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속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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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달짹짹
작품등록일 :
2024.10.01 10:07
최근연재일 :
2024.11.07 10:2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8,563
추천수 :
353
글자수 :
155,056

작성
24.10.0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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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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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20쪽

예상치 못한 폭풍(2)

DUMMY

“무슨 날벼락이냐. 하.”


장년의 남자, 한신철이 어느 여인의 목에 박아놓은 단검을 빼 들었다.


“이제 이 짓도 맛이 없네.”


한신철은 튜토리얼 퀘스트를 통해 도적으로 각성하고 난 후 막무가내로 사람들을 죽이며 경험치와 아이템들을 쟁취했다.


그런 그가 이젠 각성자가 아닌, 일반인들을 죽여 얻는 전리품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짐 다 놓고 왔는데. 하···. 뭐, 얼마 주지도 않으면서 왜 이리 튀어 대는지.”


한신철은 인벤토리의 공간 부족으로 인해 대형 슈퍼에 아이템들을 놔두고 있었다.


그런데 도망가는 여자를 쫓는다고 멀어졌다. 이 과정에서 돌발 시나리오를 만나게 되어 복귀에 문제가 생긴 상황이었다.


한신철이 갑갑해하며 창으로 밖을 살피니, 건물 내부로 뛰어 들어오는 두 명의 남자가 보였다.


“이게 무슨 횡재야. 역시, 하늘이 날 돕는다니까···.”


그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죽은 여인의 옷으로 단검과 손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슈퍼까진 가야 하는데. 이번엔 바로 죽이지 말까?”


적막하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보고 결정하지 뭐.”


한신철은 단검을 인벤토리에 넣으며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


짙은 침묵 속, 온몸에 피를 묻힌 한 사내가 접근하고 있었다.


타다닥. 타닥!


누군가의 발소리가 더욱 가까워지기 시작하며 얼마 안 가 의문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괜찮으십니까?”


전신 곳곳에 피가 묻은 사내는 한신철이었다.


“누구십니까?”


나는 곧장 그에게 신상을 요구했다. 피를 묻힌 낯선 이에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다.


“안심하십시오. 전 위험한 사람이 아닙니다. 우연히 창가를 통해 봐서, 괜찮으신가 하고 내려와 본 겁니다.”


자기 옷을 신경 쓰고 있는 것을 눈치챈 한신철이 곧바로 입을 뗐다.


“아, 이 피는 이전에 구호 활동을 하다 묻은 겁니다. 전 각성자로 비각성자들을 구호하는 활동을 하고 있었거든요.”

“구호활동이요? 생존자들이 더 있다는 소리십니까?”

“예, 여기 옆 슈퍼에 생존자들이 모여 있습니다.”

“당신이 구한 사람들입니까?”

“그렇습니다.”

“근데 어째서 여기에 있는 겁니까?”

“여기에 남은 생존자가 있다고 해서 왔었습니다. 근데 돌연 시나리온가 뭔가 하는 폭풍에 휩쓸렸습니다.”

“각성자는 당신이 하나인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야 합니다. 그들을 지켜줄 사람이 없거든요.”


한신철은 애절한 눈빛으로 우리를 노려봤다.


“그런데 저 혼자의 힘으로는 갈 수가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밖에는 몬스터들이 가득해서요.”

“저희 보고 도우라는 말씀입니까?”


나는 옆에서 가만 듣고 있는 강윤우를 살폈다. 강윤우는 계속해서 한신철의 옷을 보고 있었다.


그가 그렇게 쳐다보는 이유는 피에 젖은 옷이 너무 축축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한신철은 그러한 윤우의 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꼭 도와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도와주신다면 좋겠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도와드리겠습니다.”


강윤우가 독단적인 나의 행동에 팔을 살포시 잡았다.


“도울 건 도와야지. 저희가 돕겠습니다.”

“야···.”


한신철에게 소리가 전해지지 않도록 나에게 속삭였다.


“감사합니다. 혹시 두 분은 각성자이십니까?”

“전 아니고, 이 친구는 각성자입니다.”


나는 부정의 의미로 고개를 젓으며 강윤우는 쳐다 봤다.


