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위 투기장(8)
하늘위 가장 높은곳에 떠 있던 달은 어느덧 상당히 저물어 있었다. 이미 시작은 새벽에 가까워 졌고 차가운 이슬이 나의 몸을 적셔 긴장한 나의 열기를 식혔다.
그러나 쌀쌀한 새벽의 공기와는 달리 다리밖은 여름을 증명하듯 뜨거운 열기로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어찌되었건 이번이 마지막 싸움이라는 것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었다.
그 당연한 사실은 다리위에 있는 나 뿐만이 아니라 오크도 알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싸워 본적이 없는 나는 긴장한듯 검의 손잡이 만을 만지작 거린다. 그러자 오크는 쓴 웃음을 지면서 말했다.
"흥! 휴먼, 지금와서 긴장했나?"
갑작스러운 놈의 말에 나는 약간 나가있던 정신이 다시 돌아온다.
"네 왼쪽 눈이나 제대로 뜨시지. 장애인을 쓰러트리는건 내 마음도 아프니까 말이야."
"크흥! 쓸대없는 걱정이다. 너야 말로 분발하라고. 싱겁게 이기면 나야말로 곤란하니까."
누실라에게 당한 왼쪽 눈을 미세하고 뜨고 있었다. 아무래도 눈이 뭉개지는 심한 부상까지는 아니었나 보다.
서로의 허세가득한 말을 주고 받으니 나와 오크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바로 검을 뽑아 자세를 잡는다. 상체를 살짝 낮추고 검끝을 앞으로 내민 평범한 자세 였다. 그러나 오크는 심플하게 무기를 들지않고 맨손으로 가드를 올린 상태 였다.
"뭐야? 너는 무기 안써?"
나는 의외의 놈의 선택에 약간 놀라며 물었다. 그러자 오크는 섬뜩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흥! 나는 맨손을 더 좋아한다! 크릉! 뼈가 부러지는 감촉을 느낄 수 있거든..."
누실라 이년! 나한테 귀찮은 일을 떠 넘겼구나! 저 섬뜩한 근육을 봐라 거대한 전완근 탓에 그저 가드를 올리고 있을 뿐인데도 위협적이다.
저 전투생물을 나보고 1대1로 이기라고? 이건 가혹한 수준을 넘었잖아! 젠장, 저 귀큰년의 꼬임에 넘어간 내가 밉다.
"흥! 공격이 늦군... 그럼!"
녀석은 누실라에게 원망을 말을 쏟내고 있는 나에게 갑작스럽게 나에게 달려온다. 어마무시한 속도다. 몇번이나 봤으면 익숙해질만 한데 직점 가까이서 보니 속도감이 예상보다 빨랐다.
"치잇!"
바보같게도 딴 생각을 하다가 허무하게 타이밍을 뺏겼다. 뺏긴이상 피해봤자 의미가 없다. 나는 검을 짧게 휘둘러서 녀석의 팔을 쳐내려 했지만...
빠악!
내 방어가 무색하게도 내 검은 녀석의 전완근에 튕겨나갔고 그대로 안면에 꽂혔다. 무중력의 감촉이 온몸에 전해지고 하늘과 땅의 위치가 몇번이나 바뀌었다.
쿠당탕!
"??!?"
코에 어마무시한 격통이 느껴졌지만 지금은 그걸 신경쓸 여유조차 없었다. 나는 지금 벌어진 비상식적인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
녀석과의 거리를 고개를 들어 확인한다. 아무리 적게잡아도 5걸음은 날아갔다. 오크의 신체능력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이건 너무나도 비상식적이다. 오크와는 몇번인가 싸워보아서 안다. 끽해야 힘이 아주 강한 휴먼 정도다.
타닷!
젠장! 녀석이 다시 움직였다! 머리굴릴 틈은 주지 않겠다는 건가? 나는 다리에 힘을 주어 옆으로 뛰려고 했다.
"...어라?"
그러나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다리가 심하게 떨리고 있다. 머리를 직격당한 충격이 생각보다 큰것이었다. 덕분에 한쪽 무릎이 땅에 붙은 어정쩡한 자세로 멈추게 되었다.
부웅!
내가 다음 수를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녀석은 내 머리를 향해 살인적인 속도로 로우킥이 날렸다!
깡! 경쾌한 쇠가 울리는 소리가 퍼져나간다.
