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철거(3)

—ㅇㅇ
—제목 : 미국이 왜 탑 철거에 목숨 거는지 알 거 같음
(각성자 랭크 분포도.jpg)
고랭크가 이민 온 것도 있는데 탑 철거를 자주 해서 랭크가 대체로 높음
각성자들이 정착해서 자원생산량도 엄청나게 늘었고 나쁠 게 하나도 없음
└미국이 조스로 보이냐? 돈 안 되는 거 하게
└근데 미국 가면 랭크업 쉬운데 왜 한국 오려고 함?
└저랭크도 고층 몬스터 만나면 죽어
└고층에 물건 올려주는 짐꾼임
—털갤러
—제목 : 거리에 퍼리 많아짐 ^^
(건널목에 서 있는 회색 말 퍼리.jpg)
요즘 철거한다고 퍼리가 많이 보이네
만져도 되나?
└끼아악! 털추행이야!
└말이니까 당근 주면 만질 수 있지 않음?
└이 새낀 사람이 짐승인 줄 아네
—ㅇㅇ
—제목 : 각성자 귀국 통계
(국내로 유입되는 각성자 수.jpg)
단물 다 빨고 귀국함
└달러 버억
└의외로 집값이 안 올라갔네
└요즘 투자는 대전이지
└대전이 인구 분산 잘해놔서 탑도 적당히 나타나고 살기 좋은 듯
└서울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골목길로 다녀도 어깨빵이잖아
└퇴근 시간 헬게이트 열린다
└외국인 각성자 많이 왔는데 나갔던 사람도 돌아오면 걔넨 어디 길드 들어감?
└어디든 가겠지 각성자 걱정은 하는 거 아니다
└탑은 계속 생기니까 ㄱㅊ
—ㅇㅇ
—제목 : 전투계열 F 각성자인데 길드 들어가는 게 왜 이리 힘드냐
옛날엔 그냥 가면 받아줬는데 면담도 하고 실력도 보고 장비 수준도 확인하고 탈락함
└그건 니가
└ㅋㅋ
└ㅇㅇ) ?
└면접을 어지간히 못 본 거 같은데
└ㅇㅇ) 그래도 F인데 떨어진다고?
└각성자도 많고 F 따리잖아 특성 1개밖에 없는데 알빠노지
└야 나도 떨어졌다 F-인데 광탈했다
└경비회사로 가
└시발 헌터인데 경비원을 왜 해 돈도 안 되는걸
└넌 영원히 취업 못 할걸?
—ㅇㅇ
—제목 : 실시간 좆된 사람
(F- 각성증.jpg)
길드에 못 들어가는 거 실화냐?
이 새끼들 배불렀네
└정보 진짜로 배불렀다
└전보다 돈을 더 잘 벎
└우리 길드는 각성자 모은다고 계속 난리인데 왜 F- 따리가 길드를 못 들어가지?
└ㅇㅇ) 거기 무슨 길드인데?
└80~90위 사이인 길드
└ㅇㅇ) 촌 동네잖아
└ㅋㅋ 이 새끼가 진짜 배부른 새끼인데?
└기존 길드에 있던 놈들도 랭크 낮고 게으르면 재계약 못 해서 지방으로 내려가는데 F-가 뭔깡이냐?
—ㅇㅇ
—제목 : 한국 물가 괜찮다면서 곱창 나 있는데 이거 뭐냐?
(마트 채소 판매대 가격.jpg)
콩나물 200g에 만원인데 콩에 물 주면 되는 게 이렇게 비쌀 일이냐?
└북극 갔다 왔냐?
└ㅇㅇ) 알래스카
└요즘 한류 유행해서 물량 싹 털림
└ㅇㅇ) 콩나물만 키워서 팔아도 부자 되겠는데?
└실제로 유행하는 부업이다
└귀국한 헌터들 어리둥절행
└내가 아는 한국 물가는 이러지 않았어!
—ㅇㅇ
—제목 : 랭크업 하는데 어느 길드가 좋냐?
(F+ 각성증.jpg)
아직 미국
한국 아무 데나 가능한데 도시면 좋겠음
└F+까진 무조건 태양 길드다
└얘네 무제한 대련이 씹고트
└부서도 많아서 헌터 적성에 안 맞으면 다른 길로 빠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태양 길드 장점이 랭크업 분위기임
└집값 싼 것도 장점임 서울은 씨발 1년 월세만 얼마야
└ㄹㅇ 태양 길드보다 돈 더 많이 줘봤자 보증금 대출 이자랑 월세 내면 태양 길드랑 동급임
└ㅇㅇ) ㄳ 태양 길드로 가야지
—젤루조아
—제목 : 제일 길드가 철거하는 탑에 나타난 김민수
(김민수.jpg)
무장까지 한 거 보면 제일 길드 들어간 거 같은데?
