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이 AI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현대판타지

새글

리얼제로
작품등록일 :
2024.08.26 10:52
최근연재일 :
2024.12.03 12:1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10,004
추천수 :
451
글자수 :
559,373

작성
24.10.20 14:35
조회
60
추천
2
글자
12쪽

뿌린 대로 거두리라

DUMMY

나는 그레이가 직접 스킬을 사용할 때를 떠올렸다.


그녀는 상대를 이리저리 자극한 후에 스킬을 사용했다.


그레이 본인에게 듣기로는 그렇게 하는 편이 훨씬 효과가 좋다나?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진짜 수치심을 느끼고 있을 부분을 찾아서 찌르는 편이 좋겠지.


“왜 그래? 얼른 회사가 떠먹여 준 그 스킬 보여 줘. 나는 맨땅에 헤딩하는 흙수저라 구경만 해도 너무 좋을 것 같아.”


고정우는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안 오면 내가 간다?”


맹렬한 돌진과 뒤이은 분쇄, 방패 밀치기, 방패 투척.


상단세를 취하고 주저하던 그는 세 번의 공격에 연거푸 당한 후 바닥에 쓰러졌다.


고정우는 고개를 거칠게 흔들며 일어섰다. 스킬 지속 시간이 10초인 것이 아쉬울 뿐이다.


“크악!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넌 왜 자꾸 비무 중에 상대에게 질문을 하냐? 뭐 할지 알려주고 하면 그게 비무냐? 지도 편달이지.”


“.......”


“지도 좀 해드려?”


고정우는 입을 꽉 다물고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몸을 낮춰 금방이라도 튀어 오를 것 같은 자세를 취한 고정우는 검 손잡이에 손을 얹고 슬금슬금 다가오기 시작했다.


다섯 걸음, 네 걸음, 세 걸음. 검의 간격에 내가 들어오자, 고정우의 눈빛이 달라졌다.


“구속.”


고정우는 검집에서 막 검을 빼려던 자세 그대로 얼어붙었다. 신 그레이 세트의 또 다른 스킬 ‘구속’이었다.


“파이어 월, 파이어 월.”


움직이지 못하는 고정우는 중첩된 파이어 월의 데미지를 그대로 흡수하고 있었다.


“몸 좀 데우면서 스승님 말씀 들어라. 넌 인마, 무슨 스킬을 쓰건 너무 티가 나. 그렇게 대놓고 나 이제 스킬 씁니다. 노래를 하면 내가 당하겠냐, 안 당하겠냐?”


파이어 월의 데미지 5%는 그대로 내 MP와 HP가 되어 돌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무림인 계열이면 무림인 계열답게 허초도 좀 섞고, 보법도 써야지 슬금슬금 그게 뭐야. 아, 일본 유파는 또 좀 다른가?”


훈계의 의미에서 불타고 있는 고정우의 머리를 분쇄로 한 번 더 따끔하게 때려줬다.


“어쨌건 현질로 키우는 애들은 이래서 안 돼.”


“크헉!”


구속의 효과가 풀렸는지 고정우는 허둥지둥 파이어월이 지글지글 끓는 자리에서 벗어났다.


구속도 역시 10초.


신 그레이 세트의 스킬은 둘 다 지속 시간이 조금 아쉽다.


“.......”


고정우는 입술을 꽉 다물고 나를 노려보다가 흘깃 무대 밖을 쳐다봤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TOOL의 직원들이 있었다.


“야, 거길 그렇게 의심스럽게 바라보면 어쩌냐. 그러면 또 내가, 아 이 자식 꿍꿍이가 있구나 싶지 않겠냐?”


“이번엔 의심해도 소용없을 거다.”


“뭐야, 뭔데 그렇게 자신만만해?”


고정우는 품에서 뭔가 꺼내더니 바닥에 휙 던졌다. 본능적으로 방패를 들어 올렸지만, 유리병으로 보이는 물체는 고정우와 나 사이에서 깨졌다.


