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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한
작품등록일 :
2024.08.29 15:49
최근연재일 :
2025.02.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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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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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6. 감염사? Ⅱ

DUMMY

#036. 감염사? Ⅱ


"2 도시 혁신구역이라는 게 대체 무슨 소리야?"


"여기는 4 도시인데··· 그리고 혁신이라니 대체 뭔 얘기지?"


사무관의 뜬금없는 발표에 사람들은 엄청난 혼란에 빠졌다. 갑자기 이름을 바꾸는 것도 이상한데 그렇게 바뀌는 이름조차 이해가 안 됐기 때문이다. 들리는 것만 보면 2 도시에 혁신구역이 있다는 느낌이었지만, 여기는 여전히 4 도시였고 혁신이란 단어는 2 도시에서 거의 들어보지 못한 단어이기도 했다.


"아마 지금 다들 많이 혼란스러우신 것 같습니다. 제가 알기 쉽게 설명드리자면은 4도 시안에 작은 2 도시를 만들겠다 뭐 그런 방향으로 정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여기에 우리 도시를 만들겠다는 거야 뭐야?"


혼란에 빠진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무관은 그런 사람들의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발표를 이어나갔다.


"앞으로 이 혁신구역에서 생길 변화들을 찬찬히 읊어드리겠습니다. 어디 보자··· 우선 전체적인 방향성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혁신구역의 자급자족 체계구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네~ 아마 다들 자급자족이 뭔지는 아실 테니 그 부분은 넘어가도록 하고··· 이제 그 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거냐 말씀드리자면 우선 크게 관리, 생산, 질서 분야로 나누어서 설명드릴 수 있겠습니다."


사무관이 손짓하자 내가 본 이래 가장 어두운 표정의 장하나 주무관이 두꺼운 문서 뭉치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사무관은 건네받은 문서를 한 장 넘기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우선 관리분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저희 시설은 공무원, 치안대, 그리고 일부 민간 업체들의 협동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중 관리 부분은 민간업체에서 대부분 맡아서 하고 있는데, 여러분이 드시는 음식의 조리와 시설 청결을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은 숙소에서 주무시느라 잘 보지 못하셨을 수 있겠지만 이 혁신구역의 공용구역 대부분은 지금까지 이 민간 업체에서 청결유지를 해주었고, 여러분이 배식해 주시는 그 음식들 모두 또한 민간 업체에서 조리해서 전달해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사무관은 손가락에 침을 바르고는 문서를 한 장 넘기며 계속했다.


"이외에도 많지만 우선 이 두 업무를 이제부터 혁신구역의 시민 여러분께서 맡아주시게 됩니다."


"뭐??"


"결국 일이 늘어나는 거잖아?"


사람들은 사무관의 말에 동요했고, 사무관은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손짓을 하며 사람들을 진정시키려 했다.


"음식이야 요리 다들 해보셨으니 알 테고 청소도 다들 잘하시지 않습니까? 이 부분을 혁신구역 시민분들께서 맡아주시면 현재 지출되는 비용의 상당 부분을 절감할 수 있고 이를 다른 부분에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개소리하네."


옆에 있던 수진이 형이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소리를 들었을 리 없는 사무관은 어딘가 조금은 더 신이 나 보이는 얼굴로 다음 장을 발표했다.


"아··· 그리고 다음 분야는 생산분야입니다. 아마 이 부분이 가장 큰 이슈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음··· 우선 현재 2교대로 운영되고 있는 생산소의 근무시간을 최대 3교대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아! 그리고 근무시간은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자세한 건 제가 이따가 다시 추가로 말미에 설명드리겠습니다."


사무관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말투로 얘기했지만 듣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몇몇 사람들이 한 마디씩 큰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이 혹여 또 치안대가 나설까 두려워 그런 그들을 말렸다.


"진정! 진정하세요!"


사무관이 손을 크게 휘저으며 사람들은 진정시키려 애를 썼지만 아무도 그의 얘기를 듣지 않는 듯했다. 그러자 사무관은 옆에 있는 치안대 요원들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


"자꾸 비협조적으로 나오시면 저번처럼 치안대 요원들이 불가피하게 개입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일 없게 모두 질서 정연하게 정숙해주세요!! 정!! 숙!!"


어떤 면에선 약간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은 사무관의 말에 사람들은 그제야 조금 수 그러 들었다. 특히 치안대가 다시 개입된다는 부분에선 일부 사람들이 아예 '쉿' 소리를 내며 서로에게 주의를 주기도 했다.