└헐 찐이네
└아니 장인이 왜 탑을 오르냐고 ㅋㅋ
└취미로 장인을 하는 사람이다.
└아티팩트 실성능 테스트하러 가는 거 아님?
└김민수라면 그럴 수도
└쟤 또 뭐 만들었냐?
└보면 알겠지
—ㅇㅇ
—제목 : 버스 타러 왔데
(몬스터의 대가리를 쪼개는 김민수.jpg)
막타만 치시네
└막?타
└장인이 탱킹하는 거 본 적 있냐고 ㅋㅋ
└ㅋㅋㅋㅋㅋㅋ
└뭔 55층 탑을 버스 타러 오냐
└ㅇㅇ) 헥사 실드가 사기긴 하다 쓰는 거 보니까 1초 무적이 진짜 좆사기임
└플라즈마 실드는?
└ㅇㅇ) 질량 공격에 너무 약함 제일 길드라도 이건 실드 못 쳐주겠다
└헥사 실드는 뭐 미국 대통령도 원할 정돈데
2주일 만에 버스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상태창.”
[레벨-550]
[스킬-변신(D+), 종족 변신(A+)]
[특성 선택 — 변신(D+)]
[초재생]
[공간지각력]
[육감]
초재생은 재생할 수 없는 눈이나 장기까지 재생되는 능력이다.
공간지각력은 어디에 있든 상하좌우를 구분할 수 있고 기압의 변화나 동서남북을 알 수 있다.
육감은 인간에게 없던 감각인데 무언가를 상대의 의지를 느낄 수 있다.
3개 다 나중에 어떤 스킬을 얻든 충돌하진 않을 거다.
혹시라도 충돌한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초재생 쪽이고 가장 충돌 가능성이 낮은 건 육감인가.
공간지각력도 나쁘지 않지만, 육감보단 가치가 떨어지는 것 같아서 육감을 골랐다.
“!”
무언가의 흐름이 느껴진다.
근본적인 흐름.
내게 가해지는 이 흐름은 대체··· 마치 지금 누군가가 대문 앞에 서 있고 벨을 누르려는 것 같다.
딩동~
진짜로 벨이 울렸다.
아마도 벨을 누른 사람은 조태호다.
“나 왔어. 문 열어줘.”
문을 열자, 맥주를 들고 있는 조태호가 보인다.
“정말로 조태호잖아?”
이것조차 이미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감이 좋다고 하면 뒤에서 미행하는 사람도 알아챌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만 대놓고 따라와도 모르는 게 사람이다.
근데 진동도, 소음도 완벽하게 차단하는 내 집에서 거리가 수십 미터나 떨어져 있는데도 누구인지 특정해 낼 수 있을 정도로 감이 발달하다니.
··· 원래 특성 하나하나가 사기인데 내가 신체적 변화가 있는 특성만 찍어서 그런 거지.
“뭐가? 누가 나 사칭했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네가 올 거 같았어.”
오늘 놀러 온 이유는 아마도 TV를 보기 위해서일 것 같다.
“놀러 올 타이밍이긴 했지. 퍼플릭스에 드라마 새로 나온 거 있는데 봤어?”
“아직.”
“재밌대. 그거 보자.”
이제 태호는 소파에 누워서 TV를 보다가 배가 아파져서 화장실에 갈 거다.
그걸 어떻게 알게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될 것 같다.
미래를 아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이상한 이 느낌.
그래, 무엇이 어떻게 흘러갈지 흐름이 느껴진다.
땅에 나타나고 싶어 하는 탑의 기운까지.
···
태호가 가고 육감에 대해 검색해 봤지만, 많은 정보는 없다.
특성에 육감이 나오는 스킬이 적고 D+까지 도달할 사람도 적은 데다가 굳이 좋은 특성을 놔두고 육감을 고를 사람도 없을 테니 당연하다.
그래도 몇 명은 육감을 골랐는데 나랑 효과가 비슷하지만, 몇 초 정도의 미래를 느끼고 주변을 파악하는 게 전부다.
나처럼 그 사건과 이어져 있는 흐름 자체를 느끼거나 탑의 기운을 느끼는 사람은 없어.