데굴데굴
나는 몸은 다시 강력한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뒤로 또 몇바퀴 굴렀다. 그나마 다행인건 내 머리와 날아오는 로우킥 사이에 검을 간신히 끼워넣어서 방어를 성공했다.
"하아...! 젠장!"
이번에는 빨리 몸을 일으켜 자세를 잡았다. 그래 봤자 아직 일어나긴 힘들어 한쪽 무릎을 꿃은 상태이지만.
이마에 뜨거운 선혈의 감촉이 느껴진다. 방어를 했지만 검이 튕겨져나와 머리에 부딪힌 것이다. 녀석의 비상식적인 힘을 경계해 검날을 세우지 않은건 정답이었다. 만약 검날을 세웠으면 내 검에 내가 죽었겠지.
"습~ 후~"
빠른 호흡을 반복하여 최대한 몸을 회복해 본다. 녀석의 팔과 다리는 일반적이지 않다. 이제는 둔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내가 아무리 강하게 내리쳐도 뼈를 절단하지는 못할 거다.
"흐으읍!"
놈은 기합소리는 내며 바로 다음 수로 움직였다. 아까와 똑같은 안면을 노린 발차기다. 맞아봐서 알지만 위협적인 공격이다. 하지만 지금은 첫번째와는 다르다. 이미 한번 본 공격이기에 빠르게 대처한다.
내 상대로 같은 공격을 두번이나 하다니! 나는 속으로 비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부웅!
내 머리를 노린 발차기는 섬뜩한 바람소리를 내면서 내 머리위를 지나쳤다.
"카학! 이걸!!"
너무 놀라지 말라고. 이건 내가 잘한게 아니라...
"네 녀석의 공격은 너무 단조롭다고!!"
전력으로 날린 자신의 발차기가 빗나가자 자신의 힘을 멈추지 못하고 무방비한 등을 보이게 되었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튕겨오르듯 벌떡 일어나면서 놈의 등을 검으로 올려 베었다.
촤악!
"크아아악!!!"
녀석은 격통을 느꼈는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그러며서도 크게 점프를 해 나와의 거리를 단숨에 벌렸다. 그렇지만 다시봐도 대단한 각력이다. 단 한번의 점프로 10걸음 넘게 거리를 벌렸다.
그러나 그런 대단한 근력을 갖고 있는 녀석이 잘 닿지도 않는 등을 손으로 감싸려고 허둥지둥 거리는 모습을 보이니 웃기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음같아서는 비웃기보다는 이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지만 다리가 아직 멀쩡히 움직이지 않는다. 허벅지 힘과 몸의 탄력을 이용해 단숨에 일어났긴 했지만 그게 전부다. 아직 조금더 회복해야만 한다.
게다가 허리와 다리에 힘이 실리지 않은 탓에 검도 제 위력이 안나왔다. 그 때문에 녀석의 상처는 깊지 않았다. 아마도 수분이면 회복할 것이다.
"이봐!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그렇지만 우선은 내 회복이 먼저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기위해 대화를 시도해보았다.
"크흐흡! 그게... 푸흥! 무슨소리냐!"
"너... 힘이랑 기술이랑 너무 차이가 심하잖아! 평소에 운동만 했냐?"
그냥 시간을 벌기위해 내뱉은 말 이었지만 녀석이 잠깐 움찔하는 것을 보았다. 뭐지? 내가 말해서 안되는 것을 말했나?
"...."
오크는 움직임을 멈추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다가 씁쓸한 표정을 짓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흥! 네 말이 맞다.... 이 힘은 받은 힘... 원래 나의 힘이 아니야... 나는 원래 부족내에서 가장 약했으니까 말이야..."
"뭐라고?"
나는 놀라 수 밖에 없었다. 세상에는 신체능력을 향상시켜주는 다양한 방법이 있긴 하지만 이정도로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어떻게 그런게 가능한거지...?"
"그만! 더 이상 대화는 하지 않겠다!"
오크는 몸을 돌려 꽉 쥐여져 있는 자신의 주먹을 보여주었다.
"크흥! 지금! 이 싸움에! 그런 것이 필요한가! 지금은 나와의 싸움에 집중해라!"
아무래도 더 시간을 벌기는 힘들 것 같다. 나는 자세를 잡는척 몸의 상태를 확인한다. 고통은 아직 느껴지지만 기능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네 말이 맞다. 이 싸움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지."
