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차트를 보는 눈(2)
공명은 소심한 편이다.
어려서부터 그래왔고, 지금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단 하나.
트레이딩에 있어서 만큼은 달랐다.
트레이딩에 임하는 공명은 다른 사람에 가까웠다.
흔히들 말하는 야수의 심장.
공명은 트레이딩을 함에 주저하지 않았다.
자신의 분석을 의심하지 않기에 떨어지는 칼날을 잡는 데에도 망설임이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패배가 없는 건 아니었다.
분석, 트레이딩, 복기.
이 삼박자를 통해 패배의 이유를 곱씹었고, 그걸 본인의 실력으로 만들었다.
최근 홀린 듯했던 뇌동매매가 옥의 티지만 그것만 제한다면 꽤 나쁘지 않은 승률의 트레이더었다.
그리고 지금.
“딱 좋아. 이제 슬슬 내려올 때가 됐네.”
공명은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비가 그친 후의 튜토리얼 존.
그곳은 온갖 신기한 생물들의 천국이었다.
그 말은 즉, 차트의 대상도 그만큼 늘어난다는 의미였다.
공명이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건 장수풍뎅이처럼 생긴 녀석.
탑에만 서식하는 녀석으로 따로 이름이 있었는데 잊었다.
“뭐, 이름이야 상관없지.”
그게 시작이었다.
공명은 온갖 곤충 비스름한 녀석들을 상대로 차트를 펼쳤다.
이후 말 그대로 코인을 쓸어 담았다.
<시장가 종료 성공!>
수익률: 12.6%
평가손익: 19.44코인
<시장가 종료 성공!>
수익률: 3.2%
평가손익: 11.14코인
연승 행진!
심지어 2배 레버리지를 풀로 당겼다.
차트 상에서 1%만 변화가 생겨도 2%의 손익이 발생하는 구조.
그렇기에 더욱 확실한 차트만 찾아다녔다.
확신이 드는 순간 빠꾸는 없었고.
“오! 진짜 이대로만 가면!”
수십 차례의 승리 후 코인은 벌써 3000을 넘어갔다.
단 몇 시간 만의 수익이었다.
저층 고급 장비가 10,000코인 내외인 걸 고려하면 꽤 큰 금액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그의 마음대로만 움직여주지는 않았다.
다음 대상을 찾아 트레이딩에 임하려는 순간 예상치 못한 메시지가 나타났다.
튜토리얼 실패까지 남은 시간 : 1시간
“아! 제한이 있었구나.”
예상치 못한 태클이었지만, 미리 알게 된 게 다행이었다.
아니었다면 어처구니없게 낙오했을 테니까.
공명은 어쩔 수 없이 테스트 도전을 선택했다.
테스트가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니 여유 있게 도전하는 게 나았다.
“완료! 테스트 도전!”
[튜토리얼 존 테스트에 도전합니다.]
[테스트는 진행 방식에 따라 난이도가 나뉘며 높은 난이도를 클리어할수록 더 많은 보상을 얻게 됩니다.]
“오! 좋은데?”
[미션명 병든 고블린 처치하기]
[난이도 분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시야 한쪽으로 텍스트가 나타났다.
난이도 하 :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블린 처치하기
난이도 중 : 차트로 고블린을 약화한 이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처치하기
난이도 상 : 차트만으로 고블린 처치하기
“난이도 상······. 저걸 어떻게 하라고?”
공명의 심정과는 별개로 테스트가 곧장 시작됐다.
비쩍 마른 고블린 한 마리가 눈앞에 나타났다.
비각성자도 충분히 해치울 수 있는 수준의 녀석이었다.
튜토리얼에 걸맞은 난이도.
하지만 난이도 상으로 클리어할 방법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키르륵—!”
고블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병든 고블린이어도 몬스터는 몬스터.
인간에 대한 증오는 여전했다.
놈이 느릿한 움직임으로 공명에게 다가왔다.
이후 곤봉을 냅다 휘둘렀다.
후웅!
“아니, 뭐가 어찌 됐든 이왕이면 난이도 상으로 깨는 게 좋은 거잖아?”
공명은 우선 녀석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놈을 어설프게 건드렸다가는 난이도 하로 클리어가 되어 버린다.
