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이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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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제로
작품등록일 :
2024.08.26 10:52
최근연재일 :
2024.12.1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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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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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파티로구나

DUMMY

데스티니는 랭커 중에서도 특히 방송에 친화적인 인물이다. 랭커 중에 워낙 괴짜들이 많기도 하고.


이미 몇 번의 인터뷰를 통해 안면을 튼 상태라 제로아가 인터뷰 요청하기 편했다.


“오랜만에 뵙는 반가운 얼굴입니다. 데스티니님과 DNC 길드 여러분.”


“안녕하세요. 그런데 저희 길드는 현재 해체된 상태예요. 여기는 각자 초대받아서 오게 된 거고요.”


“아, 그랬죠. 많은 분이 아쉬워하셨어요.”


“서로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민감한 질문을 던져볼까 했는데 아웃사이더와 눈이 마주쳤다. 그만 주눅이 든 제로아는 그런 질문은 자기도 모르게 꿀꺽 삼켜버렸다.


“나로스에서 많은 일을 겪고 오셨는데요.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어요. 언제쯤 저희가 알 수 있을까요?”


“나로스의 주인공은 사실상 아웃사이더 님이니까 한번 상의해 볼게요.”


그때 포털을 열고 세 명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래도 그때 만났던 사람 중 세 분은 여기서 소개해 드릴 수 있겠네요.”


데스티니는 아웃사이더와 얘기하며 웃고 있는 세 사람을 가리켰다.


“드워프 족의 뮈르크 그룸 아이언코트 님, 하이 엘프 아리엘 디아즈 님, 엘프족 수장 도리언 님이십니다.”


아웃사이더라는 남자, 까도 까도 양파 같은 남자다. 이 정도 인맥을 이런 단시간에 만들어내다니. 게임 실력보다 정치력이 좋은 것인가?


데스티니와 전 DNC 길드원은 엘프, 드워프를 데리고 이동했다.


‘대박이다.’


여기서 인터뷰만 잘 따서 나가도 몇 달은 족히 우려먹겠다.


게다가 드워프, 엘프 NPC와도 눈도장을 찍어두면 그야말로 탄탄대로. 제로아는 가슴이 콩닥거렸다.


“아웃사이더 님. 이제 손님은 다 오신 건가요?”


“하나 남았는데··· 바쁜가 보네요.”


아웃사이더는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돌아섰다.


제로아와 카메라 감독이 그 뒤를 따라 돌아서려는 순간 포털이 하나 더 열리고 어떤 남자가 나타났다.


“와··· 마지막에 딱 맞춰서 나타나네. 무슨 대스타인 줄.”


“시끄러워, 이 자식아. 못 올 뻔하다가 왔어.”


“뭐 하다가?”


“엄마가 전화해서 안 끊으시잖아. 한 얘기 또 하시고 한 얘기 또 하시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시작하고.”


“납득.”


뭐지?

이 남자들은?

갑자기 무슨 얘기를 하는 걸까?


새로 나타난 남자는 차림새가 엉망이었다.


흔히들 TPO라고 하지 않는가, 타임, 플레이스, 오케이젼. 남자는 때와 장소와 상황, 그 어느 하나 맞춘 것이 없었다.


하다못해 저 짐승 같았던 아웃사이더도 자기가 주인이랍시고 턱시도를 갖춰 입었는데.


“영지 죽이네. 나도 갖고 싶다.”


“잘 찾아봐. 어디 분명히 있을 거야. 난 가서 손님 접대 좀 할 테니까 인터뷰 좀 해드리고 와라.”


“어··· 난 인터뷰 안 하는데.”


‘나도 그쪽 인터뷰는 필요 없을 것 같은데···.’


그렇지만 제로아는 아웃사이더 앞에서 그 말을 할 용기는 없었다.


“좋아. 선심 썼다.”


남자가 제로아의 옆에 섰다. 아, 이게 아닌데. 제로아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질문을 던졌다. 리포터의 직업병 같은 것이다.


“자기소개 좀 부탁드릴까요?”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신성모독입니다.”



* * *



└ 시, 시, 시, 신성모독?


└ 나 신성모독 목소리 처음 들어봤다.


└ 여기 들어본 사람 아무도 없을걸?


└ 저 파티 대체 뭐냐? 아웃사이더는 대체 뭐 하는 사람이길래 아는 사람마다 유명인이야.


└ 장비 풀장착한 신성모독은 알아볼 수 있어도, 트레이닝복 입은 신성모독은 전혀 알아볼 수가 없는 이 현실.


└ 마스크 쓴 데스티니는 알아봐도, 얼굴 다 드러낸 신성모독은 절대 못 찾지, 암.


└ 앞에 참석한 사람도 하나하나 다 놀랍다고 생각했는데, 신성모독 등장한 순간 누구 왔는지 다 까먹었다.


