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 각성으로 초월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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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운전
작품등록일 :
2024.10.01 10:09
최근연재일 :
2024.10.1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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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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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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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부산

DUMMY

S급 게이트에서 나온 몬스터는 트롤이었다.


사실 너무 강력한 몬스터가 나오면 도망칠 생각으로 왔는데, 트롤을 보자마자 싸우기로 마음을 잡았다.


- 트롤입니다! 주인님!


옆에 숨어있던 데케레프도 신난다는 듯이 얘기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트롤과 아주 상성이 좋았다.


트롤들의 우람한 덩치만 봐도 견적이 나오지 않던가.

놈들을 공격했을 때 흘러 나올 피의 양이.


거의 빌라만 한 크기의 트롤들은 그 덩치 만큼이나 많은 피를 가지고 있었다.


‘지난 번에 오크와 싸웠을 때도 느꼈지만.’


나는 덩치가 크고 피를 많이 흘리는 몬스터와의 싸움에서 유리했다.

놈들이 흘리는 피는 내게는 곧 무기가 되었으니까.


반대로 삐쩍 마르고 피를 흘리지 않는 스켈레톤 놈들은 성가셨지만.


물론 그런 때에도 데케레프가 있기에 걱정할 건 없었다.


[스킬 - 혈폭을 사용합니다.]


–!


그쪽으로 다가가며 트롤들의 피를 이용해 혈폭을 사용했다. 다른 헌터들이 싸우고 있던 덕에 이미 피가 잔뜩 흩뿌려져 있었다.


그 피를 터트리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근방 30미터 안에 있던 피가 터져나갔다.


다만 트롤과 붙어서 싸우는 헌터들 때문에 전부 터트릴 수는 없었다.

자칫 잘못 터트렸다가는 그들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도 있었으니까. 조심해서 사람은 안 다칠 위치에 있는 트롤들을 공격했다.


그렇게 다가갔을 때, 내가 아는 얼굴도 하나 보게 되었다.


- 저 여자, 안유진이라는 여자 아닙니까?


데케레프에 말대로 내 옆에 있는 건 안유진이었다. 트롤의 피를 뒤집어 쓴 상태였다. 트롤들과 싸우는 모양이었다.


하긴, S급 게이트가 터졌는데 안유진이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서겠는가.


나는 쓰고 있는 가면을 조금 올렸다. 혹시라도 벗겨지는 일 없도록.


‘얼굴이 드러나면 골치 아플 거야.’


다시 트롤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혈폭에 맞고 죽은 놈들도 있는 반면, 사거리가 닿지 않아 죽지 않은 놈들도 있었다.

게이트 안에서 새로 나온 녀석들도 보였고.


혈폭의 쿨타임을 확인했다. 10초 남짓한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사실 내가 덩치가 큰 상대와 상성이 좋은 건 이 부분도 있었다.


덩치가 크면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느렸는데, 그동안 혈폭의 쿨타임을 돌릴 수 있었다.


[스킬 - 흡혈을 사용합니다.]


이번에는 흡혈을 먼저 사용했다.


지난 번, 스킬 강화권을 통해 흡혈을 강화한 덕에 광역 흡혈이 가능해졌다. 사거리도 15미터로 늘어났고.


15미터 이내에 있는 트롤의 숫자는 총 일곱.


파자자작–!


트롤들의 피부가 뜯겨져 나오며 피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피까지 합쳐서 다시 혈폭을 사용했다. 혈폭의 사거리는 흡혈보다 두 배 가량 길었기에, 더 많은 트롤들이 폭발에 휘말렸다.


피가 터져나가며 또 다시 트롤들이 쓰러졌다.


쓰러진 트롤들은 쉽사리 일어나지 못 했다. 대부분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다.


- 헌터들이 주인님을 쳐다봅니다.

‘그래.’


트롤을 퇴치하기 위해 모인 헌터들의 시선이 내게로 집중되었다.


가면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상관 없었다.


그때 이곳에서 트롤들과 싸우고 있던 많은 헌터들의 무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울렸다.


- 행사장에 습격 발생! 지원 부탁드립니다!

- 습격한 빌런의 숫자는 아홉입니다!


나한테도 들릴 만큼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무래도 경매 행사장에 빌런들이 습격을 해 온 모양이었다.


‘타이밍 잘 노렸네.’


S급 게이트가 터진 걸 보고, 그쪽으로 헌터 인력이 몰릴 걸 상정하고 빌런들이 들어 온 것처럼 보였다.


헌터들이 몬스터와 싸우는 중이라면 지원 요청을 받아도 갈 수 없었으니까.


