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처치 (4)

순식간에 200발이 넘는 사격을 한 지안은 아직도 그 감각이 남아 있는지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다시 한번 보았다.
피를 흘리며 몇군데 구멍이 뚤리고 어디 한군데 씩은 날아가 버린 걸레짝이 된 고블린들.
일반적인 총기에 당했다고 보이지 않는 피해량에 지안은 처음으로 고블린을 조우한 이후 긴장 했던 자신이 우수워 보였다.
'이렇게 손가락 하나만 까딱 하면 죽어버릴 존재들 이었는데...'
만약 지안이 고블린들을 마주친 곳이 탁 트인 공터가 아니라 동굴에서 습격을 당한 상황 이었거나, 아니면 지안이 제작한 총기가 아니었으면 상황은 반대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
철 판 4개를 이용하여 만든 수제 탄창의 화력은 그가 생각했던것보다 더욱 컷고, 탄을 다 쓴 탄창을 일일이 제거하고 다시 새로운 탄창으로 결합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매우 큰 이점 이었다.
추가로 반동조차 없다는 점에서 조준도 매우 쉬운편, 비비탄을 쏘듯이 쏘기만 하는 족족 나가는 총알에 신이 날 지경 이었다.
탄창만 충분하다면 초당 10발의 무제한 사격.
심지어 직접 제작한 기관총의 경우에는 내구도 까지 없으니 천 발이 되었던지 만 발이 되었던지 계속 사격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
[내구도 패치가 진행 됩니다.]
[현재 보유중인 기관총의 남은 사격 가능 탄수는 총 99,746발 입니다.]
하지만 지안의 시스템도 너무 심하다고 보았는지 금방 기관총에 내구도가 부여되었다.
"쩝... 하긴 내구도가 아예 무제한 이면 사기긴 하지..."
약간의 아쉬움을 달래는 지안이었지만 10만발도 상당히 많은 사격횟수였다.
그가 가진 인벤토리 1칸에 들어가는 탄창은 총 200개, 탄창 당 50발의 총알이 있으니 1칸에 1만발이나 된다.
지안이 아쉬움을 달래며 투정하자, 수진은 시스템의 조치에 고개를 끄덕이며 합리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야 너가 방금 없앤 고블린들도 다른 능력자들은 사투를 벌이고 싸운다고, 중간에 공격이 끊기지도 않고, 제한 까지 없으면 아예 사기지"
수진의 말에도 지안은 아쉬움이 남는건 어쩔수 없었지만, 되돌려 달라고 할 수도 없는 일.
그나마 반동이 없는 것과, 자동 재장전이 되는것을 위안 삼기로 했다.
"아무튼 오늘은 여기 까지 할거야?"
"아니 여기서 아이템 가공좀 하고 가려고 하는데 혹시 주변에 넓찍한 공터가 있을까? 몬스터가 없는 곳이면 더 좋고"
"음... 잠시 봐야 할거 같은데 기다려 봐"
수진은 지안이 몬스터를 거리낌 없이 죽이고, 뒤 탈도 없는 것을 보며 이대로 나갈지 물어 보았지만, 지안은 이왕 들어온거 가져온 철 광석과 구리 광석 들을 가공하고 갈 셈이었다.
지안의 넓은 공터를 찾아 달라는 부탁에 수진은 염력으로 몸을 공중에 띄우며 사방을 둘러 보았다.
지안이 원하는 공터 크기를 지난번 공동 크기 정도로 생각하며 둘러보지만 어찌나 나무가 무성한지 비어 있는 공간을 찾기란 쉽지가 않았다.
"으음.... 근처에는 안보이는데... 조금 더 올라가 볼까?"
조금 더 몸을 뛰우자 멀리 지안이 원한 공터가 보였다.
단지 한 가지 문제라면..
"빈 공터가 아니라 고블린 마을 같아 보이는데?"
그곳이 바로 이곳 게이트의 보스인 고블린 족장이 거주하는 마을이라는것.
그 외에 다른곳이 있을까 싶어 주변을 둘러 보아도, 작은 게이트 내부 세상에서 더 이상 큰 공터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수진은 고블린 마을의 위치를 기억해 두며 다시 지안이 있는 입구 쪽으로 내려 왔다.
탁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수진이 내려오자, 않아서 쉬던 지안이 일어나며 다가왔다.
