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저.. 좋아해요. 저하고 결혼해 주세요.”
140 정도의 신장과 작은 체구, 백랑족의 특징인 은색 귀와 꼬리, 은빛 단발머리에 수줍어하는 앳된 얼굴, 19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흡사 중학생 같은 어린 소녀의 외모를 가진 이 녀석은 남자다. 즉, 쇼타다.
‘어째서 이런 일이... 난, 난 쇼타콘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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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패트릭 에번스, 에번스가의 삼남이자 검과 마법이 발달한 판타지 세계의 하급 귀족이다. 이곳에서 귀족은 맏이만이 가문의 대를 이을 수 있기에 출가하여 모험가가 되었다.
그 후로 10년, 우연히 좋은 기연을 얻은 나는 금등급까지 승급하여 최상위 모험가가 되었다. 덕분에 이 도시 모드릭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비쳐 영웅놀음을 하는 중이다. 지구 기준으로 외모도 완벽해서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볼 때면 경국지색의 미남이 날 바라보고 있다.
‘역시 아침의 나 또한 눈부시군.’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아직도 여친이 없는 거지? 내 나이 29세 아직 여성 경험이 없다. 이 망할 판타지 세계의 미남 기준은 어딘가 이상하다. 우락부락하고 억센 수염에 온몸이 근육질인 마초가 인기가 높다. 제기랄, 이럴 거였으면 차라리 지구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나에게는 전생의, 지구에서의 기억이 있다. 태어났을 때부터 복수국적자였던 나는 부모님을 따라 이 나라 저 나라 자주 옮겨 다녔다. 그로 인해 각국의 언어별로 본명을 가지고 있어, 부르기 어려운 법적 이름 대신 메트라는 애칭이 곧 내 이름이 되었다.
전생의 부모는 매우 바쁜 사람들로 내가 어렸을 적부터 집에 있을 때가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부모에게 고용되어 나를 키워준 유모와 나를 돌봐준 3살 연상의 메이드인 유리아가 내게는 진정한 가족이었다. 그들은 함께 세계 이곳저곳을 떠돌며 어린 시절부터 나를 보살펴 주었다.
난 유리아를 좋아했다. 그녀와 같이 뛰놀고, 같이 자고, 같이 책을 읽고, 같이 배우며, 같이 성장했다. 비록 혈연은 아닐지라도 그녀는 나의 가족이자 친구이자 누나이자 첫사랑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부끄러움에 그녀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했다. 제법 성장한 후에도 그녀가 나를 가족으로만, 친구로만, 남동생으로만 보고 있을 것 같아 마음을 전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럼에도 언젠가 이 연심이 그녀에게 닿기를 바라며 청혼할 계획을 세웠다.
20세가 되었던 그날 꽃을 샀다. 그녀에게 줄, 그녀에게 어울릴만한 아름다운 로즈메리 꽃을 들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은 반드시 고백에 성공하리라 다짐하면서 가던 도중 나는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다.
마지막 기억은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보았던 대형승합차를 졸음운전 중인 아저씨의 얼굴이다. 졸면서 엑셀을 밟았는지 차가 다가오는 체감 속력은 시속 80km 이상, 그 순간 나는 자신의 죽음을 확신했다.
‘유리아한테 진심으로 마음을 전하고 싶었는데...’
죽었다고 생각한 후에 눈을 떠보니 처음 보는 장소에서 패트릭 에번스라는 이름의 아기가 되었다. 그래 이것이 나의 2번째 인생이다.
이번 생에서는 반드시 미인인 여자친구를 얻어서 평생 꽁냥대면서 살아가는 것이 목표였었다. 유실, 그 녀석한테 고백받기 전까진 그랬다.
- 작가의말
결코 BL 아닙니다. 믿어주십셔.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나이는 만 나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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