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도시(8)

"...."
내 입은 움직이지 않았다. 근처에서 숨을 삼키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지금은 귀에 들리지 않았다. 나는 지금 내 머리를 고속으로 돌리고 있었다.
어째서 저들이 저 사실을 알고 있는거지? 여기있는 4명과 로베르타 아줌마와 말존 아저씨 말고는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6명 모두 어딘가에 함부로 말할 사람은 아니다. 하물며 처음 보는 엘프에게는 말이다.
아니지, 문제는 그게 아니다. 지금 내게 저 질문을 한 이유는 무엇이지? 싸움인가? 대답의 여하에 따라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는건가?
"어째서 대답하시지 않는 거죠? 어서 이 종을 앞에 두고 말씀해주시죠."
그녀는 내 머릿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답을 재촉했다. 그런 그녀를 나는 노려본다. 식음땀이 날것 같은 긴장감이 느껴지지만 지금 처음 저 엘프에게서 확실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젠장, 저 종 앞에서 맹새를 한 순간부터 함정에 빠진 거였다. 더 이상 거짓말조차 할 수가 없다. 여기서 대답을 회피하는 것은 '예' 라고 대답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나는 흘깃 동료를 보는척 뒤를 돌아봐 창문으로 도망칠까 생각을 해보았다.
"소용없습니다. 혐의가 풀리지 않는한 이 성 밖으로 나가는건 소용 없습니다. 이미 영주의 허락도 받아둔 상태입니다. 도망을 시도할시 즉시 구속하겠습니다."
여자는 내 계획을 비웃듯이 말을 했다. 사실은 나도 알고있다. 여기서 도망친다는 것은 드래곤에게 간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거기에 현금운송방해 죄도 덤으로 추가될 테고.
"칫..."
나는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려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바라보았다. 한쪽 다리가 신경질 적으로 떨린다. 안좋은 버릇이 나왔다. 조급해지면 나도 모르게 나오는 버릇이다.
"어째서 우리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고개를 숙여 생각을 하고 있는 나 대신에 페첼이 질문을 했다.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물론, 대답은 친절하지 않았다. 자기는 정보를 주지않고 받아만 가겠다는 심산이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딱히 쉽게 말하는 정착 상태다. 대답을 할시 어떤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쉽게 대답할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침묵은 오래 가지 않았다. 게다가 침묵을 먼주 깬 사람은 푸른 눈의 엘프 였다.
"아무래도 제가 제대로 찾아 온것 같군요..."
역시 숨기기는 글렀다. 그녀는 이미 제 멋대로 확신을 한듯 했다. 우리는 그저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외의 말이었다.
"저는 여러분을 추궁하거나 처벌을 주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거래를 하러 온것이죠."
"거래라고?"
나는 고개를 살짝 들어서 바라보았다. 여전히 그녀는 호의적인 척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요. '거래' 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여러분의 목표를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여동생의 구출이 목적이겠죠."
무서울 정도로 정확하다. 하지만 더 이상 쉽사리 정보를 주고싶지않은 나는 일부러 침묵을 지켰다. 그녀는 그런 우리의 침묵을 개의치 않고 계속 말했다.
"고작 몇십년을 사는 여러분과는 다르게 우리는 몇 백년를 삽니다. 그래서 당연히 드래곤의 존재는 알고있었습니다. 그런 강대한 생물을 감시하는 것도 우리의 역할중 하나죠."
만나고 처음으로 녀석에게서 감정이 느껴지는 말 이었다. 열성적으로 마치 자랑스럽게 늘어 놓는 것이 자신의 종족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최근에 드래곤이 기이한 행동을 하더군요. 누구든 찾아오는대로 죽이던 녀석이 인간을 한명 데려가는 일이 생겼습니다. 게다가 마치 소문을 나는 것을 원하듯 나머지 일행들은 살려서 돌려보내더군요."
아마도 그중 한명인 머릭을 말하는 소리겠지. 게다가 소름돋는건 여관에서 드래곤과 대화한 걸로 추측해볼때 드래곤은 우리가 자신에게 도달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이런 변화는 저희에게도 그다지 반갑지 않습니다."
"어째서 반갑지 않다는 거지? 무슨 수상한 짓이라거 벌이나?"
내가 비꼬듯 말하자 엘프는 기분나쁜 웃음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강대한 생물의 숙명이라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드래곤이 날개짓만 해도 저희에게는 대사건이라서 말이죠... 그러니 이번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뿐입니다. 아시겠나요?"