└ 나도. 아즈쉬 빈헬 보고 아웃사이더 이 사람 무슨 비법이 있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신성모독 본 순간 다 잊었음. 그깟 오크 따위가 뭐가 중요해.


└ 말하는 거 보니까 둘이 원래 친구인 것 같은데? 신성모독이 아웃사이더 키워준 건가?


└ 이 영상은 레전드다. 영구히 박제해 둬야 할 필요가 있음



* * *



파티는 대성공이었다. 제로아가 찍은 라이브 영상의 댓글만 해도 수십만 개가 달렸으니까.


포니투의 날개 진화에 성공했고, 영지도 얻어서 전 세계에 공표했으니 이제 숙제는 다 한 셈이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남은 숙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구 초보 마을, 현 사가트 공략.


사가트만 공략하고 나면 모든 게 끝이다. 그다음부터는 그냥 슬슬 재미로 게임하면서 유유자적 살면 된다.


파티가 끝난 다음 날 이른 아침, 내 영지에서 낙원으로 왔다.


언제나처럼 휴게실에서 자판기 음료를 뽑는데 뭔가 이상했다. 콜라 하나, 두유 하나밖에 나오지 않았다.


“다 먹은 건가?”


어차피 게임인데 그냥 무한정 나오게 해주지. 쓸데없이 사실적이다.


그간 내 빠른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 주었던 비약은 이것으로 안녕인가 보다.


-쾅쾅!


아쉬운 마음에 하나라도 더 남은 게 있으면 건지려고 자판기를 두드렸더니 이상한 것이 나왔다.


납작하고 동그란 물체였는데 테두리는 금속, 가운데는 유리 비슷한 투명한 재질이었다.


“펜던트인가?”


그런 것치곤 별로 예뻐 보이지도 않고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


뭔지 모르겠기에 그냥 인벤토리에 넣었다. 나중에 건너가면 감정해 봐야지.




“아빠!”


“갈까?”


“응.”


나는 미영이를 데리고 그간 클리어한 지역을 거슬러 올라갔다.


미영이의 집에서 사가트까지.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직선거리는 그리 길지 않아서, 조잘대는 미영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가다 보니 금방 성문 앞에 도착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


“아빠, 여기는 여태까지보다 좀비가 많아?”


“아마도 그럴 것 같은데. 그레이, 미영이 옆에 잘 붙어있어. 에드윈, 너도 감시 잘해라.”


“알았어, 마스터.”


“앞에서 흘리지나 말거라.”


그레이는 명색이 성기사 출신이다. 방어력이 높고, 무엇보다 힐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혹 미영이가 다치는 일이 있더라도 안심이다.


“자, 이제 들어가 볼까?”


나는 미영이를 데리고 성벽 옆으로 돌아갔다. 나로스에서 사가트에 진입할 때 옆문을 사용했다.


낙원 온라인 시절에는 늘 정문만 사용했으므로 그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다. 알게 된 이상 사용해야지, 굳이 정문으로 쳐들어가서 위기를 자초할 필요는 없다.


-찰칵


대도의 만능열쇠로 문은 간단하게 열렸다.

여태까지는 교육 차원에서 미영이에게 좀비 처치를 많이 맡겼지만, 여기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크악!”


이렇게 말이다.


문을 열자마자 좀비가 그레이를 보고 덤벼들었다. 나는 방패로 놈을 막으면서 머리를 후려쳤다.


-콰직!


스탯과 레벨이 월등하기에 치명타를 얻어맞은 좀비는 한 방에 쓰러졌다.


“오, 4골드! 역시 좀비도 도시 좀비가 좋구나. 돈을 많이 들고 다니네.”


산뜻한 출발이다.


길에 돌아다니는 좀비가 생각보다 많았다. 활로, 메이스로, 마법으로 좀비를 공격하길 10여 분. 골목의 좀비는 전부 사라졌다.


“와, 아빠 진짜 엄청 세다!”


“그럼 그럼. 내가 이 정도야.”


“미영아, 너희 아빠의 강함은 이 정도가 아니야. 그 흉측한 몽둥이를 꺼내 들면 이것보다 열 배는 더 강해진단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감이 영 이상하다.


“마스터, 그런데 왜 그 몽둥이 안 써? 난 그 소리가 참 좋던데.”


“여기서는 못 쓴다.”


“왜?”


“글쎄. 위력이 봉인되더라고.”


그게 됐으면 참 편했을 텐데. 구질구질하게 함정 파고, 은신하고, 도망치던 굴욕 따윈 없었을 테지.


나는 미영이와 그레이를 데리고 상점가로 넘어갔다.


