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도시(6)

"오호~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겁니까? 이런말 하기 그렇지만 참 재수가 없으시 군요. 하하하!"
그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큰 소리로 웃었다. 아버지와 닮은 구석이 있는지 얌전한 외견과 달리 호쾌한 성격이었다.
나는 그의 웃음에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고요. 정말 곤란한 일입니다."
기묘한 자기소개 이후 시작한 가벼운 잡담이 어느새 여기까지 온 과정까지 소개하게 되었다.
비밀로 해야할 일은 제외하고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긴 이야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는 김에 우리의 차용증을 사줄 사람을 찾고있다는 이야기도 겸사겸사 하게되었다.
어쩌면 이 샌님이 큰 돈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 않는가?
"데이나씨? 왜 그러시죠?"
데이나는 방금 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잠시 고민하듯 탁자를 손가락으로 탁탁 치고 있었다.
"한 사람... 현금을 많이 가지고 있는 한 분을 더 알고 있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예상외의 수확에 나는 큰소리로 말했다.
앞서 이야기하면서 상인과 영주님 이야기도 했으니 정말로 그 둘을 제외한 큰 돈을 가진 사람을 알 고 있는 것인가 보다.
"너무 기대하진 마세요. 수상쩍은 소문 같은 이야기니까요."
"그래도 말씀해 주세요. 정말 급하거든요."
내가 간곡히 부탁하자 데이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저기 은행의 현금이 떨어진지는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제 기억상 4일 정도 지난것 같네요. 그런데 그와 비슷한 시기에 어느 한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뭐죠, 정말로 벌써부터 수상쩍은데요..."
데이나는 살짝 웃으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전신을 로브로 가린 철 가면을 쓴 키가 2m쯤 되는 근육질의 거한이 가게안의 물건을 거액의 돈으로 전부 사들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철가면? 저도 아는 사람에게 조금 듣기는 했습니다."
"그렇습니까? 이런, 비장의 이야기였는데 아쉽네요."
그는 아쉬운듯 말했다.
"아니요. 그래도 말씀해 주시죠. 진짜 철가면이라는 이름 빼고는 아무것도 몰라서 말이죠."
지금 내 말대로 이름과 짧막한 소문 말고는 아는 것이 없었다. 알아둔다 해도 손해 볼일은 없겠지.
"사실 딱히 길게 말할 것도 아닙니다. 그저 저것 뿐인 소문이죠."
"엑? 그게 다였어요?"
"네, 은행의 돈이 떨어진날 갑자기 나타나 물건을 전부 매수하기 시작한다. 그저 그것 뿐인 소문이지만 아무리 봐도 수상합니다.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게 분명하죠. 그래서 안좋은 소문도 돌기는 하지만..."
데이나는 의자에 곧게펴 등을 기대고 팔짱을 끼고나서 이어서 말했다.
"그건 다른 사람 사정이고 우리같은 소상공인은 알바가 아니죠. 물건을 전부 사준다는데 어느 상인이 거부를 합니까. 제발 제 가게에도 나타나 주었으면 하네요."
그렇게 말하는 데이나는 즐거운듯 웃고 있었다. 엮시 닮았다. 그 레번트 아저씨랑 닮았어. 자식은 겉이 다르다고 함부로 판단할 것이 아니군.
"솔직해서 좋네요. 그래서 그 사람은 어디 있습니까?"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네요. 분명 눈에 띄는 차림새인데 불구하고 거리에 목격자가 없다는게 신기합니다."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갑자기 김이 샌다. 이래서야 의미가 없다. 그런 신출귀몰한 자를 이 넓은 도시에서 어떻게 찾는다는 거냐.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집중해야할 것은 철가면의 남자가 아닙니다."
"?"
고개를 살짝 들어 차다보았다. 데이나는 여전히 팔짱을 낀채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뭐하러 찾기 힘든 철가면 찾나요. 철가면이 지나간 상점 주인을 노리면 되는것 아닙니까. 마침 은행의 출금이 막혔으니 물건이 전부 팔린 상인은 막대한 현금을 집에 보관하고 있겠죠."
