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성장(2)
금세 이틀이 지나갔다.
공명은 그사이 6층까지 클리어했다.
명예 포인트도 빠지지 않고 얻어냈다.
6층까지의 미션은 지금까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블린 전사 1마리 처치
고블린 전사 3마리 처치
고블린 전사 5마리 처치
하지만 전사라는 개체는 피스 가격부터 일반 고블린과 달랐다.
모이는 코인이 많아지는 건 당연지사.
6층을 클리어하고 나왔을 때 공명의 지갑에는 5만 코인에 달하는 거금이 쌓여 있었다.
“좋아 좋아.”
공명은 만족한 미소와 함께.
“고스트 무빙부터 구매!”
고스트 무빙을 차트에 추가했다.
3만 코인.
꽤 많은 금액이 훅 빠졌지만, 후회는 없었다.
“이 정도는 돼야지. 주술사 잡으려면.”
7, 8, 9층은 다른 말로 근접 특성의 무덤.
사실 무덤까지는 아닌데 부풀리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붙인 별명이다 보니 꽤 과장되었다.
이후 3개 층에서 나오는 몬스터는 고블린 주술사.
고블린 주술사는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데다 시야도 꽤 넓었다.
근접 특성인 이들이 고전할 수밖에 없는 스테이지였다.
게다가 그런 놈들이 5마리나 나오는 9층이 되면?
원거리 특성도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
실제로 5층부터는 층을 올라갈 때마다 공략을 재도전하는 횟수가 배로 늘어난다는 설문 결과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걸 알기에 공명도 과할 정도로 준비하는 거였다.
“이제 와서 7연속 명예 포인트를 포기하는 것도 말이 안 되고.”
명예 포인트.
그 쓰임새에 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
알려진 거라고는 일정치 이상을 모으면 상당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뿐.
하지만 그 이득이 평범하지 않으리란 사실은 누구나 예상하는 바였다.
“그럼 슬슬 출발하기 전에······.”
추가 1만 코인을 전투력 차트에 투자했다.
이로써 전투력 차트에 투입된 건 총 2만 코인.
3배 레버리지가 적용되어 6만 코인의 효과를 내주었다.
안 그래도 좋았던 컨디션이 천장을 뚫고 나갈 정도로 좋아졌다.
그 기분이 사라지기 전 공명은 즉시 장비를 착용했다.
[탑 7층에 진입합니다.]
[이동에 대비하시기 바랍니다.]
지이이잉—.
언제나와 같이.
저 멀리 고블린 한 마리가 보였다.
주술사답게 온갖 장신구로 치장한 녀석이었다.
공명은 조심하며 녀석과의 거리를 더욱 벌렸다.
녀석의 시야가 넓은 만큼 안전거리 확보가 관건이었다.
‘그럼 이쯤에서 시작해볼까.’
한참이나 물러선 후에.
타겟팅 모드.
차트 온.
고블린 주술사의 차트가 열렸다.
피스 가격 빼고 여타 차트와 다를 건 없었다.
그럼에도 공명은 더욱 조심하며 코인을 준비했다.
고블린 주술사.
등반자가 최초로 만나게 되는 기적을 행하는 개체.
즉, 마나를 깨달아 마법을 부리는 놈들이다.
그런 만큼 방심은 절대 금물이었다.
‘우선 1코인부터.’
돌다리도 두들겨봐야 하는 법.
공명은 딱 1코인만 레버리지 없이 진입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놈이 반응했다.
“키륵?”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녀석이 고개를 갸웃했다.
누가 봐도 이상함을 알아챈 모습이었다.
한참이나 이리저리 살피던 녀석은 몇 분이나 지나서야 경계를 누그러뜨렸다.
‘생각 없이 진입했으면 낭패였겠는데.’
공명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코인을 다시 준비했다.
이번에는 전액.
12,734 코인이었다.
전투력에 투자한 2만 코인도 빼서 함께 넣을까 싶었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이 리턴을 노릴 때는 항상 하이 리스크도 감안해야 하기에.
만에 하나 전투력 차트에 2만 코인에 되돌리기도 전에 녀석의 공격이 자신을 노린다면?
몇 푼 더 벌자고 목숨을 버리는 꼴이나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이렇게 되면 고스트 무빙을 준비한 게 신의 한 수가 되는 건가?’
<고스트 무빙 LV1>
상세 : 대상의 감각을 1분간 속인다. 캔들의 실제 무빙과는 별개로 무빙이 없는 것처럼 느끼게끔 만든다.
제한 : 쿨타임 1일
단 1분.
하지만 그게 이번 층의 공략을 좌우할 터.
사용법은 간단했다.
차트 상단 보조지표 리스트에서 고스트 무빙을 활성화하기만 하면 되었다.
공명의 손이 허공을 누볐다.
지표의 활성화와 함께 1분의 카운트다운이 표시되었다.
