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도시(17)

길었던 모험가 생활 동안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마물을 뽑아보라면 역시 미노타우르스겠지.
응? 왜 웨어울프가 아니냐고? 하핫. 그런 질문을 하는 놈들은 꼭 미노타우르스를 만나적도 없는 햇병아리 같은 놈들이다.
물론 미노타우르스와 웨어울프가 1대1로 싸우면 웨어울프가 이기긴 하겠지. 하지만 이건 마물의 생태계를 잘 모르는 초보자들이나 하는 말이다.
미노타우르스의 진짜 무서운 점은 웨어울프와 비등한 전투력을 가진 놈들이 집단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태계 특징을 모르고 의뢰를 받아버린 우리는 정말로 말 그대로 개고생을 했다.
숲지기가 숲에 돌아다니는 미노타우르스 하나 때문에 일을 못한다는 의뢰였지. 당시의 우리는 초보자였지만 미노타우르스가 어떤 녀석인지는 당연히 알고 있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의뢰를 받았지 뭐야.
우리의 예상대로 미노타우르스는 쉽게 격퇴했지만 바로 한마리가 더 나왔지. 그리고 그 한마리를 잡기도 전에 두마리가 더 온거야. 그렇게 세마리... 네마리... 아니. 사실은 네 마리 부터는 숫자를 세지도 않고 꽁무니 빠지게 뒤도 안돌아 보고 도망쳤지.
하하하! 지금 생각하면 아주 걸작이지. 우리는 동료의 복수를 하려는 미노타우르스의 피해 며칠내내 숲속에 기어다니면서 숨어다녔다고. 녀석들이 웨어울프와는 다르게 후각이 나쁜거에 감사할 일이지.
그떄 한번 개고생을 한 이후로 나는 책임감을 느껴 마물에 대해 철저히 공부를 했지. 덕분에 다음부터는 이런 초보적인 실수는 하지 않았지.
개같은 추억이야.
거참. 이제와서 왜 이런 기억이 나는 거지? 이때의 개고생 기억해봤자 아무런 추억도 없는데 말이야. 어라? 설마 이런게 주마등 이라는 건가? 그렇군 기억이 났다 나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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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끝이다!"
검과같이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의 의식은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서야 잠시 잊고 있었던 죽음의 기운이 등뒤에서 느껴졌다.
피할 수 없다. 목걸이의 힘으로도 무리다.
젠장... 말존 아저씨가 말한게 이거였나? 목걸이의 힘을 과신을 해서 평소라면 엄두도 내지 않았을 위험에 덤벼버렸다.
나도 목걸이를 과신하여 바위에 깔려 죽었다는 기... 기롱? 그 사람 처럼 되는건가? 아니, 나는 아마도 기롱씨처럼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것 조차 되지 않겠지.
그저 더러운 골목에서 재수없게 괴한에게 죽은 가여운 사람 A 정도로 기억되겠지.
지금 후회해봤자 너무 늦었다. 지금은 그저 공격이 빗나가길 헛된 희망을 품는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나는 그렇게 각오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멈추세요!"
몇번인가 들은적있는 목소리가 골목에 울려퍼졌다. 그러자 멈추지 않을것 같았던 녀석의 발걸음이 촤르륵! 미끄러지는 소리와 함께 멈추었다.
나는 믿을 수 없는 이 상황을 보기 위해 한쪽눈만 살며서 떠서 앞을 보았다.
거기에는 딱 한번 보았던... 이 자식이 그렇게 찾던... 플라스크의 주인 데이나씨가 서 있었다.
"하핫! 동료가 죽을것 같으니까 행차하신 건가? 한참 찾았다고"
세드릭은 일이 잘풀린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웃었다. 데이나는 그와 대조되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진정하세요. 그자를 죽여봤자 좋을게 없습니다."
"자기 동료라고 감싸고 드는건가? 그런 거짓말은 소용없어."
"진정하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제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는 것도 손해는 아닐 겁니다."
데이나는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 손을넣었다.
"당신이 원하는 물건을 넘겨드리겠습니다. 대신에 그 자의 목숨은 눈감아 주시길 바랍니다."
"손해밖에 없는 거래잖아. 내가 지금 이 건방진 애송이를 죽이고 너도 죽여서 물건도 가져가면 끝이야."
