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했더니 쇼타가 고백해온 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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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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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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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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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실연

DUMMY

유실과 함께 개인용 훈련장 안으로 들어갔다. 길드 소유의 훈련장은 다수가 함께하는 대형 훈련장과 솔로나 파티 단위로 사용할 수 있는 개인용 훈련장이 있다.


길드에서 대여한 목재 단검을 유실에게 건네주며 물었다.


“유실, 미궁에 진입하는 모험가로서 가장 필수적으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하는 기술이 뭘까?”


“음, [마력강화]?”


“완전히 틀린 대답은 아니지만 정확하게는 [마력조작]이야.”


“[마력조작]? 그게 뭐야?”


‘아무리 신인이라지만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네. 이대로 미궁에 들어갔으면 위험했겠어.’


“[마력조작]은 말 그대로 마력을 조작하는 방법이야. 네가 말한 [마력강화] 역시 [마력조작]의 한 가지 방법이지.”


“헤에, 그렇구나.”


“[마력조작]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것은 5가지(감응, 감지, 엄폐, 장악, 강화)야.”


“에엣? 5가지나?”


“응, 그리고 이 중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마력감응]이지. 지난번 모블에서 해보았던 거 기억나?”


“그때 그 빛나는 거?”


“맞아. 그때는 슬라임의 핵을 이용해서 했었지. 오늘은 자신의 체내에 마력을 인지하는 것으로 [마력감응]을 해보자.”


유실은 내 지시대로 눈을 감고 체내의 마력을 느끼려고 했다.


“으음, 어떻게 했더라?”


“그때 느꼈던 빛의 흐름을 다시 떠올려봐.”


잠시 뒤


“성공했어!”


“좋아, 이제 인지하는 것은 완벽하네. 그러면 순환으로 넘어가자.”


“순환?”


“응, [마력감응]은 3단계로 이루어져 있어. 순서대로 인지, 순환, 응집이지. [마력강화]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순환까지는 할 수 있어야 해.”


유실에게 가부좌를 틀게 했다.


“이 자세는 왜 하는 거야?”


“마력의 순환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야. 이제 숨을 깊게 들이쉬고 폐에 들어온 공기의 마력을 감지해 봐.”


앉아있는 유실의 등에 양손을 얹었다. 순환을 할 수 있으면 강화가 가능하지만 유실의 성장을 위해 응집까지 성공시킬 것이다.


{쓰으읍 후우}


“뭔가 구슬 같은 것들이 빛나는 게 느껴져.”


“좋아, 그 구슬을 체내에서 흐르는 빛에 흡수시켜.”


유실의 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성공적이라는 신호다.


유실에게서 나는 듯한 좋은 향기가 이성을 어지럽히고 있었지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다음 단계를 진행하는 데 있어 자신의 역할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패트릭 해냈어!”


“응, 순환은 성공적이네. 이제 응집을 해보자. 지금 내 마력을 유실과 일시적으로 연결했어. 마력의 흐름을 잘 보고 따라 해.”


응집은 순환하는 마력의 기준점 즉 단전에 마력을 쌓는 것이다. 응집의 상태에 따라 강화의 성능이 달라진다.


늘 해왔던 것처럼 마력을 순환시켜 심장 하부에 있는 단전에 모았다. 서로 간의 마력이 연결되어 있는 상태이기에 유실은 이 흐름의 순서 자체를 충분히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유실이 그대로 따라 하면 성공이다.


유실에게는 재능이 있었다. 그는 응집을 단 한 번 감지한 것만으로도 바로 성공해냈다. 이대로만 성장한다면 근시일 내에 동등급으로 승급할 수 있을 것이다.


“허억 허억”


유실은 지쳤는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수고했어. 잘 해냈어. 이제부터 순환과 응집을 시간이 날 때마다 주기적으로 하면 더 강해질 수 있을 거야.”


“응, 패트릭 덕분이야. 고마워.”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좀 쉴까?”


그러자 유실이 몸을 다시 일으켰다.


“아니, [마력강화] 알려줘.”


“그렇게 조바심 내지 않아도 돼. 너는 앞으로 충분히 강해질 수 있을 거야.”


“그게 아니야. 난 패트릭한테 도움이 되고 싶어. 지난번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이제 그런 것은 싫어! 더는 도망치거나 뒤에 숨어있고 싶지 않아, 패트릭과 함께 싸우고 싶어. 더 강해질 수 있게 나를 단련시켜 줘!”