그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움직였다.
그러다 문득 난이도 중을 다시 읽어봤다.
차트로 고블린을 약화하라고?
그게 힌트 같았다.
가만히 생각을 곱씹던 공명이 어느 순간 탄성을 흘렸다.
“맞아! 이 차트 단순히 코인 불리기 용이 아니었잖아!”
대상의 상태를 차트로 보여주는 것뿐.
돈 벌기에 너무 심취하다 보니 잊고 있었다.
차트를 통해 대상의 상태에 개입할 수도 있다는 걸.
물론 그걸 알았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그런데 이 정도 코인 가지고 차트에 영향을 줄 수 있으려나?”
지금 지닌 코인은 고작 3000코인 언저리다.
이건 고작이 맞다.
곤충 등의 차트를 돌이켜보면 최소 몇천 코인은 있어야 차트에 영향을 줄까 말까였으니까.
작은 곤충이 그럴진대 아무리 병든 고블린이라도 그 이상의 코인이 필요할 건 당연지사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일단 시도라도 해보자.”
타케팅!
차트 온!
한 차례 더 멀찍이 떨어진 공명이 차트를 열었다.
고블린의 차트는 무섭게 요동치는 중이었다.
특히 공명에게 덤비기 시작한 게 언제인지 명확할 정도로 캔들이 치솟고 있었다.
대략 피스 당 8.9코인에서 10.3코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움직임.
“증오도 곧 에너지라 이거냐?”
그렇다면 얘기가 쉬워진다.
움직임이 없는 차트만큼 할 수 있는 게 없는 차트도 없는 법이니까.
공명은 차트를 유심히 살폈다.
위기감이 들어서인지 평소보다 빠른 분석이 가능했다.
치솟는 캔들.
그러면서도 한 번씩 눌린다.
병든 몸이 높아지려는 전투력을 내리누르는 느낌이었다.
공명은 거기서 허점을 발견했다.
“가능하겠어!”
즉시 매매창을 조작했다.
놈이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 매매를 시작했다.
캔들이 오르다가 잠깐 눌리는 타이밍에 기가 막히게 진입했다.
“키르엑—!”
부웅!
쿵!
공명은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냈다.
직후 처음 마주했던 거리보다 더 멀리 도망갔다.
거리가 멀어지자 놈이 더욱 성을 내며 뛰어왔다.
캔들이 쭈욱 올라갔다.
공명이 노리던 그대로였다.
“돈 버는 것보다 오히려 더 쉬운데? 내 작은 행동마저 차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잖아!”
공명의 회피에 늘어나는 증오심.
그게 차트 흐름으로 나타났다.
공명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즉시 매매를 종료했다.
<시장가 종료 성공!>
수익률: 14.6%
평가손익: 563.8코인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반대로 코앞까지 다가온 곤봉을 피했다.
후웅—!
냅다 후리던 녀석이 주체하지 못하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쿠당탕—!
녀석이 넘어지며 캔들이 훅 낮아졌다.
반면 공명은 놈의 공격을 피하며 현란하게 손을 놀렸다.
매매창이 순식간에 세팅됐다.
한 번의 움직임으로 절반 이하로 낮아진 가격에 탑승하는 매직이 벌어졌다.
“이게 바로 돈 복사지!”
이후의 흐름은 비슷했다.
캔들을 낮춰 진입하고.
일정 범위 안으로 들어와 캔들이 요동쳐 오르면 판매.
공격 직후 기운이 떨어지면 다시 진입.
그렇게 세 번쯤 반복했을 때였다.
“응?”
공명은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캔들 고점이 낮아진다? 아니 저점까지 낮아지잖아?”
전형적인 하락세다.
단순히 고블린이 지쳐서라고 하기에는 뭔지 모를 께름칙함이 뇌리를 두드렸다.
“이거······, 설마?”
에너지 총량의 법칙이란 게 있다.
에너지의 형태가 바뀌는 등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항상 에너지 전체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법칙이다.
외부의 요인이 영향을 미치기 전까지는 말이다.
주식이나 크립토도 마찬가지다.
기관이나 개인이 투자한 돈의 총량은 명확하다.
누군가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가 손해를 봐야만 한다.
