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로 찍어먹는 탑 정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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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광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23 11:56
최근연재일 :
2024.10.1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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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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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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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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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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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제2화. 차트의 신(2)

DUMMY

상황이야 어찌 되었든.


공명은 마침 보이는 모텔로 들어갔다.

긴장이 풀리자 잠이 미친 듯이 몰려왔다.


“컴퓨터 있는 방으로 주세요.”


공명은 방에 들어가자마자 뻗었다.

다시 일어났을 때는 한창 새벽일 때였다.


“후, 아직도 피곤하네.”


강도 높은 노동 후 튜토리얼을 경험했다.

이후 좀 쉬는가 싶었을 때 정신없이 움직였다.

거기다 술기운까지.


피곤한 게 당연했다.

그나마 자고 났더니 굳었던 머리가 조금이나마 돌아갔다.


“그러니까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저지른 일이 나도 모르는 새 말도 안 되는 스노우볼을 만들었다는 거잖아.”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며 다다른 결론.

그런데 돌이켜보면 나쁠 건 없어 보였다.

그 스노우볼이 각성이라는 선물을 가져다줬으니.


“오케이, 좋아! 복잡한 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청산당한 세력의 일은 천천히 생각하기로 했다.

대신 아까 못 했던 일을 떠올렸다.


“차트 상점마저 확인해 볼까.”


공명은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중간에 끊겼던 보상 확인을 이어갔다.


<차트 상점>

1. 타임 프레임

2. 보조지표(잠김)

3. 뉴스(잠김)

4. 아이디어(잠김)


“오! 좋아!”


대부분 메뉴가 잠겨있었지만, 문제 될 건 없었다.

공명이 가장 원했던 건 열려 있었으니까.


타임 프레임.

캔들 하나의 시간 간격을 조절하는 기능.


지금 볼 수 있는 건 1일을 하나의 캔들로 하는 일봉 프레임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어디냐 싶긴 했지만, 디테일함이 부족했다.


“그럼 어디 한 번 볼까?”


월 : 1,000코인

주 : 1,000코인

일 : 소유 중

4시간 : 1,000코인

1시간 : 1,000코인

...

1분 : 1,000코인

10초 : 1,000코인

커스텀 : 5,000코인


“금액 보소.”


사악한 금액.

하지만 안 살 수가 없었다.


등반은 전투의 연속.

분초를 다투는 일이 허다할 게 뻔했다.

그건 곧 작은 타임 프레임의 사용이 잦을 거라는 얘기였고.


그렇기에 공명이 처음으로 고른 건 10초였다.


<타임 프레임 10초 추가 완료!>


“좋아! 그럼 다음으로······, 어?”


다른 타임 프레임도 추가로 선택하려던 공명.


하지만 곧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까지 천 코인이던 가격이 만 코인으로 올라버렸기에.

심지어 커스텀 봉은 5만 코인이었다.


“쉽게는 안 준다 이거네.”


입맛을 다신 공명이 상점 창을 껐다.

저 사악한 금액에 한정된 코인을 소모하는 건 무리였다.


대신 등반자 경매장을 열었다.

원래는 계획에 없던 일이었지만, 집에 돌아가지 못하니 대책이 필요했다.


“음. 경매장에 항상 있다고 하던데···, 아 여깄다!”


공명이 찾은 건 현금 거래였다.

코인을 현금으로 바꿔주는 이들.

해당 물품을 누르자 코인을 입력하는 창이 떴다.


“일단은 조금만.”


현재 시세부터 확인했다.

1코인에 1000원가량.

이거 가지고 환치기하는 이들도 있다고 하는데 공명은 거기까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1000코인.

대략 100만 원.


확인을 누르자 1000코인이 사라졌다.

대신 인벤토리로 100만 원가량의 지폐 다발이 들어왔다.


“좋아. 이걸로 한숨 돌렸고.”


남은 코인은 3700 정도.

이건 시드다.

자산을 폭발적으로 불려줄 초기 자산.

그렇기에 코인을 사용하는 건 여기까지였다.


“그럼 다음 테스트.”