세드릭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결코 허세가 아닌것이 느껴졌다.
가면의 기능인지 세드릭의 목소리가 아니었지만 어찌되었든 세드릭의 목소리다.
"그자를 죽이면 이걸 파괴하겠습니다. 그건 당신도 원치 않을 텐데요?"
그는 주머니에서 금화 한닢을 꺼내며 말했다.
응? 어마어마한 부자를 상대로 금화 한닢으로 협박을 해? 금화가 그정도의 가치가 있는 물건이었나? 아니면 나를 살릴 마음이 별로 없는 건가? 내 목숨은 금화 한닢 정도인가?
지금 당장 항의를 하고 싶었지만 상당한 피를 흘린탓에 소리칠 기력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바닥에 엎드린채 고개만 들어 눈으로 욕하기로 했다.
"뭐라고~? 어디서 같잖은 협박을..!"
세드릭은 오히려 화가난듯 내 등을 강하게 짓누르며 검을 더욱 가까이 붙였다. 강한 압박감이 느껴지자 부상당한 어깨에서도 피가 흘러 나왔다.
"으윽..!"
이힉! 무서워~! 젠장! 멍청한 데이나! 함부로 자극하지 말라고! 내 목숨이 달린 일이잖아! 이대로 확김에 죽으면 죽어서도 원망할 거라고!
"허세로 들리시나요...?"
데이나는 슬며시 웃으며 말한다. 그 미소는 체념에 가까운 미소였기에 알수 없는 섬뜩함이 느껴졌다.
"...쯧! 알았다. 물건만 받고 넘어가지. 단 물건이 확실했을때 이야기다."
세드릭은 그렇게 말하며 내 등에서 발을 치웠다.
뭐야? 이게 통한다고? 믿기지가 않는다. 이것이 금화의 한닢의 힘... 세계에서 손을 꼽는 부자라고 해도 금화 한닢의 가치는 똑같다는 것인가? 두려울 정도의 가치다... 금화 대단해.
"잘 생각하셨습니다. 물건을 가지고 돌아가야 의미가 있는것 아니겠습니까? 이 일을 벌린것도 전부 이것 때문일텐데..."
"헛소리는 그만하고 어서 물건을 보여봐라."
물건을 보이라고? 데이나의 손에 있는 저 금화가 거래의 물건이 아니었나?
데이나는 오른손에 들려있는 금화를 감추듯 주먹을 쥐고는 비어있는 왼손으로 골목의 벽을 만졌다.
파지직!
그러자 왼손에서 번개와 같은 불꽃이 튀었다. 예고없던 강렬한 빛에 눈이 부셔 눈을 잠시 감아 버렸다.
"어떄요? 이걸로 증명이 되었나요?"
데이나의 말이 다시 들리자 나는 서서히 눈을 떳다.
뭐야 저게... 말도 안돼...
불꽃이 튀었던 자리의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고 하얀 연기 사이에 보이는 벽돌은 노란색의 눈부시는 황금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는... 돌을 황금으로 바꾼 것 이었다.
"확실하군... 황금의 연금식을 그런 방식으로 숨겨 놓았을 줄이야. 황금속에 황금을 숨긴다라... 그 멍청이가 좋아할 만한 발상이야."
'황금의 연금식'이라는 말을 듣자 누실라의 말이 스쳐지나간다. 돌을 황금으로 만들듯 어떤 것이든 황금으로 만을어 준다는 그 전설의 연금식이 저거라는 거야?
"멍청이? 입 조심을 하시죠. 만약 내 스승을 한번이라도 더 모욕을 하면..."
데이나의 표정이 차갑게 변하며 금화를 강하게 쥐었다.
"하하하! 농담이야 농담. 뭘 그렇게 정색을 해?"
세드릭은 즐거운듯 웃으며 사과했지만 그의 웃음속에 섞여있는 비웃음까지는 숨길 수 없었다. 그것은 데이나도 느끼고 있었는지 눈가를 찌푸렸지만 별 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살 떨려죽겠군. 내 목숨이 저놈 둘에 달렸다고 생각하니 행동 하나하나에 움츠러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교환을 할 거지? 설마 나를 믿고 먼저 줄 생각인가?"
