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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한
작품등록일 :
2024.08.29 15:49
최근연재일 :
2025.02.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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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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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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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7. 감염사? Ⅲ

DUMMY

#037. 감염사? Ⅲ


수진이 형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랬다. 분명히 방금 전까지만 해도 도대체 감염사로 죽은 게 누구인지에 대해 모두가 너나 할 것 없이 떠들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말이지 언제 그랬냐는 듯 모두가 사무관이 발표한 이 혁신계획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혁신인지 뭔지도 중요하지만··· 일단 사람이 죽었으니 누가 죽었는지는 알아야 하는 게 먼저 아닌가?"


수진이 형은 탐탁지 않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고, 나는 그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벌써 그런 건 잊은 것 같아요. 다들 층관리자··· 인지 뭔지에 정신이 팔려서."


"그러게 말이다. 전부 다 그 관리자가 되고 싶은가 봐."


나와 수진이 형, 그리고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층관리자 자리에 관심을 보였다. 심지어 내 또래의 친구들도 관심을 보이는 모습도 보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광장은 소란스러운 걸 넘어서서 엄청난 열기로 가득했다. 지난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열기는 어찌 됐든 통제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너도 궁금한 거지?"


수진이 형은 소란스러운 광장에서 나를 돌아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형이 무얼 묻는지 단번에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동생 수로는 그런 나와 형을 번갈아보며 고개만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응? 뭐가 궁금해?"


수로의 말에 나와 수진이 형은 서로 미소만 주고받으며 "그런 게 있어."라고 동생에게 말해주고는 다 함께 천천히 광장의 중심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모르긴 몰라도 이 과열된 분위기가 썩 안전해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자 2 도시 시민 여러분! 이제 중요한 공지사항 전달은 끝났으니 우선 모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층관리자를 위한 신상정보서를 각자의 방으로 배부해 드릴 테니 관심 있으신 분은 그걸 작성해 주세요."


사무관은 확성기를 들고 사람들에게 소리쳤고, 그제야 사람들은 조금씩 흩어지기 시작했다. 나와 수진이 형, 동생은 그렇게 흩어지는 무리들 틈에 껴서 이동했고, 그 사이에서 사람들의 이런저런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새로 발표된 계획들에 대해서 얘기했고 감염사로 죽었다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마음 같아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물어보고 싶었지만 우선 수로를 집에 데려다 놓는 것이 먼저였다. 수진이 형도 그런 내 생각과 같았는지 별다른 말 없이 묵묵히 우리와 함께 집··· 아니 방으로 걸었다.


"이제야 좀 조용하네."


"그러게요."


5층쯤 넘어오자 사람들이 확연히 줄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저기서 이야기하던 소리는 더 이상 소란스럽게 들려오지 않았고, 수십 개의 발들이 움직이던 발소리도 더 이상 크게 들리지 않았다. 반면에 그전에 들리지 않던 소리들이 들려왔다. 치안대 요원들이 주고받는, 마치 속삼임과 같은 작은 소리들이었다.


"... 진짜야?"


"그··· 다니까."


치안대 요원들은 층마다 돌아다니면서 교대로 순찰 같은 걸 돌았다. 보통 2인 1조로 움직였는데, 그러다 보니 가끔 죽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 만나면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기 일쑤였다. 물론 헬멧의 스피커를 통해 나오며 1차로 걸러지고, 2차로 여러 소음과 거리에 뒤섞이는 소리가 분명하게 들리지는 않는 편이었다. 거기다 대놓고 엿들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오며 가며 흘러들은 이야기를 듣고 대충 이럴 것이다라고 생각만 할 수 있었다.


"멀쩡···"


"지난··· 쓰러···"


우리는 5층에서 순찰을 돌다 잠시 멈춰있는 치안대 요원들의 뒤를 지나가며 그런 그들의 대화를 조금이나마 들을 수 있었다. 무슨 이야기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확실히 혁신구혁과 계획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들 또 어디 가는 거야?"


"아··· 잠깐 밑에 가서 뭐 좀 물어보고 올게. 아까 깜빡해 가지고."


방에 도착한 우리는 혼자 남는 것이 못마땅 동생을 타일렀다. 내가 격리되고 하는 일들이 생긴 다음부터 동생이 나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예전에는 조금 떨어져 있어도 크게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는 내게서 조금이라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 동생의 모습을 보던 수진이 형은 짧게 한숨을 내쉬더니 내 어깨를 두드리며 나지막이 말했다.