"누나 어때 보였어? 주변에 공터는 있어?"
끄덕
"한 군데 있긴 한데.... 이 게이트의 보스가 있는 곳이야"
수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무리 지안의 무력을 보았지만 고블린 족장은 조금 다를터.
지안의 사격이 안 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
"그곳 외에는 공터가 없는 거지?"
"아까 우리가 나왔던 공동 만한 나무가 없는 공터는 거기가 유일해"
지안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재차 물어 보았지만, 수지이 공중에 떠 올라 확인한 것은 변하지 않았다.
"으음...."
"어떻게 할래? 보스에 도전하는거는 아직 이를거 같고, 여기서 해보거나, 아니면 우리가 직접 공터를 만드는 수 밖에는 없어"
지안도 아직 보스전은 무리라 생각 했기에 수진의 말대로 하는 방법밖에는 생각하지 못했다.
'입구 주변에서 한다고 하면 많아야 용광로 4개.... 이곳을 조금 더 확장 할까...? 아니면...'
고민에 고민이 계속 될때쯤 지안은 결국 방향을 정했다.
"고블린 부족은 이곳에서 멀리 있어?"
그것을 위해서는 한 가지 확인을 해야 했다.
"거리상으로는 한 5키로? 밀림 지역이라 경계도 해야 하니 도보로 2시간 내외 거리에 있을거야"
첫번째는 고블린 부족이 위치한 곳 까지의 거리
"누나 염력으로 나까지 허공에 같이 띄울수 있지?"
"같이? 그럼 되지.... 아 너 설마?"
두번째는 수진의 염력이 그녀 외에 자신까지 함께 허공으로 몸을 뛰우게 할 수 있는지.
자신의 기관총에 반동은 없었기 때문에 수진이 두 명을 허공에 띄울수만 있다면 안전하게 작전을 시행해 볼 수 있었다.
끄덕
"두 명 정도면... 일단 되긴 하는데..."
수진은 지안의 생각에 될까 하다가 이곳 지형과 고블린이 날리는 원거리 무기가 기껏해야 독침 정도라 어느정도 높이를 유지하면 괘찮을 거라 생각했다.
"응 될거 같긴 하네"
"그러면 일단 시도만 해보자"
수진이 공중으로 지안과 함꼐 날아올라 고블린 부족으로 가서 지안의 기관총으로 싹 전멸 시키는 작전.
한 부족 자체를 다 없애는 것이기에 많은 총알이 필요할 것이 분명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화기용 탄창을 더 만들어 70개 약 3,500발을 준비해둔 지안은 보스에게 통하지 않으면 수진과 함께 도망칠 생각을 하였다.
'게다가 비장의 무기도 만들어 두었으니...'
로우리스크 하이리턴
자고로 남들이 때리지 못하는 곳에서 짤짤이로 타격하는것은 게임의 미학 아니겠는가?
짤짤이 정도가 아니라 부족 전체를 섬멸하는것이 했지만 알게 머람...
"보통 하급 게이트 내부의 몬스터 는 몇 마리 정도 되는거야 누나?"
"대략.... 300~500마리 정도 되려나?"
수진의 도움을 받아 공중을 날아 가면서 지안은 멀리 보이는 고블린 부족의 나무 장벽을 확인하며 물었다.
지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고블린들 이었지만, 자기들 몸짐보다 2배는 큼직한 나무들로 얼기설기 만들어놓은 장벽을 보며 만약 수진의 도움이 없었으면 공략하기 약간은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했다.
숲 곳곳에 퍼져있는 많은 수의 고블린 부족의 정찰대들
그리고 그들의 기습에 긴장하며 하나하나 처리하다 보면 나오는 100마리 가 넘게 모여있는 그들의 마을.
정찰대들을 포기하고 지안처럼 보스를 처리할 수 있다면 먼저 해도 된다.
퍼져 있던 몬스터들은 그들의 보스 몬스터가 공격받는 시점에 부족으로 돌아올 것이고, 지안은 보스를 쓰러트리고 그들을 공략하면 되는셈.
공수가 완전히 바뀐다는 이야기였다.
'그것도 일단 보스를 쓰러트릴수 있을때의 이야기긴 하지만...'
