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이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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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제로
작품등록일 :
2024.08.26 10:52
최근연재일 :
2024.12.1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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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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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파티로구나

DUMMY

하얀 물체는 엄청난 속도로 가까워졌다.


희고 긴 날개에 살짝 성스러운 빛을 내는 뿔, 강인한 근육. 한층 길어진 갈기를 바람에 흩날리는 그것은···.


“포니투!”


바람과도 같이 날아온 포니투는 모래사장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주인님. 다녀왔습니다.”


왔습니다?

왔습니다요가 아니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포니투는 그렇게 말하며 날개를 가볍게 털었다. 날개를 접는 모습이 그렇게 우아할 수 없었다.


“어··· 그래. 많이 배웠나 보네.”


“네. 실로 보람찬 시간이었습니다.”


“아버지하고는 잘 헤어졌고?”


“부친께서는 할 일을 모두 마쳤다고 말씀하시고 성불하셨습니다.”


이건 내가 아는 그 포니투가 아닌데? 힘들었다고 투덜거려야 정상인데.


“시승해 보시겠습니까?”


“그럴까?”


말투가 조금 이상하지만 일단 타보자.


포니투는 백사장을 조금 달리는가 싶더니 날개를 활짝 펼쳤다. 날개를 편 것만으로 주변의 기류가 달라짐을 몸으로 느꼈다.


퍼덕퍼덕.


날개가 움직이고 어느 순간, 안장을 통해 느껴지던 지면 반동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준비 되셨습니까?”


“그래!”


드디어 역사적인 첫 개인 비행이다. 포니투의 날개가 빠르게 움직였다.


마침내 바닥의 반동이 모두 사라지고, 부양감을 느끼는 순간!


“으엑!”


포니투와 나는 동시에 바다에 고꾸라졌다.


“푸악!”


“주, 주인님! 살려 주세요! 저 수영 못해요!”


힘이 많이 늘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재회한 첫날 헤어질 뻔했다. 간신히 바닷물에 빠진 포니투를 건질 수 있었다.


“야! 보람찬 시간이었다며!”


“사람 태우고 나는 건 못 배웠습니다요! 혼자 날 때는 잘 날았는데요!”


“너희 아버지는 그건 안 가르쳐주고 뭐 하셨냐!”


“부모님 건드리기 있기없기?!”


“하여튼!”


“안 태워보셨다는데요. 아빠도 엄마도.”


누가 포니투 아빠 아니랄까 봐. 포니투가 나를 태우고 제대로 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제법 많은 시간이 걸렸다.


“됐다! 주인님! 됐습니다요!”


“아! 진짜 오래 걸렸다.”


말투가 원래대로 돌아간 것은 말하지 않기로 하자. 고생했으니까.


“주인님, 그런데 여기가 어딥니까요?”


“여기는 내 영지야.”


“안녕? 네가 포니투구나?”


“주, 주인님. 이 아름다우신 분은 대체!”


난 또 포니투가 아버지 따라가서 변한 줄 알았지. 날개가 났을 뿐 결국 그도 이 자식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데는 실패했구나.


성불했으니 다행이지 원혼이 될 뻔했다.


“나는 이 영지의 관리인인 김 집사야. 잘 부탁해.”


“잘 부탁합니다요!”


푸르릉거리며 즐거워하던 포니투는 빈혈이와 그레이를 발견했다.


“어떻게 저분들이 둘 다 나와 있습니까요?”


“여기는 내 영지라서 그렇다. 너도 평소에는 여기서 자유롭게 있다가 내가 소환할 때만 나오면 된다.”


“주인님 출세하셨네요!”


늦게 접속해서 포니투하고 날기 연습하다가 그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새집에서의 첫날은 그렇게 저물었다.



* * *



점심 무렵에 느지막이 일어나서 밥 먹고, 짐 정리 좀 하다 보니 금세 저녁이 되었다.


파티의 주최자로서 늦을 수는 없으니까 30분 먼저 나의 영지 ‘무인도’에 도착했다.