"일단 오늘은 나 혼자 나가서 확인해 볼게. 둘이 너무 몰려다니면 그것도 그것대로 이상해 보일 수도 있기도 하고 하니까···"


"네?... 아··· 알겠어요 형."


나는 형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린 뒤 아쉬운 얼굴로 답했다. 수진이 형은 괜찮다는 듯 내 어깨를 다시 한번 두드리더니 조용히 방문을 나섰다. 동생은 수진이 형이 떠나는 모습에 잠깐 놀란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나는 떠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심한 얼굴로 내 손을 끌고 책상으로 향했다.


"형! 이거 봐봐! 벌써 여기에 있어!"


책상에는 언제 갖다 놓은 건지 모를 신상정보서가 올라와 있었다. 아마 나중에나 받아보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우리가 광장에 모여있는 새에 가져다 놓은 모양이었다. 순간 아무도 없는 우리 방에 누군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나빴지만,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그냥 고개를 저으며 나쁜 기분을 털어냈다.


"흠··· 진짜 한 사람에 대한 모든 걸 다 적으라고 하는구나."


신상정보서는 이름, 생년월일, 시민번호, 가족관계, 학력, 경력 등 취업할 때 쓰는 이력서와 비슷한 구성이었다. 하지만 주소 대신에 '방번호'가 있었고, 현재 어떤 생산소에서 근무하는지를 적기도 해야 했다.


"이런 건 뭐라고 쓰려나···"


그다음으로는 자기소개서 비슷한 항목이 있었다. 성장과정이나 자신의 장단점을 묻는 질문은 그냥저냥 보던 거라 그런가 보다 싶었지만, 인상적인 건 그다음이었다.


'만약 관리하는 층의 인원이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층의 관리자로서 갖춰야 할 자세는 무엇인가?'


'만약 질서와 자유 중 선택해야 한다면 층의 관리자로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어딘가 의도가 보이는 질문들이었다. 만약 정말 자기 소신대로 적어낸다면 절대로 층의 관리자가 될 수 없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형도 할 거야? 그거? 층관리자?"


동생 수로는 신상정보서를 뚫어져라 읽고 있는 나를 보며 신이 난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그런 동생에게 절대 그럴 일 없다는 듯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어 보였다.


"그럴 리가. 이런 건 나랑 맞지 않아."


나의 대답에 동생은 조금은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형은 학교에서 반장이었잖아."


"아··· 맞아 그렇긴 했지."


동생의 말대로 나는 2 도시에 있을 당시 반장이었다. 뭐 그렇게 대단한 자리도 아니었고, 그냥 반에서 친구들 뒷바라지나 하는 자리였지만 그래도 반장은 반장이었던지라 부모님도 그렇고 반장이 뭔지 어렴풋이 이해하는 동생도 그걸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이었는데 돌이켜보니 괜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이건 반장이랑 아주 다른 거야. 반장은 학교에서 하는 거고, 이건 이제···"


나는 순간 이 공간을 뭐라 불러야 할지 고민했다. 수진이 형이나 진수 같았으면 그냥 '시설' 정도로 얘기했겠지만 하나하나 들은 대로 기억하고 배워버리는 동생에게는 어딘가 모르게 조심스러웠다.


"혁신구역!"


그런 나의 망설임이 무색하게 동생은 큰 목소리로 내 말을 이었다.


"2 도시 혁신구역이라고 아까 그 사무관 아저씨가 말했잖아! 형 벌써 까먹었어?"


"아.. 그렇지 맞아. 수로가 역시 똑똑해서 그런지 기억을 잘하네."


나는 애써 미소 지으며 수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기억은 많이 나지 않지만, 그래도 내가 수로 나이였을 때엔 세상이 훨씬 넓었는데 지금의 수로에게는 오직 이 '혁신구역'이라는 이름의 감옥 같은 곳이 전부였다.


"그나저나 시간도 남는데 오랜만에 공부나 할까? 수학은 어때? "


"으···"


주제도 돌리고 기분전환도 할 겸 나는 동생을 자리에 앉힌 뒤 수학책을 꺼내 들었다. 이제 더 이상 학교도 존재하지 않는 이 공간에서 내가 그나마 동생의 세상을 넓혀줄 수 있는 방법은 이런 것뿐이었다. 물론 동생은 온갖 인상을 쓰며 자리에 앉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나와 동생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학공부를 했다. 나에겐 너무나 쉬운 문제들이었지만 동생은 여전히 어려워했다. 나는 그런 동생을 격려하며 공부를 포기하지 않도록 이끌었다. 덕분에 동생은 힘들어할지언정 포기는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야 공부도 하는 거야?"


