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로 찍어먹는 탑 정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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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광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23 11:56
최근연재일 :
2024.10.10 11:2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134
추천수 :
59
글자수 :
103,686

작성
24.09.24 11:20
조회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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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6쪽

프롤로그

DUMMY

탑이 생겨났다.

신비한 능력을 각성하여 그곳을 오르는 이들을 등반자라고 불렀다.


* * *


시작은 별거 없었다.

그저 평소랑 똑같이 차트 보고.

스캘핑으로 짤짤이 좀 치다가.

대충 하루 일당 벌고 영화를 보고 있었다.

물론 차트는 모니터 한쪽에 켜놓은 채로.


그때 차트를 안 보고 있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공명의 눈에 들어온 건 패닉셀이라도 일어난 듯 공포스러울 정도로 무섭게 떨어지는 캔들이었다.


일명 장대음봉!

이걸 놓치면 트레이더가 아니다!

물론 그냥저냥 먹고 사는 수준으로만 버는 방구석 트레이더일 뿐이지만.


그 순간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공명이 쥔 마우스가 신명나게 움직였다.


시장가로.

50배 레버리지.


“전액 가즈아!”


짧게만 먹고 빠지는 거다.

짧게만.


띠링!

체결 소리와 함께.


“어······?”


공명은 귀신이라도 본 듯 하얗게 질렸다.

그는 숏에 배팅했다.

쉽게 말하면 가격이 계속 낮아지는 데에 배팅한 거다.


이는 당연한 거였다.

누가 봐도 하락추세.

그 와중에 나온 장대음봉이었다.

그저 추세에 올라타는 것뿐이었다.

추세에 따라 매매하는 건 잃지 않는 매매법 중 하나.

특별한 예외만 제한다면 크게 잃을 가능성이 적었다.


하지만 하필이면.

지금!

쾅!


공명이 키보드를 내리쳤다.

그 예외가 발생했다.


공포마저 집어삼키며 떨어지던 장대음봉이 긴 꼬리만 둔 채로 말려 올라갔다.

파랗게 물들었던 기다란 캔들이 빨간색이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당했다.”


공명이 털썩 주저앉았다.

일명 개미털기.

세력들의 낚시에 당했다.

평소라면 신중하게 생각하고 진입했을 무빙이었지만, 어쩐 일인지 오늘따라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띵!


뇌동매매의 끝이 좋을 리 없었다.

심장이 내려앉을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진입했던 시드가 전부 녹아내렸다.


50배 레버리지.

1000원 있으면서 5만 원을 걸었다는 뜻이다.

차트에서 1%를 잃으면 50배 레버리지 건 금액은 —50%가 된다.

단 2%만 잃어도 청산당한다는 뜻.

바로 지금 공명이 당한 결과였다.


“하—, 씨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천 만원 밖에 안 되긴 하지만.

얼마나 개고생해서 모은 시드였는데.

다시 공사장을 전전하게 생겼다.


“하—, 진짜 씨바.”


항상 잘될 때가 문제였다.

1년간 별문제 없이 먹고 살았다고 자만했나 보다.


공명은 줄줄 새려는 눈물을 억지로 틀어막으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 겨우 고개를 들었다.


이걸로 세 번째 청산.

울며불며 후회해봤자 별 소용없다는 건 경험으로 알고 있다.


소심한 남자이긴 하지만 마음까지 약하진 않다.

다시 일어나면 그만이다.

이번 실수를 반면교사 삼아 더 성장하면 되고.


공명은 그렇게 생각하며 우울한 생각을 떨쳐내려 노력했다.


“하—씨. 차트나 보자.”


이렇게 있어봤자 의미없을 뿐.

뭐가 문제였는지.

어디서 낚인 건지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안 하지.


“하—. 이걸 못 봤네.”


영화를 보면서 아무 생각없이 진입한 게 문제였다.

그건 곧 자만했다는 의미였고.

이게 속임수라는 걸 보여주는 단서가 눈을 아프게 찔러왔다.


“그래. 자만하지 말자. 이러면서 또 한 번 성장하는 거지 뭐.”


스스로를 달래며 스크롤을 죽죽 내렸다.

그러다 평소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주식들까지 슬슬 봤다.

뭔가 의미를 두고 한 행동은 아니었다.

그저 뭐라도 해야 나쁜 생각을 떨쳐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러다 문득 종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흔히들 잡주라고 부르는 별거 아닌 주식이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눈에 띈 그 차트에서 묘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어? 이거······?”


긴 시간 동안 높은 거래량.

그럼에도 찍혀 눌리는 가격.

지금에 와서는 슬슬 오르려는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만약 자신에게 시드가 있었다면 전액 진입했을 만큼 먹음직스러운 자리였다.


“이걸 들어갔어야지, 이 멍청한 자식!”


한 차례 더 자책 후 지표를 하나씩 켜며 상황을 지켜봤다.


“맞아. 확실해!”


이런 게 바로 뉴스에 나오는 녀석들이다.

세력들의 장난질로 급등했다가 고점에 피해자만을 남긴 채 급락하는 잡주.


마침 자신을 잡아먹은 것도 세력이겠다, 마음이 편치 않았던 공명이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진입 시점과 나올 시점, 앞으로의 진행 방향 등을 상세히 적은 일종의 시나리오였다.

아니, 사실은 소설에 가까웠다.

그건 그저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일탈행위에 가까웠다.


“제목은 뭐로 하지? 아! 그게 좋겠다.”


[사실 나 세력인데 정보 하나 깐다.]


흔하디흔한 어그로성 글.

공명은 그걸 자신이 활동하던 커뮤니티에 올렸다.

그저 장난이었기에 아이디도 바꾸지 않았다.


알아서 거르겠지.

차트 보고 알아먹는 놈들은 돈 좀 벌 테고.

먼저 진입하는 개미들이 생기면 준비 중인 세력의 이익이 그만큼 줄어드니 그것도 나쁘지 않았고.


“이런 게 바로 군자의 복수라는 거다 자식들아.”


별 시답잖은 소리와 함께 글을 등록했다.

공명은 그때까지도 알지 못했다.

우울함을 잊고자 장난 반으로 올린 그 글이 어떤 후폭풍을 불러오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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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제5화. 선물(1) 24.10.03 43 3 12쪽
11 제4화. 10층(3) 24.10.02 45 3 12쪽
10 제4화. 10층(2) 24.10.01 48 3 12쪽
9 제4화. 10층(1) 24.09.30 52 3 15쪽
8 제3화. 성장(3) 24.09.29 50 3 12쪽
7 제3화. 성장(2) 24.09.28 57 3 13쪽
6 제3화. 성장(1) 24.09.27 65 4 12쪽
5 제2화. 차트의 신(2) +1 24.09.26 83 4 13쪽
4 제2화. 차트의 신(1) 24.09.25 81 4 11쪽
3 제1화. 차트를 보는 눈(2) +1 24.09.24 106 3 11쪽
2 제1화. 차트를 보는 눈(1) +1 24.09.24 132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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