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로 찍어먹는 탑 정복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유현광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23 11:56
최근연재일 :
2024.10.10 11:2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111
추천수 :
59
글자수 :
103,686

작성
24.09.24 11:20
조회
130
추천
3
글자
13쪽

제1화. 차트를 보는 눈(1)

DUMMY

“응? 이것 보게?”


강고찬은 슈퍼개미다.

커뮤니티에서도 꽤 유명한 인물이다.

그의 글 하나에 수천 명이 카피 트레이딩을 할 정도의 인플루언서.


그래서 쉽게 글을 남기지 않는다.

워낙 파장이 크니.


언제나처럼 취미인 커뮤니티 수색을 하던 강고찬.

그의 눈에 재밌는 글 하나가 들어왔다.


“세력? 이놈 보게?”


세력이란다.

참으로 오래된 어그로다.

그런데 글을 읽을수록, 차트와 번갈아 분석할수록 그의 얼굴이 굳어갔다.


“일리 있어. 시나리오도 정교하고. 이게 만약에 진짜면······?”


소름이 돋았다.

글 말미에는 이리 적혀 있었다.


난 그들에게 버림받았다.

그래서 복수하기 위해 놈들의 계획을 폭로한다.

by 제갈량.


“이 녀석, 원래 세력이었던 건가?”


아이디가 익숙하다.

심심하면 나타나 뻘글 자주 쓰던 녀석이다.

그렇기에 믿기 힘들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믿음이 가기도 했다.


“뭐, 아니어도 상관없겠지. 이 정도 시나리오라면 세력 물 먹이면서 우리는 돈 버는 구조를 만들 수도 있을 테니까.”


강고찬은 가슴이 뛰어오는 걸 느꼈다.

간만에 몸 좀 풀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어디 한 번······.”


그가 글을 하나 남겼다.

그저 공명의 글이 일리 있다는 짤막한 글이었다.


하지만 그 여파는 상당했다.

커뮤니티에 모여 있던 수많은 개미가 일시에 해당 차트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매집하며 때를 기다리던 세력이 원치 않았던 시나리오였다.


그리고 불과 보름 뒤.


“뭐야, 이게!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고!”


세력의 간부가 길길이 날뛰는 결과가 도출되고 말았다.


* * *


그즈음.

공명은 땀 흘려 번 돈을 소중히 쳐다보았다.

물론 휴대폰 액정으로.

디지털화된 수치를.


“크, 이 맛에 노동하지. 트레이딩으로 느낄 수 있는 뿌듯함이랑은 결이 다르니까.”


그래서 계속 노동을 통해 돈을 벌 거냐?

그렇게 묻는다면 공명은 고개를 내저을 것이다.

이런 뿌듯함이 그리 오래 가질 않는다.

청산당한 충격을 잊으면 함께 잊힐 거다.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는 사실.


“흠흠. 그럼 오늘은 보름이나 열심히 살았으니까 간만에 쏘주에 삼겹살을!”


라면은 진즉에 질렸다.


한 달에 두 번.

고기 먹는 날을 정해두지 않았다면 이미 폭주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정육점에 들러 고기를 사고, 편의점에서 소주를 샀다.

간만의 만찬이니 정성을 잔뜩 들였다.

기대감 만땅.


하지만 신나게 걸어가는 공명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총 투입 자산 1만 배 이상인 대상을 한 달 안에 청산시키기!]

[히든 조건 달성!]

[히든 조건을 달성하여 강제 각성을 진행합니다.]

[히든 특성 ‘차트를 보는 눈’을 부여합니다.]


“응?”


그건 마치 머리를 울리는 듯한 음성이었다.


들어본 적 있었다.

각성자에게만 들려온다는 시스템 음성을.


그런데 그게 자신처럼 아주 평범한 사람에게 들린다고?

심지어 얼마 전에 청산당해 빌빌거리는 자신에게?


“누가 누굴 청산시켰다고.”


시스템이 뭔가 착각한 게 아닐까?

