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차트의 신(1)
치이익—!
삼겹살이 노릇하게 익어갔다.
꿀꺽.
“크으—!”
소주 한 잔 들이켠 공명은 삼겹살 두 점을 집어 우걱우걱 씹어댔다.
“역시 일 끝나고 먹는 쏘삼이 최고지.”
일도 그냥 일이 아니었다.
무려 등반자가 되기 위한 튜토리얼이었다.
심지어 완벽한 클리어까지.
여전히 각성한 이유를 찾지는 못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뿌듯할 수밖에 없는 밤이었다.
“진짜 꿀맛이네 그냥.”
얼마 전 청산을 당했을 때만 해도 세상이 끝난 것 같았다.
당장 필요한 돈은 많았고, 수중에는 돈이 없었기에.
하지만 오늘을 기점으로 얘기가 달라졌다.
일단 등반자가 됐다.
등반자는 그 자체로 상위 클래스.
거기다 자신의 특성은 코인 버는데 탁월했다.
어쩌면 세계 제일 갑부가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물론 당장 코인을 쓰거나 할 수는 없겠지만.”
당장 1층을 공략해야 하는 상황.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코인을 함부로 현금화하기 부담스러웠다.
그렇기에 1층 공략 후 상황에 맞춰 코인을 분배하는 게 베스트였다.
“뭐, 어쨌든 코인은 대충 그렇게 정리하면 되겠고.”
진짜 중요한 게 남았다.
튜토리얼을 상 난이도로 클리어하며 얻은 보상들.
평범한 거나 뻔한 건 뒤로 미뤘다.
등반자 경매장, 등반자 커뮤니티, 등반자 비밀상점 같은 것들.
나중에 확인해도 되니.
“일단 프리미엄 스타터킷부터!”
가장 설레는 건 단연 언박싱이다.
거기다 나오는 게 랜덤이라면 그만큼 설레는 게 또 없었다.
<프리미엄 스타트킷 랜덤 3종 주사위>
“후우—, 가보자!”
괜히 손을 한 번 비비고는 주사위를 굴렸다.
데굴데굴.
한참을 굴러가던 주사위가 숫자 6에서 멈췄다.
“그렇지!”
운빨이 좀 서는 날인가 보다.
공명이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릴 때 주사위가 번쩍이면 세 개의 빛으로 분리되었다.
그 각각이 아이템이 되어 나타났다.
<타이탄 제국 병사의 갑옷>
<타이탄 제국 병사의 장검>
<타이탄 제국 병사의 망토>
“오! 대박!”
들어본 적 있다.
꽤 유명한 무구들이었으니.
개당 최소 3만 코인은 줘야 살 수 있는 아이템들.
저층 한정 최고 수준 무구들이었다.
“한동안 갑옷이랑 무기는 신경 안 써도 되겠는데?”
공명의 말대로였다.
이 무구들이라면 고블린 정도는 어느 정도 무시해도 될 수준이었다.
놈들의 녹슨 무기나 약한 이빨로는 망토를 뚫는 것조차 쉽지 않을 테니까.
“시작이 좋아.”
무구들은 인벤토리로 직행했다.
필요할 때 언제든 소환 착용되도록 설정까지 해두었다.
다음으로 확인할 건 차트를 보는 눈.
메인을 음미할 차례였다.
“그러니까 이번에 얻게 된 게······.”
차트 상점 오픈
차트 타겟 리미트 해제(1차)
셀프 차트 해제(1차)
레버리지 3배
무려 총 4가지.
그중 ‘차트 타겟 리미트 해제’와 ‘레버리지 상승’은 굳이 확인해볼 필요가 없었다.
이거야 어차피 실전에서 보면 되는 내용이었기에.
지금 중요한 건 다른 두 가지.
그중에서도 특히 셀프 차트가 중요했다.
튜토리얼에서도 느꼈지만 차트는 단순히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
차트를 이용해 타겟에 영향을 미치는 게 가능했다.
‘그렇다면 셀프 차트는?’
줄곧 궁금했다.
차트가 자신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 것인가.
드디어 그 궁금증을 풀 수 있게 되었다.
타켓팅 모드.
차트 온.
공명이 자신을 타겟팅하며 차트를 열었다.
나타난 차트는 튜토리얼에서 본 것과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통합 상태, 전투력?”
상단에 두 개의 탭이 존재했다.
특히 전투력 탭이 그의 눈을 현혹했다.