의탁생의 기특한 말에 미소가 지어졌다. 훈련관으로서 그의 근성 있는 마음가짐에 부응해 주고 싶어졌다.


“내 훈련은 따라오기 어려울 거라고?”


“문제없어. 난 각오했어.”


훈련 내내 유실의 눈빛은 소년만화의 주인공 같았다. 그의 열정이 전해졌는지 모험가로서 초심을 되찾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것을 그에게 가르쳐 주었다.


한참 뒤 녹초가 되어 쓰러진 유실을 업고 훈련장을 나왔다. 훈련장 밖에서는 헤린이 기다리고 있었다.


“패트릭씨 훈련은 즐거우셨나요?”


“어, 제법... 아니 어떻게 알았어?”


“마력파장이 패트릭씨와 유사했으니까요.”


헤린은 선천적으로 왼쪽 눈에 마안을 가지고 있다. 눈으로 직접 마력의 흐름과 파장을 알아볼 수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왜 신체가 여성으로 바뀐 건가요?”


“아, 백랑족의 족종 특성 때문에 이렇게 되어버렸어.”


“그럼 이제 제 기분을 잘 아시겠네요. 남편을 업고 있는 유부녀인 패트릭씨.”


“너, 그걸 어떻게?...”


“제 친구 중에 관청에서 일하는 직원이 있거든요. 백랑족의 혼인신고는 흥미로웠기에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어봤어요. 설마 결혼 대상자의 이름이 패트릭씨인 줄은 몰랐지만요.”


“참 발도 넓군그래.”


“그건 그렇고 이제는 유실씨를 좋아하시나요?”


“윽, 뭘 물어보는 거야?”


“후훗, 그 반응 사랑에 빠지셨군요. 예전에는 저한테 고백까지 하셨으면서.”


“너어... 진짜”


“놀리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두 분이 잘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그렇군, 생각해 보니 혼인은 축하받을 일이었네. 아직 실감이 잘 않나지만...’


그러자 헤린은 무엇인가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 이제는 아시겠지요. 일개 길드의 직원이 금등급 모험가의 고백을 받는다면 주변의 시선이 어땠을지 말입니다. 특히 약혼자가 있는 몸이었는데 약혼자의 입장은 어땠을까요?”


“!!...”


생각하지 못했다. 그 당시에는 전생의 유리아와 닮은 모습의 헤린이 좋았을 뿐이다. 싹싹하면서 거친 남성 모험가들을 손쉽게 다루는 성격에 길드 직원들 중 가장 부지런했다. 그런 그녀를 좋아했었다.


그러나 나는 글러먹게도 생각이 없었다. 자신의 영향력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그녀에게 청혼했다.


하다못해 남자친구가 있는지 만이라도 물어봤었더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터였다. 약혼자가 있는 사람한테 차이는 것은 당연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성급한 청혼 때문에 헤린이 고생했다는 것을 대충은 알고 있었으면서도 실연당한 것만 생각하여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헤린이 왜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는지, 길드의 직원들에게 왜 자신의 남편을 소개하지 못했는지, 관청에서 혼인신고를 몇 번이나 반려당했다는 소문이 왜 생겼는지를 말이다.


‘진작 사태를 깨닫고 그녀를 도와줬어야 했는데...’


유실을 벽에 기대 앉히고는 그녀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정말 미안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용서해 줬으면 좋겠어.”


“저는 그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한테 파혼 이야기까지 하더군요. 제가, 제가 그때 무슨 심정이었는지...”


헤린은 눈물을 흘렸으나 나에게는 그녀가 흘린 눈물을 닦아줄 자격이 없었다. 잠시 뒤 그녀가 진정하고 말을 이었다.


“용서합니다. 결국 결혼에 성공했으니까요. 그대로 파혼되었더라면 당신에게 복수의 칼을 갈았을지도 모릅니다.”


“정말 미안해. 그리고 용서해 줘서 고마워. 사과라고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얘기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도와줄게.”


“네, 기대하겠습니다.”


헤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어서 말했다.


“사실 원래는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만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금의 패트릭씨를 보니 감정이 북받쳐서 그만...”