“아하 그렇군요. 대검을 가지고 계신 걸 보고 예상하긴 했습니다.”


나는 실내에 들어오며 무기를 인벤토리에 넣은 상태였다.


내가 거짓을 말하는데도 표정 변화가 없는 것을 보니, 웨어울프 싸우는 모습은 보지 못한 것 같았다.


강윤우가 나의 허언의 의도를 들으려, 나의 허리를 검지로 콕콕 찌르고 있었다.


나는 대꾸를 해주지 않았다. 곧, 내가 이런 이유가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난 억지로 유지하던 평정심을 유지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마력이 150 회복되었습니다.]


나는 네크로맨서의 또 다른 능력인 《죽은 자들과의 대화》로 귀신들과 협상을 하고 있었다.


‘당신을 죽인 저 놈, 제가 복수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마력을 미리 회복해주십시오.’라는 내용으로 말이다.


원귀들의 원한을 풀어주면 마력이 회복된다는 걸 사전에 알고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다 됐다.”

“네?”


뜬금없는 말을 내뱉자 그가 의아해 했다.


“네? 는 뭔 네야, 이 쓰레기 같은 새끼야.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처 죽이고 다니면서 선인인 척을 해. 뭐, 구호? 구호는 니미럴···. 처음 볼 때부터 패 죽이고 싶었는데. 가불을 받느라 좀 참았다. 이 새끼야.”


꾹꾹 눌러왔던 말들을 쏟아내며, 그를 몰아세웠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무슨 말을 하시는 지 모르겠습니다.”

“연기 해봤자 소용 없어. 어차피 뒤지게 맞을 거거든.”


그러자 한신철이 눈치를 살피다 자신의 했던 일이 들통난 것이라 확신하며 단검을 꺼냈다.


“그래. 인간쓰레기야. 그렇게 나와야지.”

“내가 일반인이랑 각성자 한 놈씩을 못 죽일 것 같아? 나 17레벨이야.”

“여기 일반인이 어딨냐.”


나는 검을 인벤토리에서 꺼내며, 가볍게 입꼬리를 말아올려 웃었다. 나의 미소에 한신철은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거짓말 한 번 해줬더니, 좋다고 덥썩 믿어버렸나봐?”

“하.”


그가 어이 없다는 듯 콧바람을 내쉬었다.


“도적놈들 튀는 건 넘사라서 곧바로 안 팼는데.”

“김유원.”


급변한 나의 행동에 강윤우가 상황 설명을 요구하려 내 이름을 불렀다.


“니도 의심하고 있었잖아.”


나는 강윤우가 내게 물으려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한신철의 옷을 보며 의심하는 걸 인지했어서 였다.


“쟤 살인자 맞아. 100%야. 야, 니가 대답해봐. 너 살인자 맞잖아?”

“뭔 이런 어이없는 새끼들이 다 있어. 각성자 둘이라고 내가 질 것 같아? 나 17레벨이라니까.”


자신의 레벨이 우리를 우세하여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질 것 같긴 해. 물론 니가.”


-달그락.


한신철의 뒤에서 ‘검성’이 조립되며 나타났다. 뼈 소리에 반응해 한신철이 뒤를 돌자.


쑤웅, 퐉!


검성이 검면으로 한신철의 머리를 후려쳤다. 큰 데미지에 꼬꾸라지는 걸 보고 나도 검면으로 그의 턱을 세게 쳤다.


마치 공놀이를 하는 듯한 콤보였다.


퐉!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한신철이 곧장 기절했다. 그 모습을 바라본 강윤우는 그의 옷을 살폈다.


“아이, 피 축축한 것 봐. 이 연쇄 살인마 새끼.”

“연쇄? 근데 너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내 스킬이 죽은 사람이랑 대화할 수 있는 거야. 그래서 난 처음 볼 때부터 살인마인 걸 알고 있었어.”


그를 처음 보자마자 어깨 위 산처럼 쌓여있는 원귀들 때문에 알 수 있었다.


“그럼, 왜 바로 제압 안 하고.”

“튈까 봐. 도적은 우리가 못 쫓거든. 한 번 도망가면 놓치는 거야. 그래서 3방향으로 쪼려고 내가 가불로 마력 회복할 때까지 기다렸어.”