지금까지와 다른 강압적인 말투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도 그거에 만족했는지 말을 이어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저희가 요구하는 것은 드래곤이 무슨 의도를 품고 이런 기이한 행동을 저지르는지 알아와 주셨으면 합니다."
"우리가 어째서 그런 목숨 아까운 짓을 해야하지?"
“지금 죽는 것 보다는 나을 텐데요?”
“이자식이!”
나는 녀석의 도를 넘는 무례함에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허리춤에 있는 검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그녀의 옆에 있던 두 명의 엘프가 한 발짝 앞으로 나와 가로막았다.
“데이먼!”
뒤에서 나를 제지하는 소리가 난다.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 뒤를 보니 페첼이 고개를 가로젖고 있었다.
“데이먼, 칼을 집어넣어.”
누실라 또한 침착한 목소리로 나를 진정 시켰다. 나는 분노로 떨리는 검을 간신히 억누르고 반쯤 뽑은 검을 칼집에 도로 집어 넣었다.
“젠장...!”
화가 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푸른 눈의 엘프도 그것을 아는지 표정변화 없이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비웃는 듯이 보여 더욱이 화가 났다.
내가 다시 자리에 앉는 것을 확인한 엘프는 손짓으로 자신의 호위로 보이는 두 명의 엘프를 다시 뒤로 보냈다.
"후후, 이 사태를 너무 가벼이 여기시는 것 같아 한번 위협을 한 것 뿐입니다. 진심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주시길..."
진심이 아니라고? 지랄하지마라, 너희의 눈만 봐도 알 수 있다. 저놈들은 우리를 벌래와 같은 하찮은 존재처럼 바라보고 있다. 놈들은 명분만 생긴다면 우리의 목숨 정도는 아무런 죄악검도 없이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죽이겠지.
나는 대답대신 녀석을 노려보았다. 아까와는 다른 진짜 살기를 담은 눈 이었다. 나의 기색을 눈치챈 누실라가 나대신 대답을 했다.
“또 다시 헛소리를 하면 우리도 이번에는 그냥 끝나지는 않을 거야.”
누실라는 점잖은 경고를 보냈다. 물론, 예의없는 저놈은 기분나쁘게 실실 웃어보일 뿐 이었다.
“저희의 제안을 수락만 하신다면 앞으로의 여정은 수월하게 진행 될 겁니다. 적어도 허무하게 도달하기 전에 전멸을 하는 웃지못할 일 만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엘프는 우리를 설득하듯이 말했지만 누실라는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필요 없어. 우리로도 충분해.”
"저희의 제안을 너무 경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한 것 보다 위험한 일은 아닐겁니다. 여러분은 드래곤의 초대를 받은 존재, 다짜고짜 죽이거나 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궁금하면 너희가 직접 물어면 되잖아? 왜 우리에게 고집하는 거지?"
페첼은 녀석들의 집요함에 짜증난다는 어투로 말했다.
"저희는 초대받지 않는 존재. 이미 몇차례 대화를 위해 찾아갔지만 문답무용으로 찢겨 죽임을 당할 뿐이었죠. 하지만 초대를 받은 여러분이라면... 분명 드래곤쪽이 먼저 대화를 시도할 것입니다."
미치겠군. 엘프의 이유 모를 확신 때문에 우리만 위험하게 됬다. 초대건 뭐건 결국 추측의 영역이지 않는가? 우리라고 안죽인다는 보장이 없다.
"다시 말하지만 거절이야. 괜한 기대는 하지말라고."
누실라도 나와 같이 생각했는지 단호하게 거절했다. 평소 표정이 다양한 누실라지만 지금은 어떠한 감정도 보이지 않는 차가운 얼굴이었다.
“괜찮습니까? 여러분들도 분명 느끼셨을 겁니다. 이번 여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요.”
“아직 여행 초반이야. 이 정도의 일은 우연으로...”
누실라는 여전히 차갑게 대답했지만 엘프는 갑자기 웃음을 터트린다.
“우연? 깔깔깔! 누실라님. 휴먼들 사이에 끼어 살면서 감도 느슨해 지신겁니까?”
푸른 눈의 엘프는 이번에야 말로 즐거운 듯 큰소리로 웃었다.
“깔깔깔깔! 고작 그 정도의 감각으로는 절대로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겁니다. 아니, 도착하는 것조차 버겁겠죠.”