"생산관련해서는 아직 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당장 시행하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우선 그런 계획이 있다~ 정도만 알고 계시면 될 것 같고, 자세한 건 나중에 안내문을 통해 전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다음 분야는 '질서' 분야입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이 혁신구역의 질서는 치안대 요원분들께서 담당을 해주고 계시죠? 덕분에 저희가 질서 정연하게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겁니다."


사무관은 자신의 옆에 서있는 치안대 요원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하지만 모두가 아시는 것처럼 이런 치안대 요원분들은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 선발되는 분들입니다. 모두가 지원은 할 수 있지만 아무나 되지는 못하죠. 그런 치안대 분들이 지켜주시는 질서분야를 여러분에게 전부 맡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암 그렇고 말고요."


사무관이 다시 한번 침을 바른 손가락으로 다음 장을 넘겼다.


"그래서 저희가 생각한 것은 이런 치안대 분들의 노고를 덜어줄 '층간 관리자'를 임명하는 것입니다. 단어가 생소하죠? 뭐··· 제가 설명을 간략하게 드리자면 현재 2층부터 7층까지 여러분들의 숙소가 있는 구역들에 한 해서 2~3층, 4~5층, 6~7층의 질서유지를 각각 담당하는 층간 관리자를 여러분들 사이에서 임명하겠다는 얘기입니다."


"뭐?"


수진이 형이 어이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저건 마치··· 아니야."


그러더니 혼잣말을 중얼거리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무관은 계속해서 어리둥절해하는 사람들을 향해 말을 쏟아냈다.


"이런 층간 관리자 분들은 아침과 저녁 두 시각에 점호를 통한 인원 확인, 담당 인원들의 건강 상태 확인 등 치안대에서 부여하는 여러 가지 보조적인 임무들을 수행하게 될 겁니다."


"아니 그걸 누가 미쳤다고 하고 싶겠어?"


"그러게··· 가뜩이나 일도 많은데 저거까지 하란 거야?"


사무관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사람들의 불만 섞인 소리들을 듣더니 씨익 미소 지으며 기다렸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런 층간 관리자 분들께는 몇 가지 혜택이 부여됩니다. 우선 첫 번째로 생산소 근무를 하지 않으시게 됩니다. 이는 오로지 관리자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드리고자 함입니다."


힘들고 위험한 생산소 근무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에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사무관은 그새를 놓치지 않았다.


"두 번째로 관리자 분들께서는 기존에 받는 보급품 보다 1.5배가량 더 많은 보급품을 수령하시게 됩니다. 물론 이 같은 혜택은 관리하는 층의 인원들을 하나하나 보살펴야 하는 관리자의 책무의 보상 같은 성격이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생각을 해보세요! 우리 모두 지금 나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 상태 아닙니까? 그런데 여러분들의 건강이며 현재 심리 상태 그리고 뭐 기타 등등 치안대에서 부여할 온갖 일들을 여러분을 위해 대신해주는 분들입니다. 그런 분들에게 조금의 보상은 괜찮겠지요?"


나는 그가 하는 말이 이해가 되면서도 도통 이게 맞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앞으로 층간 관리자가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들어봤을 땐 어딘가 이상한 점들이 많은 자리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세 번째로 이런 층간 관리자 분들은 저희 공무원들, 치안대 관리자 분들, 시의회 분들과 함께 정기적인 회의에 참석하실 수 있게 됩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월 1회 또는 분기별 2회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회의 자리에선 간단한 중식이 제공될 예정이고··· 거기에서 이제 혁신구역 내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대표자로서 목소리를 내실 수 있게 됩니다."


세 번째 혜택까지 발표가 끝이 나자 처음에 누가 그런 일을 하겠냐고 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나서서 자기가 하고 싶다는 쪽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나와 같은 또래나 아니면 더 어린 사람들은 그냥 그러려니 하는 편이었지만, 특히나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 사이에서 그런 경향이 더 심했다.


"내가 이전에 회사를 운영했수다! 직원 수만 300명이 넘었어! 2개 층 정도 관리하는 건 일도 아니지!"


"뭐 그렇게 따지면 나도 할 말은 많지요. 저는 상업구역 상인회 부회장 직을 맡았었습니다. 수백 개에 달하는 상점들과 상인들을 지원하는 자리였지요!"