남은 시간 60초.
남은 시간 59초.
공명은 즉시 준비한 코인을 쪼개 밀어 넣었다.
10초 단위 캔들로 보고 있었기에 한 번에 투입하는 코인이 조금이라도 많다 싶으면 가격이 치솟는 게 한눈에 보였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그럴 때면 잠시 숨을 고르며 쉬었다.
이후 가격이 조금 내려가면 다시 매집하기를 반복.
남은 시간 7초.
1분을 거의 꽉꽉 채워서야 모든 코인을 투입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꽤 빠듯한데.’
코인이 조금만 더 많았다면 모두 밀어 넣지도 못 할 뻔했다.
문득 고스트 무빙의 레벨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저걸 높이면 시간도 늘어나겠지.
물론 숨겨진 조건 같은 걸 만족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뭐,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남은 시간 1초.
타임오버.
고스트 무빙이 비활성화됐다.
“키헥?!”
동시에 고블린 주술사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조심해서 매집한다 해도 가격이 안 오를 수가 없다.
애초에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었으니.
고블린 주술사는 그 이질감을 대번에 눈치챈 것이다.
“키에에엑—!”
녀석의 캔들이 크게 치솟았다.
감각도 상승했는지 단번에 공명을 주시했다.
“케엑—! 키헥—!”
동시에 허공에 떠오르는 불덩이.
고스트 무빙이 끝나고 채 몇 초도 되지 않았는데 벌어진 일이었다.
“재도전이 많을 만하네.”
쐐엑—!
화륵—!
콰아아앙—!
“이크!”
공명이 급히 몸을 날렸다.
전투력에서 코인을 빼놨었다면 큰일날 뻔했다.
코인 회수할 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빠르게 이어지는 공격이라니.
심지어 고블린이라는 허접한 이름에 맞지 않게 마법의 범위, 위력, 속도가 상당했다.
이건 마치 다른 종족을 상대하는 기분이었다.
“마력을 사용한다는 게 이렇게 다른 거구나.”
앞으로 만날 몬스터는 모두 저 녀석보다 강할 터.
더욱 타이트하게 준비해서 공략에 나서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공격을 했으면 맞을 각오도 했겠지?”
<시장가 종료 성공!>
수익률: 48.00%
평가손익: 6112.32코인
전투력 차트.
수익 포함 만 8천에 달하는 코인이 전투력을 급등시켰다.
그와 함께 공명이 날듯이 튀어 나갔다.
쐐에엑—!
“킥?!”
놀라는 주술사의 눈.
놈이 뭔가를 하려는지 잽싸게 손을 들었다.
하지만 공명이 훨씬 빨랐다.
마법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검이 놈의 목을 갈랐다.
서걱—!
데구르르르.
“후—. 다음 층은 저런 놈이 3마리. 더 제대로 준비해야겠어.”
[미션 클리어!]
[압도적인 실력으로 7층을 클리어했습니다.]
[명예의 전당에 등록됩니다.]
비공개 (7층) 명예 +7
* * *
등반자 커뮤니티.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뻘글만 올라오던 조용한 익명 게시판이 불타기 시작했다.
명예의 전당 때문이었다.
- 뭐냐? 내 눈이 잘못된 거냐?
- 7츠응? 7츠으으응?!!!
- 무친! 7층까지 7연속 명예 포인트라고?!
- 어제까지만 해도 약간 강한 루키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양의 탈을 쓴 호랑이였네.
- 양은 무슨. 애초에 호랑이 새끼였고만 ㅋㅋㅋ
비공개 신성의 등장.
신성은 누구도 해내지 못한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었다.
그러니 커뮤니티에 불이 붙을 수밖에.
- 어느 나라 사람일까?
- 글쎄. 이름이라도 공개해주면 예상이라도 할 텐데.
- 카더라 통신이라도 들은 사람 없나요?
- 있으면 진작 퍼졌겠지. 여기 놈들 입 싼 거 하루 이틀도 아니고.
- 하긴, 그것도 그러네.
- 얼른 11층 올라와라. 어떻게 생긴 놈인지 낯짝 좀 보게.
- 익명 게시판이라고 막 던지는 거 보소. 11층 올라온다고 볼 수나 있겠냐? ㅋㅋㅋㅋㅋㅋ 우연히라도 만날 확률 10%도 안 될 건데. 너 10층 아래지?
- ㅋㅋㅋ 11층 올라와 봤으면 저런 말 안 나오지.
가만히 창을 들여다보던 공명.
그가 픽 웃고 말았다.
왠지 흑막이 된 기분이랄까.
“아니, 정체를 숨긴 히어로에 가까운가?”
어쨌든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공명은 잠시 더 살펴보고는 커뮤니티 창 대신 경매장 창을 켰다.
이제 슬슬 확인할 게 있었기에.
