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 각성으로 초월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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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운전
작품등록일 :
2024.10.01 10:09
최근연재일 :
2024.10.1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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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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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0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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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DUMMY

“아으으으!”

“조금만 참아.


윗도리를 올리고 바닥에 엎드린 데케레프의 등에 후시딘을 발랐다.

옅은 화상이 올라 와 있었다. 도망치다가 공격을 받아서 등에 화상을 입었다고 했다.


박쥐 상태로 공격을 받았지만, 상처는 인간 모습으로 변한 이후에도 유지되었다.


“포, 포션 없습니까?”

“우리 집에 그런 게 있겠냐?”


데케레프가 포션을 찾길래 헛소리 하지 말라고 얘기했다.


포션값이 얼마나 하는 줄 알고.


돈을 갈퀴로 쓸어담는 헌터들이나 가지고 다니는 게 포션이었다. 상처를 치료하는 힘은 분명했지만, 나 같은 평범한 직장인이 사기에는 비쌌다.


“그나저나 대체 누구한테 맞았길래 이렇게 된 거야?”


지금 내 앞에 누워서 고통스러워 하는 데케레프였지만, 녀석은 나름 강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B급 헌터 이상은 되는 것 같았다.

도망치거나 은신하는 능력도 수준급이었다. 여태까지 게이트에서 몬스터를 잡으며 붙잡히지 않은 것만 해도 그랬다.


대부분의 헌터는 데케레프에게 공격 한 번 맞추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런 데케레프에게 이 정도 화상을 입힌 헌터라면.


“모르겠습니다······.”


나는 약 바르기를 끝내고 소파에 앉았다. 한숨 돌리려고 티비를 켜자, 티비에서 몬스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 최근 게이트 근처에서 거대한 박쥐 몬스터가 발견 된다고 합니다.


“······이거 너 이야기인가 본데?”


게이트가 발생하면 어느 순간 등장해서 몬스터를 퇴치하는 박쥐.


데케레프 이야기가 틀림 없었다.


여러 헌터들의 인터뷰가 있었다. 자기가 쫓아가 봤는데 어느 순간 사라졌다던가, 덕분에 몬스터 퇴치가 쉬워졌다던가.


데케레프가 일주일 동안 이곳저곳 왔다갔다 하면서 마석을 모았다.

녀석을 마주친 헌터들도 적지 않으리라.


그리고 마지막 인터뷰가 내 시선을 끌었다.


염제 김종우.

그의 인터뷰였다.


- 제가 마법으로 공격했는데 버티더군요. 제게는 레이저를 쐈습니다. 먼저 공격하지는 않는 것 같았지만 강력한 몬스터니 조심하길 바랍니다.


“너 이거 저 사람한테 맞은 거냐?”

“그, 그런 거 같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염제.

한국에 3명 있는 s급 헌터 중 하나였다. 화염 마법을 주력으로 하는 사람이었지.


데케레프가 강하다고는 하지만 S급 헌터가 공격하면 맞아야지 뭐.


“제, 제가 힘만 온전히 되찾았으면······! 저런 불벌레 같은 놈 쯤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데케레프가 억울하다는 듯 얘기했다.

예전부터 하던 얘기였지만, 데케레프는 내가 있는 지구에 오기 위해 많은 양의 마력을 소모했다고 헀다.

그로인해 힘을 잃어버린 상태였고.


마석을 먹으면서 힘을 되찾을 수 있다고 했지.


“허풍은, 그래도 S급 헌터인데.”


다만 힘을 되찾는다고 해도 김종우는 힘들 것이었다.

S급 헌터가 아니던가.


“지, 진짜입니다! 믿어주십쇼······!”


사실이든 아니든 별 상관 없었다.

지금 당장은 염제 김종우보다 약한 건 사실이었으니까.


“몸 괜찮아 지는데는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이틀, 아니 하루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럼 내일은 쉬고, 모레부터 다시 시작하자. 다음부터는 좀 더 안전에 신경 써서 다치치 않도록 조심해. 수혈은 조금 더 천천히 해줘도 괜찮으니까.”


내 말을 들은 데케레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주, 주인님! 저를 생각해주시다니······!”


감격했다는 듯 내게 매달렸다.


“······좀 떨어져 줄래?”


달라붙는 데케레프를 떼어내며 말했다.

데케레프는 매력적인 외형을 지녔다. 인간 형태일 때 생김새도 그렇고 몸매도 그렇고, 남자라면 현혹될 만한 외형을 지녔지.