"출금이 막힌 거지 입금은 되잖아요."
"어떤 바보가 돈을 안돌려주는 은행에 돈을 맡기겠어요. 적어도 은행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입금은 안할 겁니다."
"아!"
정말로 좋은 아이디어다. 이건 정말로 값진 정보다. 예상치 못한 곳에사 이런 일이 생기다니. 역시 인연은 소중히 하고 봐야한다.
"혹시, 아는 곳 있습니까?"
"음... 몇 군대 알고있긴 합니다. 수문이라 화길하진 않습니다.
"그래도 알려주세요. 제가 조사해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이름이랑 간략한 위치를 알려드리죠."
데이나는 자리에 일어나 종이와 펜을 가져와 세곳 정도 적어 주었다.
"아마 더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확실히 아는 곳은 이 세곳 뿐입니다."
"아니요. 이 정도도 정말 감사합니다. 죄송하지만 지금 바로 가봐도 괜찮습니까?"
나는 종이를 품속에 넣고 이미 자리를 일어나고 있었다. 예의가 없는 행동이었지만 데이나는 게의치 않는듯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죠. 일이 잘 풀렸으면 하네요."
"그럼, 이만 가보..."
나는 그렇게 나갈려는 순간 잠깐 멈칫하고 다시 뒤로 돌아 손을 내밀었다.
"인사를 깜빡할 뻔했네요. 데이나씨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일이 번창하길 기원합니다."
"데이먼씨 저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다음에 또 만났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잊지않고 작별인사를 제데로 끝맞추고 나는 가게를 박차고 나왔다.
하늘을 보니 아직 점심 근처다. 오늘 이 세곳을 다 돌라면 밥먹을 시간조차 아깝다.
나는 왔을때와 다르게 경쾌한 발걸음을 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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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덜 터덜
이 말이 어울릴 정도로 나는 지친 몸으로 여관앞에 도착했다. 아침에 나왔는데 어느새 해가 늬엿늬엿 저물고 있는 것을 보니 오늘의 고생을 보여주는것 같았다.
무슨 악의 인지 데이나가 찍어준 세개의 위치는 전부 마을 외각에 있는 데다가 동쪽, 서쪽, 남쪽으로 흩어져 있었다. 덕분에 힘들어 뒤질것 같다.
"젠장..."
분위기를 보면 알 수 있든 나의 계획은 실패로 끝났다. 정확히는 반은 성공이다.
적혀있는 세곳을 모두 들렸는데 불구하고 적절한 거래를 상대를 찾지 못했다는게 반만 성공한 이유다.
가장 돈이 많아보이는 보석점은 나를 경계하는 것인지 자신이 많은 양의 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극구 부인했고 다른 한 곳은 이번 사건으로 은행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는지 '그런 차용증 들고 있어봤자 안바꿔주면 끝 아니야? 지금 처럼 말이야.' 라면서 거절했다.
글도 다행인 것은 마지막 남은 한곳은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작은 소도구점 이었기에 물건이 다 팔렸음에도 그가 들고 있는 현금은 금화 3개 정도였다.
당연히 10금화 전부를 받을 생각은 없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나 적은 액수 였다. 머릭은 분명 많을 수록 좋다고 했다. 그 말은 최대한 많은 돈을 긁어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점을 생각할때 3금화로 타협하기로는 너무나 아쉽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손실되는 7금화가 너무나 아까운것도 있다.
"후우~"
나는 여관 문을 열기전에 복잡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심호흡을 먼저했다.
엘프들이 오기까지 아직 시간이 많은 것이다. 가게 세곳을 들리면서 몇군대 더 알아왔다. 그래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보람이 있다. 역시 뭐든간에 물고 늘어져 봐야한다.
