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했더니 쇼타가 고백해온 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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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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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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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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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과 인야 5

DUMMY

고유마법에 휩쓸리고도 멀쩡하게 살아있는 저 남자가 두려웠다.


너덜너덜해진 신체가 두려움에 떨리고 있었다. 과거, 잿빛 2각 늑대와 처음 조우했을 때의 공포가 올라왔다.


‘떨고 있는 건가? 금등급인 이 내가, 아무리 죽기 직전이라지만 고작 이런 쓰레기한테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건가?’


그 남자는 내게로 다가왔다.


“인정하지, 네년은 내가 보아왔던 마도사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다. 죽일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깝군. 뭐, 상태를 보아하니 손쓸 필요도 없겠지만...”


남자는 손으로 내 목을 붙잡고 들어 올렸다. 아무 저항도 할 수 없었다. 마력도 없었고 피부는 다 타버린 데다가 다리는 근육마저도 타버려서 뼈가 드러났다.


“커... 헉...”


“흠, 아까 얼굴이 제법 반반해서 적당히 형체라도 남아 있었으면 죽이기 전에 가지고 놀려고 했는데, 이거 안 되겠네. 내 물건이 도저히 반응하질 않는군.”


‘아, 이렇게 죽는 건가? 이번 생도 아직 29년밖에 못 살았는데, 허무하네.’


그때 남자가 유실을 발견하고는 말했다.


“응? 너 설마, 저 상품을 감싸다가 이렇게 된 거냐?”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말을 계속했다.


“역겹군, 인간이 저따위 가축을 감싸다니... 널 먼저 죽이려고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저놈을 네 눈앞에서 찢어주지.”


유실을 죽도록 놔둘 수는 없었으나 기절해 있는 그를 깨우기에는 소리를 크게 외칠 수도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정녕 이대로 둘 다 죽고 끝나는 건가?’


그때 문득 유실의 왼손에 각인한 [마력연결]을 떠올렸다. 마력을 흘려보니 놀랍게도 아직 술식을 발동할 수가 있었다.


유실이 깨어나길 바라면서 자신에게 남아 있는 마력을 전부 쥐어짜 그의 왼손으로 보냈다. 그러자 다행히 그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


“응? 여기는...”


유실은 눈앞에서 보인 처참한 광경에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아내가 형체를 알아볼 수조차 없는 수준으로 화상을 입은 채 한 남자의 손에 목이 붙들려 있었다.


유실은 절규했다.


“패트릭!!!”


그러자 죽어가는 그의 아내가 힘겹게 목소리를 내었다.


“도.. 망.. 쳐.. 유.. 실, 약.. 속..”


“도망치도록 놔둘 리가 있겠나? 나는 네년 때문에 이번에 준비한 모든 걸 잃었다. 이 정도는 해주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아서 말이다.”


그 남자는 붙잡은 여자를 바닥에 내던지고 유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 행동은 남자의 실수였다.


남자는 그를 자신들이 납치한 수인 아이인 줄 착각하여 완전히 방심하고 있었다.


그 수인이 자신이 내던진 여자와 같이 인야를 토벌하러 온 모험가일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유실은 분노로 타올랐다. 그 순간만큼은 그의 감정이 눈앞의 남자에게 품은 극도의 살의로 가득했다.


그의 감정이 그의 마력에 영향을 미쳤다.


“[마력강화]”


그의 단검에 희미한 백색광이 맴돌았다. 마치 빛이 단검을 감싸고 있는 듯한 형태, 단순히 발광에 그치던 이전과는 달랐다.


바닥에 쓰러진 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그의 아내가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발현”


유실의 모습을 본 남자는 코웃음을 쳤다. 그가 실제로 [마력강화]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력강화]라고? 상품 주제에 웃기고 있네.’


그 순간 남자는 세상이 뒤집혀 보였다.


‘어라?’


유실이 단검을 휘둘러 일순간에 남자의 목을 베자, 몸에서 분리된 그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남자가 죽자, 정신이 든 유실은 바닥에 쓰러져 간신히 숨만 쉬고 있는 자신의 아내에게로 달려갔다. 그녀가 아직 살아있었기에 그에게는 슬퍼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아내를 들어 올린 채 모드릭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했다.


#


의장이 연행되고 그의 저택은 유노가 끌고 온 병사들에 의해 수색이 계속되었다. 그때 한 여성의 목소리가 밴과 유노의 귀에 들려왔다.