이곳은 큰 도시가 아니라서 큰 가게는 없다. 초보 기술을 가르치고 중하급 물건을 팔던 대장간, 연금술 약방, 보석 세공, 의상실 정도가 전부.


‘그래도 가게는 가게잖아?’


돈과 물건이 남아 있을지 모른다.


가게 앞에 어물쩍거리던 좀비 두엇을 처리하고 대장간에 들어갔다. 하지만 변변한 장비도 없고 돈은 더욱 없었다.


“꽝이네.”


다음은 연금술 약방, 낯익은 약방 주인 좀비와 안에 있던 금고에서 50골드 정도를 챙겼다.


하지만 잔뜩 쌓인 포션 병에 들어있는 약은 효능이 불분명해서 전부 버렸다. 유통기한도 걱정되고.


“하지만 아직 보석 세공 가게가 있지.”


가장 기대했던 곳이다. 문이 잠겨져 있어서 더욱 기대되었다. 만능열쇠로 문을 땄다.


“라이트.”


좁은 가게가 보석의 반사광으로 어지럽게 빛났다.


“우와! 예쁘다.”


일견 화려한 빛에 미영이가 놀랐지만, 내가 보기엔 실망스러웠다.


남아있는 보석은 전부 중량 미달이거나 깨졌거나, 보석이라기엔 부스러기에 가까운 것들뿐이었으니까.


“마스터 안 가질 거면 내가 가져도 될까?”


“뭐에 쓰게?”


“메이스에 붙이고, 채찍에도 코팅할 거야. 어때? 따끔할 것 같지 않아?”


그건 따끔한 정도가 아니라 유혈이 낭자하겠는걸?


“가져라, 가져.”


“역시 내 취향을 이해해 주는 건 마스터뿐이란 말이야. 특별히 처음 사용은 마스터한테 해줄게.”


“사양한다.”


이건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성의 문제라고 보는데.


“아빠, 나도 가져도 돼?”


“물론.”


두 여자가 보석을 고르는 동안 나는 가게 안을 샅샅이 뒤졌다.


가게 2층에 돌아다니던 좀비를 하나 처리하고 그 근처에 있던 금고 안에서 또 100골드 정도 되어 보이는 주머니를 손에 넣었다.


‘파티로구나.’


바로 옆은 의상실이었다. 여기는 옷 말고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쓸만한 것 있으면 가지라고 했더니 또 두 사람이 신났다.


“여기 완전 시골인가 봐. 디자인이 하나같이 촌스러워.”


“그런 것치고는 많이 챙긴 것 같던데?”


“빈티지한 맛에 걸칠 것들은 좀 있다고. 마스터는 패션에 대해 너무 몰라.”


“아빠! 이거!”


미영이가 들고 온 것은 망토였다. 평범한 검은색 망토였는데 거기 있는 것 중에는 가장 그럴듯해 보였다.


“응? 나 준다고?”


“응! 잠깐만.”


미영이는 품에서 실과 바늘을 꺼내더니 바느질을 시작했다.


작은 손가락이 꼬물거리더니 금세 ‘미영이가 아빠에게’라는 글자가 안감에 어설프게 새겨졌다.


“됐다!”


미영이는 나를 앉게 하고 등에 망토를 걸쳐줬다.


“자, 선물이야. 나중에 더 좋은 거 줄게.”


“이야. 좋은 선물인데?”


“헤헤.”


“미영아, 언니는?”


“그레이도 예쁜 거 찾으면 줄게. 조금만 기다려.”


미영이의 배낭에 들어있던 에드윈이 머리를 쑥 내밀었다.


“후후. 그래도 내가 받은 것만 한 건 없군. 나는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미영이가 한 땀 한 땀 만든 것이란 말일세.”


“아빠도 다음에는 직접 만들어줄게!”


이 게임 하면서 망토는 처음 걸쳐봤는데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캡슐 안이라 다를 것도 없는데, 괜히 따뜻한 것 같고.


결코 의상 가게에서 70골드를 추가로 찾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상점이 모여있는 곳을 지나자, 갈림길이 나왔다.


지난 사가트 공략에서는 여기서 오른쪽 길을 통해 마을회관 쪽으로 갔었다.


이번에는 왼쪽이다.


이 길 끝 무렵에는 나의 최종 목적지인 클랜 하우스가 나온다.


우리 클랜 하우스뿐만 아니라 다른 곳도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과연 어떨까?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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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북부 전선의 개망나니가 되었다 24.11.28 48 1 12쪽
98 재입대 24.11.27 48 2 12쪽
97 재입대 24.11.26 54 1 11쪽
96 끝나지 않는 잔치는 없다 24.11.25 48 1 13쪽
95 끝나지 않는 잔치는 없다 24.11.24 47 3 12쪽
» 파티로구나 24.11.23 4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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