“가불?”

“어, 죽은 영혼들 부탁 들어주면 보상을 주는데, 그거 미리 안 땡겨 받으면 3방향으로 확실히 쪼기 힘들어서 설득 좀 했어.”


안전하게 세 방향을 봉쇄하기 위해서는 ‘검성’을 소환하는 게 베스트였다. 그래서 부활에 필요한 150의 마력을 가불 받았다.


이 건물 내부로 들어온다고 마력을 탕진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쓰러진 한신철의 얼굴을 발끝으로 들었다 놨다 하며 말했다.


“나중에 미끼로 써야지.”

“미끼?”


원귀들은 지금 죽이는 것을 원했지만, 내겐 한신철이 나중을 위해 필요하여 그럴 수 없었다.


“두고 보면 알아. 우선 깨어나면 정보 좀 캐고.”


***


한신철이 눈을 끔벅이기 시작하며 깨어났다.


그는 자신을 묶고 있는 물체를 살폈다. 그 물체는 밧줄도 아닌. 탈의된 본인의 외투들이었다.


“뭐야···.”

“이제 깼네?”

“이런 씹새···.”


짝.


나는 곧장 한신철의 볼을 갈겼다.


“함부로 말 내뱉지 마. 내가 물어보면 그때만 말해.”

“그냥 죽여 시···”


팍.


이번엔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했다.


“컥, 어차피 죽일 거면 죽이라고.”

“내가 언제 꼭 죽인데? 순순히 정보만 넘겨주면 놔줄 생각도 있어. 사람 죽이는 게 역겹긴 한데, 이해 못 할 정도는 아니야. 지금은 재해 상황이니까.”

“지···랄하네.”


나는 그의 욕을 무시한 채로 그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굳이 사람을 죽인 이유가 뭐지?”

“진짜 놔줄 거냐?”

“다시 한번 헛소리하면 죽이고 끝낸다. 죽인 이유가 뭐야?”

“하···. 그야, 경험치를 주니까.”

“경험치를 준다고? 그렇다면 아이템도 약탈이 가능한가?”

“그래···, 가능하다.”

“그렇구만. 너 군인이었지?”


영혼들에게 전해 들은 정보였다.


“허, 그래. 군인이었다.”


한신철은 자신이 군인인 사실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


“군인은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나처럼 생각하지.”

“그게 무슨 소리지?”

“각성한 새끼들이 약탈하는 거다.”

“그럼 너는 왜 나왔는데?”

“날 죽이려 했으니까.”


군인을 하며 불만이 많았던 그에게 지금의 재앙은 날뛸 기회로 다가왔다.


“네가 내부에서 죽이려 했던 거지?”

“이미 다 아는 것 같은데, 왜 묻는 거지?”

“그니깐 내 말이 맞아?”

“그래. 난 평소 맘에 안 들던 선임 새끼부터 ㅈ창 내놓으려고 그랬다.”

“그랬는데?”

“나 혼자만 튜토리얼을 깬 건 아니었으니까. 아무것도 못 했지. 군인들은 꽤 많이 각성했거든. 튜토리얼을 깨기 적합한 장비들을 갖추고 있었으니까.”


“너 혹시 이 게임에 대해 알고 있어?”


한신철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알고 있네. 그래서 니가 쓸만한 게 있는 지 살피며 다 죽인 거네.”

“···, 그래 니 말이 다 맞아. 나도 이 게임의 초반부를 즐겼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데?”

“내가 아는 건 이미 다 끝났어. 부대 이전하며 컴퓨터를 버렸거든.”


“그랬군. 너 각성자가 총에 맞는 걸 본 적 있냐?”

“그래. 본 적 있다. 근데 그에 대한 답은 풀어줄 때 말해주겠다. 다 불고 뒤지면 억울하니까. 작은 보험 하나로 생각해라.”

“보험? 그래. 그건 알아서 해. 그럼 내 질문은 끝이야.”


‘어차피 놔주긴 놔줄 거였다. 뭐···, 당연히 개똥밭도 못한 처지에 놓이도록 풀어줄 거였지만.’


