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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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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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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채 정식

DUMMY

화력에 폭발력까지 더한 파이어 볼과 바싹 잘 마른 목재가 만나자, 불길은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이토록 무리한 공격을 퍼부을 수 있었던 것은 두목과 부두목 간의 대화를 엿들은 덕이 크다.


‘남은 인원이 스물둘이라고 했지?‘


오늘 이렇게 살짝 들쑤시고만 가면 오히려 경계가 심해져서 다음이 골치 아파질 수 있다.


이왕 시작한 거 화끈하게 줄여 놓아야 한다. 파이어볼 난사로 10명만 줄여도 성공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나포션도 많이 들고 오는 건데.’


두 개밖에 없는 마나 포션을 쪽쪽 빨아 한 방울 남김없이 다 마시면서 파이어볼을 스무 발 넘게 던진 후, 무기를 활로 전환했다.


가깝게 다가서는 족족 맞춰 잡았지만 그래도 결국 망루에 오른 녀석이 있었다.


”죽어!“


제법 날카로운 찌르기 공격으로 창날이 날아왔다.


-캉!


흉갑에 적중한 창은 약간의 흠집을 내며 내 HP를 덜어냈다.


나는 곧장 흑기사의 검과 방패로 장비를 교체한 후 맞대응에 나섰다.


놈의 두 번째 공격은 방패에 가로막혔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창의 범위 안쪽으로 뛰어들어 검을 휘둘렀다.


-챙!


창대가 잘려 창날이 허공을 날았다.


“엇!”


상대가 당황하는 사이 가슴 부위를 밀어 찼다. 힘을 많이 주지는 않았지만, 망루 아래로 떨어뜨리기엔 충분했다.


-쾅!


볼품없이 손을 허우적거리던 도적은 3층 높이의 망루에서 바닥으로 떨어졌고, 나는 지체 없이 그 위에 뛰어내렸다.


“크억!”


내게도 약간의 데미지가 올 정도의 높이.


중갑을 포함한 내 몸무게 아래에 깔린 녀석은 그것만으로 거의 빈사 상태가 되었다.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그은 한칼. 녀석은 회색 경험치가 되어 사라졌다.


“어디···.”


내가 만든 혼란의 도가니. 산채는 거의 무너지기 직전이었고, 얼핏 보기에도 적지 않은 수의 도적이 쓰러져 있었다.


“하나, 둘, 셋···.”


모두 합쳐 열셋.

기대 이상의 성과다.


‘이 정도면 오늘 완전 클리어를 노려봐도 되겠는데?’


“똑바로 줄 맞춰! 두목은 곧 나온다!”


타닥탁 지글지글.


나무 타는 연기와 고기 익는 냄새가 진동하는 가운데 부두목이라는 놈이 대형을 갖추고자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허둥대지 말고 잘 봐! 적은 한 놈이다.”


부두목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정신을 차린 도적들이 어설프게나마 진형을 갖췄다. 패잔병이 한 줄로 얼기설기 선 것에 불과했지만.


“포위하고 두목이 나오길 기다린다!”


“야, 하나만 묻자.”


한창 부하를 통솔하던 부두목의 눈이 나를 향했다.


”그 두목이라는 사람이 오른쪽 뺨에 긴 흉터 있고, 상체는 반쯤 벗은 털북숭이 아니냐?”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냐?”


“미안한데, 걔 이미 죽었어.”


“······.”


“나도 좀 비겁해서 그렇게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엄마 보고 싶다고 혼자 훌쩍대다가 등을 보여주길래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됐다. 조건반사로 인한 우발적 사고라고.”


도적들의 얼굴에 짙은 당혹이 어렸다.


부두목은 주변을 빠르게 살피더니 소리쳤다.


”쳐라!”


이거야말로 조건반사 같은 것이었는지 가장 가까이 서 있던 놈부터 칼을 쳐들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화공에 당하고 시작한 탓에 무장 상태가 그리 좋지 못했다.


나는 방패로 칼을 받아넘기면서 흑기사의 분노를 휘둘렀다.


“아악!”


어깨가 반쯤 떨어져 나갈 만큼 큰 상처를 입은 첫 도적이 쓰러진 후에도 공격은 계속됐다.


하지만 방어구와 무기를 모두 갖춘 적이 얼마 없을 정도라 싸움은 일방적.


생각할 겨를도 없이 차고 밀치고 베고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서 있는 것은 나뿐이었다.