지안처럼 보스를 먼저 잡는 행위는 대부분 강력한 각성자들이 일점돌파로 보스를 찾아 격파 한 이후 몰려오는 모든 몬스터 들을 처치 가능할때나 쓰는 방법이긴 하지만 왠만큼 강하지 않은 이상 개별 격파가 손쉬운 법.
보통은 지안과 같은 선택은 하지 않는다.
몬스터들의 기습이 무섭기는 하지만 수많은 몬스터들의 해일에 깔리는 것은 더욱 공포스럽기 때문에 하지 않는 선택.
지안도 그 점은 알고 있었지만 수진의 염력을 믿으며 일단 시도만 해보는 것이다.
'여차하면 도망가면 되는거고 말이지'
어차피 날아서 게이트 밖으로 도망가면 어그로가 풀리는지 다시 숲으로 돌아가는 몬스터 들의 습성을 이용한 치고 빠지기 전략.
"자 이제 다 왔다. 여기가 고블린 부족의 중심 상공이야"
5분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위치.
저 아래 고블린들이 손톱 보다 작게 보였다.
안그래도 작은 체구의 고블린들 이었는데 이정도면 맞추기도 어려운 지경...
"으음... 누나 조금더 아래로 내려갈수 있어?"
지안은 지금 위치에서는 도저히 기관총을 효율적으로 쓸수 없을듯하여 고도를 낮추자 제안했다.
어차피 고블린들의 독침 정도야 그들 위치가 아니라 한참을 더 낮게 내려가도 도달하지 않을터
"고블린족의 주술이 위험하긴 한데... 일단 조금만 내려가 볼게"
일반 고블린들이야 작은 단검을 가지고 다니거나 5미터도 발사되지 않는 독침으로 공격한다지만, 가끔 원거리 공격을 하는 고블린 주술사들이 있었기에 수진은 조심스레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없을 가능성도 있긴 했지만 조심해서 나쁜것은 아니니...
혹시나 위험한 주술이 날아오면 재빠르게 튈 생각부터 하는 수진.
조금씩 고도가 낮아지며 손톱보다 작았던 고블린들이 점차 크게 보이기 시작했으며, 약 20미터 까지 낮아지자 그들을 발견한 몇몇이 하늘을 가르키며 자신들의 부족원을 모았다.
끼에에!!
끼에!!
끼에에에엑!!
허공에 단검을 휘두르거나 독침을 쏘아보지만 전혀 닿지 않는 수진과 지안.
그리고 모여드는 고블린들을 잠시 바라보던 둘이었지만, 뒤를 이어 나타난 한 존재는 그들을 긴장하게 했다.
별 다른 차이가 없던 일반 고블린들과 다르게 마치 피가 굳은것 보이는 검붉은 색상으로 문신을 한 것 처럼 온몸이 덮여있는 한 존재.
등이 굽었는지 몸을 조금 숙인채 두개골이 달린 지팡이로 땅을 짚고 나타났지만, 두 눈 에서는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수진과 지안이 없었으면 바랬던 고블린 주술사.
다른 고블린들의 소란에 집 밖으로 나온 그 존재가 수진과 지안을 바라보자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하급 게이트...
그것고 고블린들이 나오는 게이트에서 조차 자주 접하기 어려운 존재.
마치 하급 마법과 유사한 주술을 부릴수 있으며, 몇몇 주술사가 있는 부족은 다른 부족에 비하여 공략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제일 뒤에 숨어 전장을 파악한 이후 제일 사냥하기 쉬운 능력자 부터 공격하게 만드는 지휘력, 멀리서 발휘하는 주술로 자신들을 위협하는 적들을 공격하였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적들이 적은 하급 게이트 내에서 돋보적인 존재인 고블린 주술사의 경우에 적응하지 못한 능력자들은 많은 피해를 입을수 밖에 없었다.
끼라리끼레렉!!
수진과 지안을 발견한 고블린 주술사의 지팡이 가 그들을 향해 들어 올려지며 주술사의 작은 중얼거림에 따라 지팡이 끝에 마력이 집중되었고, 이내 붉게 타오르는 작은 야구공 만한 구체가 지팡이 끝에 만들어 졌다.
이제 주술사의 한마디 주문만 외워지면 수진과 지안을 향해 불덩이가 날아갈 태새를 갖춘 그 순간....
콰과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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