“아니, 지금이라도 말해줘서 고마워. 제대로 사과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네, 이제 저도 더는 그 일을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원래 하려고 했던 이야기는 뭐야?”


“내일 아침에 유실씨와 함께 길드로 와주세요.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두 분도 중요 피해자인 만큼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러는 거지?’


“알겠어. 유실과 같이 갈게. 그럼 내일 아침에 봐.”


“네 내일 뵙겠습니다.”


유실을 업고 여관에 돌아왔다. 침대 위에 유실을 눕히려던 찰나에 그가 눈을 떴다.


“으윽, 몸이 아파”


“오늘은 정말 고생했어. 설마 하루 만에 [마력강화]까지 익힐 줄이야.”


“얼른 강해지고 싶으니까. 강해져서 패트릭을 지켜주고 싶으니까.”


{두근}


이제는 익숙해졌다. 이따금씩 유실의 말이나 행동으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종족 특성에 지배당한 듯한 이 감각, 그럼에도 딱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꼬르륵}


유실은 부끄러운지 고개를 돌렸다. 저녁을 먹을 시간대인 데다 오늘은 훈련 중간에 빵을 먹은 것 외에는 식사를 하지 않았으니 배고플 만도 했다.


“저녁 먹으러 갈까?”


“응.”


유실과 함께 여관에서 주는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다.


밤이 되자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떠올랐다. 지금 나의 신체는 여성이다. 게다가 종족 특성으로 인해 언제 이성을 잃고 유실을 덮칠지 몰랐다.


이런 상태에서 유실과 함께 잘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 유실 오늘은 여기서 자, 내가 내려가서 여관에 남는 방이 있는지 물어볼게.”


“어째서?”


“나는 이제 남자가 아니니까.”


“하지만 우리 부부잖아, 같이 자는 건 당연하잖아.”


“아니, 내가 유실을 덮칠 수도 있다고?”


“덮쳐?...”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혹시 내 생각보다 유실은 많이 순수한 것일까? 유실에게 물었다.


“그 유실 혹시 아기는 어떻게 생기는지 알아?”


“그 정도는 나도 알아. 부부가 아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하고 같이 자면 생기는 거잖아.”


‘맞는 말이긴 한데, 이거 분명 그 의미를 이해하고서 말한 것이 아니겠지? 젠장, 대체 누가 유실한테 이렇게 알려준 거야?’


떠오르는 한 사람(유노)이 있었으나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유실은 잔다는 것의 의미를 정말로 수면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응? 그러고 보니 이제 유실한테 이걸 가르쳐 줄 사람은 나밖에 없잖아!’


머릿속의 상념과 혼란함으로 정신이 없는 사이 유실이 말했다.


“패트릭은 깨끗한 걸 좋아하지? 나 오늘 땀을 많이 흘렸으니까 먼저 씻을게.”


“어?”


‘아니 잠깐 왜 그런 분위기로 가는 거야? 유실은 모르는 게 맞겠지?’


유실은 욕실 입구에서 살짝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오늘은 같이 들어오지 말아 줘.”


“안, 안 들어가!”


물소리가 들렸다.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심장이 시끄럽게 뛰었다.


‘그 거대한 게 내 안으로 들어오는 건가?... 아니 미쳤냐고, 내 인생 반백년간 남자였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는 무엇을...’


머릿속에 번뇌가 가득했다. 생각해 보면 하필 오늘이 초야(初夜)다. 이렇게 동정보다 처녀를 먼저 잃는 것인가? 아니 이제 동정은 잃어버릴 수도 없어졌구나.


잠시 뒤 욕실에서 나온 유실은 참을 수 없이 귀여웠다. 그의 백색 피부에는 윤기가 흘렀고, 씻고 나온 직후라 몸에서 좋은 향기까지 났다. 덮치자는 본능이 뇌를 지배하기 직전이었다.


“최하급 청마법 [빙설]”


자신의 머리에 눈과 얼음을 뿌렸다.


“에엑? 괜찮은 거야?”


“응, 냉정해지고 싶었어.”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씻었다. 욕실에서 나와보니 유실은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고된 훈련으로 상당히 피곤했을 것이다.


유실 옆에 누워 기분 좋게 자고 있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 잠이 들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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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백랑족 3(TS) 24.10.11 10 0 13쪽
8 백랑족 2 24.10.07 9 0 11쪽
7 백랑족 1 24.10.04 1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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