“······.”

“······.”


근처에 서 있던 헌터들의 시선이 교차했다.

내가 혈폭을 터트리는 바람에 트롤들이 여럿 쓰러지기는 헀지만, 아직 게이트에서 트롤들이 나오는 중이었다.


이대로 여기를 내팽겨쳐두고 경매장으로 달려가느냐, 아니면 여기를 지키면서 싸우느냐.


헌터들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근데 왜.’


헌터들의 시선이 다시 내게 모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안유진 역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경계하거나 의심하는 눈빛은 아니었다.


마치 이곳을 맡긴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앞으로 나선 안유진은 큰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이곳에 행사장 호위 임무를 맡은 헌터들도 많은 걸로 압니다! 이곳은 다른 헌터들에게 맡기고 경매장으로 갑시다!”


그러더니 자신이 제일 먼저 경매장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다른 헌터들도 경매장으로 출발했다. 남게 된 건 호위 임무에 관련 없는 소수의 헌터들과 나 뿐이었다.


어쩌다 보니 내가 트롤들을 물리치는 역할을 맞게 됐다만.

그래도 사실 나쁘지는 않았다.


‘데케레프.’

- 예! 주인님!

‘대신 마석은 우리가 다 먹자.’


우리한테 맡기고 간 만큼.

헌터들이 남기고 간 트롤의 마석은 우리가 차지해야지.



=====



일본의 빌런 조직 스사노오의 멤버들은 경매장 앞에 모였다.

오직 하나, 그들의 분대장인 료스케만을 제외하고.


“형님은 왜 안 오시는 거야.”

“오다가 헌터라도 만나신 거 아닙니까?”

“형님이 어디 쉽게 당하실 분으로 보이냐? 금방 오실 거야. 담배라도 한 대 피우시는 거겠지.”


스사노오의 조직원들은 몸을 숨긴 채 료스케를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도 오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일단 빠르게 들어가서 털자. 좀 더 시간을 끌었다가 헌터들이 게이트를 정리하고 올 수도 있어.”


조직원들에게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헌터들이 먼저 게이트 브레이크를 진압하게 되면 일을 하기 매우 곤란해졌다.


몬스터들이 헌터들의 발을 붙잡아주지 않으면, 습격을 시작하고 얼마 안 가 대기 중인 헌터들이 달려올 것이었다.


그렇기에 속도가 생명이었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지.


“들어가자.”


부대장 역할이었던 조직원이 먼저 앞으로 나섰다.

그들의 계획은 간단했다. 당당하게 들어가서 물건을 싹 가지고 나오는 것.


아홉 명의 조직원은 헌터로 치자면 B급은 되는 이들이었다. A급 실력에 근접한 이들도 있었고.


경매장 내부의 헌터들과 전면전으로 붙어도 크게 꿀리지는 않았다.


거기다 기습이라는 부분까지 살린다면 일처리가 쉬울 것이었다.


그렇게 경매장 내부로 진입하고 헌터들과 싸우고 있을 때였다.


“혀, 형님! 헌터들이 지원을 나온 것 같습니다······!”


예상 보다도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헌터들이 지원 나왔다.

그중에는 A급 헌터인 안유진도 있었다.


“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온 거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속도였다.

S급 게이트가 터지는 걸 확인했고, 그곳에서 나온 몬스터를 진압하느라 이곳에 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을 텐데.


S급 게이트 쪽을 아예 내팽개친 게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었다.


다만 그랬을 확률은 적었다. 몬스터들이 민가에 유입되는 건 헌터들 입장에서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렇다고 그쪽에 인력을 남기고 왔을 것 같지도 않은데······.’


게이트 브레이크 진압 인력과 경매장 호위 인력을 나눴다고 보기도 힘들었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이쪽에 온 헌터가 너무 많았다.


스사노오의 조직원들이 내릴 결정은 하나 뿐이었다.


“후퇴, 후퇴한다! 흩어져라!”


아홉 명의 조직원들은 그 즉시 경매장을 빠져나갔다.

쫓아오기 힘들도록 뿔뿔히 흩어져서.


“거기 서라!”


그리고 안유진도 조직원 중 하나를 뒤쫓았다.

빠른 속도로 추적해오는 안유진을 떼어놓기란 힘들었다.


“제기랄······.”


스사노오의 조직원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다른 헌터라면 모를까, 안유진과의 전면전은 승산이 없었다.

뜀박질 하나는 자신 있기에 겨우겨우 도망을 치고는 있다만, 체력이 무한하지는 않았다.