“··· 왜지?”
내가 차원의 틈에 들어갈 정도로 특별한 건 알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아닌가?
둘이 연관되어 있어도 육감과 무슨 상관이지?
하룬에게 물어보면 한 번에 해결되겠지만 미카가 잘 시간이 아니니 만나러 가진 못하고 이것저것 해보다가 알게 됐다.
종족 변신 A+에서 나타난 종족인 드래곤.
펄슬리스처럼 와이번이 아닌 진짜 드래곤인데 이걸로 종족 변신을 하자 세상이 느껴진다.
저건 뭐-
찌릿!
무언가가 시간조차 가른 채 나를 보려는 것 같아서 종족 변신을 풀었다.
동시에 이상한 기운이 내 몸을 타고 지나갔다.
“··· 탐지 마법?”
내 집은 마법으로도 안을 볼 수 없게 처리해 둬서 나조차 영약을 퍼부어도 외부에서 마법의 효과를 볼 수 없다.
이건 A+ 마법사가 와도 마찬가지일 텐데 도대체 누가 대마법 이상의 탐지 마법을 나를 향해 쓴 걸까.
여기까진 육감으로 알 수 없지만 그럴 수 있는 존재는 단 하나.
드래곤뿐이다.
···
시간 넘치는 방학 동안 해야 할 일이 생겼다.
나를 향해 탐지 마법을 쓴 누군가를 찾아야 해.
예전에 드래곤으로 변신했을 땐 아무 일도 없었지만, 육감 특성이 생기고 나서 이변이 생겼다.
드래곤인 상태로 육감이 작동해서 무언가를 인지하자마자 그것 또한 내가 인지한 걸 알아차리고 역탐지를 시작한 거다.
“근데 탐지 마법까지 썼으면 만나러 와야 하는 거 아닌가?”
타이밍 좋게 탐지 마법 전에 종족 변신을 풀긴 했는데 아무 일도 없으면 확인하러 올만 할 텐데.
본능적으로 작동하는 육감을 억눌렀다.
이 상태로 종족 변신을 통해 드래곤으로 변신하면··· 아무 일도 없다.
드래곤인 게 아니라 무언가를 인지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걸 감지하고 정확하게 내 위치에 마법 방호 시설을 뚫고 탐지 마법을 쓸 수 있는 걸까?
이걸 알아내지 못하는 이상 결국엔 인간인 상태에서 육감으로 무언가를 느끼면 역탐지가 다시 들어오고 내 정체를 들킬 거다.
“하룬이 알고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역탐지가 들어왔다는 말에 놀라긴 했지만 은둔하는 중이라 도와줄 순 없다고 한다.
차원의 틈에서 좌표를 특정 당하면 위험하다나.
결국 내가 해결해야 하고 그럴 능력은 충분하지.
방에 마나 회로를 깔고 영약을 부어서 외부에서 나를 탐지하지 못하게 막았다.
이 상태로 육감을 활성화하면.
스르륵!
육감으로 세상을 인지하는 순간 강대한 탐지 마법이 주변을 휩쓸고 지나갔다.
느껴져, 역탐지 마법을 구축해 둔 강대한 존재가.
하늘 너머에 있는 우주를 지배하는 강자, 드래곤이.
순간 그 존재가 측정 불가능할 정도로 먼 곳에서 나를 주시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 느낌은 금세 사라졌다.
“··· 하룬이 왜 자포자기인지 알겠군.”
대륙만큼 거대한 생명체다.
그 자체만으로 강한데 큰 몸에 많은 마나까지 축적해 뒀으니 드래곤 한 마리만 지구에 나타나도 인류는 멸망할 거다.
드래곤인 상태로 육감을 유지하자 인간일 때와는 다른 감각이 느껴진다.
다양한 종류의 빛, 수많은 전파, 전기의 흐름, 땅의 진동, 섞여 있는 소리까지 인간일 때는 단순히 한 종류로 취급되던 게 세세히 분류될 정도로 감각이 좋아졌다.
마치 흑백으로만 세상을 보다가 다양한 색을 보게 되는 듯한 느낌.
그리고 내가 인지하자마자 역탐지를 시작하게 한 정보 또한 느껴진다.
“탑이 생기는 위치와 시간인가.”
탑이 나타나는 장소와 시간은 귀한 정보지만 유용한 정보는 아니다.