“꺄악, 이거 놔! 너희들 내가 누군지 아는 거야?”


유노와 밴이 가보니 의장의 아내로 보이는 여성이 병사들에게 양팔이 붙잡힌 채 발길질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유노와 밴을 보고 말했다.


“너희들이 주동자구나? 이건 모반이라고! 내가 누군지 알아? 우리 아빠한테 말해서 너희 모두 감옥으로 보내버릴 거야!”


유노가 물었다.


“당신이 캐이틀 경의 정처인 이페린 위베른 공녀이시죠?”


“알면 빨리 이거 놔!”


“제 이름은 유노 랙턴, 군부대신인 포리알 랙턴 경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왔습니다.”


“다, 당신이 랙턴 공녀?...”


“네, 이렇게 만나게 돼서 유감입니다.”


이페린은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나, 난 아무것도 모른다고.”


“아뇨, 당신은 캐이틀 경의 범죄행위를 은닉한 혐의가 있습니다.”


“틀려! 그이가 말하면 죽인다고 협박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습니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인야와의 내통, 예산의 조작과 인출,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군권 이용까지 관여되어 있으시더군요. 이런 행위들 전부도 캐이틀 경의 협박 때문입니까?”


이페린은 유노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자기합리화했다.


“난, 난 잘못한 거 없어. 그저 그이를 사랑했을 뿐이야.”


“그건 올바른 사랑이 아닙니다. 만약 당신이 진심으로 캐이틀 경을 위했더라면 그의 범죄행위를 은닉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아 그가 잘못를 뉘우치게 했어야 했습니다.”


이페린은 자신의 행위를 책망하는 듯한 유노의 말에 화가 났다.


아니 평민 출신인 그녀가 태생부터 상위 귀족인 자신에 대해 참견하는 것 자체가 못마땅했다.

“네가, 네가 뭘 알아! 평민이면서 귀족을 꼬셔서 올라간 가짜 주제에 뭘 안다고 떠드냐고!”


그러자 유노는 그녀를 경멸하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이 진정한 귀족이라면 지금과 같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 타인의 말은 무시한 채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정당성을 주장하지는 않았겠지요.”


“흥, 두고 봐, 내가 풀려나면 이 모욕은 반드시 갚아줄 거야. 2배 아니 10배로 갚아줄 거야!”


유노는 그녀의 협박을 무시하고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죄인을 연행해라!”


병사들이 이페린을 연행하여 저택에서 밖으로 데리고 나올 무렵 도시 전체에서 들릴 수 있을 정도로 큰 폭발음이 들렸다.


모드릭 성채 밖, 동쪽 숲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이는 그 폭발은 실외에 나와 있는 주민 모두가 목격할 수 있을 정도로 컸다.


폭발을 본 유노가 다급히 말했다.


“밴, 저 방향은?...”


“그 둘이 향한 곳입니다.”


“유실!”


유노의 마음은 유실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으나 병사들을 이끌고 있는 지금 의장의 저택을 떠날 수 없었다.


그러자 밴이 말했다.


“유노님, 여긴 저한테 맡기고 가십시오. 그는 당신의 소중한 동생이지 않습니까.”


그때 그들과 같이 있던 제이드가 밴한테 말했다.


“아니 너도 가.”


“하지만, 그럼 이곳은 어떻게 하고?”


“우리들이 있잖아? 그리고 높으신 분을 호위도 없이 혼자 보낼 생각이야?”


“그래, 알았다. 감사하지.”


그때 병사들을 돕고 있던 뮤틸이 다가와 말했다.


“당신들로는 안됩니다. 귀족이 아닌 자가 병사들을 이끌었다간 정말로 모반자가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유노님의 호위는 접니다.”


유노는 곤란해하며 뮤틸에게 말했다.


“어떻게 안 될까?”


유노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본 뮤틸이 말을 이었다.


“휴, 이번만입니다. 유노님이 저 없이 돌아다니시는 게 걱정되긴 하지만... 어쩔 수 없군요.”


그러자 밴이 뮤틸에게 말했다.


“하지만 아까 병사들을 이끌려면 귀족이어야 한다고...”


“제가 있습니다. 하급이지만 저도 일단 귀족입니다. 상위 귀족의 수종은 보통 하위 귀족이 하니까요.”


유노는 뮤틸을 껴안으며 말했다.


“뮤틸 고마워.”