컴퓨터를 켰다.

그가 띄운 건 게시글에 올렸던 차트였다.

자신을 차트의 신으로 만들어준 그 잡주.


가만히 살펴보던 공명이 픽 웃음을 흘렸다.


“이거 누가 보면 내가 만든 시나리오대로 움직였다고 착각하겠네.”


짧은 감상 후 이번에는 특성을 활성화했다.

그런데 차트가 펼쳐지는 대신 시스템 음성만이 들려왔다.


[잘못된 대상입니다.]


혹시나 해서 다른 것들을 타겟으로 해봐도 마찬가지였다.


[잘못된 대상입니다.]


탑 내에서와는 전혀 다른 반응.

탑에서는 모든 대상이 차트로 보였다면 적어도 방 안의 물건들은 모두 대상이 아니었다.

셀프 차트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음. 역시 이것도 쉽게 가는 건 안 된다 이거네.”


차트가 열리기만 했다면 단시일 내에 엄청난 코인을 벌어들일 자신이 있었는데.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모든 확인을 마쳤다.


이제 다음 행보를 결정할 차례였다.

아니 사실 결정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그가 할 일은 단 하나뿐이었다.


“강해져야 해. 적어도 개복치는 되지 말아야지.”


지금은 사실 개복치 수준이라고 봐야 했다.

특히 청산당한 세력에게 걸리면 뼈도 못 추릴 거다.

돈이 있는 곳에 각성자가 없다는 건 말도 안 되니까.

그들에게 자신 같은 초짜 각성자는 1초 컷이었다.


“어우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탑에 들어가기로 한 이상 미룰 이유가 없었다.


공명은 지체없이 인벤토리 장착 슬롯을 활성화했다.

후줄근했던 추리링이 순식간에 갑옷으로 바뀌었다.

그 뒤로 망토도 멋들어지게 펼쳐졌다.


“크. 멋있는데.”


거울을 보고 한 차례 감탄하는 공명.

그가 곧장 상태 창의 버튼을 눌렀다.


<1층 진입>


“가보자!”


[탑 1층에 진입합니다.]

[이동에 대비하시기 바랍니다.]


지이이잉—.

기이한 감각과 함께 바라보던 광경이 바뀌었다.


검은 대지와 검붉은 하늘.

듣던 대로다.

마계와 같이 생긴 이곳은 탑 1층이었다.


<미션>

고블린 1마리 처치


미션은 단순했다.

저 멀리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고블린 1마리만 처리하면 끝.


하지만 녀석은 병든 고블린과는 또 달랐다.

탑 내 가장 약한 몬스터였지만, 기다란 이빨과 손톱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놈이 흥분해서 날뛴다면?

병든 고블린과는 다른 차원의 압박을 선사할 게 분명했다.


“그럼 시작하기 전에 세팅 먼저 해두고.”


공명의 머릿속에 이미 새겨진 공식이 있었다.


몬스터 = 코인


그런 공명이 아직 낮은 고블린의 캔들을 그대로 둘 리가 없었다.


풀배팅.

3천이 넘는 코인을 조금씩 밀어 넣었다.

고블린이 눈치채지 못할 만큼 아주 천천히.




······


“키헥!”


한참을 그러고 있자니 뭔가 이상함을 느낀 고블린이 거친 숨을 내뿜었다.

하지만 공명의 존재는 눈치조차 못 챈 채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시야 안에 들어오기만 하면 거리가 얼마가 됐든 차트를 열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됐다!”

“킥?!”

“응, 다 됐다고.”


목표를 달성한 공명이 일부러 어그로를 끌었다.

동시에 고블린의 캔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키르하아아아앍—!”

“그거지!”


캔들이 단숨에 확 치솟았다.

병든 고블린과는 차원이 다른 상승이었다.

당연히 공명이 노리던 순간이었다.


<시장가 종료 성공!>

수익률: 65.43%

평가손익: 2469.98코인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익.

놈의 캔들이 주춤했다.

공명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차트의 타겟을 바꿨다.

차트 화면이 빠르게 교체되며 셀프 차트가 나타났다.