“음. 한번 슬쩍 진입해 봐?”
탭을 이동하니 조금 다른 흐름의 차트가 펼쳐졌다.
피스 당 가격은 13코인 수준.
통합 상태 피스는 1000코인이 넘어갔는데 아예 다른 종목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했다.
“고민할 필요가 뭐 있어?”
공명이 즉시 100코인을 넣었다.
피스는 소수점 구매도 가능했기에 굳이 피스 당 가격에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
“······.”
“······음.”
한참을 기다려도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괜히 쫄았나?”
자신감이 생긴 공명이 냅다 전 재산을 들이부었다.
혹시 모르니까 조금은 남겨두고.
총 5,775코인!
그중 5천 코인이 투입되었다.
물론 이렇게 해도 크게 다를 건 없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이 정도 코인으로 무언가 큰 변화를 바라기에는······.
“응?”
변화는 방심한 사이 시작되었다.
한 방에 들이부은 코인이 캔들에 영향을 준 것이다.
고개를 빼꼼 올리는 캔들.
그런데 그 빼꼼의 정도가 상당했다.
순식간에 오른 가격이 20코인을 훌쩍 넘겼다.
“으헉?!”
몸으로 느껴졌다.
용솟음치는 무언가가 몸을 가득 채우는걸.
[특성의 힘이 등반자의 상태에 개입합니다.]
[전반적인 전투력이 상향 조정됩니다.]
무려 10코인.
피스 당 오른 가격이다.
즉 23코인 언저리까지 급상승한 것이다.
그것만 해도 세상 무엇이든 부술 수 있는 힘을 얻은 것만 같았다.
빠득!
실제로 아무 생각 없이 누른 팔걸이에 작은 실금이 생겨날 정도였다.
“와, 미친!”
셀프 차트!
이거 쥑인다!
한참을 흥분해서 서성이던 공명이 가까스로 흥분을 가라앉혔다.
자신이 강해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기에.
“일단 판매부터 해보자.”
진입했던 물량을 조금씩 덜어내보았다.
100코인
1000코인
5000코인
그러자 캔들이 조금씩 낮아지며 그에 반응했다.
“오오!”
가능했다.
코인 회수 역시 자연스러웠다.
물론 완벽한 건 아니었다.
특성을 통해 진입하는 것과 자신의 안에서 무언가가 변해 자연스레 캔들이 오르내리는 것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괴리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시장가 종료 성공!>
실제로 진입한 모든 물량을 털어냈을 때 손에 들어온 금액은 6,345코인.
1,300코인가량의 이득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좋아할 일은 아니었다.
원래대로 돌아온 캔들이 약간이나마 그 높이를 낮추었기에.
피스 당 0.8코인 정도가 낮아진 수준이었다.
급히 이득으로 돌아온 코인을 다시 투입하자 원래 높이로 복귀했다.
“휴—, 이거 조절 잘해야겠는데.”
현실의 차트와는 확연히 달랐다.
특히 피스 당 가격은 일반 주식으로 생각하고 접근하면 큰일날지도 몰랐다.
주가는 수요와 공급에 맞춰 그 가격을 형성한다.
반면 특성의 메커니즘은 그 궤를 완전히 달리했다.
아직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어떤 알 수 없는 힘이 차트의 힘에 반응하는 기분이었다.
그게 무언지 앞으로 알아내야 할 숙제 같다는 생각이 들 때쯤.
“응?”
흥분해서 지금껏 놓치고 있던 게 공명의 눈에 들어왔다.
바로 통합 상태 차트에서였다.
“뭐야? 내 차트 왜 이래?”
모양새가 이상했다.
어디서 많이 본 모양새였다.
트레이더들은 그걸 일명 패턴이라고 불렀다.
“더블탑?!”
낙타 등처럼 위로 두 번 치솟은 형태.
자신의 차트가 긴 시간동안 위아래로 오르내리며 만들어낸 흐름이었다.
더블탑은 전형적인 하락을 암시하는 패턴.
심지어 최근의 흐름이 그 높이를 낮춰 아래로 향하는 중이었다.
얼마 전 청산당했던 날이 기점이었다.
“이거 기세가 심상치 않은데?”
일명 하락추세.
아래로 내려가는 힘이 상당했다.
특히 지금 위치는 당장이라도 아래로 쏠 수 있는 지점이었다.
어쩌면 패닉셀까지 나올지도.
“뭔가······, 벌어지려고 그러는 건가?”
