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향(死香)의 정원(3)
“가자. 불 파티하러.”
나는 미소를 지으며, 강윤우와 함께 공연장으로 향했다.
***
“먼저 와 계셨네요.”
몸을 풀고 있는 천민준을 보며 말했다.
“저희도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나보다 가까운 지역으로 임무를 갔었기에 복귀도 더 빨랐다.
“이제 저희는 무엇을 하면 됩니까?”
천민준이 하던 운동을 멈추며 물었다.
“당장에 여러분들이 할 건 없습니다. 제가 잠깐 실험 하나를 해볼 거라서요.”
“실험이라면···?”
“불꽃 쇼 같은 겁니다.”
“불꽃 쇼요?”
이때까지 내가 해왔던 플레이를 일절 알지 못하는 천민준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보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나는 바닥에 생긴 구멍 중 하나에 다가갔다.
“크기가 딱 적당하네.”
제일 작은 구멍이었다.
내가 이 구멍을 택한 이유는 크기가 작아 가연초의 효과가 더 잘 나타날 것 같아서였다.
아무래도, 가연초끼리 뭉쳐있는 게 효과가 좋을 것 같았다.
나는 구멍의 벽면에 내 인벤토리에 있던 가연초까지 모조리 꺼내, 잘게 찢어 발랐다.
이런 행동을 본 군인들은 내가 하는 행동의 저의를 강윤우에게 물었고, 윤우가 나를 대신해 설명했다.
하지만, ‘채집’이라는 시스템에 대해 모르고 있던 이들은 대충 ‘보스가 나올 거고, 그걸 잡으면 된다.’라는 것만을 이해하고 왜 그런가에 대해선 무지했다.
“그냥 보시는 게 편할 겁니다.”
답답해진 강윤우가 그냥 나를 쳐다봤다.
“됐다. 그··· 남은 시민은 없는 거죠?”
준비를 마친 내가 허리를 쭉 펴면서 물었다.
“그런 것 같습니다. 방송도 여러 번 했고, 순찰도 수차례 다니면서 웬만한 사람들은 다 모았었어서.”
“그럼, 진행하겠습니다. 다들 물러서십시오.”
방화하기 전, 사람들을 물리며 나도 일어서 구멍과 거리를 벌렸다.
“카운트 셉니다. 하나, 둘, 셋.”
내가 표적을 향해『재사용 투척용 화염병』을 던졌고, 원하던 위치에 정확하게 날아가 깨지었다.
쟁그랑.
불이 퍼지며 가연초에도 불이 붙기 시작했다.
팡, 퐝! 퐝!
폭발음이 나며 불길이 아래로 향하기 시작했다. 가연초의 영향이었다.
“이게 뭡니까?”
인생을 살며 처음 보는 광경에 군인들은 할 말을 잃었다.
예상보다 강한 강도에 당황하던 와중, 다시 한번 굉음이 들려왔다.
퐝!
지대가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독을 품고 있는 ‘데스플로라’가 불에 타며 폭발한 것이었다.
“데스플로라에게 전달된 것 같은데?”
-깨에에엑!
그때 괴이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던전의 주인, ‘데스플로라’가 고통에 신음한 소리였다.
최종 보스의 기괴한 비명이 극으로 달하던 그때, 지면에서 가시넝쿨이 솟아났다.
-파스스
이전의 강한 파워를 냈던 것과 달리, 이번엔 솟아남과 동시에 바스러져 가루가 되어버렸다.
“제대로 탔나 본데?”
넝쿨들이 검으스르하게 타 있어, 작은 충격에도 으스러져 재가 됐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넝쿨이 솟아나며, 한 여자가 올라왔다.
“어린 여자앱니다.”
그걸 본 군인들이 말했다.
“영락없는 소녀 아닙니까?”
하지만, 팔다리가 너덜너덜했다. 굉장한 해를 입은 모습이었다.
“진짜 소녀였다면, 애초에 벌써 죽었을 거다.”
천민준은 현실적인 판단을 통해 그가 괴물임을 확실시했다.
“맞습니다. 저놈은 사람이 공격하기 꺼리어 하는 형태로 모습을 변형한 겁니다.”
인간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형태로 변모하여 상대방의 전의를 사그라들게 하려는 일종의 생존 술법이었다.
“그러니, 모두 마음 약해지실 필요 없습니다. 저놈은 사람을 수없이 학살한 놈이니까요.”
-꽤에엑!
-쓰르륵.
‘데스플로라’가 소리를 치자, 타버린 부위들을 다 잘려 나가고, 새로운 넝쿨이 자라났다.
그러고는 곧바로 우리에게 공격을 쏟아냈다. 얇디얇은 장미 줄기가 아닌 두께가 사람 몸체만 한 넝쿨이었다.
파아악.
근처 지형을 뭉개 버리며 다가왔다.
쏴악, 싹, 싹!
그 공격이 나에게 직접적으로 닿기 전, ‘검성’이 베어냈다.
“다 자신에게 맞는 자리로 향합시다.”
개개인의 공격 유형이 달랐기에 각자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는 곳으로 가라는 거였다.
