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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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808
작품등록일 :
2024.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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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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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0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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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DUMMY

4


가는길에 몸이 자꾸 앞으로 고꾸라지고 옆으로 기울고 또 반대쪽 옆으로 기울고 난리도 아니었다. 몇 번만 더 넘어졌다가는 이제 코가 깨지고 얼굴이 다 갈릴 것 같았다.


‘지금은 이 몸을 적응하는 게 우선이야.’


김영진은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며 힘겹게 다리를 움직였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몸짓도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낯선 숲속에서 아는 사람도 없이 걸어가야 한다는게 김영진에게는 여전히 두려웠지만, 생각보다 빨리 이 짐승 같은 몸에 적응해 나가는 자신이 신기했다. 동물처럼 네 발로 걷는 이 감각은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조금씩 다리에 힘이 붙으며 자연스럽게 균형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숲의 공기도 서서히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차갑고 무겁던 공기가 점차 따뜻해졌고,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도 조금씩 밝아졌다. 김영진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눈앞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이질적이었던 숲이 점점 김영진에게 친숙하게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왜 이러지... 내가 이 세상에 조금씩 동화되고 있는 걸까?’


김영진은 혼란스러웠지만, 동시에 호기심이 일었다. 걱정도 생겼다.


저는 어쩌다 이런곳에 오게 된 것일까. 그러고 보니 나비는 어떻게 됐지?


이곳에 올 때 나비를 두고 왔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니지 나비도 같이 이곳에 넘어왔으려나.


모든게 꿈같은 일이다.


만약 이게 꿈이 아니라면 그럼 어떻게 되는거지.


이곳이 단순히 끔찍한 차원이라 치면 그럼 어떻게 빠져나가는 거지. 단순하게 꿈에서 깨어나 끝나는 일이 아니잖아. 그리고 꿈이라고 하기에는 지금 이 상황이 지나채게 생생했다.


제게 그리고 나비에서 어쩌면 그 미친 남자가 말했던 것처럼 무언가 특별한 힘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힘을 발견할 수 있다면,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김영진은 몸을 앞으로 기울여 더 빠르게 나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이제는 네 다리로 달리는 것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듯했다. 땅을 딛는 발톱의 감각도 더 명확해졌고, 그로 인해 숲속에서 나는 미세한 진동이나 소리도 더 또렷이 느껴졌다. 이는 김영진이 인간일 때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감각이었다.


그렇게 얼마쯤 걸었을까, 김영진은 갑자기 주변의 나무들 사이로 작은 빈터가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그곳은 나무와 나무 사이가 넓게 트인, 마치 숲의 한가운데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공간처럼 보였다. 김영진은 조심스럽게 그곳으로 다가갔다.


빈터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돌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알 수 없는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김영진은 그 돌을 가만히 응시하며 느꼈다. 그것은 단순한 돌이 아니라, 마치 이 세계와 연결된 중요한 물건인 것 같았다. 그러니까 제가 있는 이 말도안되는 정체모를 이상한 숲과 원래 김영진이 살던 평범한 현대 인간이 살법한 지구세상을 연결해주는 그런 물건 같아보인다는 뜻이다.


‘이 돌이... 뭔가 중요한 걸까?’


김영진은 천천히 그 돌에 다가가 손, 아니 발을 뻗어 보았다. 그런데 그 순간, 돌 위에서 희미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점점 강해지며 김영진을 감쌌고, 몸이 다시 한번 휘청이는 것을 느꼈다.


멀미가 나듯 어지러워지더니 눈앞이 점멸하며 깜깜해졌다. 으아아아아 대체 무슨일이 또 벌어지려는 거야!


하얘지는가 싶던 김영진의 시야가 다시 어두워졌다. 마치 시간이 역행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김영진은 그 빛 속에서 떠돌며 알 수 없는 기억들이 머릿속에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김영진 자신의 기억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 차원, 이 세계에 살았던 무언가의 기억들처럼 보였다.


김영진은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장면들을 보았다. 거대한 전쟁, 알 수 없는 존재들 간의 싸움, 그리고 빛과 어둠의 힘이 충돌하는 장면들. 그 속에서 김영진은 자신이 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힘을 느꼈다. 이 세계는 단순한 곳이 아니었다. 여기는 김영진이 상상했던 그 어떤 세계보다도 더 거대하고, 복잡하며, 신비로운 힘이 가득한 곳이었다. 그걸 김영진 스스로 생각한 게 아니라 마치 나레이션을 듣는 머릿속에 그런 감정이 확 들어왔다. 그리고 그대로 마음이 그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 세계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어.’


김영진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깨달았다.


김영진을 이곳에 냅다 던져두기만 하고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게 첫 번째로 그랬다.


아니 보통 평범한 소설이나 만화를 보면 이렇게 다른 차원에 던져놓으면 뭐라도 가이드를 주던데. 이건 그런것도 아니었다. 그저 던져놓기만 하고 제게 무언가 알아낼 빌미도 단서도 주지않았다.


그러니까 망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까 그 남자가 자신을 데려가려 한, 그리고 결국엔 데려오고 만 이 세상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숨기는 것 같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거짓이 자신을 이곳으로 끌어들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자신을 속이고 있는 그내용만 알 수 있다면, 김영진은 이곳에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아마도 그럴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왜 여기 왔는지 나를 여기로 보낸 사람이 누군지만 확인하면 분명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억 속에서 본 것은 단순히 빛과 긍정적인 힘만이 아니었다. 이 세계에는 거대한 어둠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것이 이 차원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 어둠은 김영진이 이곳에 와서 처음 느꼈던 불안감과 공포의 근원이기도 했다.