“여기 어디였는데······, 여기 있다!”
<풀옵션 오피스텔 임대>
지금 당장 정당하게 집을 구하는 건 무리가 있었다.
세력이 자신의 원룸도 단박에 찾아내지 않았는가.
그렇다고 숙박을 더 연장하고 싶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모텔이다 보니 지내기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게다가 꼬리가 길면 결국 밟히는 법.
이미 아무 대책 없이 며칠이나 묵었던 곳이기에 과감하게 떠나기로 했다.
그래서 알아보다가 발견하게 된 게 바로 경매장의 저 문구였다.
온갖 걸 다 파는 경매장이라지만, 설마 저런 것까지 있을 줄이야.
마침 커뮤니티 내 평판도 꽤 좋은 판매자였기에 곧장 연락을 취했었다.
지금은 그 답변을 보러 들어온 거였다.
- 오피스텔 임대 문의드려요.
- 잘 찾아오셨습니다, 고객님. 지역은 인천, 대전, 강릉, 목포, 양산 가능합니다. 어디로 원하실까요?
“오! 뭔가 본격적이네.”
- 인천이요.
- 인천 지역은 신축 오피스텔이라 가격이 조금 셉니다. 월 3000코인인데 가능하시겠습니까?
생각하고 말 것도 없었다.
돈이야 벌면 그만.
지금은 저것만 해도 감지덕지했다.
- 네, 가능해요.
- 당연히 잘 알고 계시겠지만, 저희는 상품을 이용해 주시는 고객님의 안전과 정보보호를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고객님의 정보는 일절 받지 않고 있으며, 반대로 저희의 정보도 일절 노출하지 않습니다. 이에 동의하신다면 경매장 계약서를 통해 계약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경매장 계약서.
시스템이 보증하는 계약 방식이다.
그렇기에 경매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계약 방식이기도 했고,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방식이기도 했다.
“이러면 더 미룰 필요도 없지.”
- 계약할게요.
-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럼 계약 절차에 관해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길게 설명이 이어졌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거였다.
계약서 작성 후 코인을 입금하면 오피스텔 정보를 알려주겠다.
이 계약은 자동 갱신이며, 월 임대료가 밀리지 않는 한 임대인 측에서 파기할 수 없다.
딱 공명이 원하는 방식이었다.
계약부터 입금까지.
모든 게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 1208호로 가시면 됩니다. 비밀번호는 1234로 되어 있으니 원하시는 번호로 변경해 주시면 됩니다. 추가적으로 모바일 상품도 운용 중인데 사용해 보시겠습니까? 누구도 추적할 수 없을 겁니다.
- 어! 그거 좋은데요.
사실 가장 불안한 게 휴대폰이었다.
위치 추적을 못 하도록 세상이 바뀌었다지만, 맘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이들도 있는 법이었으니까.
- 월 200코인에 모시겠습니다.
- 네 계약할게요.
통신 계약까지도 뚝딱.
- 저희 상품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휴대폰은 계약하신 방에 준비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뉴라이프가 되시길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오케이! 일단 움직이자.”
따로 챙길 건 별로 없었다.
애초에 집에서 챙겨온 것도 거의 없었으니.
“새로운 집에 도착하면 옷부터 좀 사야겠어.”
8층 공략은 며칠만 쉬기로 했다.
적어도 개복치는 면한 것 같으니 이사 후 신변 정리할 시간 정도는 내도 될 것 같았다.
제대로 된 휴식도 좀 취하고.
“맛있는 것도 좀 먹고.”
지낼 집이 생겨서일까.
공명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여유로웠다.
“어?! 손님 가시는 거예요?”
“네. 잘 묵었습니다.”
“어, 아니 잠깐만요! 저기 하루 그냥 더 묵으셔도 되는데······.”
“네? 아뇨 괜찮아요.”
“공짜로 드린다니까요.”
“하하—, 마음만 받을게요.”
그래서인지 인천까지도 금세 도착한 기분이었다.
“오! 건물 괜찮은데?”
신축이라더니 진짜 잘 지어진 오피스텔이었다.
보안이 뛰어난 입구하며, 원룸임에도 탁 트여 보이는 10평에 달하는 크기까지.
심지어 모델 하우스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제대로 꾸며진 내부가 공명을 맞았다.
“이 맛이구나. 돈을 쓴다는 게!”
판매자의 말마따나 뉴라이프에 걸맞은 나쁘지 않은 시작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띠링!
경쾌한 소리와 함께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다.
[히든 퀘스트 ‘악재 - 숨죽이며 다가오는 죽음’을 해소했습니다.]
깜짝 놀란 공명이 급히 차트를 열었다.
통합 상태 차트.
줄곧 비슷한 금액대에서 옆으로 횡보하던 캔들이 크게 움직였다.
위로 쏘아올리듯이.
“로켓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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