탑이 기존에 있던 건물을 없애고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빈 곳에 나타나는 거라 비워둔 땅에 나타나고 종종 기존에 있던 탑 위에 층수가 올라가는 게 전부니까.
예전에 알던 그대로 세계는 천천히 멸망해 가는 중이고 미카한테 말해두면 미국이 알아서 하겠지.
***
이용박은 하루에 4시간씩 탑 철거에 참여했다.
‘급할 필요 없어. 내 성장 속도는 빨라.’
“불꽃의 융합, 폭렬의 심판이여! 이그니스 크라시스!”
마법으로 만든 파이어 볼트를 날렸고 몬스터에 닿자, 수류탄이라도 터진 듯 광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용박 씨는 마법 쓸 때마다 말하면서 쓰는 거야?”
“재밌잖아요.”
“아, 라이터 안 가져왔다. 담배에 불 좀 붙여줘.”
폐에 저장된 불꽃을 뿜어내 담배 끝에 맞췄다.
“저는 라이터가 아니라고요.”
“겸사겸사 쓰는 거지. 드래곤 퍼리는 부러워. 마법도 잘 쓰고 입에서 불도 나가고. 퍼리 중에 축복받은 종족이잖아.”
“그건 좋아요.”
옛날부터 드래곤이 좋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왜인지 영혼이 이끄는 기분이었고 실제로 드래곤 퍼리까지 되었으니 이건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뭔가 사고방식이 선배처럼 변해버린 것 같아.’
일이 끝나고 사옥으로 돌아왔다.
이제 운동하고 마법을 연습한 뒤에, 집에 가면 완벽한 하루인데 정문에 김민수가 서 있었다.
“용박 씨, 오랜만.”
“어제 봤잖아요! 무슨 일 있어요?”
“그냥 대련을 좀 해보려고요.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네요.”
“저랑 해요. 저도 이제 순순히 지지 않거든요.”
‘크큭. F일 때랑은 달라. 난 지금 E-다.’
··· 엉망진창으로 털렸다.
“용박 씨는 나한테 안 돼.”
“지금 랭크 뭐에요?”
“비밀.”
신체 능력에선 조금 밀리지만 그렇다고 무력하게 질 줄은 몰랐다.
이건 랭크 차이가 크다는 뜻.
대련하러 온 걸 보니 최근에 랭크업을 한 게 틀림없다.
땅바닥에 앉아있는데 김민수가 꼬리를 만졌다.
그냥 만져보는 게 아닌 주물럭주물럭하는 걸 보면 커진 꼬리에 관심이라도 생긴 걸까?
어쩌면 처음부터 관심 있었는데 친해질 때까지 기다린 걸지도 모른다.
‘말도 안 돼. 어디에도 없으면서 어디에나 있다더니!’
“··· 아니죠? 아니라고 말해줘요.”
“말랑말랑한 게 기분 좋네. 쿠션으로 좋을 거 같아요.”
“히익. 난 나를 믿은 만큼 선배도 믿었는데!”
“장난이고 비늘 하나만 떼갈게요.”
김민수는 꼬리에 있던 비늘 하나를 뗐다.
도대체 저걸로 어떤 음흉한 일을 저지르려는 걸까.
상상조차 되지 않아서 더 두렵다.
‘지금까지 내 비늘을 모아다가 미니 용박이를 만들고 있었을지도 몰라!’
머리가 아찔하다.
이렇게 음흉한 사람인 줄 알았으면 거리를 벌렸어야 하는데.
“그걸로 이상한 짓 하면 안 돼요.”
“아니··· 연구용으로 필요해서 그래요.”
“그걸로 무슨 연구를 해요?”
“드래곤에 대해 알아보려고요.”
두렵다.
무언가 알아내서 그걸로 협박이라도 하려는 걸까?
김민수에서 서서히 멀어지는데 어느새 다가와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입가로 다가오는 거대한 손.
수염을 하나 잡더니 뽑아갔다.
“정말로 이상한 짓 안 할 거죠?”
“피도 뽑고 싶은데 주사기를 안 가져왔네요.”
피가 필요하다는 말에 퍼리를 탐하는 게 아니라 중요한 목적이 있는 것 같다.
“갑자기 드래곤에 왜 관심이 생겼어요?”
“집에 있는데 탐지 마법에 당했어요.”
“산업 스파이인가요?”
“마법을 흐트러트리는 처리를 해놨는데 뚫고 들어왔다는 거죠.”
“그게 가능한가요? 드래곤 퍼리 마법사도 못 할 텐데.”
“이제 알아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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