깨진 곳으로부터 연기가 확 피어올라 비무장 전체를 가득 채웠다. 쉴드가 쳐져 있지 않았다면 관중석까지 닿을 기세였다.


“휴···.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는데.”


고정우는 알약 하나를 꺼내 삼켰다.


“쉽게 구할 수 없는 귀한 독이라고 들었다. 원래는 너 같은 저레벨에게 쓸 물건이 아닌데.”


이때쯤 관중도 비무장을 가득 채운 연기가 그냥 연막탄이 아님을 알아챘다.


관중석으로부터 야유가 쏟아졌지만, 고정우는 쓰게 웃을 뿐이었다.


이기는 게 중요하지 수단이 뭐가 중요한가.


잠시 후 비무장을 가득 채운 독무가 조금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위에 붉은 화살표가 나타났음을 깨달았다.


“낙인?”


아직 안 죽었나?

분명 해독 관련된 스킬이 없다면 몇초 버티지 못할 거라고 들었는데.


해독도 어설픈 해독으론 소용없다. 필요한 것은 완전 해독 같은 최고 등급 스킬.


“아, 나 이거 들어봤다. 이거 그거잖아. 소독차.”


내 팔팔한 목소리에 고정우의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우리 아버지 어릴 때는 이거 뒤꽁무니 쫓아다니면서 놀았다던데. 너 레트로 감성 좋아하는구나?”


고정우는 멀쩡히 서 있는 나를 보고 옥면공자라는 별호가 무색하게 오만상을 찌푸렸다.


“넌 왜 멀쩡한 거냐!”


“멀쩡하다니? 심장이 얼마나 두근거리는데. 이건 나도 좀 놀랐다. 설마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어.”


나는 올가미 스킬을 발동해 다리를 묶고 활을 쐈다. 통, 통. 활줄을 튕길 때마다 고정우의 가슴에 화살이 하나씩 돋아났다.


“큭!”


무신경하게 화살을 당기다 보니 올가미가 풀렸다.


“날 가지고 노는 거냐?!”


“뭔 소리야?”


“어째서 상급 스킬을 사용하지 않나! 몇 번이나 기회를 잡고서도!”


고정우는 울부짖듯 외쳤다.


“그러니까 아까부터 말했잖아. 난 흙수저라서 그런 상급 스킬 없다고. 사람 말을 듣지를 않네.”


실제로 내가 가진 기술 중에 가장 마나를 많이 먹는 기술은 체인 라이트닝이다. 그나마도 상당히 무리해서 배운 것인데.


위력이 훌륭하긴 하지만 고정우가 말하는 상급 스킬은 아닐 것이다.


“날 무시한 대가를 치를 거다.”


고정우는 가슴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스크롤?’


저것은 위험하다. 무엇이 각인된 스크롤인지는 몰라도 저렇게 큰소리를 칠 정도면 4, 5 서클짜리는 아닐 거다.


9 서클은 현재 드래곤만이 사용할 수 있고, 아직 8 서클에 이른 마법사도 플레이어 중에는 하나도 없다.


그러나 7 서클 마법사는 적다고 할 수 없어서, 간혹 그들이 내놓는 7 서클 마법 스크롤이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으로 경매장에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인페르노!!!!”


그런 마법 중 현 대인 최강의 화염 마법이 그 스크롤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 * *



“아··· 결국.”


차성우 부사장은 이마를 짚었다.


고작 저 100레벨도 안 되는 한 놈 잡자고 오래도록 소중히 간직해 온 히드라의 독구슬을 사용한 것도 모자라, 7 서클 마법 스크롤까지.


둘을 합친 경매장 가격은 못 해도 3억 이상. 수지가 안 맞아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야! 엄청납니다! 아주 그냥 웰던으로 구워졌겠는데요?”


김 부장은 속도 모르고 인페르노의 위력에 감탄하고 있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하여간, 이놈이고 저놈이고.’


이제는 기호지세.