"그런 것들도 좋지만. 이 자리의 핵심은 각자의 주거지와 인원들을 확인하고 관리해 주는 거잖아요? 마치 주거구역의 아파트들처럼요! 그럼 제가 딱이에요. 저는 2 도시 주거구역 중 가장 큰 단지 중 하나를 통틀어 대표하는 부녀회의 회장이었어요. 그때의 경험을 살리면 2개 층 정도는 식은 죽 먹기죠."


각자 자신들이 과거에 무얼 했으며 얼마나 그 자리에 걸맞은 사람인지 어필하기 시작했다. 사무관은 그렇게 어필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을 보며 어딘가 흐뭇한 얼굴을 짓고 있었다. 수진이 형은 그렇게 사무관의 발표에 동요하는 사람들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이거야 원··· 별로 좋지 않은데."


"왜요?"


아직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내가 묻자, 형은 한숨을 크게 내쉬며 답했다.


"이건 마치 감옥에서 간수가 죄수를 시켜서 죄수를 관리하라는 꼴이잖아.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게 아니라 새우들끼리 싸우다 등이 터지는 일이 될 거란 말이야."


"아···"


확실히 형의 말대로, 사람들은 이미 자기가 이 일을 해야 한다며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단상 위의 고래는 그런 새우들을 바라보며 먹음직스럽다는 탐욕 섞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자 여러분들 지금 말씀드린 층간 관리자는 우선 시의회에서 여러분들의 신상정보를 1차적으로 검토하고 2차 면접을 통해서 임명할 예정입니다. 관련해서 저희가 신상정보서 작성을 오늘 중으로 다들 요청드릴 테니 각자 숙소에 돌아가셔서 내일 저녁까지 작성 후 제출해 주시면 됩니다!"


사무관은 마치 무슨 경연대회 발표라도 하는 것처럼 들뜬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고, 사람들은 아까처럼 더 이상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빨리 방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신상정보서를 작성하게 해달라고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잔뜩 시끄러워진 광장의 한가운데 있던 나의 머릿속에 내가 무언가 놓친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광장에 내려오기 전부터 엄청 중요했고 궁금했던 무언가였는데 도무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머릿속을 헤매는 나를 향해 수진이 형이 의문이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


"그래서··· 대체 감염사로 죽은 건 누굴까?"



작가의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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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048. 그을음 25.02.11 3 0 12쪽
47 #047. 진실 Ⅱ 25.02.06 4 0 12쪽
46 #046. 진실 Ⅰ 25.02.04 5 0 12쪽
45 #045. 이해 Ⅱ 25.01.30 5 0 12쪽
44 #044. 이해 Ⅰ 25.01.28 5 0 12쪽
43 #043 정체 Ⅳ 25.01.23 6 0 11쪽
42 #042. 정체 Ⅲ 25.01.21 6 0 12쪽
41 #041. 정체 Ⅱ 25.01.16 6 0 12쪽
40 #040. 정체 Ⅰ 25.01.14 6 0 12쪽
39 #039. 묘수(妙手) Ⅱ 25.01.09 10 0 12쪽
38 #038. 묘수(妙手) Ⅰ 25.01.07 7 0 12쪽
37 #037. 감염사? Ⅲ 25.01.02 7 0 12쪽
» #036. 감염사? Ⅱ 24.12.31 9 0 11쪽
35 #035. 감염사? Ⅰ 24.12.26 9 0 12쪽
34 #034. 책임자 Ⅱ 24.12.24 10 0 12쪽
33 #033. 책임자 Ⅰ 24.12.19 9 0 12쪽
32 #032. 악몽 Ⅲ 24.12.17 9 0 12쪽
31 #031. 악몽 Ⅱ 24.12.12 9 0 11쪽
30 #030. 악몽 Ⅰ 24.12.10 8 0 12쪽
29 #029. 비현실 Ⅲ 24.12.05 9 0 12쪽
28 #028. 비현실 Ⅱ 24.12.03 8 0 12쪽
27 #027. 비현실 Ⅰ 24.11.28 10 0 12쪽
26 #026. 뒤틀린 신념 Ⅲ 24.11.26 8 0 12쪽
25 #025. 뒤틀린 신념 Ⅱ 24.11.21 10 0 12쪽
24 #024. 뒤틀린 신념 Ⅰ 24.11.19 11 0 12쪽
23 #023. 시기(猜忌) Ⅱ 24.11.14 10 0 11쪽
22 #022. 시기(猜忌) Ⅰ 24.11.12 9 0 12쪽
21 #021. 비보 Ⅱ 24.11.07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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