"흥!"
나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놈은 웃어보인다. 다시 한번 우리는 처음과 같이 싸움의 자세를 잡았다. 한가지 다른 것 이라면 나는 첫 대치때와는 다르게 검을 오른쪽 어깨에 옆에 올려두는 카운터 자세를 취했다는 것 이었다.
그런데 큰일이네... 어찌저찌 회복을 했긴했지만 아직까지 해결책이 생각나지 않는다. 기술과 경험이 초보적이라곤 하나 근력, 스피드, 내구력 등 무엇하나 초일류를 가볍게 뛰어넘는 괴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잖아. 저놈은 진짜로 맨손으로 웨어울프 정도는 때려 잡을 수 있을 것같다. 나는 목에 걸려있는 말존 아저씨가 준 목걸이가 잘 메달려 있나 만져본다. 딱딱한 감촉이 느껴지는걸 보아 다행이도 잘 걸려 있었다.
"여차하면 잘 부탁한다고."
혹시나 싸움도중에 목걸이가 떨어지지 않게끔 품에 깊숙히 넣으며 중얼 거렸다. 말존아저씨는 목걸이 따위에 기대지 말라 하셨지만 아무래도 강적을 만나게 되니 이런 목걸이에게 라도 부탁을 하게 된다.
꽝! 갑작스러운 폭발음이 나의 정신을 다시 오크쪽으로 돌려 놓았다. 예상대로 놈은 돌진밖에 모르는 녀석이다. 놈은 이번에도 올곧게 페인트하나 없이 나에게 달려왔다.
"카악!" 부웅-
하지만 이번에는 아까와는 다르게 나의 앞에서 속도를 줄이고 주먹을 휘두리기 시작했다. 함부로 전력의 풀스윙을 날렸다가는 카운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운것이다.
부웅- 붕- 훙-
오크가 양 주먹을 데이먼을 맞추기 위하여 열심히 휘두르고 있다. 그러나 나는 놈의 주먹을 막지도 않고 전부 피해내고 있었다.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었지만 저놈의 공격은 막겠다고 막아지는 공격이 아니었기에 나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잘피해냈다. 날라오는 왼손 훅을 상체를 숙여서 피하고 빈틈을 주지 않고 날리는 오른손 훅은 몸을 뒤로 빼서 피해낸다.
"취익!"
그러자 놈은 멀어진 나를 맞추기 위해 본능적으로 그만 오른발을 크게 내딛으며 왼손을 들어올렸다. 나는 그 때를 놓치지 않았다.
타닷! 후웅!
몸을 튕기듯 몸을 오른쪽으로 날린다. 그와 동시에 그 탓에 놈의 왼손 스트레이트는 허무하게 빗나게된다. 신장차이로 인해 숙여진 상체, 큰 공격 탓에 비어진 왼쪽 등 완벽한 타이밍이다.
"하압!"
나는 무방비의 놈의 왼쪽 허리를 향해 검을 가로로 휘두른다. 오른쪽으로 몸을 튼 반동을 이용한 몸을 한바퀴 돌리면서 날리는 최고속도의 가로베기였다.
"칵! 어림없다!"
그런 나의 혼신의 가로베기를 놈은 몸을 억지로 왼쪽으로 돌려 나를 향해 오른쪽 니킥을 날린다.
"치잇!"
무지에서 나오는 용감함인지 자신의 맵짚에 대한 자신감인지 알 수는 없지만 데이먼은 어쩔 수 없이 휘두르려 했던 검을 살짝 꺽어 니킥을 방어해 낸다.
깡!
도저히 무릎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리고 데이먼은 그 충격에 뒤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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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
"아이고! 아까워라!"
"아앗! 저것도 안돼는 거야?"
옆에서 구경하던 머릭과 누실라가 한탄을 한다. 나 또한 표정이 우두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큰일이군...
데이먼이 힘들게 가져온 기회가 저런 억지같은 공격에 뺏겨버렸다. 안타깝긴 하지만 데이먼의 판단은 옳은 판단이다.
놈의 내구도는 미지수. 결코 평범하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일격에 안끝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반대로 데이먼은 놈이 대충 날린 공격에도 일격에 쓰러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공격을 방어로 전환하는 것은 옳은 판단 이었다. 물론, 지금의 공세를 다시 전환 할 수 있을때의 이야기다.