그리고 그 시간을 벌어주는 건 나의 권속과 어련해진 윤우였다.
강윤우의 검인, 『빙결 마검』의 한기는 식물에 상성이 좋아, 더 의젓했다.
검이 닿는 순간 그 부분이 얼어 부서졌다.
보스를 상대로 그러한 일이 가능해진 건 이전의 폭발로 인해 보스가 매우 큰 데미지를 받은 상태여서였다.
“권속들아, 던져!”
군인들이 모아놨던 시스템화된 검들과, 일전 웨어울프와 전투를 벌인 뒤 다시 회수했던 무기들을 던졌다.
웨어울프들의 힘이 담긴 투척 공격의 위력은 고블린을 권속으로 썼던 때와 비교가 안 됐다.
‘푹’이 아닌 ‘펑’의 소리가 나는 것 같은 강도였다.
-꽤액!
탕, 타탕.
지속된 공격에 ‘데스플로라’의 변장이 무너지며, 본 모습을 드러냈다.
압축해 놓았던 것들이 풀리기 시작하며 거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플로라 피엔드’와 유사한 꽃 형식의 얼굴, 그리고 뿌리와 줄기가 꼬인 몸뚱이를 가지고 있었다.
“이제 좀 시원하게 팰 수 있겠네.”
사실 모두가 소녀의 형체를 공격하는 것이 신경 쓰였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끝이었다.
“돌진!”
‘진웨어울프 해골’의 등 위에 올라탄 내가 ‘검성’과 함께 돌격했다.
-캑!
그러자 보스, ‘데스플로라’가 무척이나 큰 잎사귀들을 벌리며 독가스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물론 『해독초』를 먹은 나와 애초에 호흡기가 없는 권속에게 해를 주진 못했다.
-캐에엑!
짙은 가스에 연기 내에 있는 모든 것의 형체가 사라졌다.
정확히는 보이지 않는 거였다.
그래도 매우 근접한다면 그림자 정도는 보였다.
-캐캑.
내가 시간이 흘러도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데스플로라’은 독살됐다고 착각했다.
그때, 고드름 형태의 얼음이 암술, 즉 중심부에 해당하는 곳에 박혀 들어갔다.
-캐애애액!
고막이 찢어질 것만 같은 소리가 울렸다.
“아 씨.”
-츠르륵, 차악.
수많은 가시넝쿨의 그림자가 일제히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아직 연기와 같은 가스 내부에 있는 나는 그것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 순간.
퐈앙!
내가 어느 물체에 맞아 멀리 날아갔다.
『배리어 반지』의 보호막으로 통증을 동반한 해를 입지 않아 어떤 유의 공격인지 알 수 없었다.
덜썩.
날아가 넘어진 내게 주변 인물들이 다가왔다.
“야, 김유원. 괜찮냐?”
“괜찮으십니까?”
강윤우와 천 대위였다.
“괜찮습니다.”
걱정이 담긴 물음에 답을 하고 난 뒤, 나는 상황을 이해하려 공격이 날아온 곳을 응시했다.
“박정창.”
가스가 바람에 날려 사라지고 난 후, 그 자리를 꿰차고 있는 건, ‘데스플로라’를 집어삼킨 박정창이었다.
하지만 전과 크기 차이가 심했다. 지금은 마치 거인족 전사를 보는 듯한 덩치였다.
놈의 몸이 ‘데스플로라’와 혼합되어 반은 인간이며 동시에 반은 식물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이런 건 처음 보는데.”
3m 육박하는 놈이 대검을 쥐고 있는 걸 보니, 박정창이 ‘데스플로라’를 역으로 지배하여 자신의 의지대로 사용하려는 것 같았다.
-“죽여주마.”
박정창이 도약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곧바로 지면을 세게 밀어 나에게 달려왔다.
-타다닥!
보법을 밟으며 매우 빠르게 말이다.
-쓰륵, 차악!
거기에 원거리 공격인 넝쿨 세례마저 날아왔다.
타타탕.
다행히 그 넝쿨들은 본 목적인 나의 후진을 막지 못했다. 후방의 군인들에 의해 말이다.
‘박정창’이 나에게 근접하자 검을 들어올려 내려치기를 하려 했다.
퐝!
하지만 그 검이 나에게 닿기 전, 강윤우가 《돌격》을 이용하여 그를 밀어냈다.
부딪혀 날아간 놈이 물수제비 하듯, 바닥을 여러 차례 구르며 벽에 부닥쳤다.
그런 그를 향해 우리는 계속해서 공격을 날렸다.
탕탕, 푹, 푹.
하지만 이런 공격으론 그를 죽일 수 없었다.
-크아아악!
다시 일어서, 그가 포효하기 시작하자, 그의 검에 뿌리와 가시넝쿨이 엉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검을 휘드르자.
-차악, 차아악.
감겨 있던 뿌리와 가시넝쿨들이 직선으로 뻗어나가며 나에게 순식간에 다가왔다.
나를 표적으로 삼은 모양이었다.
쏴악, 싹.