그렇다면 아직 실패한 것은 아니다. 찾을 수 있는 만큼 찾아서 이중에 가장 높게 쳐주는 곳이랑 계약해도 늦지않다.
덕분에 내일도 바쁘게 되겠지만 이것도 여동생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면 마음도 편하다.
-덜컹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여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금 시간이라면 투숙객들이 다들 1층 식당으로 내려와서 술이나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에 초라할 정도로 텅빈 홀과 1층의 카운터에 있는 배가 튀어나온 중년의 여관 주인이 나를 반겨주었다. 그것고 나를 환영하는지 아주 매서운 눈초리를 보내면서 말이다.
"왜요? 뭐라도 묻었어요?"
불쾌할 정도로 뜨거운 시선으로 나를 노려보기에 나도 불같은 목소리 대답해 주었다. 눈에서 레이저라도 나온다면 불꽃이 튈것 같이 말이다.
그럼에도 여관 주인은 굴하지 않고 불만이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위에 손님이 찾아왔더군. 빨리 해결하고와. 덕분에 손님이 다 달아나잖아."
손님? 나한테? 나는 머리를 갸웃 거리며 생각을 하다가 머릿속에 한가지 가능성이 스쳤다.
일났네... 생각보다 너무 일찍 왔는걸? 이거라면 주인이 불만인 이유도 설명이 가능하다.
"하하하... 그럼요. 별일 아니니까 빨리 끝낼게요..."
나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민망하게 웃으며 서둘러 2층으로 올라갔다.
여관 주인의 따가운 눈초리가 계속해서 느껴졌지만 애써 무시했다.
나의 방은 2층 맨끝에서 두번째 방이다. 문의 열기전에 나는 한번다 심호흡을 했다.
아마도 내 예상이 맞겠지? 아니지, 맞으면 오히러 좋다. 매도 먼저 맞는데 이득이라고 하잖아? 시간을 질질 끄는것 보다는 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
나는 그렇게 자신을 위안하고 내 여관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방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단숨에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머릭, 페첼, 누실라가 심기가 불편한지 나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자식들이 파티장인 나를 저렇게 존경심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는것이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오늘은 사뭇 다르다.
방안에는 처음보는 자들이 세명 더 보였다. 아무래도 이놈들이 불편한 이유는 이 세명인것 같다. 처음 보는 자들은 각자 다른 색의 눈을 가지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기묘함에 나는 숨을 삼켰다. 하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 나는 겉보기에는 아무렇지 않은척 아무말 없이 천천히 발을 뻗어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방문을 천천히 닫기 시작했다.
일부러 조심하는척 천천히 행동하면서 녀석들을 빠르게 살펴보았다.
처음 보는 세명은 모두 상체만 덮을 정도로 짧은 초록색 로브에를 입었고 그 아래로는 움직이기 편해보이는 흰색의 긴 치마를 입고 있었다.
아니지, 치마가 아니라 원피스인것 같았다. 언뜻 편해 보이는 복장이지만 원피스의 재질이며 로브에 박혀있는 금색 자수를 보았을때 상당히 고급품 처럼 보였다.
드르륵-
내 빠른 분석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문이 닫혔고 문이 닫히자 금발 머리에 날카로운 턱선을 가진 파란 눈동자가 돋보이는 여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걸어왔다.
"..."
나는 방안의 조용한 분위기의 주범이 이 녀석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고 그 탓에 경계심 가득하게 노려보게 되었다.
하지만 나의 노골적인 경계에도 그녀는 슬며시 웃으며 안전하다는 듯 천천히 오른손을 나에게 내밀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데이먼씨, 저희는 아일레나르 (Ailenar)에서 파견된 엘프 조사관입니다. 그리고 저는 조사관 대표 에일라 나르발렌 (Eyla Narvallen)이라고 합니다."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잔잔한 새벽의 강과 같은 푸른 눈동자에는 내가 비춰져 보였지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나를 전혀 보고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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