이대로 밀고 나갈 수밖에 없다.


무투회에 사용하기엔 정당성 면에서 애매하지만, 애초에 아이템 규정을 모호하게 잡았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


안 쓰고 이겼으면 가장 좋았겠지만, 써버린 이상 최대한 잘 포장해서 고정우 저 등신 자식을 영웅으로 만들고 길드 창설까지 몰고 가는 수밖에.


“부, 부사장님.”


“뭐!”


“저기를 좀 보십쇼!”


김 부장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끝에는 아웃사이더가 서 있었다. 연기를 모락모락 피워 올리면서.


“저 새끼는 뭔데 왜 자꾸 안 죽어!”



* * *



“와, 씨. 진짜 죽을 뻔했네.”


절대 방어를 발동하는 게 조금만 늦었어도 큰 화를 입을 수 있었다.


그 증거로 머리카락이 곱슬곱슬 타는 냄새를 풍겼다. 영 모양은 빠졌지만, 관중은 내가 살아난 것만으로 환호성을 질러줬다.


“어, 어째서.”


스크롤을 사용하는 것도 공짜는 아니다. 발동하는 데는 약간의 마나를 필요로 한다.


지금처럼 본인이 배운 적도 없고 급도 안 맞는 마법을 발동하는 경우에는 더 큰 마나가 들어간다.


애초에 근접전투 캐릭터로 키워져 지능이 높지 않은 고정우는 지금 그 대가로 마나가 바닥나 있었다.


“왜? 비장의 무기는 너만 있을 거로 생각했냐?”


“.......”


“이제 좀 집중적으로 맞자.”


나는 메이스와 방패를 들고 마나 허탈 증상으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고정우에게 걸어가며, 아카데미 궁술 시간에 터득한 스킬 ‘집중’을 발동했다.


공격력 두 배, 치명타율 두 배. 1초에 마나 10을 소모하니까 남은 마나로 지속할 수 있는 시간은 30초.


“이 꽉 물어.”



* * *



우승을 차지했다.


기분은?

그저 그랬다.


인정한다. 승리가 확정되고 관중의 환호에 답례할 때는 잠깐 뽕이 차올라서 울컥하기도 했다.


‘입사 소식 알렸을 때 엄마가 환호성 지른 이후 처음이었지.’


그 환호성, 퇴사 이후 그 회사를 짓뭉개고 다시 받았네?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거다.


짧은 우승자 인터뷰를 한 것은 구면의 여자였다. 아카데미에서 졸업 시험 볼 때 일일 조교로 직업 체험 왔던.


‘제로아라고 했던가? 눈도 못 마주치는 수줍음 많은 여자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하는지 원.’


제대로 된 인터뷰는 내일 다시 하겠다면서 친구 신청을 했기 때문에 TOOL과 나의 관계에 대해서 밝히진 않고 형식적인 말만 한 후 대기실로 들어왔다.


다 이겼으니 이제 뭘 해야 하나. 차가운 콜라 하나 마시고 싶은데 로그아웃할까.


잠시 멍하니 앉아 있는데 운영 NPC가 면회 요청을 알려왔다. 요청자는 두 사람, 김 부장과 부사장이었다.


‘결국 찾아오셨군.’


바라던 바다.


“이야, 이거 우승 축하합니다. 저 기억하시죠? 블록.”


김 부장은 앞서 들어오며 등짝을 엄지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였다.


“전 캡슐 안에서도 그런 통증이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니까요. 아니, 아니. 지금 그걸 뭐라고 하려는 게 아니고.”


김 부장은 과장된 포즈로 손을 흔들더니 부사장을 힐끗 바라봤다.


“소개 드립니다. 이번 무투회 메인 스폰서인 TOOL의 부사장님 되십니다. 이 대회의 총책임을 맡고 계시죠.”


김 부장이 한 발 물러나자, 차성우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우승 축하합니다. 실력이 정말 대단하시더군요. 지금은 후기지수지만 머잖아 랭커 자리에 오르시겠습니다.”