“허억··· 헉···.”


그사이 기적적으로 산채의 불은 다른 곳으로 옮겨붙지 않고 사그라지는 단계에 이르렀다.


“어휴, 죽겠다. 내일은 일찍 못 일어나겠네.”


이렇게 격하게 움직였으니 근육통 당첨이다.


나는 칼을 집어넣고 전리품을 수거했다. 구석구석 뒤지고 잿더미를 헤쳐가면서.


”이상하네.”


아무리 봐도 부두목이 보이지 않았다. 혹시 이 녀석도 나처럼 은신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되는 지역에 뼈화살과 스노우볼을 난사해 봤지만, 걸려드는 것이 없었다.


별수 없이 도적의 산채를 빠져나와 산 아래로 내려갔다.


다음 지역으로 가는 길목에는 아직 화살표가 뜨지 않았다. 클리어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자식을 어디 가서 찾나?”


목책 뒤도 다 살펴보고 숲속까지 뒤지고 왔는데. 조금 암담해질 무렵 갑자기 다음 지역 개방 가능을 알리는 붉은 화살표가 생겨났다.


“뭐야, 이제 와서 갑자기.”


그 부두목 놈은 어디 가서 혼자 죽은 것일까? 예를 들어 상처 입고 도망가다가 결국 견디지 못했다든지, 아니면 스스로···.


알 수는 없지만 중요한 건 다음 지역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반지를 벽에 가져다 대자 새 지역이 개방되면서 로스트 파라다이스로 전송되었다.


[977골드 12실버 45코퍼 전자지갑으로 전송]



* * *


“즐거운 파라다이스 여행 되셨습니까. 오늘은 시간을 꽉꽉 채우고 나오셨네요.”


“오우, 좋은 저녁.”


“좋은 일 있으셨나요? 기분이 상당히 좋아 보이시는데요?”


“아아··· 이 기분. 이 기분은 치맥 기분이라는 것이다. 김 비서, 늘 먹던 대로 주문 부탁해.”


좋을 수밖에.

시간만 꽉꽉 채운 것이 아니라 전자지갑을 꽉꽉 채우고 나왔으니. 이제 내 전자지갑에 코인의 수는 1,376정도.


조금 무리했지만 죽을 위기 없이 이만한 코인을 거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솔직히 이제는 당장 낙원에서 쫓겨난다고 해도 먹고 사는 데 하등의 지장이 없다. 부가적으로 벌어들인 아이템 판매 액수를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주인님, 그럼 기분 괜찮으신 틈을 타서 하나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응? 뭔데, 말해봐.”


“현재 메테오에서 비서 AI 업그레이드 행사 중인데 응모해 봐도 되겠습니까?”


“그거··· 돈 드는 건가?”


인정한다.

조금, 아니 많이 쪼잔해 보였다는 거.


그렇지만 몇백억이 드는 회사 기획안이나, 몇만 원에 불과한 용돈 인상 요구나 결정권자가 해야 할 질문의 본질은 같다.


얼마인가.

그걸 꼭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닙니다. 전액 무료입니다. 일종의 베타 테스터 모집이거든요. 다만 소유주의 허가가 있어야 가능해서 여쭤봤습니다. 당첨 확률이 무척 낮고, 당첨된다면 매일 후기를 작성해야 하는 것도 귀찮지만요.”


“오케이. 그런 거라면. 오늘 내 운이 상당히 좋으니까 당장 응모해 보도록 해. 내가 또 베타 테스터 전문이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다음 날 아침.

언제나처럼 비약을 챙겨 먹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은 드디어 수업 첫날.

초급 기술만 가지고 근근이 버텨온 지난날과는 작별하는 것이다.


‘그전에 아이템 감정부터.’


파이어볼을 난사했더니 도둑의 방어구 중에 멀쩡한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단검과 쇠뇌 몇 점, 부실한 가죽 방어구 몇 개, 복면과 도적의 상하의, 그리고 열쇠.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템은 대부분 실망스러웠다. 그간 강력한 장비가 줄줄이 나와서 기대했건만 레벨 제한 20인 단검, 쇠뇌, 가죽 방어구는 동 레벨 대비 그냥 조금 좋은 수준에 불과했다.


입고 다녔기 때문에 조금 기대했던 상·하의는 옵션이 붙긴 했는데 현재 받쳐입고 있는 언X 아머 옷에 비하자면 보너스 수준에 불과했다.


