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이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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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제로
작품등록일 :
2024.08.26 10:52
최근연재일 :
2024.12.1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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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1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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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마음

DUMMY

‘죽는구나!’


아무리 아래가 물이라고는 해도 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죽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폭우, 폭설, 태풍도 아니고, 이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에 스스로 빚어낸 눈뽕에 당해서 추락사라니.


이렇게 어이없을 수가.


하긴, 레벨이 136에 이르도록 한 번도 죽지 않은 것이 기적이다.


보통 수십번은 죽겠지.

그렇게 경험치 페널티를 받고 또 꾸역꾸역 기어 올라가고. 그래서 이 게임이 레벨업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 아닌가.


겸허히 받아들이자.


추락은 길었다. 장거리 비행을 위해 비행고도를 수백 미터까지 올렸으니까.


귓가를 스치는 바람은 시원하고 햇볕은 따스하다.


“죽기 딱 좋은 날씨네.”


그때 눈앞으로 그리핀의 깃털이 하나 펄럭거리며 지나갔다.


“맞다.”


깃털을 보자 생각이 났다.

추락해도 죽지 않는 마법.


보조 마법 수업 시간에 교보재 하다가 머리를 박아 죽을 뻔한 후 배운 마법. 나는 즉시 스펠을 외쳤다.


“페더 폴!”


마법이 작용하자 내 몸이 마치 깃털이라도 된 듯 좌우로 팔랑거리기 시작했다.


하도 흔들려서 멀미가 났지만 일단 속도 자체는 급격히 떨어졌다.


“됐다! 살았어!”


이래서 사람은 하나라도 더 배워야 한다. 언제 쓸 일이 있을지 몰라도 배워두니까 이렇게 요긴한 때가 오지 않았는가.


물에 떨어진 다음 어떻게 해야 할지는 떨어진 다음에 생각할 문제다.


지금은 도대체 방향을 모르겠으니까.


팔랑팔랑.

나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눈을 감았다.


팔랑팔랑.

팔랑팔랑.

팔랑팔랑.

팔랑팔랑.


“크아! 언제까지 떨어지는 거야!”


땅까지는 아직 멀었다. 아무 생각 없이 수백 미터 상공에서 시전한 페더폴은 나를 항로에서 완전히 떨어진 곳으로 이끌고 있었다.


‘이러다가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워낙 팔랑거리며 떨어지는지라 이제는 동서남북 구분도 어렵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멍하니 하늘만 보고 누워있는데 미니맵에 얼핏 비치는 것이 있었다.


‘육지인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고, 서버가 다운돼도 아이템 주울 시간은 있다더니.


다만 사소한 문제가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거리가 너무 멀다는 거다.


“페더 폴!”


중간에 스킬 풀려서 낙하하면 곤란하니까 페더 폴 한 번 더 걸어주고. 공중에서 몸을 틀어 머리를 섬 방향으로 맞췄다.


“파이어 볼!”


손에서 불덩이가 방출되고, 나는 그 추진력으로 단번에 몇 미터 쭉 밀려났다.


좋아.

이런 식으로 계속 가는 거야.


상공에서 방향과 거리를 수정할수록, 나중에 더 편해진다. 파이어볼 쏘는 게 헤엄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는가.


“파이어 볼! 파이어 볼! 파이어 볼!”






“푸하!”


나는 어느 섬의 백사장에 드러누워 숨을 골랐다.


불과 수십 미터를 남겨 두고 마나가 똑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페더 폴의 효과도 사라져서 그대로 물에 처박히고 말았다.


간신히 헤엄쳐서 도착한 곳이 이곳, 무인도다.


“여기가 대체 어디야?”


미니맵 축척을 변화시켜 봤지만, 주변에 다른 섬은 보이지 않았다.


“이놈의 반지. 어떤 일이 생기는지는 미리 알려줘야 할 거 아니냐.”


대도의 반지와 대도의 두 번째 반지는 합쳐져서 대도의 완전무결한 반지로 변했다.