세드릭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조롱하는 듯 보였다. 자신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보였다.
"이걸 여기에 두겠습니다. 데이먼씨는 그자리에 두시고 서로 자리를 교환합시다."
뭐라고? 재정신인가? 세드릭은 부러졌다 한들 검을 들고있다. 게다가 예상 이상의 실력조차 겸비한 자다. 그런자를 상대로 이 좁은 골목을 지나치겠다는 건가?
"좋아. 마음에 드는군. 지금 그리로 가지..."
세드릭 저 자식... 목소리는 차분햇지만 마치 사냥감을 눈앞에 둔 짐승 같은 눈빛으 하고 있었다. 서로가 가까워지는 순간 그는 분명 데이나를 벨 것이다.
"좋습니다. 저도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데이나! 이건...!"
퍼억!
"으윽...!"
세드릭 이자식! 지나가는척 내 턱을 발로 차고 갔다! 눈물이 살짝 날정도로 아팠지만 앞을보니 데이나는 나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말라는 듯한 시선이었다.
한걸음... 두걸음... 둘사이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진다. 세드릭은 들고있는 검을 쥐었다 폈다하며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위협감을 내뿜었다.
그리고 둘의 거리가 다섯걸음쯤 남았을때 데이나가 멈춰선다. 데이나가 갑자기 멈춰서자 세드릭도 경계하듯 걸음을 멈춘다.
"뭐하는 짓이지? 이제와서 겁이나나?"
"겁이야 당연히 나죠. 제가 거기로 걸어가면 그 부러진 검으로 저를 벨 생각이지 않습니까?"
"글쎄... 그거야 모르는 거지. 걱정하지 말라고. 베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퍽이나 믿겠다. 영락없는 악당의 대사 아니냐?
"하하... 거참. 그걸 믿을 만큼 순진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세드릭씨? 여기가 어딘줄은 알고서 그렇게 기세 등등하시는 겁니까?"
"...나는 세드릭이 아니야."
아직도 저런 소리인가? 너는 세드릭이야. 이제 누구도 너의 말은 믿지 않는다고.
세드릭은 데이나의 말에 경계하듯 몸을 움츠렸고 세드릭은 오른팔을 들어올려 오른쪽 벽을 손으로 짚는다.
"여기는 저의 공방 바로 앞입니다. 당신 같은 사람을 대비해서 함정하나 설치하지 않았을것 같나요!"
"이자식!!"
데이나의 오른손에 닿은 벽에서 번개가 일어나고 번개는 벽을 타고 위로 올라간다. 그와 동시에 세드릭은 데이나를 향해 달렸다.
쿠르르릉!
하늘위에서 불길한 소리가 울리고 세드릭과 데이나의 거리는 어느새 검을 휘두르면 닿을 정도로 가까워 졌다.
"흐읍!"
세드릭은 역시나 검을 휘둘렀다. 이 기회에 확실하게 죽이고 싶었는지 그의 검은 데이나의 목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어림없습니다!"
그러나 데이나는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몸을 웅크려 검을 피하고는 곧바로 스프링이 튕겨나가듯 앞으로 몸을 달렸다.
"치앗!"
데이나는 앞으로 슬라이딩을 하여 세드릭을 통과해 지나갔고 세드릭은 곧바로 데이나의 추격을 포기하고 금화가 놓여져 있는 곳을 향해 곧바로 달렸다.
어째서 저런 선택을 하나 했더니 금화가 놓여져 있는곳 위로 건물이 무너져 돌 무더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세드릭은 저 금화가 목숨보다 소중한지 손을 길게 뻗으며 달렸다.
쿠광콰쾅!
"으윽...!"
흙먼지가 골목을 덮었고 그탓에 나의 눈은 자동으로 감긴다.
"데이먼씨? 괜찮나요? 아직 더 버틸 수 있겠어요? 일단 여기를 벗어납시다."
"자... 잠깐...!"
데이나는 나의 말을 무시하고 단번에 나를 들어서 어깨에 들쳐멨다.
"으으..."
그가 나를 업어 들자 갑자기 머리가 핑 도는 듯한 느낌이 난다. 아무래도 피를 너무 많이 흘렸나 보다.
나는 데이나의 어깨에 메달린채 의식이 점점 흐려졌고 이윽고 의식은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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