이대로 가면 붙잡힌다.


그때, 그의 눈의 한 사람이 들어왔다.


로브를 푹 뒤집어 쓰고 가면을 끼고 있는 사내.

조직원은 가면의 생김새를 보고 알아차렸다.


“료, 료스케 형님! 도망치십쇼!”


경매장에 나타나지 않아 어디갔나 했었던 자신들의 분대장이라고.


하지만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무언가 이질감이 느껴졌다.


조직원이 발을 헛딛여 넘어지고.


분대장을, 아니 그렇게 착각했던 사람을 쳐다보았다.


“누, 누구야 너!”


겁에 질린 그의 입에서 일본어가 튀어나왔다.

로브를 뒤집어 쓴 사람은 료스케가 아니었다. 움직임도 체형도 전혀 달랐다.


“잡았다!”


그런 조직원의 뒤로 안유진이 따라 붙었다.


조직원을 따라잡았다는 기쁨도 잠시.

안유진은 로브와 가면으로 모습을 감춘 사내를 바라보았다.


‘······.’


빌런을 쫓아 추적할 때는 잘 못 느꼈는데, 남자와 빌런은 비슷한 차림새였다.


가면의 모양은 달랐지만 로브의 디자인이 똑같았다.


빌런들은 피아식별을 위해 비슷한 옷을 입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렇다는 건, 자신이 여태까지 쫓던 빌런이 저기 있는.


“······.”


그러니까 트롤들을 터트려 죽이던 남자와 한패라는 말이었다.


“안유진 헌터님······!”


그때 빌런의 뒤를 쫓아온 다른 헌터들도 도착했다.

그들 역시 빌런과 남자의 차림새가 비슷한 걸 보고 느꼈다.


“두, 둘 다 빌런인가 봅니다!”

“다들 대열 갖춰!”


헌터들은 재빨리 전투를 위한 대열을 갖췄다.

이곳에 있는 헌터 중에서 트롤과 싸우던 도중, 저 가면 쓴 남자가 무슨 일을 벌였는지 아는 사람들도 많았다.


“왜 그러세요? 두 명 뿐이잖아요?”


그중에는 경매장에서 호위 임무를 하느라, 가면 쓴 남자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이도 있었지만.


“저 사람이 저기 있는 트롤들을 다 쓰러트렸습니다!”


단 한 마디에 가면 쓴 남자가 어느 정도 무력을 갖췄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안유진은 남자의 뒤 편을 쳐다보았다.


백 마리가 넘어가는 트롤들이 죽어 있었다.

실로 참혹한 광경이었다. 트롤들은 형체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 채 터져 있었다.


간혹 피가 빨렸는지 말라 삐뚤어진 트롤도 보였다.


‘······이런 사람하고 싸워야 한다.’


빌런을 발견하면 죽이거나 구속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니 안유진을 비롯한 헌터들은 저기 서 있는 가면 쓴 남자와 싸워야 했다.


문득 안유진은 예전에 도승철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 그럼 월드 보스를 퇴치한 게 빌런이라는 말씀입니까?

- 어디까지나 추정이다.


도승철은 자이언트 티라노를 물리친 기여도 1위가 빌런이라고 추정했다.

공략에 가장 큰 기여를 헀으면서도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고, 마석까지 훔쳐갔으니 합당한 추론이었지.


강력한 빌런의 등장은 안유진 입장에서도 반길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도승철은 그 존재를 이야기하며, 한 가지 말을 덧붙였다.


- ······설령 그 사람을 만나더라도 싸우지 마라.

- 그게 무슨 말씀이죠?


빌런과 만나더라도 싸우지 말라니.


- 자이언트 티라노를 그만큼 몰아붙인 빌런이다. 적어도 내가 있어야, 아니면 염제 김종우까지 협공해야 잡을 수 있을 거다.


S급 헌터 두 명이 달려들어야 할 정도의 전력을 지닌 남자가 안유진 앞에 서 있었다.


아까 전에도 마주쳤지만, 그때는 빌런인지 아니면 그냥 정체를 숨긴 헌터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경매장에서 도주한 빌런과 같은 옷을 입고, 서로 같은 편이라도 되는 듯 서 있었다.


꿀꺽.


안유진이 침을 삼켰다.

남자의 가면 뒤로, 차가운 시선이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어떡하지?’


이기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도승철도 싸우지 말라고 했던 빌런이였으니까.


그러나 한 가지 더.


저 남자를 상대로 살아서 도망칠 수 있을까.


그조차도 불분명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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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혈폭 24.10.05 176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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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흡혈 24.10.03 204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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