“별말씀을.”


“내일 상위 4인에 대한 시상식과 인터뷰가 있다는 얘기는 들으셨죠?”


“여기 들어오기 전에 들었습니다.”



“상금도 내일 바로 지급될 겁니다.”


“그건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군요.”


퇴직금은 바로 안 주는 주제에.


부사장은 효율 따지는 성격답게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피곤하실 테니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혹시 소속이 있으십니까?“


“소속이라면 뭐 말입니까?”


“길드라던지 회사라던지. 아니면 매니지먼트 그런 것들?“


“없습니다.”


“잘 됐군요. 그럼, 정식으로 제안 드리겠습니다. 저와 함께 일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이럴 줄 알았다.

자기 편이 나가리됐으니 나를 끌어들이면 된다는 심산이겠지.


“아뇨.”


“그러지 마시고 다시 생각해 보시죠. 1등 상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연봉으로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회사에서 창설할 길드에서 부길드장의 자리와 최대한의 장비 지원을 약속합니다.”


1등 상금이라면 1억 오천.


박 대리 시절에 받던 액수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 수준.

나쁘지 않다.


“그 약속이라는 거 말인데.”


부사장과 김 부장이 내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회사는 도무지 약속이라는 것을 지키지 않더라고요. 하물며 문서까지 정식으로 작성된 약속인데도 말이죠. 그런데 이렇게 증인도 없는 자리에서 한 약속을 지킨다? 저는 믿을 수가 없는데요?”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인지?”


본선 경기하면서 계속 눈치를 줬는데 어떻게 위에 얘기한 놈이 아무도 없냐.


나는 쓰고 있던 복면을 턱 아래로 끌어내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 여친이 AI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당분간 연재 시간을 유동적으로 가져갈까 합니다. +1 24.10.11 27 0 -
공지 제목 회귀, 연재 시간 변경 24.10.07 17 0 -
공지 찐막: 전 여친 작품 -> 전 여친 작품으로 게임 재벌 24.09.06 18 0 -
공지 마지막 제목 변경: 전 여친 작품 24.09.04 19 0 -
공지 제목변경: 사상 최강급 몽둥이 들고 연금 100억 수령한다 24.09.01 24 0 -
공지 전 여친이 AI -> 방치된 게임속 나 혼자서 코인 파밍으로 제목 변경하겠습니다 24.08.28 282 0 -
104 다시 나로스로 NEW 23시간 전 7 0 12쪽
103 다시 나로스로 24.12.02 16 0 11쪽
102 다시 나로스로 24.12.01 20 0 12쪽
101 북부 전선의 개망나니가 되었다 24.11.30 23 0 11쪽
100 북부 전선의 개망나니가 되었다 24.11.29 23 0 12쪽
99 북부 전선의 개망나니가 되었다 24.11.28 27 0 12쪽
98 재입대 24.11.27 27 1 12쪽
97 재입대 24.11.26 32 1 11쪽
96 끝나지 않는 잔치는 없다 24.11.25 30 1 13쪽
95 끝나지 않는 잔치는 없다 24.11.24 29 2 12쪽
94 파티로구나 24.11.23 28 2 12쪽
93 파티로구나 24.11.22 31 2 13쪽
92 파티로구나 24.11.21 30 2 11쪽
91 새로운 시대 24.11.20 32 2 12쪽
90 새로운 시대 24.11.19 33 2 13쪽
89 새로운 시대 24.11.18 36 2 12쪽
88 새로운 시대 24.11.17 31 2 11쪽
87 부모의 마음 24.11.16 30 2 12쪽
86 부모의 마음 24.11.15 31 2 12쪽
85 부모의 마음 +1 24.11.14 32 2 12쪽
84 부모의 마음 24.11.13 31 2 11쪽
83 부모의 마음 24.11.12 33 2 12쪽
82 부모의 마음 +1 24.11.11 38 2 12쪽
81 동물의 왕국 24.11.10 39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