질문을 이쯤에서 마친 건, 사실 곧 죽을 그에 대해서는 많은 걸 알고 싶지 않아서 였다.


더군다나 그가 죽인 사람들이 많아 그들의 증언만으로도 그가 지금 이 재앙이 시작된 이후 어떻게 살아왔는 지에 대해 유추가 가능했다.



“그렇다면 놔주는 건가?”

“어, 놔주긴 놔줄 건데. 우선 너가 보물창고처럼 쌓아둔 슈퍼를 가서 볼 일 보고 놔줄 거야.”

“맘대로 해라.”


한신철은 이미 자신이 쌓아온 모든 것들을 빼앗길 마음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지.’라며 되뇌이고 있었다.


나는 그런 한신철을 방치해놓고 계단을 올라 강윤우가 있는 옥상으로 향했다.


“밑에 몬스터들 많아?”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강윤우를 보고 말했다.


“엄청 많아.”

“대부분 웨어울프지? 쟤들 야행성이라 지금 특히 많을 거다.”

“그래. 유원아, 아까 그 사람은 어떻게 됐어···?”

“뭘 어떻게 돼. 살아 있지.”

“죽일 거지?”

“수십 명을 죽였으니 죽는게 마땅하지. 그래도 내가 직접 죽일 생각은 없어. 죽게 놔둘 생각이야.”

“뭘 해도 괜찮은데, 니가 직접 죽이진 않았으면 좋겠다.”


직접 사람을 죽이는 건 몬스터를 죽이는 것과 차원이 다르니까.


하지만, 언젠가 사람을 죽여야 하는 날이 올 것이란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강윤우는 그 날이 조금은 늦게 왔음을 바랐다.


“나도 사람을 직접 죽이긴 싫어.”

“그래.”

“이제 잘까?”

“그 텐트에서?”

“그거 말고 더 있냐?”


***


아침이 밝아오면 환해진 빛에 잠이 깼다.


“더 자고 싶어도 침낭이 사람 부지런하게 만드네···”

“밖에 몬스터들이 다 사라졌어.”

“폭풍 안의 몬스터들은 대부분 야행성이니까.”

“그럼, 이제 이동하는 거야?”

“어, 살인마가 쌓아놓은 피해자 유품들 수거하러. 근데 많이 역겨울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 정 가기 싫으면 여기 있어.”

“같이 가야지.”


나는 강윤우를 데리고 함께 한신철에게로 향했다. 그 시각 한신철은 아직 자고 있었다.


“야, 일어나.”


나는 눕혀진 한신철의 몸을 툭툭 건들였다. 내가 건들이자 그가 눈만 살포시 떴다.


“가자.”


검성이 ‘가자’라는 말을 듣고는 다리가 묶인 한신철을 들추어 맸다.


그에게 의사를 물은 것이 아니었다.


천천히 계단을 내려와 정문을 통해 나왔다.


“김유원, 저기 같은데?”


간판에 ‘아름 슈퍼’라고 적혀있었다.


크기는 중형 마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두르자. 몬스터들이 혹시 올 수도 있으니까.”

“오케이.”


지금 지칭한 슈퍼가 아이템을 숨긴 슈퍼라는 확답을 듣고 난 뒤 빠르게 그 곳으로 향했다.


이동하며 아무도 모르게 나는 나의 옷들을 한두 개 정도 바닥에 벗어던졌다.


“이거 문 맞아? 안 열리는데?”


강윤우가 까맣게 가려져 있는 자동문을 보고 말했다.


자동문이 역시 휴대폰과 같이 작동하지 않기에 쓸모가 없어 한신철이 커튼을 쳐놓은 거였다.


“야, 여기 어떻게 들어가냐?”

“뒷문으로.”

“그런 건 미리 얘기해. 죽기 싫으면.”


나와 강윤우는 한신철이 말하는 방향으로 향하며 뒷문으로 내부에 들어왔다.


내부가 여러 코너로 나누어져 있어서 미로 같았다.


장본인을 직접 데려오지 않았다면 전리품들을 찾는 건 힘들었을 것 같았다.


난 한신철의 안내를 들으며 그가 쌓아온 전리품들을 발견했다. 강윤우는 그걸 보고 나서 구역질을 했다.