“주인님. 갑옷 입고 파티에 참석하실 거예요?”


“그러면 안 되나?”


옷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자, 이 옷으로 갈아입으세요.”


김 집사가 내민 것은 턱시도였다. 한 번도 이런 거창한 옷은 입어본 적이 없는데.


“이걸 꼭 입어야 하나?”


“자, 주변을 좀 둘러보세요.”


그러고 보니, 김 집사는 물론이고 그레이, 빈혈이, 일꾼 둘 모두 양복을 입었다. 심지어 빈혈이까지 목에 보타이를 둘렀다. 용케 저 목둘레에 맞는 타이를 찾았군.


“어쩔 수 없구나.”


“주인님, 그리고 제로아 님이 20분 먼저 참석하고 싶다고 알려 오셨어요. 카메라 감독도 한 분 대동한다고 해요.”


“알았어. 시간 맞춰서 김 집사가 열어주도록.”


“넴!”


집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제로아가 이미 도착해 있었다.


“아, 아웃사이더 님! 이렇게 촬영을 허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잘 찍어주세요.”


그동안 몇 번 봐서인지 제로아는 날 보고 처음처럼 떨지는 않았다. 그냥 살짝 손을 떠는 정도?


아무리 봐도 울렁증이 있는 여자인데 어떻게 방송일을 하게 되었는지.


“로스트 파라다이스에 처음 등장한 영지의 주인이 되셨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글쎄요. 그냥 얻어걸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레벨도 낮고 경력도 짧은데.”


“그런가요? 혹시 영지를 꿈꾸는 다른 분들께 팁을 주실 수는 없을까요?”


팁이라.

알려준다고 따라 할 수는 있으려나?


“일단 제 경우에는 ‘위업’을 하나 달성했고요.”


“이번 업데이트 ‘New Era’를 이끌어낸 모험 말씀인가요?”


“네. 그리고 그 위업으로 얻은 칭호 효과 중에, 에우로파 대륙에서 미발견 지역을 처음 발견할 때 영지 선포를 할 수 있는 특권이 붙어 있었습니다.”


“미발견 지역이라. 그러고 보니 이 영지 좌표가 저에게는 보이지 않는데요. 카메라 감독님은? 아, 안보이세요?”


“어쨌건 그렇습니다. 데스티니 님도 같은 칭호 얻으셨으니 한번 물어보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영지를 미리 돌아봐도 좋을까요?”


“편히 둘러보세요.”



* * *



“여러분, 안녕하세요! 제로아입니다. 오늘은 정말 역사적인 날인데요. 오늘이 무슨 날이냐 하면 바로바로··· 로스트 파라다이스에 첫 개인 영지가 열린 것을 기념하는 파티 날이랍니다!”


제로아는 카메라 감독을 보면서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영지의 주인공은 여러분도 잘 아시는 아웃사이더 님. 타이한 아카데미에서 만났던 인연으로 오늘 그 파티에 저도 초대받았습니다, 짜잔!”


제로아는 옆에 생성된 포털을 두 손으로 가리켰다.


“바로 이 포털이 그곳으로 통하는 문인데요. 살짝 긴장되네요. 그럼 함께 출발해 보실까요?”


폴짝 포털 안으로 뛰어들었다.


들어가서 처음 본 것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바다와 백사장. 그리고 포털 앞에 서 있는 그 남자, 아웃사이더였다.


‘여, 역시 무서워.’


아카데미에서 피 흘리며 웃던 얼굴이 떠올라서 제로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가 카메라 감독의 긴박한 손짓을 보고 용기를 냈다.


“아, 아웃사이더 님! 이렇게 촬영을 허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잘 찍어주세요.”


아웃사이더는 음산하게 웃었다.


‘분명 나보다 레벨이 낮은데 왜 이렇게 무서울까.’


머리가 하얘질 것 같아서 제로아는 달달 외워둔 질문을 마구 던졌다. 무슨 질문을 던졌는지도 모르겠는데 감독이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보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영지를 미리 돌아봐도 좋을까요?”


