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이세계에서 온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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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t1e
작품등록일 :
2024.10.01 10:12
최근연재일 :
2024.11.19 12:3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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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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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848

작성
24.10.1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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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우리는 생각보다 합이 잘 맞는다

DUMMY

율리의 다음에 오면 극진히 대접하겠다는 인사말을 뒤로하고 돈키호테 일행은 날이 밝자마자 다시 여행에 나섰다. 평소와 다른 점이라면 가방에는 그녀가 싸준 각종 약으로 가득했고, 돈키호테의 투구는 일전의 일격에 잔뜩 찌그러진 상태다. 돈키호테는 심심할 때마다 경례하듯 투구의 안면 가리개를 올렸다 내렸다 했는데 경첩 부분이 고장이나 더는 그러지 못했다. 그는 더는 그 삐그덕삐그덕하는 쇳소리를 듣지 못해 아쉽다. “이게 소독제고 저게 상처 아무는 약이니까 이마의 상처에 매일 바르세요. 넉넉하게 챙겼으니까 하게베 씨도 다치면 바로바로 쓰세요.” 떠나는 순간에 자신들을 걱정해준 여인을 생각하니 돈키호테는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돈: 약을 매일 바르고, 붕대도 갈아야 한다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군. 포션 같은 건 없나, 산초?

산: 뭔진 모르겠지만 없을걸요.

돈: 그 있잖나. 유리병이 담긴 빨간 색 액체인데 마시기만 해도 상처가 낫는 거 말이네.

산: 그런 게 있겠어요? 만병통치약이란 게 있으면 좋겠네요. 이 고생 안 해도 되고.

돈: (아쉬워하며) 마법도 있는데 포션 하나가 없나.

산: 마법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평범해요.

돈: 이상하다마다. 자연법칙을 위반하고 있잖은가.

산: 공을 던지면 날아가고,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마나로 공기를 불태우고. 새가 하늘을 나는 게 더 신기하죠.

돈: 새가 나는 이유는 양력 덕분이지.

산: 양력이 뭔가요?

돈: (고민하다가) 하여튼 그런 게 있네. 우리 세계에선 양력으로 쇳덩이가 하늘을 날았어.

산: 그쪽 세계가 더 이상하지 않나요?

돈키호테가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찰나에 로시난테가 정면을 향해 짖기 시작했다. 길 앞에 멀리에 검은색 무언가가 보이는데 다들 그것이 마물임을 감지했다. 검은색 점은 점점 가까워지며 곰의 형체로 드러난다. 곰은 화가 난 모양인지 곧장 달려들었다. 돈키호테는 저놈이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그리즐리베어보다 크다고 확신했다. 돈키호테는 자신도 달려가고 싶었지만, 산초가 싸울 때는 마법사의 사선에 있으면 위험하다고 했기에, 꾹 참고서 짐가방을 벗어 던지고 빛나는 검을 비스듬하게 쥐어 자세를 잡았다. 산초는 선봉의 뒤에서 화염구를 날렸는데 곰 가죽이 두꺼워 가벼운 피해였지만 돌격을 저지하기엔 충분한 위력이었다. 두 번째 마법까지 맞은 곰은 돈키호테를 앞에 두고 속도를 잃고 느려졌다. 돈키호테는 이때다 싶어 곰에게 달려들었다. 곰은 오른발로 반격했으나 그는 적의 공격을 가볍게 검날로 흘리고 그대로 손잡이로 곰의 미간을 찍었다. 곰은 한발 물러섰다. 물러서며 불길을 또 뒤집어쓴 마물은 상대가 강적이라고 인정해야 했다. 곰은 자세를 가다듬고 화염구를 가볍게 피했다. 그런데 그것의 시야에 기사와 마법사만 보인다. 분명 적은 셋이었는데. 목에 격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로시난테가 어느샌가 올라타 목 뒤를 문 것이다. 질긴 가죽도 그녀의 송곳니에 피를 뿜으며 뚫리고 말았다. 곰은 돈키호테를 앞에 두고 오른팔로 그녀를 때어내려는 실수를 범했다. 적의 우익이 무너진 것을 확인한 장군은 아군의 좌익에 돌격명령을 내린다. 돈키호테는 쏜살같이 왼쪽으로 뛰어들어 적의 목을 찌르고 빠진다. 목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데도 마물은 발버둥을 친다. 그러나 이미 승기는 기울었다. 로시난테는 더욱 강하게 목을 물었고, 산초는 선봉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뒤로 물러나 마법을 갈겨댔다. 그렇게 적은 도망가지도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산: (환호하며) 이 커다란 놈은 우리가 잡았어요.

