를 바라봤다.

상황과 어울리는 눈빛인지는 두 사람 다 확신이 없었으나, 그 누가 봐도 측은함이 담긴 눈빛이었다.

다행히 대머리 남자는 두 사람의 눈빛을 눈치채지 못했다.


"알겠습니다. 다녀 오십시오, 민채 씨. 전 여기서... 감시하고 이 두 분을 있겠습니다."

"...그래요. 빨리 다녀올게요."

"네."


시운의 마지막 말에서 간절함이 느껴진 건 자신의 기분 탓이리라고 생각하는 민채였다.


***


이후 시간이 조금 흘러 도시락집에 다녀온 민채가 두 남자와 함께 있을 시운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저 멀리에서 세 사람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할 무렵, 민채는 달리던 걸음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었다.


턱수염 남자의 주먹이 대머리 남자의 턱을 가격하며, 두 사람의 주먹다짐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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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학교 (1) 24.10.21 15 0 11쪽
14 간식 (1) 24.10.18 1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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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노상강도 (1) 24.10.16 1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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