[대도의 완전무결한 반지]

▶전설적인 고대의 도둑이 사용한 완전한 반지

▶제한 레벨 20

▶장착 효과: 올 스탯 +20

▶특수 효과: 스킬 ‘은신’(정지 상태에서만 가능. 쿨타임 1분), 스킬 ‘도약’(최대 10미터, 쿨타임 5분), 생명력 흡수(적에게 입힌 데미지의 2%), 독서등(대도의 일지 열람용)


합쳐진 반지는 훨씬 좋아졌다. 게다가 대도의 일지를 볼 수 있는 스킬도 생겼다.


그러나 지금은 탈출이 먼저다.


“김 비서, 듣고 있어?”


[말씀하세요.]


“나 지금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나?”


[잠시만요.]


김 비서는 한참 말이 없었다.


[거기가 어디예요?]


“그거 내가 물어본 거잖아.”


[좌표가 있기는 한데··· 메인 맵에서 굉장히 떨어진 곳인데요? 거기는 그냥 공해상인데.]


좌표가 찍히기는 한다니 다행이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곳이 어디야?”


[폴리나가 가장 가깝네요. 아! 이동 중이셨구나. 어쩐지. 그리핀으로 30분이면 도착합니다.]


“그리핀이 없는데?”


[그리핀 말고 뭐 다른 거 타셨어요?]


“아니, 조난당했어.”


김 비서는 그리핀에서 떨어졌다는 말에 할 말을 잃었다.


“여기서 나갈 방법이 없을까?”


[GM에게 연락하면 될 겁니다. 아마 포털을 열어줄 거예요.]


“그건 싫어.”


지금은 그만뒀지만, GM은 한참 나를 감시하던 종자들 아닌가. 괜한 의심을 사기는 싫다. 경찰과 GM은 멀리할수록 좋다.


[그럼 어떻게 하시겠어요?]


“일단 내가 생각해 볼게. 당분간 여기 있어야겠으니, 로그아웃하고 보자.”


[네.]


나는 그렇게 말하고 김 비서와 연락을 끊었다. 여기서 탈출하려는 생각은 사라졌다. 그것은 내 눈앞에 뜬 로그 때문이다.


[업적 달성! 전인미답]


[누구의 발길도 닿은 적 없는 지역을 발견했습니다. 탐사를 마무리하면 ‘영지 선포’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 내가 이번 위업 덕분에 받은 칭호 ‘혁명가’의 효과다.


‘이렇게 금방 기회가 올 줄은 몰랐네.’


로스트 파라다이스가 오픈한 지 5년.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는 공해상으로 날려오지 않았다면 발견할 수 없었던 행운이다.


조난당하길 천만다행이다. 이런 것을 두고 전화위복이라고 하는 것일 거다.


“빈혈이 나와라.”


“그워어! 적인가!”


“응, 아냐. 따라와.”


역시 잘 모르는 곳에 갈 때는 고기 방··· 이 아니라 듬직한 빈혈이가 최고다. 나는 빈혈이를 앞세우고 섬 탐사를 시작했다.


“그워. 여기서 물이 나온다! 엄청 많다!”


물이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산 정상에서 나온 물로 작은 폭포를 이룰 정도다. 폭포 아래에는 작은 연못도 형성되어 있고.


“빈혈아, 목마르지?”


“응? 안 마른데?”


“그래. 물 한 모금 마셔.”


“안 마셔도 된다니까?”


“마셔.”


“알았다.”


빈혈이는 머리를 박고 물을 마셨다.


“맛이 어때? 짜다거나 텁텁하다거나 그렇진 않고?”


“시원하다, 그워!”


오케이.

담수 확보, 음용 가능.




“저건 닭이다! 그워! 잡는다.”


“놔둬.”


“토끼도 있다!”


“그것도.”


“구워 먹으면 맛있는데?”


“자. 대신 이거 먹어.”


“육포는 너무 먹어서 질리는데···.”


작은 들짐승 서식.

딱히 천적은 없고.