“이런 잡동사니 뜯어내려고 사람을 죽이냐.”


모아놓은 전리품들은 정말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정말 이 게임을 초반부만 플레이한 티가 났다.


“이제 놔주는 건가?”


나는 그 전리품들 주변에 버려진 피해자들의 옷깃이나 지갑 속 사진들을 훑었다.


유품을 보며 한신철에게 무척이나 화가 났지만, 드러내진 않았다.


“기다려 봐. 확인할 게 있으니까.”


나는 강윤우를 손짓하여 부른 뒤 옥상으로 올라갔다.


“왜 부르는데?”

“저것들 보이지?”

“저게 뭔데? 어? 웨어울프?!”

“그래.”

“네가 아까 야행성이라고. 낮엔 활동 안 한다며.”


“보통을 그렇지. 너 지금 내 옷 보이지?”

“어? 언제 바꿔 입었냐?”

“방금 마트에서 주워 입은 거야. 내 본래 옷은 여기 오는 길에 하나씩 바닥에 놔뒀어.”


“왜?”

“저기 혼자 적색 털 가진 웨어울프 보이지? 저게 보스 몬스턴데 저거 잡으려고 그런 거야.”

“저 불곰만 한 걸 잡자고?”

“어. 내가 지금 곧장 내려가서 살인마 새끼 풀어주면서 뒷문으로 보낼 거거든? 그럼 그 놈한테 어그로가 끌릴 거야. 그때 함께 죽이면 돼. 일단 여기 있어.”


나는 말을 끝내고 다시 내려가 한신철에게 갔다.


***


“자, 이제 풀어줄테니 각성자가 총에 맞으면 어떻게 되는 지 말해.”

“맞은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 알기 전에 일단 이 팔부터 풀어라.”

“내가 널 어떻게 믿고 먼저 푸냐―”

“어젯밤, 무기가 될 만한 것들 다 뜯어 갔잖아. 그러니 얼른 풀어. 그래야 답을 할 생각이니까.”

“알았어.”


태도에 화가났지만, 곧 죽을 놈이라 생각하여 뭐라 하지 않았다. 더불어 얼른 그를 풀어줘야 시기에 딱 맞는 미끼가 될 것 같았다.


싹, 나의 강철 검으로 그를 묶고 있던 옷들을 베어냈다.


“이제 말해. 발에 묶인 매듭 풀고 튈 생각 말고”

“나도 답하고 나서 튀어야지. 답은 해줄 거니깐 보채지 마.”

“뭘 하든 간에 얼른 답이나 해.”

“할 거다. 이것 봐.”


한신철이 반팔을 들어올려 옆구리를 보여줬다. 옆구리에 총알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발 매듭을 푼 한신철이 뒷문으로 뛰쳐나갔다.


나는 그가 떠난 이후 곧장 뒷문을 권속을 이용해 잠구었다.


“총이 효과 있는 건 예상 외인데···.”


뜻밖의 답변이었지만, 지금 그 정보에 대해 깊게 생각하기엔 지금 당장 실행해야할 일이 있어 다시 강윤우가 있는 옥상으로 뛰었다.


***


서둘러 올라온 나는 상황을 보고 있던 강윤우에게 물었다.


“웨어울프드 오고 있냐?”


슈퍼의 정문을 커튼 같은 걸로 막아놓은 탓에 밖이 보이지 않아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갑자기 뒷문으로 엄청 가던데?”

“그래? 그럼 슬슬 준비해야 겠네.”

“뭘?”

“그 웨어울프들이 도망간 살인자를 쫓을 거야. 내 냄새를 풍기고 있으니까.”

“그게 무슨?”

“저것 봐. 그 새끼 쫓으러 가잖아. 내가 양말로 묶으면서 내 냄새 엄청 묻혀 놨거든.”


야행성의 웨어울프가 현재 나선 이유도 나의 냄새 때문이었다.


무리의 몬스터를 죽인 원수의 냄새가 밖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으니까


우리를 봤던 웨어울프들이 처음 보는 놈을 쫓는 이유는 밝은 빛에 시야가 흐려져 제대로 된 표적 인식을 할 수 없어서였다.