거기다가 옷도 내가 입는 헐렁한 티셔츠를 빌려 입는 중이었다.

나라고 해도 시선이 안 가는 건 아니었다.


다만.


‘박쥐잖아. 시발.’


외형이 좋아도 본체가 박쥐라는 걸 아는데.

박쥐하고 이러는 건 좀 그랬다.


“죄, 죄송합니다······! 주인님께서 저를 걱정해주시는 게 너무 감격스러워서 그만······.”


내 몸에서 떨어진 데케레프가 살짝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


“약 다 마른 다음에 누워. 괜히 바닥에 묻히지 말고.”

“넵! 주인님!”



=====



그로부터 며칠 후.


성주 성민영의 천년성 내부.

그곳에 세 명의 S급 헌터가 또 모였다. 이번에도 도승철의 부름이었다.


“요즘 우리 자주 모이는 것 같지 않나?”


의자에 앉은 김종우가 얘기했다.


불만이 많은 눈빛이었다. 지금이야 그럭저럭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도승철과 김종우는 라이벌 관계였다.


정확히는 서로가 길드장으로 있는 검제 길드와 홍염 길드가 경쟁 관계에 있었지.


한가하게 사담을 나눌 사이는 아니었다.

별 시답잖은 일이라면 성질을 낼 생각으로 왔다.


“미안하게 됐군.”


도승철은 얘기하기 앞서 사과 먼저 했다.


“너희들한테 꼭 말해야 할 게 있어서 불렀다. 이번에 그 무당이 예지를 하나 했다.”


무당.

헌터 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어느 각성자를 뜻하는 단어였다.


그녀가 가진 스킬은 예지몽. 미래를 예지하는 꿈을 꾸는 스킬이었다.


“뭐, 어디서 월드 보스라도 또 나온다던가?”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은 가히 사기적이었다.

꿈으로 단편적인 미래를 보는 거라 모든 미래를 알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큼지막한 사건들을 미리 알 수 있었다.


무당 덕분에 월드 보스나 높은 등급의 게이트 출현에 미리 대비한 적도 많았지.


“······아니, 그 정도 사건이 아니다.”


도승철이 어두운 목소리로 얘기했다.


“서울 한가운데에 탑이 생긴다더군.”

“탑?”

“그래. 그리고 그 탑을 공략해내지 못하면 지구가 멸망하게 된다고 했다.”


멸망.

그 말을 들은 김종우와 성민영의 표정이 굳었다.


“······무당의 예지몽은 틀린 적이 없었다.”


도승철이 무겁게 말을 이었다.

그의 말처럼 무당이 틀린 적은 없었다. 예지몽이 아닌 다른 꿈도 꾸지 않았고.


즉, 얼마 뒤에 서울에 탑이 발생하고, 정말로 그 탑을 공략해내지 못하면 멸망한다는 의미였다.


“탑에 대해 아는 건 무당, 헌터 협회장, 그리고 게이트 관리국 국장. 그리고 우리 셋 뿐이다. 얼마 뒤면 대통령께도 보고가 올라가겠지.”


예지몽에 대한 내용을 아는 건 극히 소수였다.

세상이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흘러서 좋을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었다. 세상의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었지.


“탑의 공략 난이도는 매우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세 명이 힘을 합쳐도 버거울 거고, 해외 헌터의 손을 빌려야 할 거다.”


도승철은 국내외에서 탑을 공략할 공략대를 꾸리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중이었다. 인재를 구해서 탑을 공략해 멸망을 막을 생각이었지.


“······그러니 우리끼리라도 다툼을 내려놓자는 의미에서 자리를 만들었다.”


성민영은 길드도 없고 혼자 틀어 박혀 있어 별 상관 없었지만, 도승철이 걱정하는 건 김종우 쪽이었다.


S급 헌터가 속해 있는 길드 둘이 서로 이익을 챙기기 위해 싸운다면.


탑을 공략하는 건 불가능해졌다.


잠깐 손가락을 까딱거리던 김종우가 미소를 띄었다.


“힘 합치자는 말을 뭐 그리 길게 하나? 그렇게 큰 일이면 당연히 힘을 합쳐야지. 성민영, 너도 동참해라.”


성민영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고 싶다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이었지.


“우리 동맹은 탑이 나타난 뒤에 본격적으로 공표하는 걸로 하자. 그 전에 알려지면 사람들이 혼란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


김종우 또한 탑에 대해서는 최대한 숨기기로 했다.