건진 것은 복면 하나였다.


[마기꾼: 얼굴]

▶당신의 매력은 얼굴을 가림으로써 완성됩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잠시 가려두세요.

▶방어력 20

▶제한 레벨 20

▶내구성: 30/30

▶장착 효과: 지능 +30,

▶특수 효과: 스킬 ‘매혹’(지능 150 이하의 상대에게 시전 가능, 1분, 하루 1회), 헤파 필터 기능으로 상시 공기 정화


‘얼굴’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지금 내 얼굴에는 흑기사의 바이저가 씌워져 있어 얼굴을 가려주고 있지만, 그 이전에는 얼굴을 가리기 위해 가면을 추가로 쓰고 다녔다.


얼굴에 착용하는 마스크나 가면, 복면 등은 모두 꾸미기 용도로, 방어력이나 기타 옵션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마기꾼’은 내 옷이 그러하듯 얼굴 장착임에도 당당히 옵션이 붙어있다.


‘매혹이라니 내가 무슨 사이렌이나 서큐버스도 아니고.’


비록 지능 150 이하에게만 걸리고, 지속 시간도 1분으로 짧지만 그게 어디인가. 게다가 헤파 필터라니.


‘무슨 다X슨 공기청정기도 아니고 복면에 왜 그런 게 달려 있어?’


바이저를 벗고 복면을 착용한 후 다시 바이저를 썼지만 하나도 갑갑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숨쉬기가 편하다. 위에 덮어쓰는데 방해가 되지도 않았고.


“좋아.”


모든 것이 순조롭다.



* * *



수업 장소로 지정된 타이한 제국 대학의 대 연무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와 있었다.


나는 직원이 안내하는 대로 본인 확인을 거쳐 테스트 때처럼 장비를 해제하고 평상복 차림으로 아무 곳에나 앉았다.


잠시 후 시간이 되자 교수가 나타났다.


터질듯한 근육질의 남자는 다름 아닌 전사 부장이었다. 내 주먹에 쓰러졌던.


‘손맛이 좋았는데.’


교수는 종이를 들고 강단에 섰다.


“반갑다. 첫날이니 출석을 불러보도록 하지.”


학생 전체를 한번 둘러본 교수는 대뜸 이름을 불렀다.


“아웃사이더.”


“네.”


“오, 거기였군. 지난번엔 가면이더니 이번엔 복면인가? 자네도 얼굴에 상당히 자신이 없나 보군. 하하하!”


뭐라는 거야.


썰렁하기 짝이 없는 농담이었지만 그 얘기를 들은 학생들이 술렁거렸다.


“쟤가 걔야? 공식 영상 올라온?”


“맞나 본데. 처음에 불렀잖아. 수석이라는 소리겠지.”


’공식 영상? 그건 또 무슨 소리냐.‘


내가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교수는 거침없이 출석을 불렀다. 50명을 다 부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다 온 모양이군.”


교수는 종이를 구겨 뒤로 던져버렸다.


“반갑다. 나는 전사부를 총괄하는 부장 교수이자 체술을 담당하고 있는 다비드 교수다.”


어쩐지 몸이 조각상 같더라. 나이도 좀 있어 보이는 양반이 스테로이드 쓰나?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하나 묻겠다. 상대를 무너뜨리는 절대적인 일격은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나? 강한 힘? 빠른 속도? 아니면 그 모든 것을 버텨내는 높은 체력과 방어력?”


다비드의 질문에 학생들은 모두 조용해졌다. 다비드가 눈짓으로 채근했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말할 사람 없나?”


‘뭐래. 진도나 나갈 것이지.’


그러나 다비드는 대답을 듣기 전에는 진도를 나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주먹이 매서운 아웃사이더 군. 대답해 보게.”


화살이 내게 돌아왔다.


사실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주먹이나 둔기의 경우는 힘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교수는 체술에 한정해서 얘기하지 않았지.’


활로 가면 민첩이 중요한 건 당연하고 검의 경우에는 힘과 민첩이 어느 정도 둘 다 중요한 것도 같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로파에서 싸울 때는 그런 것이 필요 없었다. 그저 ‘참교육’ 한방이면 모두 해결됐으니까.


하지만 낙원에서의 나는 어땠나?


‘숨어서 활 쏘고, 함정 파고, 변장하고, 하다 하다 똥침까지.’


답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튀어나왔다.


“기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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