“편히 둘러보세요.”


아웃사이더의 허락을 받아서 그 남자의 마수에서 간신히 풀려났다.


“제로아 씨, 정말 아웃사이더하고 친한가 봐. 인터뷰가 아주 자연스러워.”


광고가 나가는 동안, 감독이 슬쩍 칭찬을 했다.


“친하다고요?”


“아웃사이더라면, 완전 베일에 싸여 있는 플레이어 아냐. 계속 제로아씨만 찾는 거 보니 이거 혹시 제로아씨한테 마음이 있는 건 아닐까? 제로아씨가 워낙 미인이잖아.”


‘진짜 그런가?’


제로아는 조금 설레기 시작했다.


“자, 여러분. 이곳이 바로 아웃사이더 님의 영지 ‘무인도’입니다. 이름을 독특하게 지으셨네요. 여러분, 영지에는 고용인을 둘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저도 섬 관리인 김 집사님이 보내 주신 설명을 보고 알았답니다.”


제로아는 파티 음식이 차려진 방갈로 쪽으로 다가갔다.


“저분이 바로 그 김 집사님이신 것 같아요. 같이 만나볼까요?”


제로아는 머리카락을 질끈 묶은 여성에게 접근했다. 여자는 고양이 일꾼에게 지시하다 말고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보았다.


“헉.”


카메라 감독이 놀라 나지막이 내뱉은 탄성이 생생하게 들렸다.


제로아는 생방 중에 잡음을 낸 감독을 이해하기로 했다. 자기가 봐도 놀라 까무러칠만한 미모의 여성이었으니까.


“안녕하세요? 제로아 님이시죠?”


“네, 네! 제가 제로아입니다. 그쪽이 김 집사님?”


“넴! 이 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미모에 발랄함까지 갖추면 반칙 아닌가?


“감사합니다. 소개를 부탁드릴까요?”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이 섬의 집사를 맡고 있는 아웃사이더 님의 개인 비서 AI 김이진이라고 합니다.”


“네? 지금 혹시 AI라고 하셨나요?”


“그렇습니다.”


“어··· 저기···.”


제로아는 당황했다. 사람인 줄 알았는데 AI라니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했다.


“AI가 어떻게 접속할 수 있었나 물으시고 싶은 거죠?”


“네.”


“주인님이 영지를 얻은 후부터 이렇게 캐릭터를 얻어 직접 접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저 고양이는 어디서 난 것일까요?”


“영지를 얻으면 ‘영지 관리’라는 메뉴가 생깁니다. 그 하부에 여러 가지 항목이 있어서 포털을 열 수도 있고, 개발을 할 수도 있고, 일꾼을 고용할 수도 있습니다.”


“저 오크는요?”


제로아는 고양이 옆에서 음식을 주워 먹는 오크를 가리켰다. 어딘가 모르게 낯이 익었다.


“빈혈 씨, 이리 와 보실래요?”


‘빈혈?’


제로아는 그 이름을 어디서 들어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뭔가, 그워?”


“여기 이분이 보고 싶다고 하셔서.”


“뭔데 뭔데?”


그때까지 그룸에 가려 보이지 않던 그레이가 함께 다가왔다.


“시, 신 그레이!”


신 그레이를 본 순간 제로아는 저 오크가 누구인지 기억이 났다.


“아즈쉬 빈헬?”


“뭐야 뭐야? 이거 방송이야? 나 이런 거 좋더라.”


위아래로 빨간 정장을 입은 신 그레이와, 터질 듯한 회색 근육이 양복 위로도 드러나는 아즈쉬 빈헬.


“두 분은 모두 주인님의 소환수입니다. 섬에서는 이렇게 다 같이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어요.”


“여기 보고 얘기하면 되는 거야?”


“네, 네.”


제로아는 카메라 앞에서 속절없이 밀려났다.


“안녕, 나는 그레이. 너희들 전에 무투회에서 나 본 적 있지?”


그레이가 다가서자, 카메라 감독은 자신도 모르게 한발 물러났다.


