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마녀는 거짓이야-1
돈: 이놈의 숲은 끝이 없구나.
돈키호테와 산초와 로시난테는 죽음의 산맥을 향해 며칠째 숲길을 걷고 있다.
로시난테가 왈왈거리며 답한다.
산: 궁금해서 그런데 할아범도 기사에게 정식 기사 임명을 받았나요?
돈: 물론이지. 중세검술 연구소라는 동영상 채널을 운영하는 침착한 암살자에게 댓글로
임명을 간청하니까 바로 답글을 달아주더구나.
산: 그렇군요...
숲에서 긁힌 상처가 많고 신발이 한 짝뿐인 흑발이 짙은 여인이 불쑥 나타났다.
산: 깜짝이야. 요새 자꾸 뭐가 튀어나오냐.
여인: 살려주세요. 산적들이 절 쫓고 있어요.
돈: 걱정을 마시오. 이 돈키호테가 지켜드리리다.
장정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더니 돈키호테 일행을 감쌌다.
돈: (검을 빼들며)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덤비거라 산적들아.
산적1: 우리는 산적이 아니니 영웅 행세는 그만하고 비키시오.
당신들이 지키고 있는 자는 마녀요.
돈: 이 아리따운 여인이 마녀란 말이라면 증명할 수 있겠는가.
덤으로 자네들이 산적이 아닌 것도 증명할 수 있으면 좋겠네만.
1 : 우린 마을 주민이오. 그녀가 혼자 사는 집에서 마물로 주술을 행한 흔적들이 발견되었소.
마녀: 거짓말이에요. 저는 그런 적 한 적 없어요.
산: 그럼 그 마녀의 집으로 우릴 안내해 줄 수 있겠어요?
1 : 그녀를 포박한 채라면 기꺼이 해드리리다.
마: 속지 마세요. 함정으로 끌고 갈 생각인 거에요.
돈: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기꺼이 들어가리다.
2 : 네가 신지 못한 신발 한 짝이 남아있을 거다. 안 그래?
마:(잠시 침묵하곤) 그건 주술이 아니라 연구였어요. 마물을 연구하면 그것들을 물리칠 수 있어요.
산: 왜 거짓말을 하셨죠?
마: 무서웠어요. 제 말을 믿지 않을까.
2 : 너희들이 잔뜩 해부된 마물 시체들과 연금술 솥단지를 보면 우리가 옳았다는 걸 알게
되겠지.
3 : 사람으로 보이는 시체도 있었다고. 내가 봤다니까.
마: 제발 믿어주세요. 사람을 건든 적은 없어요.
1 : 집어치워. 내 아들이 사라졌다고. 내 아들뿐이야, 마을의 사람들이 자꾸 사라졌잖아.
마: 이런 혼란스러운 세상에 사람이 마물에게 잡아먹히는 게 그렇게 이상한가요?
받아들이지 못하겠지만 당신 아들도, 제 가족도 잡아먹힌 거라구요.
아들을 잃은 거구의 중년은 시끄럽다며 마녀라 불리는 여인에게 도끼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산초가 몸으로 여인을 가로막고 있었기에 중년은 산초에게 달려드는 꼴이었다.
그의 공격은 칼날에 충분히 마력이 담긴 강력한 공격이었으나 반격을 상정하지 않은 무방비한 공격이었다. 산초는 손에 쥔 지팡이로 가볍게 그를 제압할 수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산초는 공격을 피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공격을 피하면 뒤에 있는 여인이 위험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는 누구의 말이 옳은지 혼란스러웠고 둘 중 하나를 믿는 것이 두려웠다. 그는 반격하지도 않고, 피하지도 않고 선택을 포기했다. 그때 돈키호테가 달려들어 도끼를 막아냈다. 돈키호테의 검에서 인챈트 문구가 선명하게 빛나고 있다.
돈: 산초, 위기 상황에서 한눈팔고 있는 건가. 정신 차리게나.
산: (걱정하는 티를 내기 싫어서 쏘는 말투로) 방금 죽을 뻔한 건 알고 계세요? 인챈트에 실패했으면 그대로 검이 두 동강 났을 거라고요.
돈: (이어지는 공격을 막아내면서) 이리도 멋지게 성공하지 않았는가. 위기에 강한 자만이 칭송받는 기사가 될 자격이 있는 법이야.
주의를 둘러싼 장정들이 서서히 거리를 좁혀오고 있다. 산초와 로시난테는 그들을 위협하며 대치하고 있다. 말이 대치고 중과부적이었지 돈키호테 일행은 서서히 밀리고 있었다. 이제 막 무기에 마나를 담을 줄 안 돈키호테는 도끼로 무장한 사내에게 밀리고 있다. 로시난테는 날아오는 화살로부터 여인을 지켜야 했기에 옴짝달싹 못 하고 으르렁 대면서 다가오는 적을 위협할 뿐이었다. 이 대면을 타파해줄 마법사는 아직도 선택하지 못하고 화염으로 견제만 하고 있다. 내가 마녀를 풀어주면 어떡하지, 내가 무고한 이를 죽게 놔두면 어쩌지. 산초가 머뭇거리는 틈에 묵직한 도끼날이 돈키호테의 투구에 적중했다. 투구는 찌그러져 허공으로 날아가고 그는 풀썩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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