어쩌면 자신을 청산시킨 이가 각성의 대상인 거 아닐까?


별의별 생각이 들었지만, 모두 말이 되지 않았다.


우선 투입 자산이 1만 배란다.

그럼 적어도 1000원보다 적은 자산을 가진 사람이 자신을 청산시켰다는 건데.


“그게 말이 되는 건가?”


공명이 머리를 긁적였다.

현실 가능성 제로인 생각이었기에.


“그럼 이건 도대체 뭔데?”


심지어 시스템은 실수가 아니라고 항변이라도 하는지 상태창을 띄워주었다.

인벤토리 등 갖가지 기능이 있고 자신의 상태를 볼 수 있는 창이었다.


“설마 미친 건 아니겠지? 청산의 고통으로 인해 자아가 분열하고 막 현실을 부정하는 그런 거······.”


말도 안 된다.

이렇게 멀쩡한데.

미친 사람은 자신이 미친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너무 나간 생각 같았다.


그렇게 마구 머리를 굴려보던 때에.


[잠시 후 튜토리얼 존으로 입장합니다.]


더는 생각하고 자시고 할 시간도 없었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예상치 못한 일을 당했다.


도망이라도 쳐볼까 하는 생각에 급히 몸을 움직여봤지만 오히려 추한 꼴만 보였다.


달리는 상태 그대로 굳어버린 몸.

손에는 삼겹살과 소주 봉투가 달랑거리는 채로 다리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 어?!”


진짜 미친 게 아닌 건가?

그럼 오히려 좋은 거 아냐?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지이잉—!

기이한 감각과 함께 생각이 뚝 끊겼다.


공명의 의식이 다시 돌아왔을 때는 풍경이 아예 다른 곳이었다.


“어······, 그러니까 여기가 진짜······.”


그의 물음에 답하듯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다.


[튜토리얼 존 입장!]

[튜토리얼은 특성 사용법 습득, 연습, 테스트의 총 3단계로 진행됩니다.]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할 시 목숨을 잃을 수 있으니 최선을 다해 습득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부터 특성 사용법 설명을 시작합니다.]


마음의 준비고 뭐고 없었다.

다짜고짜 시작되는 튜토리얼.

각성만큼이나 습득 과정도 강제적이었다.


많이 본 화면이 눈앞에 쫙 펼쳐졌다.

그건 차트였다.

아니, 차트긴 한데 뭔가 많은 부분이 부족해 보이는 단순한 차트였다.


“쓰읍.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냥 따라가 봐?”


안 좋을 건 없었다.

각성시켜 준다는데 안 받을 이유도 없었고.

설마하니 시스템 오류였다며 각성 취소하지는 않겠지.


“그런 건 들어본 적도 없다고.”


무언가 자신이 모르는 이유가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차트에 집중했다.

마침 각 인터페이스에 대한 설명이 시작하는 중이었다.


[히든 특성 ‘차트를 보는 눈’은 선택한 대상의 차트를 볼 수 있습니다.]

[차트는 기본적으로 대상의 통합 상태를 수치화하여 표현합니다.]

[차트의 구성은 지구의 차트 규칙을 따릅니다.]

[보조지표, 타임 프레임 변경 등은 유료 결제 이후 사용 가능합니다.]

[유료 결제는 차트 상점이 오픈된 후부터 가능합니다.]

[기본 타임 프레임은 1일입니다.]

[여기 매매창을 통해 코인을 투자하는 게 가능합니다.]

[마찬가지로 코인을 투자하여 차트에 영향을 미치는 게 가능합니다.]


“오!”


공명이 입을 벌려 감탄했다.

사용법이나 기본 개념 등은 불과 보름 전까지 봐오던 차트와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은 단 하나.

지구의 화폐 대신 코인이 사용된다는 점이었다.


코인은 등반자들이 탑 내에서 얻는 재화의 일종.

그렇게 보면 이것마저도 사실 그리 큰 차이는 아니었다.


재화를 넣어 추가 재화를 얻거나 잃는다.