돈: 그것도 아주 손쉽게 말이야. 가장 큰 공적을 세운 우리 막내야 이리 오렴.

돈키호테는 로시난테를 안아주려다 그녀가 피범벅이 된 것을 보고 참았다.

돈: (곰의 사체를 발로 툭툭 치며) 근데 이건 어떻게 처리할 건가?

산: 가죽이랑 발톱만 벗겨 가야죠.

돈: 고기는 다 버리고? 배에라도 채워 가세나. 곰 발바닥이 그렇게 미식이라던데.

산: 향신료도 없는데 누린내가 엄청날걸요.

돈키호테는 곰고기를 먹어보고 싶어서 떼를 쓴다.

산: 그럼, 가죽은 벗겨놓을 테니까 로시난테를 씻기는 동안 요리를 해주세요.

바닥이 비치는 얕은 개울물은 로시난테를 빠느라 핏물이 번진다. 빨간색이던 그녀는 다시 원래의 황금빛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몸을 털자 물이 사방에 튀었다.

산: (털을 손으로 빗으며) 큰놈은 손질하는 것도 일이야. 다 씻었으니까 얼른 밥 먹으러 가자.

돈키호테가 휘적이는 냄비 안에는 얇게 썬 고기와 귀리와 정체를 모를 풀이 볶아지고 있다.

처음 요리하려던 곰 발바닥은 돈키호테가 손질을 시도하다 포기해서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돈: 산초, 내 역작이 완성됐네. 산해진미로 요리할 때보다도 수준이 높은 요리야.

돈: (고기볶음을 크게 떠 그릇에 담아주며) 산에 나물이 천지더라고. 좀 캐서 넣어봤네.

산초는 곰고기와 뭔지 모를 풀이 엉켜서 내는 향에 비위가 상했다. 하지만 그는 배가 너무 고팠다. 그는 풀을 옆으로 치우고 고기만 건지려다 돈키호테의 시선이 찔려서 크게 한 숟갈을 퍼서 입에 넣었다. 걱정과 다르게 맛은 평범하게 맛없었다. 반응을 기다리는 사내 앞에서 먹을만하다고 거짓말할 수 있을 정도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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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돈키호테에게 바치는 시(完) 24.11.19 3 0 6쪽
40 7인의 모험가 24.11.18 4 0 13쪽
39 합류 24.11.15 5 0 7쪽
38 광장 24.11.14 5 0 4쪽
37 드래곤-2 24.11.13 4 0 5쪽
36 드래곤-1 24.11.12 6 0 5쪽
35 그린나이트 24.11.11 4 0 5쪽
34 위스키 24.11.08 4 0 5쪽
33 셋째 날 24.11.07 4 0 5쪽
32 둘째 날 24.11.06 6 0 8쪽
31 첫째 날 24.11.05 5 0 5쪽
30 소집령 24.11.04 4 0 4쪽
29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24.11.01 4 0 6쪽
28 갈림길 24.10.31 4 0 6쪽
27 전리품 24.10.30 4 0 5쪽
26 산적 24.10.30 5 0 6쪽
25 넙치 24.10.30 3 0 5쪽
24 외눈박이 24.10.30 4 0 5쪽
23 돌격 24.10.29 3 0 6쪽
22 너는 껍질이 약해 24.10.28 6 0 5쪽
21 나병 24.10.25 4 0 5쪽
20 악당의 사연 24.10.24 6 0 5쪽
19 경계인-2 24.10.23 6 0 5쪽
18 경계인-1 24.10.22 8 0 5쪽
17 황금투구를 쓴 돈키호테-2 24.10.21 6 0 4쪽
16 황금투구를 쓴 돈키호테-1 24.10.18 6 0 5쪽
» 우리는 생각보다 합이 잘 맞는다 24.10.17 6 0 6쪽
14 마녀 오두막 24.10.16 6 0 5쪽
13 그 마녀는 거짓이야-2 24.10.15 7 0 4쪽
12 그 마녀는 거짓이야-1 24.10.14 7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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