“어머? 안 잡아먹으니까 도망가지 말고. 그래, 그렇지.”


“그워, 나는 간다. 재미없다.”


제로아는 자기도 모르게 빈헬이 준 토끼고기를 손에 쥐었다. 그는 아무 흥미 없다는 듯 곧장 돌아섰다. 그레이만 남아서 카메라 감독을 괴롭히고 있었다.


“너희도 조금만 노력해 봐. 나 같은 미녀는 쉽게 얻지 못하겠지만 이런 섬 정도는 쟁취할 수 있잖아? 기대할게.”


제로아와 카메라 감독은 한참 그레이에게 시달리다가 풀려났다.


마침 다른 참석자가 오려는지 포털이 열려서 그렇지, 그게 아니었으면 풀려나지 못할 뻔했다.


“네, 지금 첫 번째 손님이 도착하고 계시는데요. 엇, 한 분이 아니군요. 두 분, 세 분이 한꺼번에 도착하셨습니다. 저도 아는 분들이네요. 바로 타이한 대학의 두 분 교수님과, 조교님이십니다.”


제로아는 세 사람이 아웃사이더와 인사를 마치기를 기다려 낯익은 조교를 불러서 카메라 앞에 세웠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네, 안녕하세요. 저는 타이한 대학 마법 학부에서 원소학 조교수를 맡고 있는 ‘마법의매직’입니다.”


“앗, 그새 조교수 직함을 받으셨네요.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번에 영지 파티에는 어떻게 오시게 된 건가요?”


“아시는 분 많으실 텐데, 아웃사이더 님이 타이한 초급 아카데미 출신이십니다. 그때 가르쳐주셨던 두 분 교수님인 마법 학부장 시실리아 바이겔만, 전사 학부장 다비드 교수님과 제가 초대받았습니다. 영광입니다.”


제로아가 ‘마법의매직’과 인터뷰하는 동안 또 다른 포털이 열렸다.


이번에는 두 명이었다. 미소년 스타일의 남자와 그것보다 조금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여자.


도무지 누군지 모르겠어서, 제로아는 슬며시 아웃사이더 옆으로 갔다. 하는 말을 엿들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강한아! 너 외모 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센 척하고 다닐 필요가 없어서 그냥 형처럼 원래 외모로 다시 돌렸어요.”


저 외모가 실제 외모라고?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인데 제로아는 간질간질 영 생각이 나지 않았다.


“보기 좋네. 엑스마키나 님 어서 오세요. 아드님하고 같이 다니시면 누나로 오해받겠어요.”


엑스마키나라면 후기지수 무투회에 4강에서 맞붙었던?


‘제로아 씨. 저 남자 혹시 그 남자 아냐? 레이첼 홍 아들.’


카메라 감독의 속삭임에 번뜩 생각이 났다.


국민 엠씨가 진행하는 토크쇼에 출연해서 최근 엄청난 화제를 끌고 왔던 남자.


잠깐만, 그렇다면 엑스마키나가 레이첼 홍?


‘있다가 다시 물어봐야겠다.’


제로아의 머리가 바쁘게 돌아갔다.


또다시 열리는 포털. 이번엔 여자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다섯 명씩이나. 그중 가장 뒤에 들어온 사람은 게이머라면 모를 수가 없는 얼굴이다.


‘데스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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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주사위는 던져졌다 24.12.11 27 1 12쪽
111 주사위는 던져졌다 24.12.10 27 1 12쪽
110 성동격서 24.12.09 30 1 12쪽
109 성동격서 24.12.08 3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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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재회 24.12.06 37 1 12쪽
106 레벨 업 24.12.05 40 1 12쪽
105 레벨 업 24.12.04 3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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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다시 나로스로 24.12.02 46 1 11쪽
102 다시 나로스로 24.12.01 4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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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북부 전선의 개망나니가 되었다 24.11.29 43 2 12쪽
99 북부 전선의 개망나니가 되었다 24.11.28 48 1 12쪽
98 재입대 24.11.27 4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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