“동굴이다! 엄청 춥다!”


“아, 정말 잘됐다. 마침 더운데 빨리 들어가 보고 싶다.”


“그러자! 좋다!”


빈혈이는 거침없이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시원하다! 주인, 어서 들어와라!“


”그래. 가고 있어.”


나는 빈혈이를 따라가지 않고 동굴 앞에 잠시 앉아 있었다. 잠시 후 안에서 비명이 들렸다.


“그워어어어어어~!”


뛰쳐나온 빈혈이의 다리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주인! 안에 뭐가 있다! 제법 세다!”


“어떤 거였어?”


“큰 도마뱀이다!”


“얼마나 큰데?”


“주인 말보다 크다.”


그게 어디 도마뱀이냐, 공룡이지.

어쩐지 너무 쉽게 간다 했다.


[퀘스트 발생! 섬의 주인 처치]

[섬의 탐사 완료를 눈앞에 둔 당신. 그러나 소유권을 주장하기에 앞서, 섬을 지배하고 있던 교룡을 물리쳐야 한다. 옛 주인을 몰아내고 섬을 차지하라.]


-쿵쿵쿵쿵


분노한 섬의 주인은 동굴 밖으로 뛰쳐나왔다.


나는 그것을 보자마자 왜 도마뱀이라고 했는지 이해했다.


생긴 것은 완전히 코모도왕도마뱀과 유사했다. 짧지만 강한 네 다리와, 강력한 발톱, 긴 꼬리. 다른 것은 크기뿐으로 도마뱀보다 대형 악어에 가까운 길이였다.


‘정말 느낌상 포니투보다 커 보이네.’


놈은 몇 미터에 달하는 긴 꼬리를 위협적으로 흔들면서 다가왔다.


하지만 이곳은 낙원도 아니고, 눈치 볼 사람도 없다.


곧장 참교육을 꺼냈다.


“빈혈이, 왼쪽!”


“알았다, 그워!”


나는 방패를 앞세우고 빈혈이의 반대쪽으로 돌았다.


“그워어억!”


가위바위보 성공이다. 빈혈이를 향한 첫 꼬리 공격은 매서웠다. 그것에 적중된 빈혈이는 피를 뿜으면서 날아갔고, 나는 기회를 얻었다.


‘집중.’


공격력 강화를 위해 집중을 걸고 참교육을 휘둘렀다.


-깡!


섬의 주인은 빈혈이가 그랬듯, 내 공격에 얻어맞고 하늘을 날았다.


소환수는 사람 수에 카운트되지 않으므로 일 대 일.


나보다 레벨이 높으므로 또 내게 공격 보너스.


보스급 상대 시 추가 보너스.


-깡!!


단 두 번, 참교육을 휘둘렀을 뿐인데 교룡을 잡았다.


[퀘스트 완료! 섬의 주인 처치]

[당신은 섬의 주인을 물리치고 새로운 주인의 자격을 얻었습니다.]


[영지 선포를 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예스지, 뭘 물어보고 그래.’


[축하합니다. 당신은 섬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습니다. 섬의 이름을 지어주세요.]


“거 참 귀찮네.”


소환수도 그렇고 안드로이드도 그렇고 뭘 자꾸 이름을 지어달래. 나는 그런 재주가 없는데.


“무인도로 하자.”


[섬의 이름이 무인도로 결정되었습니다.]


이름이 뭐 중요한가?

내가 주인이라는 점은 바뀌지 않는데.


[섬의 관리인을 지정해 주세요. 본인이 직접 관리인이 될 수도 있고, 보유한 소환수가 있는 경우에는 그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택지가 네 개 나타났다.


“응?”


당연히 하나는 나고, 소환수는 둘인데 왜 선택지가 넷? 마지막 이름은 소환수가 아니었다.


“김이진?”


김 비서가 관리할 수 있다고?


충실한 빈혈이는 머리가 나쁘고, 제법 영특해 보이는 그레이는 일은 안 하고 일광욕만 할 것 같다.


‘그 꼴은 못 보지.’