“...너는 그 감이 있다는 소리야?”
나는 녀석의 웃음소리가 신경에 거슬려 짜증을 부리듯 말했다.
“감? 아니요, 저에게도 그 정도의 감각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대신 정보가 있죠.”
“정보?”
엘프는 우리를 도발하듯 얼굴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래요, 정보입니다. 제가 여러분을 찾은 것 또한 우연이라고 말할 생각입니까? 여러분들이 모르는 곳에서 세계는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지는...”
“드래곤 이라는 건가...?”
나는 고개를 돌려 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머릭이 혼자 중얼 거리고 있었다.
“정답입니다. 세상은 지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드래곤의 중심으로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저 드워프는 무언가 알고 있는 듯 보이는 군요. 아무것도 모르는 여러분 보다 낫다고 해야 할까요?”
“...그럼에도 우리의 대답은 달라지지 않아. 더 이상 할 말은 없으니 나가 줬으면 하는데?”
누실라는 그럼에도 단호히 말했다. 물론 우리도 그 뜻에는 변화는 없었다.
“후흣... 너무 성급하게 말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서로를 위한 거래입니다.”
엘프도 우리의 뜻에 변화가 없다는 걸 느꼈는지 자리에 일어나며 말했다.
“오늘은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시간은 아직 많습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 아참, 그리고 이번 사건과는 무죄라고 판단했으니 행동은 자유롭게 해주시면 됩니다.”
엘프는 그렇게 말하면서 옷을 가다듬은 뒤 문을 열고 나갔다. 폭풍과 같은 위협적인 녀석이 사라진 방안은 조용한 정적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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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첼은 심기가 불편한 목소리로 말했다.
“머릭, 당장 알고 있는 것을 전부 다 거짓없이 말해”
아니, 불편하다는 수준이 아니었다. 약간의 경계심 마저 품은 그런 목소리였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머릭을 의심하는 것 이었다.
푸른 눈의 엘프가 떠나고 우리는 머릭을 둘러쌓고 심문에 가까운 추궁을 하고 있었다.
“잠깐만 진정하게 자네들 지금 눈이 무섭네!”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우리에게 숨긴게 뭔지나 말해!”
누실라 또한 매섭게 쏘아 붙이고 있었다.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내가 나설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아...알겠네, 전부 말하지.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주게. 절대로 속이기 위해 숨긴 것은 아니네. 그저... 너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 것 뿐이야. 들으면 우리의 사정에 휘말릴 수도 있어.”
“그건 듣고나서 우리가 판단할 거야.”
누실라의 말에 기가 죽은 머릭은 체념한 듯 보였다.
“알았네... 지금 말하겠네... 하지만 미리 말하지만 이건 드워프에게는 아주 민감한 비밀일세. 누군가에게 발설하는 것이 금지된 사항이야. 그래서 저 엘프들이 알고 있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지."
머릭은 잠시 쩝쩝 입맛을 다시고는 고개를 들어 우리를 바라 보았다.
"일단 적당히 앉게나 이야기가 조금 길어질 수도 있네."
머릭은 일어서 있는 우리를 보고 앉으란 듯이 손짓을 했다. 당연히 거절할 이유는 없었기에 우리는 적당히 바닥에 앉았다.
그리고 머릭은 잠시 생각하듯 팔짱을 끼고 고개를 뒤로 젖쳤다.
"음...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까... 그래, 먼저 내 고향에 대해 말해주지."
"고향이라면 니다벨리르를 말하는 말하는 건가?"
머릭은 누실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니다벨리르라면 저번에 마차에서 어느정도 들었기에 조금은 알고 있다.
"내 고향 '니다벨리르'는 드워프의 나라지. 너희 인간들의 나라를 기준으로 동쪽으로 사나운 바다를 건너가면 있는 아주 추운 땅이네."
"추운곳이라고? 지금은 네 고향에 조금은 흥미가 생기는걸"
페첼이 재미없는 농담을 던졌다. 물론 말 그대로 재미는 분명히 없었기에 웃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머릭은 약간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
"직접가보면 생각이 바뀔걸세. 지금의 더위가 분명 그리워 질테지. 바꿔 말하면 이딴 더위가 그리울 정도로 더럽게 추운 곳이지."
머릭은 약간 추억에 잠긴듯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내 고향은 춥다네. 맨살에 바람이 닿으면 면도날에 베인듯 아프고 물에 닿으면 식인 물고기가 베어문듯 살이 떨어지지. 도저히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니야. 그래서 사람은 커녕 풀 한포기도 안보이지"
"그렇다면 어째서 그런곳에..."