물론 지금은 폭풍으로 인해 평소보단 훨씬 어두웠지만, 이 정도도 야행성인 웨어울프드에겐 효과가 있었다.


나는 그러한 특징들을 이용해 한신철이 미끼로 사용될 수 있게 작업을 해놨다.


때마침 비명도 들렸다.


“꺼져, 이 늑대 새끼들아!”


한신철이 웨어울프에게 둘러싸여 공격받고 있었다.


“자 《권속 소환》.”


괴로워하는 한신철의 모습에 한이 풀린 귀신들이 나의 마력을 회복해 주어 권속을 마구 소환할 수 있었다.


나는 소환된 권속들에게 압수한 무기들을 쥐여주었고, 검성에게는 한신철이 주로 쓰던 무기인 ‘강화된 은 단검’과 쿨타임이 돈 화염병을 쥐여주었다.


“저 덩치 큰 놈을 집중적으로 패. 알았지? 다 던져!”


한신철을 빻아 죽이고 있는 진웨어울프를 향해 일제히 든 것을 던졌다. 거기에도 화학초의 즙이 묻어있었다.


푹, 푹.


-크아악!


찔린 웨어울프들이 고통에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반 웨어울프들과 결을 달리하는 강함을 지닌 진웨어울프는 크게 동요되지 않았다.


“야, 김유원. 저거 올라오려 하는데?”

진웨어울프가 고개를 돌려 우리를 응시하더니 외벽을 타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계속해서 놈에게 투척물을 던졌지만, 놈은 더욱 빠르게 외벽을 타기 시작했다.


“검성, 은검 던져.”


내 지시를 받은 검성이 은검을 던졌다. 날아간 은검은 정확히 진웨어울프를 머리에 박혔다.


-크악!


단검이 매우 작은 탓에 놈을 죽이진 못했다. 몸에 꽂히기라도 하자라는 목표는 이뤘다.


은 자체가 웨어울프에게 사약처럼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실의 방증이 되듯, 벽을 타던 진웨어울프가 괴로워하다 팔을 놓쳐 바닥에 떨어졌다.


고통스러워하는 진웨어울프의 모습에 주변 웨어울프들이 벽을 타려는 자세를 취했다.


“어딜, 이 새끼들이.”


나는 그 광경을 보고 검성에게 화염병을 던질 것을 지시했다.


이에 검성이 진웨어울프의 머리를 향해 화염병을 던졌다.


쩅.


유리병이 깨지면 진웨어울프가 불타기 시작했다. 그가 발버둥을 치며 근처에 있는 웨어울프들도 일제히 불에 타기 시작했다.


털을 많은 놈들에게 불은 재앙이었다.


불이 거세지며 다 타버린 진웨어울프의 발버둥이 멈추었다.


화염의 지속시간이 끝나 꺼질 무렵 다른 웨어울프들도 다 죽어갔다.


“됐다.”


[‘진웨어울프’를 처치하셨습니다. 【하드 미션】 클리어되며 【정식 미션】이 자동 클리어됩니다.]

[귀하가 《죽음의 폭풍》에서 벗어나셨습니다.]

[‘진웨어울프’를 처치하여 방대한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웨어울프 8마리를 처치하여 방대한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귀하의 레벨이 34레벨이 되었습니다.]


[ <스페셜 시나리오 퀘스트, 《죽음의 폭풍》> 【정식 미션】 보상과 【하드 미션】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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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사향(死香)의 정원(3) 24.10.06 330 15 13쪽
9 사향(死香)의 정원(2) +1 24.10.05 369 18 14쪽
8 사향(死香)의 정원(1) 24.10.05 413 15 13쪽
7 무력 통제(2) 24.10.04 441 15 14쪽
6 무력 통제(1) +2 24.10.03 505 19 15쪽
» 예상치 못한 폭풍(2) 24.10.02 581 22 20쪽
4 예상치 못한 폭풍(1) 24.10.01 677 23 18쪽
3 사전 준비 24.10.01 761 25 16쪽
2 성능 좋은 언데드 +2 24.10.01 842 32 14쪽
1 이게 꿈이 아니라고? +2 24.10.01 1,042 3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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