다행히도 ‘검성’과 ‘진웨어울프 해골’이 그 공격을 베고, 뜯어내어 피해를 면했다.
“아무래도 써야겠네.”
나는 팔을 뻗으며 『폭풍의 반지』에 마력을 담기 시작했다.
『폭풍의 반지』의 스킬은 내가 마력을 많이 담을수록 강력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치잉, 칭, 챙!
마력이 계속해서 빨려 들어가며 정도에 따라 반지에서 소리가 나며 하늘색 빛이 나기 시작했다.
『폭풍의 반지』에 필요 마력인 400이 넘어갔음에도 계속해서 나의 마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이건 나의 의지가 아니었다.
남은 마력을 모조리 가져갔고, 죽은 영혼들이 회복 해주는 마력도 실시간으로 모두 가져갔다.
띵.
그러다 아주 청량한 소리와 함께 하늘 빛이 보라색으로 바뀌었다.
색깔이 변하며 반지 주위에 강한 바람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치 폭풍이 불어오는 듯한 풍압이었다.
“뭔데, 이거!”
주변 사물들이 바람에 휘날리기 시작했다.
당하(當下)에 나의 마력을 모두 흡수한 『폭풍의 반지』에서 보라색 구체가 하나가 튀어나와, ‘박정창’에게로 향했다.
반지에 담긴 마력의 양은 총 1,790이었다.
나아가는 구체가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태풍처럼 몸집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러한 구체가 ‘박정창’에게 닿자, 더욱 빠르게 진동하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슈우웅, 후웅.
급격하게 체급을 키워나간 스킬은 5층 정도의 상가만치 커져 있었다.
-크아악! ······.
정통으로 당한 ‘박정창’의 신음이 들리다가 사라졌다. 폭풍이 소리마저 집어삼킨 것이었다.
폭풍이 이동하다 하늘로 올라가더니 차라랑 거리는 임팩트와 함께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모두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인간의 범주를 아득하게 넘어가는 위력에 숨을 죽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방금 뭐야···?”
어이 다 털린 강윤우가 입을 다물지 못하며 물었다.
하지만 나 또한 놀랐기에 그에 대한 답을 해줄 수 없었다.
긴 쿨타임 때문에 나도 처음 써본 거였다.
물론 게임에서 써보긴 했다만, 이 정도 임팩트가 표현되진 않았다.
[귀하가 《사향(死香)의 정원》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데스플로라’를 처치하셨습니다. 【정식 미션】과 【하드 미션】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정식 미션】과 【하드 미션】 클리어 보상으로, 『해독의 반지』, 『경험치 꾸러미Ⅳ』, 『데스플로라 소드』를 획득하셨습니다.]
[던전 내 생존자 6인이 모두 생존하여 【하드 미션】의 모든 조건을 만족하셨습니다. 이에 『달마르엔의 예지 구슬』가 지급됩니다.]
[『경험치 꾸러미Ⅳ』가 자동 개봉되어, 보스 처지 경험치를 포함하여 성장합니다.]
[귀하의 활약에 따른 메인 시나리오 공략 경험치 보상을 위해 활약이 환산됩니다.]
[90%를 넘는 활약 성에 따른 공략 경험치가 지급됩니다.]
[죽은 영혼들의 복수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여 경험치 축복을 내립니다.]
[귀하의 레벨이 51이 되었습니다.]
“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보상이었다.
모든 독을 해독해 주는 영웅급 반지인 『해독의 반지』, 그리고.
[『데스플로라 소드』
-등급: 전설
-특징: 메인 시나리오, 《사향(死香)의 정원》의 보스 전리품.
-효과: 마력을 담으면 가시넝쿨 공격이 가능.]
전설급 무기.
심지어 거기에···
[『달마르엔의 예지 구슬』
-등급: 신화
-특징: 달마르엔의 애정 구슬.
-효과: 마력을 담으며 미래의 순간이 보임.
-특이 사항: 재사용 대기 시간, 사용자가 원할 때 발동되는 게 아님.]
문제가 있긴 했으나 미래를 볼 수 있는 사기 아이템 『달마르엔의 예지 구슬』까지.
“시발! 김유원. 나 38레벨 됐다!”
“대위님 저 24레벨이 됐습니다.”
“저도···”
나 말고, 다른 이들도 성장에 기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히든 직업이 아니라, 【하드 미션】의 보상은 받지 못했다.
‘50레벨을 넘겼다.’
보상들도 화려했지만, 나의 기분을 더 들뜨게 만든 건, 50레벨 달성이었다.
이유는 각성 진화 스킬을 주고, 추가로 권속 수도 늘려고 마력도 크게 늘려주는 레벨이기 때문이었다.
50레벨 때 주는 스킬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기에 난 더욱 설렜다.
그래서 [매달 상점]과 40레벨 때는 주지 않았던 추가 레벨 보상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는 것도 미루고 있었다.
“상태창.”
- 작가의말
좋은 하루 되십시오! ( ฅ˶˙ᴗ˙˶ ฅ ).ᐟ.ᐟ ( ܸ ⩌⩊⩌ ܸ ).ᐟ.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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