그런 곳이라면 어째서 드워프들이 그곳에 정착한 것일까 나는 그런 당연한 호기심에 물어보았다.
"엘프 때문이야."
그러나 나의 질문에 대답한것은 머릭이 아닌 누실라였다. 그리고 머릭은 누실라의 대답에 정답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살아있는 역사 선생님 누실라 할머니다.
"정답일세. 우리 드워프도 처음에는 멀쩡한 땅에서 살았었지. 하지만 아주 먼 옛날 우리 드워프는 엘프와 전쟁을 했었고 그리고 패배했지. 몇 백년도 넘은 이야기지.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전쟁을 시작한 정확한 기록도 남아있지 않아."
머릭은 계속 담담히 이야기해 나갔다.
"전쟁에 패배한 우리는 광활하고 넓은 우리의 땅을 전부 엘프에게 빼앗기고 남은 드워프들은 엘프를 피해 바다건너 서쪽으로 도망쳤지. 그게 니다벨리르의 시초라네"
"하지만 그런 땅이면 오래 살지 못했을 텐데...?"
풀한포기 안날것 같은 아주 추운땅, 그런곳에 드워프들이 살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지 도저히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네. 그래서 그 땅에 처음 밣았을때 정말 많은 동지들이 죽어나갔지. 하지만 다행이도 우리 드워프가 다 죽기전에 한 위대한 자가 위대한 발명을 해냈지."
지금까지 힘이없고 우울한 눈빛을 하고있던 머릭의 눈빛이 점점 밣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뷜란트..."
나는 무심결에 전에 마차에서 들었던 한 사람의 이름을 중얼 거렸다. 그 이름을 들은 머릭은 나를 보며 말했다.
"잘 기억하고 있군 데이먼, 그래, 뷜란트! 위대한 자의 이름이지! 그분이 '태양'을 만들지 않았으면 우리 드워프는 차가운 눈의 무게에 버티지 못하고 땅에 묻혔을 것이야."
"잠깐, 설마 '태양'이라 불리는게 니다벨리르에 있다는 그 전설의 용광로야?"
나는 전에 머릭이 해준 이야기가 떠올라서 말했다. 머릭은 분명 용광로가 자신들의 삶을 지탱해 준다고 말해주었다. 머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는 그 저설의 용광로를 '태양'이라고 부르네. 전에 말했지 데이먼, 우리 니다벨리르에사는 태양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래서 우리 드워프는 '태양'을 만든걸세"
태양이 없으니 태양을 만든다. 아주 단순무식하게 들리는 소리다. 그런데 '뷜란테'라고 불리는 자는 그걸 해낸것이다.
"...대단하군"
이야기를 감상중이던 페첼이 조용히 감탄을 했다.
"그래, 대단하지. 태양이 없으면 태양을 만들면 된다니... 단순무식한 소리지만 그는 해낸것이야! 게다가 그가 많든 '태양'은 어설픈 모조품 따위가 아니었어! '태양'은 얼어붙은 산을 녹였고 땅속에 숨어있던 풀을 다시 자라게 해지. 그 뿐만이 아니였지 따스함을 모르고 추위와 굶주림과 싸우던 사나웠던 맹수들이 활기를 얻었지. 이게 '태양'이 아니면 무엇이겠나? 그 용광로는 우리에게 저 하늘에 있는 태양과 다를 것이 전혀 없는 존재가 되었지"
머릭은 마치 사랑스런 자식을 자랑하듯 침을 튀길 정도로 기쁘게 떠들었다.
하지만 내눈에 비친 머릭의 눈은 마치 지나간 추억을 말하는 노인내처럼 아련함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것도 이제 옛날 이야기지... 지금에 와서는 내 동지들의 '태양'은 그 빛을 점점 잃어가고 있네."
"..."
놀라운 소식이지만 '태양'의 위대함을 모르는 우리가 해줄수 있는 말은 없었다.
"지옥의 불보다 뜨거울것 같던 화로는 타다남은 장작처럼 변해 버렸지. 용광로에 기대어 살아가던 우리의 생활은 그 탓에 하나씩 멈추어 갔지. 그중 제일먼저 가동을 멈춘것은 대장간 이었어. 우리의 자랑이자 자부심인 대장간이 더이상은 광석을 녹일 열을 뿜지 못하는 것이야."