재화를 넣어 차트에 영향을 준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기본 메커니즘이 똑같았기에.


“그럼 차트로 볼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게?”


마침 설명이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차트의 대상은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단, 특성 레벨의 영향을 받으니 차트가 열리지 않을 경우 특성 레벨을 높여야 합니다.]

[대상 선택은 타게팅 모드를 통해 가능합니다.]

[대상 선택 후 의지를 일으켜 차트를 확인하세요.]


차트가 사라지고 타게팅 모드가 시작됐다.

대상을 타게팅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공명의 시선을 따라다녔다.


멀리 있는 나무를 타게팅하며 차트를 보겠다는 의지를 일으키자 차트가 촤르륵 펼쳐졌다.


“오! 신기한데?”


나무의 차트는 단순했다.

1일이 하나의 막대기로 표현되는 차트.

그런 봉, 캔들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모여 지속적으로 우상향하는 흐름이었다.

중간중간 아래로 눌리는 듯한 조정이 있었지만, 큰 추세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그것만 봐도 대충 알 것 같았다.

이 나무는 성장 중이라는 걸.


간혹 나온 하락 캔들은 아마도 날씨나 병충해 등의 영향을 받은 탓이리라.


아니나 다를까.

휘잉—!

한차례 불어오는 강한 바람과 함께 나뭇가지가 흔들렸다.

차트 내 캔들도 아래로 살짝 떨어졌다가 제자리를 찾았다.


“와! 대상이 뭐가 됐든 이런 걸 확인하는 게 가능하다는 거지?”


[사용법 설명이 끝났습니다.]

[100코인이 주어집니다.]

[많은 연습을 통해 본인의 것으로 완벽히 소화하시기 바랍니다.]

[완료를 외치시면 테스트 단계로 넘어갑니다.]


공명은 현재 차트를 닫고 다른 대상을 물색했다.


이번에는 거대한 바위.

바위의 차트는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다음은 하늘.


[특성 레벨이 부족합니다.]


다음은 자기 자신.


[튜토리얼 클리어 후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를 테스트했다.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확인하고, 처음 보았던 나무 차트를 다시 켰다.


“좋아! 너로 정했다!”


마치 장 보는 기분이었다.

잡주들 사이에서 곧 급등할 종목을 찾아내는 기분.


공명은 나무의 차트를 한참이나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작도 도구가 없는 것과 타임 프레임을 바꾸지 못한다는 게 아쉬웠지만,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망한 인생인 줄 알았던 내가 사실은 이세계 영웅, 뭐 그런 건가?”


차트를 보는 건 그에게 행복이었다.

아닌 척했지만, 일부로라도 차트를 보지 않았던 보름은 지옥 같았다.


그런데 상상으로도 떠올리지 못할 행운이 찾아왔다.

신이 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공명은 있는 대로 모든 실험을 할 작정이었다.

특히 차트를 분석하고, 그 분석을 토대로 이익 실현에 성공하면 그 짜릿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여기서도 그걸 느껴보고 싶었다.


“느리지만 확실한 우상향. 가끔 있는 조정세를 잘만 이용하면 복리 효과 꽤나 누리겠는데.”


지구에서 봐오던 차트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분석하기 쉬웠다.


세력, 혹은 스마트 머니라고 불리는 그들이 존재하지 않으니 마음만 먹으면 억만장자가 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아냐. 자만하지 말자. 이번에도 그러다가 청산당한 거잖아? 여기서도 언제 세력이 등장할지 몰라. 그러니까 항상 경계하고 조심해야 해.”


마음을 다스린 후.


공명은 매매창을 조작했다.

연습 과정에서 버는 코인도 수익으로 인정되는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1피스당 2코인이 되는 시점에 절반인 50코인을 매수 예약 걸어두었다.

1피스는 주식에서의 1주를 뜻하는 모양새였고, 모든 대상은 피스당 가치가 코인으로 매겨져 있었다.


물론 피스 가격을 굳이 신경 써서 계산할 필요는 없었다.