“절대 다치지 말고 무사히 다녀오세요.”


“응, 약속할게.”


뮤틸은 마지막으로 밴에게 신신당부하며 말했다.


“유노님을 반드시 지키세요. 만약 유노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간 각오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유노와 밴이 떠나기 전 제이드가 밴에게 말했다.


“밴, 핀을 데려가. 패트릭이 뛰어난 건 알지만 혹시 회복술사가 필요할 수도 있어.”


“알았다. 그를 데려가지.”


밴은 유노와 함께 의장의 저택을 빠져나와 그 인근에 살고 있는 핀의 집으로 갔다.


그는 한밤중에 자고 있던 핀의 집 창문으로 몰래 들어가 그의 침실에서 핀을 들어 올린 뒤 다시 창문으로 빠져나왔다. 그 모습을 본 유노가 말했다.


“너 전에 도둑이었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보다 얼른 가시죠.”


밴은 핀을 업고 유노와 함께 동쪽 숲으로 향했다. 그들이 달리던 도중 핀이 잠에서 깨어났다.


“우악! 여기 어디야? 밴? 지금 뭐 하는 거야?”


“미안하다. 설명할 시간이 없다. 네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패트릭이 위험해서 말이다.”


“뭐? 그 녀석이? 갑자기 왜?”


밴은 동쪽으로 달리면서 패트릭이 지금 동쪽 숲으로 의뢰를 해결하러 간 상태이며, 그곳에서 큰 폭발이 일어나 그의 상태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핀에게 대강 설명했다.


“그럼 이 여자애는 누구야?”


“말을 가려서 해, 높으신 귀족분이다.”


“윽, 죄송합니다.”


“됐어, 그보다 밴 이 녀석 도움이 되는 거 맞아?”


“네, 이래 보여도 모드릭 최고의 회복술사입니다.”


셋은 모드릭의 동쪽 성문을 향해 달렸다.


#


유실은 계속 달렸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그의 다리는 멈출 줄 몰랐다. 이윽고 숲을 빠져나와 모드릭의 동쪽 성문에 다다랐다.


유실은 들고 있던 여자를 내려놓고 다급히 성문을 두드렸다.


“열어주세요! 긴급한 환자입니다. 빨리 치료해야 해요!”


그러자 성문 안쪽의 병사가 하품하며 유실에게 대답했다.


“하아암 안돼, 지금은 개방 시간이 아니야. 조금 뒤에 동이 트니까 그때 열어줄게.”


“부탁이에요. 이대론 죽는다고요!”


“이봐, 문을 열어줬다가 이 밤중에 마물이 들어오면 곤란하다고. 절대 안돼.”


그러자 유실은 눈물을 흘리며 계속 성문을 두드렸다.


“열어주세요. 급하다고요! 이대론 정말 죽는다고요!”


병사는 귀찮아하며 그의 말을 무시했다. 유실이 계속 울면서 두드려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때 유실과 같이 있던 여자가 말했다.


“괜..찮아, 유..실.. 나.. 이제..”


“패트릭!! 죽으면 안 돼, 내가 꼭, 꼭 치료해 줄 테니까!”


“미..안.. 유.. 실.. ”


“안 돼, 죽으면 안 돼!”


#


울고 있는 유실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그는 살았으니 이걸로 되었다.


아까 남자를 쓰러트릴 때 냈던 힘 [마력강화]의 발현임이 분명했다. 그것은 유실의 재능, 내가 죽더라도 그는 앞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파티를 맺고, 미궁을 답파하고, 마물을 토벌하며 때로는 여행을 하고, 길드에서 등급이 오르는 그의 미래는 눈부시다. 그리고 언젠가는 좋은 여자를 만나서...

어라? 왜 마음이 아프지? 어째서 신체의 격통보다 마음 한구석이 이렇게 아픈 거지?’


싫었다. 유실의 밝은 미래에 나 자신이 없는 것이 싫었다. 머릿속으로 그의 미래를 그리며 무심코 그곳에 자신을 넣고 있었다.


그와 함께 파티를 맺고, 미궁을 답파하고, 마물을 토벌하며 여행을 하고 그리고, 그리고...


타버린 눈가에 눈물이 흘렀다. 그제야 나는 내 감정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유실에게 전하고 싶었다.


“유.. 실..”


그는 대답 대신 울면서 내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에게 말했다.


“사랑해.”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정신을 잃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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