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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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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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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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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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DUMMY

오민석은 급하게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섰다. 김영진의 집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아까 겪은 불길한 순간이 떠올라 머릿속이 복잡했다. 방울이가 무사히 김영진의 집으로 찾아갔다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그가 경험했던 어둠의 틈과 그 불길한 기운이 아직도 그의 몸을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는 듯했다.

김영진의 집에 도착해 문을 두드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김영진이 문을 열었다. 김영진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오민석을 맞아주었고, 방울이는 그를 보자마자 발을 동동 구르며 꼬리를 흔들었다. 그 작은 몸에서 묻어나는 안도감이 느껴져 오민석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는 방울이를 안으며 잠시 눈을 감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민석아, 너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얼굴이 왜 이렇게 창백해?"

김영진이 그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 오민석은 한숨을 내쉬며 방금 있었던 일들을 천천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벽에서 느껴진 차가운 기운, 점점 깊어지던 어둠, 그 틈에서 뻗어 나오던 알 수 없는 손 같은 형체, 그리고 자신을 그 어둠 속으로 끌어들이려 했던 순간까지··· 김영진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러니까, 벽에서 뭔가가 너를 끌어당기려고 했다고···?"

김영진은 믿기 힘든 표정이었지만, 오민석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장난이 아님을 직감했다. 그는 오민석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위로하려 했지만, 오민석의 얼굴에는 여전히 그 일이 남긴 공포가 짙게 배어 있었다.

"진짜 이상했어, 영진아. 그냥 피곤해서 헛것을 본 건가 싶기도 한데··· 방울이 반응이 너무 이상했어. 그 애가 너한테까지 찾아갈 정도였다니···"

김영진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가 입을 열었다.

"혹시··· 이사 온 곳에 뭔가 있던 게 아니었을까? 그 집에서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을지도 모르고 말이야."

오민석은 그 말에 갑작스럽게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 집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사해보지도 않은 채 들어온 것이 그제야 불안하게 다가왔다.

“혹시 네가 같이 가줄 수 있어? 나 혼자 다시 들어가긴··· 솔직히 좀 무서워서.”

김영진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같이 가자. 우리가 방울이도 무사히 찾았으니, 그 집에 뭐가 있든지 확인해 봐야지. 너 혼자 두면 내가 더 불안할 것 같아.”

오민석과 김영진은 방울이를 데리고 다시 오민석의 집으로 향했다. 김영진의 존재가 그에게 힘이 되었지만, 집에 가까워질수록 아까 그 불길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르며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문 앞에 도착한 순간, 오민석은 잠시 멈춰 섰다. 김영진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그들이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섰을 때, 모든 것은 여전히 조용하고 평범해 보였다. 그러나 오민석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차가운 불안이 가득했다. 방 안은 아까 느꼈던 섬뜩한 기운 대신, 어색한 정적이 가득했다.

두 사람은 집안을 천천히 둘러보며 그가 경험했던 어둠의 기운이 어디에 남아 있는지 살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처음 느꼈던 섬뜩한 기운은 사라진 듯 보였다. 벽에는 틈새도, 어둠도, 그 어떤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김영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여기 어딘가에 흔적이 남아 있을지도 몰라. 혹시라도 이상한 점을 발견하면 바로 알려줘.”

두 사람은 집 안을 샅샅이 조사했지만, 마치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온하기만 했다. 그러나 오민석은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그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오민석은 집안을 한참 둘러보았지만, 아까 느꼈던 소름 끼치는 기운이나 어둠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불안감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마치 그 무엇이 그의 시야 밖에 숨어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차마 혼자 다시 집을 살피려는 용기가 나지 않아, 김영진이 그의 곁에 있어주는 것이 그저 고마웠다.

김영진은 주위를 조용히 살펴보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민석아, 사실 나도 너처럼··· 설명하기 힘든 경험을 한 적이 있어.”

오민석은 김영진의 말을 듣고 눈을 크게 떴다. 그동안 김영진은 차분하게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냉정한 태도를 유지했지만, 이제는 그도 자신과 같은 불가사의한 경험을 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김영진은 잠시 침묵을 지키며 어둠 속에서 자신의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 마치 그 순간이 생생히 떠오르기라도 한 듯, 입가에 미묘한 떨림이 생겼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차분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몇 달 전 일이었어.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아무도 없는 빈 집에서 누군가 절박하게 노크를 하고, 낮은 목소리로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 처음엔 옆집에서 나는 소리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곧 깨달았어. 그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느낌이었거든."

김영진은 그날의 일을 떠올리며 오민석의 반응을 살폈다. 오민석은 소름이 돋은 듯 팔을 감싸 쥐며, 김영진의 말을 조용히 들었다.

"결국 한참을 뒤척이다 잠이 들었지만, 아침이 되니까 꿈이 아니었던 것 같더라. 이상한 건 아무리 생각해도 그 목소리의 주인을 떠올릴 수 없다는 거야. 그저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던 기억뿐이었지."

김영진의 목소리는 조용하면서도 단호했고, 그런 그의 말에 오민석의 얼굴에는 경악과 불안이 서렸다. 두 사람이 마주한 시선 속에는 묘한 동질감과 공포가 얽혀 있었다. 김영진이 생각보다 더 깊이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자, 오민석은 혼자만 겪고 있는 줄 알았던 두려움이 약간이나마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두려움이 아니라는 확신이 그의 마음속에 피어났다.

그때, 방울이가 두 사람 사이에 조용히 앉아 있다가 작게 꼬리를 흔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이 두려운 분위기 속에서 방울이조차 예민하게 반응했겠지만, 주인들이 가까이 있는 것이 안심이 되는지 방울이는 김영진의 무릎 위에 조심스럽게 발을 얹으며 가만히 있었다. 방울이의 존재가 조금이나마 그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듯했다. 오민석은 방울이를 쓰다듬으며, 이 기이한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진아, 그러면 우리··· 그냥 계속 이대로 둘 순 없는 거 아냐?”

김영진도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지. 뭔가 이유가 있겠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차원의 무언가가 이 공간에 스며들어 있는지도 모르고.”

오민석은 약간 망설이다가 말했다. “어떻게 보면 우리 둘 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잖아. 그러니까 이 건물 자체에 뭔가 문제가 있을지도 몰라. 옛날에 이 아파트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사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김영진은 그 말에 동의하며 주변에 흩어져 있는 어두운 기운이 어느 순간 또다시 나타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이 일의 진실을 파헤치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각자 조사할 일들을 나누어 맡기로 했다. 김영진은 아파트의 건물 관리 사무소를 통해 옛날 기록을 확인해 보기로 했고, 오민석은 주변에 오래 거주한 사람들에게 아파트에 대해 묻고 정보를 수집하기로 했다.

그들이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고민하는 동안, 방울이는 두 사람의 사이에 조용히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작은 몸으로 주인들을 지키듯 그들 사이에 머무는 방울이의 존재는 오민석과 김영진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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