조금 전 벌어들인 코인까지 합해서 전액을 밀어 넣었다.

당연히 전투력 차트에.


구오오오오—!

묘한 고양감이 온몸을 휘돌았다.


순식간에 넘쳐흐르는 힘!

공명이 참지 못하고 땅을 박찼다.

동시에 장검을 뽑아 들었다.

처음 사용해 보는 무기였지만, 한계를 넘어선 힘이 그 모든 약점을 지워버렸다.


부웅—!

서걱—!


검이 단숨에 대기를 갈랐다.

고블린의 팔 한 짝이 검격 끝자락에 걸렸다.


“키엑—!”


단번에 잡은 승기.

공명은 정점이라도 찍듯 재차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정확히 놈의 목을 향해서.

급상승한 공명의 움직임은 감히 고블린이 막을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뎅겅!


놈의 머리가 떨어져 나갔다.

제대로 된 첫 전투치고는 의외로 싱거운 결말이었다.


“음. 원래 이런 건가? 별 감흥도 없고.”


분명 살아있는 생명체를 베었음에도 큰 죄책감은 들지 않았다.


아마도 몬스터이기 때문이겠지.

공명은 대충 넘기며 검을 집어넣었다.

약간의 흥분이 남아서인지 손끝이 살짝 떨렸다.


“나쁘지 않아. 이 정도면 층수를 빠르게 높여도 되겠어.”


층수가 높다는 건 그만큼 강해진다는 것.

공명 입장에서는 세력으로부터 안전해질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런 차원에서 지금의 결과는 꽤 고무적이었다.


[미션 클리어!]

[압도적인 실력으로 1층을 클리어했습니다.]

[명예의 전당에 등록됩니다.]


“이런 식으로 등록되는 거였구나.”


명예의 전당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싹수 있는 뉴비부터 다크호스, 현시대를 호령하는 등반자까지.

그들의 공통점은 명예의 전당에 등록되어있다는 점이었다.


그저 실력이 좋으면 등록되는 시스템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그게 아니었다.

무언가 조건이 있는 모양.

거기에 공명 자신도 포함된 것이다.


“신기하네. 이런 거까지 바란 건 아니었는데.”


묘한 기분이었지만.

준다고 하는 걸 거절할 이유가 있나.

등반자 커뮤니티에 들어가 확인해 보니 명예의 전당 제일 끝자락에 자신의 이름이 있었다.


미하일 브레스너 (65층) 명예 +48

칸나 이키비히치 (64층) 명예 +43

···

비공개 (54층) 명예 +37

유혜성 (53층) 명예 +37

···

공명 (1층) 명예 +1


“음. 당장 이름이 밝혀지는 건 아무래도 그런데······.”


정체불명 세력과의 충돌이 마음에 걸렸다.

자신의 실명 정도야 금세 알아냈을 테니까.


“일단은 비공개로 가자.”


설정을 바꾸면서 커뮤니티를 주시했다.

혹시라도 자신의 이름을 본 사람이 있을까 싶어.

하지만 명예의 전당에 뉴비 한 명 정도 올라오는 건 평범한 일인 듯 커뮤니티 내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새벽 야식 추천 같은 영양가 없는 채팅만 가득이었다.


“뭐 한동안은 괜찮을 듯? 어차피 이거 본다고 날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직접 이름을 까지 않는 이상에야 문제없겠지.”


10층을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지긴 한다.

그때부터는 다른 등반자와도 마주칠 수 있기에.

하지만 그때쯤이면 자신도 꽤 강해져 있지 않을까.


[잠시 후 지구로 귀환합니다.]


이동하기 전 차트에서 코인을 회수했다.

투자한 만큼의 코인만 잘 조절해서 빼냈다.


올 때와 같은 감각이 온몸을 훑고 갔다.

직후 원래 있던 방이 시야에 들어왔다.


“후아—, 돌아왔다.”


침대에 벌렁 드러누운 공명은 다시 그대로 잠들었다.


* * *


각성 관리청 내 범죄 수사팀.

각성자들의 사건 사고가 많은 시대.