주인은 나가서 죽어라 일하는데 말이야.


“김이진으로 하겠다.”


선택을 마침과 동시에, 백사장을 넘어 숲 쪽에 건물 하나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앞에는 김 비서가 있었다.


“주인··· 님?”


김 비서는 혼란스러워 보였다.


“대체 여기는 어딘가요?”


“여기 내 땅이라는데?”


“······.”


이해한다. 난데없이 끌려온 거니까. 나는 김 비서 뒤의 집 문을 열어봤지만 열리지 않았다.


“그럼, 지금 저는 게임 안에 들어온 거네요?”


“그렇지.”


“흠.”


관리인이라는 호칭에 걸맞게 메이드복을 입은 김 비서는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이런 느낌이군요. 게임을 들여다볼 수는 있었지만 제 몸을 갖고 들어오는 건 처음이라.”


김 비서는 금방 적응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 같네요. 주인님은 이제 하던 일 하세요. 제가 제 나름 최대한 꾸며볼게요.”


“날탈이 없어서 못 나가는데?”


“영지 관리라는 항목으로 새로운 스킬들이 생겼을 겁니다. 거기 보면 ‘포탈 생성’이라는 게 있을 거예요.”


김 비서의 말대로였다.


[영지 관리]라는 글귀 아래 여러 가지 스킬이 있었다.


예를 들면 [저택 관리]라는 게 있고 그 하위 항목에 [인테리어], [확장 공사], [파티 개최] 같은 것이 있었다.


그 외에도 [외부 관리], [초대], [포탈 생성] 등이 보였다.


“어디로 가는 포탈이지?”


“원래는 포탈을 연 곳으로 돌아가게 됩니다만, 이번에는 처음이라 직접 들어오셨으니 마지막 방문 도시로 열릴 겁니다.”


아, 그렇다면 앞으로 여기 올 때는 직접 날거나 헤엄칠 필요 없이 포털을 열고 오면 되는 거구나.


그건 낙원에 드나드는 방법과 같군. 나간 다음에는 어떻게 다시 돌아오나 걱정했는데.


“저쪽 세상에서 저는 주인님이 구매하실 집을 알아보는 중이었는데, 여기 먼저 집이 생겼네요.”


“아, 그랬었지?”


“저쪽도 거의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나중에 로그아웃하시면 정리해서 보고드릴게요.”


“그래.”


포탈을 열었다. 낙원에 갈 때와 같은 모양이라 전혀 낯설지 않았다.


“여기도 잘 부탁해.”


“네, 다녀오세요.”



* * *



다시 나타난 곳은 나잠의 그리핀 승강장이었다.


다행히 내가 나타났을 때 플레이어는 없었다. 다만 그리핀 지기가 좀 놀랐을 뿐.


“아니, 얼마 전에 여기서 출발하지 않으셨어요?”


“추락사.”


“아···.”


그리핀 지기가 안타까운 눈빛으로 배웅하는 가운데, 다시 폴리나 섬으로 출발했다.


이번엔 떨어지지 않고 잘 가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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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주사위는 던져졌다 24.12.11 27 1 12쪽
111 주사위는 던져졌다 24.12.10 27 1 12쪽
110 성동격서 24.12.09 30 1 12쪽
109 성동격서 24.12.08 34 1 12쪽
108 재회 24.12.07 35 1 12쪽
107 재회 24.12.06 37 1 12쪽
106 레벨 업 24.12.05 40 1 12쪽
105 레벨 업 24.12.04 38 1 12쪽
104 다시 나로스로 24.12.03 36 1 12쪽
103 다시 나로스로 24.12.02 46 1 11쪽
102 다시 나로스로 24.12.01 41 1 12쪽
101 북부 전선의 개망나니가 되었다 24.11.30 43 1 11쪽
100 북부 전선의 개망나니가 되었다 24.11.29 43 2 12쪽
99 북부 전선의 개망나니가 되었다 24.11.28 48 1 12쪽
98 재입대 24.11.27 4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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