"크아악!"
오크는 큰기합 소리를 내뱉으며 자신의 공격에 뒤로 밀려나 데이먼을 몰아 붙이기 위해 곧바로 호랑이가 사냥을 하듯 높게 뛰어 들었다. 나는 녀석의 그 행동을 보자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지금이야 데이먼!"
절호의 기회다! 아마도 저 녀석은 데이먼이 큰 충격을 받은 지금이 빈틈일 거라 생각했나 보지만 이건 악수다. 충격의 순간 데이먼의 자세는 안정적 이었다. 그렇기에 큰 충격을 흐트러짐 없이 받아낼 수 있었고 자세가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데이먼은 바로 몸을 웅크려 자세를 낮게 잡은뒤 공중에 뜬 녀석을 향해 바로 검을 날렸다.
"뒤져!!"
데이먼 답지 않는 험악한 말이었다.
"카악!"
오크도 위험을 감지했는지 공격을 포기하고 바로 양팔을 올려 자신의 몸을 가렸다.
촤악!
쿠당탕!
살을 가르는 소리가 나고 오크는 데이먼 등 너머로 멀리 날아가고는 바닥에서 굴렀다. 많은 양의 피가 튀었지만 나는 멀리서 보고 있어서 금방 알았다. 오크녀석 재수도 좋군...
"말도 안되는군... 저 공격을 방어하다니. 멍청한건지 용감한 건지..."
옆에서 같이 구경하는 머릭이 중얼 거렸다. 하지만 우리의 걱정과는 다르게도 놈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헉! 커헉!"
놈은 나에게까지 들릴정도로 거친 숨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데이먼은 믿기지가 않는지 고개만 뒤로 돌려 놀란 눈으로 오크를 바라본다.
"뭐야? 어떻게 된거야?"
누실라가 한손으로 내 어깨를 붙잡으며 흔든다. 얌전히 구경도 못하게 하는군...
"저놈의 팔을 봐. 데이먼의 공격을 팔로 방어했어."
내가 말하자 누실라는 눈을 가늘게 뜨며 오크의 팔을 바라본다. 거대한 전완근은 피가 쏟아져 나오는 것이 데이먼의 강렬한 공격의 흔적을 증명했다. 양팔에 가로로 한획, 뼈가 보일 정도로 강렬한 일격 이었다.
"어! 저러면 좋은거 아니야?! 데이먼이 이기고 있잖아!"
"그래... 확실이 큰 부상을 입힌건 호재야... 하지만 방금 저 공격으로 증명이 되었어."
"응? 뭐가?"
"데이먼의 검으로는 저놈의 뼈까지는 벨수가 없어."
"그, 그래도..."
"저 상처도 오크에게라면 치명상이 아니야. 어쩌면 싸움 도중에 회복될 수도 있어."
누실라는 말의 의미를 깨닳았는지 잠시 표정이 어두워진다. 무언가 말하려는듯 뻐끔거리고는 이내 포기하고 다시 조용히 싸움을 감상한다.
나도 다시 싸움을 보기위해 고개를 돌리려 했으나 우리가 있는 마치위에 올라와 나를 툭툭 건든다.
"이봐, 저거 괜찮은거 맞나? 이름이 뭐였지...? 페..."
나에게 말을 건 것은 노인이었다. 노인은 버둥거리며 힘들게 마차위로 올라오고는 내 옆에 자리를 잡았다. 기분같아서는 무시하고 싶었지만 역시 그럴 수야 없겠지.
"페첼이야."
"아아! 그래, 그래... 페첼이었지. 그래서, 네가 볼때는 괜찮아 보이나"
"아니, 솔직히 힘들어 보이는데."
"저런... 그럼 역시 글렀나... 차나리 배를 만들어서 건너는게 빠르겠군."
노인은 쩝쩝거리면서 아쉬운듯 말했다. 나는 묘하게 그 말투가 신경에 거슬렸다.
"이봐, 아직 졌다곤 안했어."
내가 따져들자 노인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면서 바라봤다.
"그게 그거 아닌가?"
"...불리한거지 진건 아니야. 어쨋든 상처를 입혔잖아. 그걸로..."
"아까 하던 이야기라면 듣고 있었네."
"..."