그렇기에 제로섬 게임이라 불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보는 차트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줄곧 궁금하긴 했다.
코인 벌 생각에 잠시 뒷전이었을 뿐.
“내가 코인을 벌면 당연히 누군가는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잃겠지.”
이제야 명확해졌다.
그 답이 지금의 차트 안에 있었다.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고블린의 캔들.
녀석의 에너지 총량이, 혹은 상태 값이 전체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해서 해치우라는 말이었구나!”
난이도 상을 클리어하는 방법이 확실해졌다.
녀석의 모든 에너지를 코인으로 치환한다.
아니 모든 에너지일 필요도 없었다.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 에너지를 충족하지 못하는 순간 녀석은 죽음을 맞이할 테니까.
“그런데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말려 죽인다는 거 아닌가?”
살짝 찝찝했지만, 이내 털어냈다.
놈들에게 죽은 인류가 얼마던가.
몬스터는 인류의 적일 뿐이었다.
오히려 나무 등 다른 생명체의 에너지를 코인으로 가져온 게 미안할 따름이었다.
“앞으로 조심 좀 해야겠는데.”
잠깐의 반성과 함께 전투가 다시 시작됐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뒤쫓는 고블린을 트레이딩하는 거였지만.
“아무렴 어때.”
흐름은 조금 전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아예 달라진 게 없는 건 아니었다.
점차 불어나는 공명의 코인.
그에 따라 고블린에게서 뺏어오는 에너지도 증가했다.
그건 곧 하락세가 급격한 기울기로 진행된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스노우볼을 굴려 가던 중.
“응?!”
차트를 읽던 공명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포착했다.
하락에서 간신히 버티던 캔들이 갑자기 높이를 높인 것이다.
추세를 역행하는 움직임이었다.
그게 의미하는 건 단 하나였다.
회광반조.
사람이 죽기 직전 반짝 기운을 차리는 상태.
잘 알려진 자연현상이 고블린의 몸에서도 일어난 것이다.
“키에엑—! 키헥—!”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고블린이 더 흉포하게 날뛰었다.
하지만 이미 거리를 벌린 공명을 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곧 나오겠는데. 패닉셀.”
얼마 지나지 않아 잠깐의 반등마저 수그러들었다.
이제 남은 건 하락뿐.
하락장 속 더 깊은 하락이 시작되고, 그 와중 캔들이 기다랗게 쏟아져 내렸다.
흔히들 말하는 장대음봉이었다.
더는 공명이 손댈 필요도 없었다.
물론 그 전에 공명은 모든 피스를 판매했다.
<시장가 종료 성공!>
그게 하락을 부추겼다.
직후.
캔들이 무서운 속도로 내리꽂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틀대던 고블린이 쓰러지고.
털썩!
장대음봉이 차트 바닥을 강타했다.
콰앙—!
캔들이 부서지는 이펙트와 함께 일그러지는 차트.
동시에 차트를 보는 눈도 강제로 종료됐다.
<대상 종목 상장 폐지>
[튜토리얼 테스트 난이도 상 클리어!]
[차트만으로 병든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클리어한 난이도에 맞는 보상이 지급됩니다.]
보상은 즉시 지급되었다.
그것도 예상치 못한 수준으로.
[특성 레벨업!]
[차트 상점이 오픈됩니다.]
[차트 타겟 리미트가 일부 해제됩니다.]
[셀프 차트가 일부 해제됩니다.]
[레버리지 최대 배율이 3배로 상승합니다.]
특성 레벨업을 시작으로.
[튜토리얼을 완료하여 등반자 경매장이 오픈됩니다.]
[튜토리얼을 완료하여 등반자 커뮤니티가 오픈됩니다.]
[난이도 상 클리어로 비밀 채팅 도청(3회)이 가능해집니다.]
비밀채팅 도청.
[난이도 상 클리어로 프리미엄 스타터킷 랜덤 3종 주사위가 지급됩니다.]
거기다 저층 한정이긴 하지만, 최고급 아이템 세트를 얻을 수 있는 주사위까지!
물론 튜토리얼을 진행하며 스스로 벌어들인 코인은 덤이었다.
지갑 : 5,775 코인
이리보나 저리보나.
“든든하네.”
최고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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