평범한 차트가 아니다.
무려 특성이다.
그게 알려주는 신호를 무시할 만큼 공명이 멍청하지는 않았다.
“차트 상점은 일단 나중에 알아보고.”
뭔가 힌트라도 있을까 싶어 휴대폰을 들었다.
자신에게 위해를 가해올 만한 무언가.
왜인지는 모르지만 문득 글 하나가 떠올랐다.
장난삼아 올렸던 커뮤니티의 그 글이.
“······? 응?”
로그인 후 공명이 눈을 끔뻑였다.
이후 프로필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
“맞아 이거?”
댓글 알림.
그게 무려 수천 개나 와 있었다.
순간 자신의 계정이 아닌 줄 알았다.
“뭔데······, 이거?”
싸한 느낌이 목덜미를 타고 흘렀다.
직감적으로 느꼈다.
특성으로 보이는 자신의 차트.
이 글의 영향으로 하락하고 있음을.
글에 들어가 댓글을 펼치자 엄청난 양의 텍스트가 촤르륵 열렸다.
- 차트의 신!
- 그는 신인가!
- 신은 그인가!
- 갓은 그인가!
- 갓은 갓인가!
- 진짜 개쩐다. 얘 세력 아닌 게 확실한데 어떻게 이걸 알아냈지?
- 얘라니! 세력 형님이라 불러라! 차트의 신이나!
- 이걸 맞혀? 이걸 맞힌다고?? 형님! 저 이거 못 탔읍니다! 다음 픽 하나만 더 풀어주십쇼! 차트의 신님!
스크롤을 내리던 공명이 질려서 창을 껐다.
그리고 확신했다.
자신의 각성은 이 글 때문이었다.
차트가 하락세로 향하는 이유도 마찬가지고.
“미친······.”
일단 기분은 좋았다.
어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글이 성지가 됐다.
차트의 신이라 추앙받는 게 썩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직후 이어진 생각이 그러한 뿌듯함을 싹 지워버렸다.
1만 배가 넘는 세력의 자산을 청산시키는 것.
각성의 조건이다.
자신이 달성한 건 그거였다.
그렇다는 건 그 세력은 청산당했다는 거고 누가 글을 쓴 건지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을 거란 얘기였다.
이번에는 해당 종목의 차트를 찾아 들어갔다.
주식 차트가 움직인 모양새를 보니 더욱 확실해졌다.
세력의 계획은 완전히 실패했다.
“세력이 청산당했어. 그리고 그 정도 재력을 가진 세력이라면······.”
자신을 못 찾을 리가 없다.
당장 쳐들어와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젠장!”
급히 옷가지를 챙겼다.
놀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자신의 차트가 곧 있을 죽음의 위기를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최대한 빠르게 당장 필요한 것만.
공명은 잽싸게 집을 나섰다.
다행히 골목을 나설 때까지 마주치는 사람은 없었다.
대로변을 달리며 공명이 사라졌다.
그리고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끼이이이익—!
돌진하던 차가 공명의 집 앞에 급정거했다.
거기서 장정 넷이 우르르 내렸다.
그들은 공명의 원룸까지 한달음에 뛰쳐 올라갔다.
쾅—!
“샅샅이 뒤져! 이 새끼가 우리 계획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반드시 찾아내! 어디서 자빠져 있는지도 알아내고!”
그들의 가슴에 새겨진 표식.
붉은 돌이 불타며 길게 꼬리를 그리는 모양.
혜성.
대한민국 원탑 길드.
혜성 길드의 길드원들이 원룸을 뒤집기 시작했다.
* * *
대로를 달리던 공명은 택시를 잡아탔다.
이후 아무 역에서나 내려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그다음엔 버스.
첩보 영화라도 찍듯 이동하다 보니 어느새 어딘지도 모를 곳에 도착했다.
“후우—. 일단 한숨 돌린 건가?”
차트는 즉각 반응했다.
계속되던 하락세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마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듯 현재 위치를 고수하기 시작했다.
“이게 맞았나 보네.”
어쨌든 이걸로 확실해졌다.
통합 상태 차트는 단순히 생명력이나 몸의 상태만을 나타내는 게 아니었다.
삶 그 자체.
그 모든 흐름을 담고 있었다.
공명은 그걸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거였고.
공명이 가만히 서서 눈을 깜빡였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듯이.
“아니 잠깐만······, 이게 맞아?”
판이 커져도 너무 커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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