머릭은 잠시 지친듯 숨을 고르고는 마저 입을 열었다.
"대장간은... 다행이 대체할 수 있어. 전과 같은 모든지 녹이는 대장간은 아니지만... 철을 가공할 정도는 가능한지... 하지만 진짜 위허한 것은 생활이야. 태양의 열기가 내려갈 수록 니다벨리르는 다시 가혹한 겨울에 뒤덥히기 시작했지."
"원인은... 원인이 있을거 아니야. 원인이 뭐야?"
내 다듭한 질문을 머릭은 고개를 가로젖는 걸로 대답했다.
"원인이라... 정말 한심하게도 모르겠네. 우리 선조 뷜란트는 설계도를 남기지 않았거든."
"어째서 그런 짓을 한거지?"
"글쎄... 그건 나도 모르지. 하지만, 힌트는 있네. 그게 뭔지 알나?"
머릭은 바닥에 앉아있는 우리를 향해서 얼굴을 내밀었다. 약간 부담스러운 거리였다.
"그... 그게 뭔데"
"드래곤"
"뭐라고?"
나는 잘못 들었나 싶어서 다시 되물었다.
"드래곤이 힌트라네. 전설에 따르면 뷜란트는 드워프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드래곤의 지혜를 빌리러 갔었다고 적혀있지. 내가 오랜기간 동안 찾아낸 확실한 정보일세."
잘못 들은게 아니였다. 하지만 저 말이 사실이면 이상한 점이 하나 생긴다.
"그런데 머릭, 너는 이미 드래곤을 한번 만났잖아. 그런데 아직도 실마리를 못 찾은 거야?"
마침 누실라가 내가 묻고 싶었던 것을 물어보았다. 그러자 머릭이 부끄러운듯 조심히 말했다.
"...정말 아쉽게도 갑작스런 기습을 당해서 물어볼 타이밍을 못잡았네."
"토벌대랑 함께 갔는데 대화가 되겠냐..."
페첼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나도 같은 의견이다. 기습당하는건 당연하고 오히려 안죽은게 다행이다.
"크흠! 어쨋든 이번엔 그 반성점도 반영해서 토벌와 함께 안가고 자네들과 함께가는 걸세."
"그래, 그거 다행이네... 그런데 그런 이유면 혼자 가는게 더 좋은거 아니야?"
우리와 함께 가는것 보다 혼자가는게 더 빠르고 드래곤의 경계심도 줄어들 것이다. 적어도 드워프 하나 때문에 기습할 일은 없겠지.
그러나 머릭은 내 생각을 깨고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무슨 말을 하는겐가. 이 여행의 의미를 잊었나? 자네의 여동생에게는 나도 은혜를 입었네. 그것과 이것은 별개라네."
"머릭..."
누실라는 약간 감동한듯 말했다. 이자식 조금은 멋진말도 할 줄 알잖아.
"미리 말하지만 나는 메이를 구출하는데로 돌아갈거야."
물론 페첼이라고 분위기를 탈 줄 모르는 녀석도 있다.
"당연히 알고있네. 자네들은 이스메이를 구출하는 대로 원래 생활로 돌아가면 되네. 그 이후로 나는 내 일을 할 뿐이네. 선조 뷜란트 처럼... 드워프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드래곤에게 물어볼 걸세..."
마음 같아선 끝까지 같이 가고 싶다고 말하고 싶지만 기분과 현실은 별개다. 여동생을 안전히 돌려보내는 것도 내 할 일중 하나다.
"어쨋든 이게 전부일세. 숨겨서 미안하네. 절대 악의가 있어서 그런것은 아니였네..."
머릭은 미안한지 고개를 숙였다.
"아니, 네 말을 들으니 악의가 없었다는게 느껴져. 오히려 잠깐이라도 친구를 의심한 우리가 미안해."
나는 그런 머릭에게 위로의 말을 건냈다. 나 뿐만이 아니라 누실라와 페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정말 고맙군... 고마워..."
놀랍게도 그 머릭이 눈시울을 붏히는게 약간 감동을 했나 보다. 그는 약간 불거진 눈으로 조심히 말했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입조심 부탁하네. 만약 입단속을 제대로 안해서 소문이라도 났다가는... 모가지가 날라갈 걸세"
"뭘 들려주는 거냐고..."
감동적으로 끝날것 같던 머릭과의 소동은 뒷맛이 찝찝한 불편한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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