나도 모르게 억지를 부렸지만 누실라와 같이 나는 입만 뻐끔거리고 입을 다물고 앞을 바라봤다. 노인도 말문이 막힌 내가 재밌는지 장난스럽게 웃고는 다시 경기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앞의 보자 놈은 부상입을 팔을 개의치 않고 피를 튀기면서 데이먼을 향해 붕붕 휘두르고 있었다. 데이먼은 여전히 방어를 포기하고 요리조리 간신히 피하고 있긴 하지만 저래서야 잡히는건 시간 문제다.
실제로도 조금씩 놈의 공격이 데이먼의 몸에 스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데이먼은 절대로 검을 내리지 않고 자잘한 공격마저 몸으로 버티고 있었다.
"왜 저렇게 무모하게 하는거지? 검으로 방어를 하면 되지 않나?"
노인이 이해 할 수 없다는 듯 혼자 중얼거린다.
"검이 슬슬 한계일걸세."
머릭이 노인에게 답을 알려주었다.
"검은 방패가 아니라네. 몇번이나 저런 둔기와 같은 공격을 버틸 수 없지. 데이먼도 그걸 신경 쓰고 있는 걸거라 생각하네..."
"어... 그럼 역시 위험한거 아니야?"
누실라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너는 조용히해. 네가 계획한거잖아."
"그건... 그렇지만..."
누실라는 미안한듯 목소리가 작아지면서 풀이 죽었다.
나는 잡기술로 누실라는 방심과 기습을 이용해 단숨에 승부를 봤기에 녀석의 강함을 볼 기회조차 없었다.
만약 데이먼과 같은 정면승부였다면 아무리 나라도 힘들 것이다.
고개를 살짝 돌려서 머릭을 본다.
우리중 가장 가능성 있는 것은 머릭이겠지. 머릭의 전투력은 상상이상 이었다. 확실히 드래곤 토벌에 뽑힐만 실력이다. 그의 전투력에 미스릴 도끼를 쓴다면 아마도 확실하게 이길 것이다.
웨어울프때 기습으로 진거라는 말은 결코 허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으악! 저거 큰일 난거 아니야?"
근처에 보던 구경꾼이 경악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반응해 다시 다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눈에 피가 묻은 데이먼이 있었다. 아무래도 녀석의 피가 재수없게 눈에 튄것 같다.
시야가 갑자기 가려진 데이먼이 당황하는 것이 느껴진다.
순간적으로 몸이 경직되었고 그 탓에 발이 멈추었다. 나는 놀라서 몸을 일으켰지만 이미 큰일이 벌어져버렸다. 시야가 가려진 데이먼의 얼굴을 향해 전력의 주먹이 날아간다.
빠각!
둔기에 맞는 소리가 들리고 데이먼은 그 충격에 하늘을 날듯 멀리 날아간다.
쿠당탕!
"허허.... 끝났군..."
노인은 허탈한 듯 웃었다. 그것에 짜증을 느꼈지만 이번 만큼은 따질 수 없었다.
이번에도 일어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처음과는 다르다. 첫 공격은 그래도 어느정도는 반응을 했기에 버티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에서 맞았다.
그걸 증명하듯 데이먼은 죽은듯이 꼼짝도 않고 있다.
"주... 죽은건 아니지? 응?"
"불길한 소리 하지 말라고..."
누실라가 눈치없게 불길한 소리를 한다. 데이먼과 오랫동안 같이 일해왔다 저정도로 죽을 만큼 약한 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벌떡 일어날 만큼 휴먼을 초월할 정도로 강한놈은 아니다.
"크아아아아아악!"
오크는 데이먼이 움직이지 않다는걸 확인하고는 승의 포효를 지르기 시작했다.
"내가...! 내가 승리했다!!!"
몸을 덩실덩실 흔들며 춤을 추었고 자신이 힘들게 얻은 값진 승리를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조용한 달빛아래 놈의 포요가 메아리처럼 울려퍼진다.
그러나 갑자기 데이먼의 몸에서 눈을 가리고 싶을 정도로 강렬한 푸른빛이 나기 시작했다. 당연히 갑작스러운 이해불가능한 현상에 오크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크 뿐만이 아니다. 구경하는 모두가 상황을 당황해 하는 것이 느껴진다.
저 빛의 정체를 알고 있는 우리만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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