소수점 매매도 가능했기에.


“차트 흐름으로 봐서는 대충 이쯤 조정세가 나올 때가 됐는데.”


마침 주춤하던 캔들의 높이가 점차 낮아졌다.

2.07코인

2.03코인

2코인


띠링!


<지정가 체결 성공!>


여기까지는 공명의 계산대로.

이제 다시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1.98코인

1.95코인


계속해서 낮아지는 캔들.

하지만 공명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5분, 15분 캔들 같이 작은 타임 프레임으로 디테일한 분석을 할 수 없으니 이 정도 오차는 허용범위 이내였다.


대략 10분쯤 기다렸을까.

계속 내려가기만 하던 가격이 1.9코인 근처에서 맴돌기 시작했다.

하락세가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거대한 먹구름이 하늘을 가득 가리며 비를 쏟아냈다.


툭, 투둑!

쏴아아아아—!


나무가 비를 머금기 시작하자 캔들이 움찔했다.

갑작스러운 외부요인의 개입이었지만 공명은 개의치 않았다.

차트를 이용한 기술적 트레이딩의 특징이었다.

외부요인의 변화조차 차트에서 나타나는 흐름의 일부다.

그렇기에 공명은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이다!”


남은 50코인을 시장가로 밀어 넣었다.


<시장가 체결 성공!>


동시에 캔들이 빠르게 상승했다.

비를 머금은 이파리가 싱싱해지니 차트도 요동쳤다.


쏴아아아아—!

진입 타점만큼이나 털고 나오는 시점도 중요한 법.

공명은 끝없이 오를 것 같은 캔들을 뒤로 한 채 전액 판매 체결했다.


<시장가 종료 성공!>

수익률: 15.2%

평가손익: 15.2코인


공명이 파는 순간 캔들이 오르던 기세까지 주춤했다.

여러모로 기가 막힌 진입과 익절이었다.


게다가 공명의 완벽한 시작을 축하하듯.


[튜토리얼 내 숨겨진 조건, ‘한 번의 트레이딩으로 10% 수익률 내기’에 성공했습니다.]

[잠겨있던 배수 거래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차트를 보는 눈 1레벨 제한으로 배수 제한이 걸립니다.]

[현재 2배수입니다.]


공명의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졌다.


배수라니!

게다가 2배의 레버리지!

트레이딩으로 얻은 코인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소리벗고 빤쓰질러—!”


다 필요 없고.

튜토리얼에서 갑부 돼서 나간다.


무한 트레이딩의 시작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차트로 찍어먹는 탑 정복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 제7화. 구어(2) 24.10.10 35 3 12쪽
18 제7화. 구어(1) 24.10.09 22 2 12쪽
17 제6화. 새로운 가능성(3) 24.10.08 21 2 13쪽
16 제6화. 새로운 가능성(2) +1 24.10.07 27 3 13쪽
15 제6화. 새로운 가능성(1) 24.10.06 30 3 12쪽
14 제5화. 선물(3) 24.10.05 33 3 12쪽
13 제5화. 선물(2) 24.10.04 37 3 14쪽
12 제5화. 선물(1) 24.10.03 43 3 12쪽
11 제4화. 10층(3) 24.10.02 44 3 12쪽
10 제4화. 10층(2) 24.10.01 46 3 12쪽
9 제4화. 10층(1) 24.09.30 50 3 15쪽
8 제3화. 성장(3) 24.09.29 49 3 12쪽
7 제3화. 성장(2) 24.09.28 55 3 13쪽
6 제3화. 성장(1) 24.09.27 64 4 12쪽
5 제2화. 차트의 신(2) +1 24.09.26 81 4 13쪽
4 제2화. 차트의 신(1) 24.09.25 80 4 11쪽
3 제1화. 차트를 보는 눈(2) +1 24.09.24 105 3 11쪽
» 제1화. 차트를 보는 눈(1) +1 24.09.24 131 3 13쪽
1 프롤로그 24.09.24 159 4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