먼저 말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최대한 시간을 끄는 것이었다.


“그래. 그러지.”


도승철이 한시름 놓았다는 듯 대답했다.



=====



- 주인님, 준비 되셨습니까?

“그래.”


데케레프가 나를 소환했다.

내가 소환된 위치는 전라남도의 인적이 드문 산.


길도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은 곳이었다.


눈 앞에는 푸른 빛을 내뿜는 게이트가 하나 있었다.


게이트 관리국에서 일하며 몇 가지 게이트를 빼서 리스트를 만들어뒀다.


오랫동안 공략이 되지 않고 방치된 미공략 게이트.


너무 인적이 드문 곳 같은 경우, 게이트 브레이크만 진압한 뒤 방치가 되는 경우가 있었다.


공략 하려는 헌터가 교통이 불편해서 안 오고는 했으니까.


내 앞에 있는 이 게이트도 한 달이 넘게 방치된 상태였다. 따로 공략대도 편성되지 않은 모양이었고.


게이트 등급은 D.


나는 이 게이트를 공략해 볼 생각이었다.


‘실전 경험도 필요할 테니까.’


수혈을 통해 강해진다고 해도, 싸우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 없었다.


혈폭이나 흡혈을 써본 적이 있긴 했지만 경험으로 치기에는 부족했지.


실전에서 싸우며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었다.


‘보상도 얻을 수 있을 거고.’


원래 헌터는 게이트를 공략하면 포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난 헌터가 아니기에 포상금도 못 받고, 몬스터의 부산물을 판매할 루트도 마땅치 않았지만.


게이트 공략 기여도에 따른 보상은 받을 수 있었다.


게이트 등급에 따라 주는 보상의 가치도 달라졌다.

D급이면 그리 좋은 보상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건 여러 명이 기여도를 나눴을 때 이야기고.’


보통 게이트를 공략할 때는 여려 명의 헌터가 투입되었다.

최대한 안전한 공략을 위해서.


하지만 난 나 혼자 들어갈 예정이었다.

당연히 공략 기여도는 내가 독차지하게 되었지.


이렇게 나 혼자 모든 기여도를 차지한다면, D급 게이트라고 해도 좋은 보상을 쥐어줄 것이었다.


“여차하면 제가 바로 도와드릴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데케레프가 박쥐 상태로 내 주위를 날아다니며 얘기했다.


사실 나 혼자였다면 게이트 공략은 생각하기 힘들었다.

데케레프라는 든든한 아군이 있기에 가능한 생각이었다.


‘데케레프는 오우거도 레이저 한 번에 반으로 갈라버릴 수 있으니까.’


심지어 그것도 마석을 많이 먹기 전이었다.

마석을 잔뜩 먹은 지금은 그보다도 더 강해졌겠지.


자기 입으로도 D급 게이트 정도까지는 무리 없이 공략할 수 있다면서 호언장담 했다.


싸움은 내가 주로 하고 여차하면 데케레프가 도와주는 방식.


경험도 쌓고 안전함도 챙기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그나저나 이 반지 진짜 쓸만하네.”


손을 들어 올려 반지를 살펴보았다.


[야수왕의 반지]

[등급 : 저주]

- 효과 : 착용 시 피로가 사라집니다.

- 저주 : 착용자의 마력이 소멸합니다.


이 반지가 없었으면 체력이 부족해서 게이트 들어가기도 쉽지 않았다.


나는 전업으로 헌터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평일에도 게이트 관리국에 나가서 일을 했지.


원래는 휴일에는 뻗어서 쉬는 게 기본값이었다.


근데 짐승왕의 반지를 끼면 잠을 잘 필요도 없었다. 휴식도 따로 필요 없었고. 언제나 말끔한 상태가 유지되었다.


가뿐한 걸음으로 게이트 안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게이트에 들어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안에 어떤 몬스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몰랐지만 상관 없었다.


나는 월드 보스를 혈폭 한 번으로 처리했다.

거기다 내 옆에는 데케레프까지 있었으니.

걱정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위이이이잉-!


안으로 들어갔다.


[게이트에 입장하셨습니다!]


[게이트가 오랫동안 공략이 되지 않음에 따라, 내부의 몬스터들의 문명이 발전했습니다.]

[게이트의 등급이 상향 조정 됩니다!]


[D > C]


취익–?!

취이잇!


안으로 들어가자 마자 날 맞이한 건, 수 백 마리의 오크 부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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