김영진은 정신을 차리며 다시 눈을 떴다. 김영진은 여전히 숲속의 빈터에 서 있었다. 주변은 고요했지만, 아까와는 달리 그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등 뒤에서 차가운 기운이 스며드는 듯했다.


이건 꿈이 아니다. 꿈이 아니라는 게 이제는 확실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이 이곳에 온 게 어떤 우연히 벌어진 사건이나 사고때문이 아니라 아래부터 차근차근 계획된 어떤 일 때문에 벌어졌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이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야.”


김영진은 작게 중얼거렸다. 자신을 이곳에 보낸 어떤 미지의 남자 혹은 상대는 아예 이 판을 처음부터 아니 어쩌면 오래전부터 짜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모든 것은 계획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이 세계로 오게 된 것도, 그 계획의 일부거나 혹은 전체 혹은 그자체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강의 상황이 파악이 되었으니 이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할까.



김영진은 이제 두려움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었다. 나아간다는 말이 웃기긴 하지만 말 그대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뛰든 무엇이든 해야했다.


그리고 김영진이 이곳에서 느낀 힘, 그 힘이 김영진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이 세계의 어둠을 무너뜨리지 않는 한, 김영진은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 어둠이라는 것은 자신을 이곳에 이끌어 온 남자의 힘 같은 것 말이다.



김영진은 다시 한번 자신이 변한 몸을 내려다보았다. 이 낯선 육체도, 아마 이 세계의 일부일 것이다. 자신의 몸이긴 하지만 이 세계에 온 순간부터 이렇게 변해버렸으니. 그러니까 이 몸은 자신의 몸인 것과 동시에 자신의 몸이 아니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몸이 자신의 것이든 자신의 것이 아니든간에 김영진은 이 몸에 적응해야만 했다.


그래야 움직일 수 있고 그래야 여기서 뭐라도 할 수 있고 그래야 여기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이 몸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이 새로운 세계에서 자신의 존재라는 말도 안되는 것과 싸워야 했다. 스스로와 싸워야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제가 가진 힘과 능력을 완전히 이해해야 했다.

그렇게 힘을 내서 이 세계의 어둠과 맞서 싸워야 한다.


‘돌아갈 방법은 반드시 있을 거야.’


김영진은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았다. 절대 나약해지지 않고 강한 사람이 되야겠다고 생각했고, 속으로 다짐했다.

더 이상 혼란과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기로 했다.

이제는 이 세계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서야 할 때였다. 이 낯선 몸에 적응하고, 새로운 감각을 받아들이고,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 스스로 깨우쳐서 나아가야 했다. 그걸 깨닫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ᄄᅠᇂ게보면 김영진은 이미 그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왜냐하면 문제의 파악을 일단 했고, 거기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도 우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고민을 떨쳐버리려는 그 순간, 김영진의 앞에 또 다른 길이 나타났다. 숲속에서 조금 더 깊은 곳으로 이어지는 길. 김영진은 주저하지 않고 그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김영진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김영진의 마음속에는 더 이상 공포가 자리 잡지 않았다.


그렇게 앞으로 계속 걸어가는 김영진. 김영진이 숲속을 따라 걷는 동안, 불안은 여전히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야지. 그런데 갑작스럽게 김영진의 앞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것은 작은 생물체들이었지만, 인간도 아니고 짐승도 아닌 알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한마디로 처음 보는 놈이었다. 토끼나 호랑이같은 그런 평범한 들짐승도 아니었고 고양이 나비나 옆집 개같은 고양이나 개처럼 친숙한 그런 동물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작은 케이지에서 사는 쥐나 파충류와 같은 종류의 동물들도 아니었다. 그들은 그냥 마치 사람이 인간세계에 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곳에 있는 놈들이었다. 그들은 이 세계에 속해 있는 존재들인 듯했다.


김영진은 그들과 눈을 마주치며 천천히 다가갔다. 처음에는 경계심이 들었지만, 그들이 김영진을 적대하는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김영진에게 다가와 무언가를 속삭이는 듯한 소리를 냈다. 마치 이곳의 언어인 것 같았지만, 김영진은 그들이 말하는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김영진은 그들의 의도를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김영진에게 도움을 주려는 것처럼 보였다. 같이 가자고 하는 것 같았다. 아니다. 확실하게 같이 가자고 하는 말이 들렸다. 어이가 없는데 그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얘네를 쫓아가야 여기서 벗어날 방법의 실마리를 얻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영진은 그들과 함께 조금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두 번째의 목표가 생겼다. 그러니까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과 갈피를 잡았다는 얘기다.

김영진은 이 낯선 세계에서 점차 자신을 찾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뜻이냐 하면 김영진이 이 상한 몸뚱아리가 자신이며 그리고 그 안에 자신의 의식과 자아가 확실하게 살아있다는 것을 인지했다는 소리다.

걸어가는 내내 두렵고 떨리고 그랬다.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이라도 걸려고 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김영진은 하는 수 없이 그 불안을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냥 이상한 동물들을 따라걸었다.


이 앞으로 가면 뭐가 나올까. 아마 계속 이길을 가다보면 아니 가지 않더라도 김영진의 앞에는 수많은 위험과 도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물러서거나 지체할 수는 없었다. 이제 김영진은 그 도전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었다.

김영진은 자신이 돌아가야 할 이유, 그리고 이 세계에 온 이유를 찾기 위해 더 깊은 비밀을 파헤치기로 결심했다. 이 세계의 어둠과 싸워 나가며, 자신의 돌아갈 길을 찾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걸 위해 계속 움직인다면 김영진은 점차 자신의 진정한 힘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는, 김영진이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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