한참을 공부를 하고 있는데 방 문 쪽에서 수진이 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은 씨익 미소 지으며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고, 동생은 그런 형에게 자신의 노트를 펼쳐 보이며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했는지 자랑했다. 수진이 형은 그런 동생에게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며 한편으론 나에게 문으로 와보라는 듯 손짓을 보였다.


"형이랑 잠깐 얘기하고 올게. 이거마저 풀고 있어."


"칫···"


동생은 자신만 빼놓고 둘만 어울리는 것이 마음에 안 드는지 삐진 듯한 얼굴로 문제들을 마저 풀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동생을 뒤로한 채 문 앞 난간에 기대어 있는 수진이 형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셨네요··· 누가··· 죽은 건지 들었어요?"


그런 나의 말에 수진이 형은 주위를 한 번 둘러보더니 겨우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내 생각에는 여기 2 도시 사람들 중에 누가 죽은 건 아닌 것 같아."


"네?! 그럼 대체 누가···"


내가 놀란 목소리로 되묻자 형은 '쉿!'이라고 하며 그런 나를 진정시켰다.


"조용히··· 조용히 얘기해. 안 그래도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더니 다 나만 쳐다보는 것 같단 말이야. 괜히 더 의심 살 필요는 없잖아?"


"미안해요."


"괜찮아. 아무튼··· 내가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 물어본 바로는 어느 층에서도 누가 죽었다는 이야기나 소문은 없다는 거야."


"네? 하지만 사무관은 분명히 이번에도 감염사가 나왔다고···"


나의 물음에 수진이 형은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이 시설에서 감염사가 나왔다고 했지, 우리들 2 도시 사람들 사이에서 감염사가 나왔다고는 안 했지."


"아!..."


형의 말대로였다. 사무관의 말대로라면 이 시설에서 감염사가 나온 것은 맞지만 그것이 꼭 2 도시 사람들인 우리들 만을 칭하는 것은 아니었다.


"잠깐만요··· 그렇다는 건···"


나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형을 보며 말 끝을 흐렸고, 수진이 형은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여 보이며 말했다.


"저들 중에 감염사가 나온 거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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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048. 그을음 25.02.11 3 0 12쪽
47 #047. 진실 Ⅱ 25.02.06 4 0 12쪽
46 #046. 진실 Ⅰ 25.02.04 5 0 12쪽
45 #045. 이해 Ⅱ 25.01.30 5 0 12쪽
44 #044. 이해 Ⅰ 25.01.28 5 0 12쪽
43 #043 정체 Ⅳ 25.01.23 6 0 11쪽
42 #042. 정체 Ⅲ 25.01.21 6 0 12쪽
41 #041. 정체 Ⅱ 25.01.16 6 0 12쪽
40 #040. 정체 Ⅰ 25.01.14 6 0 12쪽
39 #039. 묘수(妙手) Ⅱ 25.01.09 10 0 12쪽
38 #038. 묘수(妙手) Ⅰ 25.01.07 7 0 12쪽
» #037. 감염사? Ⅲ 25.01.02 7 0 12쪽
36 #036. 감염사? Ⅱ 24.12.31 8 0 11쪽
35 #035. 감염사? Ⅰ 24.12.26 8 0 12쪽
34 #034. 책임자 Ⅱ 24.12.24 10 0 12쪽
33 #033. 책임자 Ⅰ 24.12.19 9 0 12쪽
32 #032. 악몽 Ⅲ 24.12.17 9 0 12쪽
31 #031. 악몽 Ⅱ 24.12.12 9 0 11쪽
30 #030. 악몽 Ⅰ 24.12.10 8 0 12쪽
29 #029. 비현실 Ⅲ 24.12.05 9 0 12쪽
28 #028. 비현실 Ⅱ 24.12.03 8 0 12쪽
27 #027. 비현실 Ⅰ 24.11.28 10 0 12쪽
26 #026. 뒤틀린 신념 Ⅲ 24.11.26 8 0 12쪽
25 #025. 뒤틀린 신념 Ⅱ 24.11.21 10 0 12쪽
24 #024. 뒤틀린 신념 Ⅰ 24.11.19 11 0 12쪽
23 #023. 시기(猜忌) Ⅱ 24.11.14 10 0 11쪽
22 #022. 시기(猜忌) Ⅰ 24.11.12 9 0 12쪽
21 #021. 비보 Ⅱ 24.11.07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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