범죄 수사팀은 그런 범죄자들에 대한 전권을 가진 조직이다.


강지유는 범죄 수사 1팀의 팀장이었다.

그녀는 한없이 밀려오는 일거리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하아—. 썩을 새끼들! 좋은 특성 각성하면 뭐 해. 지들 배 불리기 바쁜 새끼들뿐인데.”


일에 몰두하던 팀원들이 조용히 자리를 비웠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 그녀가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막내까지 자리를 비웠을 때.


쾅—!


“야! 누가 가서 이 새끼 좀 잡아 와 봐! 이런 놈이 활개 치는 거 언제까지 두고볼 건데!”

“······.”

“아니 이것들이!”


한 번 더 폭발하려던 그녀가 이를 악물며 자리에 앉았다.


그래 참자 참아.

참아야 복이 오나니.


촤륵—.

그녀가 책상을 내리치며 흩날린 서류 더미를 정리했다.

그러다 문득 마지막쯤에 깔려있던 서류에 눈이 갔다.


“뭐야 이건?”


내용을 주욱 훑었다.

어디 커뮤니티에 올린 것 같은 글이 있었다.

누가 봐도 어그로성 장난 글.

그런데 그 글로 시작된 사건이 심상치 않았다.

마지막까지 서류를 훑은 강지유가 입을 떡 벌렸다.


“이게······, 이게 가능하다고?”


심상치 않은 사건이다.

마치 예언하듯이 쓰인 시나리오.

그리고 그런 시나리오에 맞춰 움직인 개미와 세력들.

이건 개인 하나가 만들어낼 수 있는 설계가 아니었다.


강지유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건 각성자의 짓이다!


급히 글이 올라온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시나리오가 적힌 게시글은 이미 상당히 유명해 성지가 되어 있었다.


강지유는 굳이 댓글 등을 모두 읽을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그녀의 직감이 각성자의 짓이라고 너무도 강렬하게 외치고 있었기에.


“우선 주소부터 따고!”


아이피를 추적해 보니 멀지 않은 원룸촌이었다.

아이피에 장난쳐 놓았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왠지 모를 감이 그녀를 부추겼다.

커뮤니티에 정보 공유 요청을 넣어 그것도 받았다.


주소와 해당 주소에 사는 이의 인적 사항까지 확인.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며 잽싸게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의외의 연관성이 점차 확신을 주었다.


“이름 공명. 닉네임 제갈량. 느낌 좋아. 뭔가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네. 얼마나 멍청하면 이렇게 지 정보도 실실 흘리고 다닐까. 당장 잡아줄게. 딱 기다려라, 범죄자 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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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로 찍어먹는 탑 정복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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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제7화. 구어(2) 24.10.10 35 3 12쪽
18 제7화. 구어(1) 24.10.09 22 2 12쪽
17 제6화. 새로운 가능성(3) 24.10.08 22 2 13쪽
16 제6화. 새로운 가능성(2) +1 24.10.07 28 3 13쪽
15 제6화. 새로운 가능성(1) 24.10.06 30 3 12쪽
14 제5화. 선물(3) 24.10.05 33 3 12쪽
13 제5화. 선물(2) 24.10.04 37 3 14쪽
12 제5화. 선물(1) 24.10.03 43 3 12쪽
11 제4화. 10층(3) 24.10.02 44 3 12쪽
10 제4화. 10층(2) 24.10.01 46 3 12쪽
9 제4화. 10층(1) 24.09.30 51 3 15쪽
8 제3화. 성장(3) 24.09.29 49 3 12쪽
7 제3화. 성장(2) 24.09.28 55 3 13쪽
6 제3화. 성장(1) 24.09.27 65 4 12쪽
» 제2화. 차트의 신(2) +1 24.09.26 82 4 13쪽
4 제2화. 차트의 신(1) 24.09.25 81 4 11쪽
3 제1화. 차트를 보는 눈(2) +1 24.09.24 106 3 11쪽
2 제1화. 차트를 보는 눈(1) +1 24.09.24 131 3 13쪽
1 프롤로그 24.09.24 159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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