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이세계에서 온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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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t1e
작품등록일 :
2024.10.01 10:12
최근연재일 :
2024.11.19 12:3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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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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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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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투구를 쓴 돈키호테-1

DUMMY


삼, 사층 높이의 붉은 벽돌집들이 즐비한 도시에 도착한 로시난테는 삐져있다. 어찌나 토라졌는지 돈키호테가 다가가기만 해도 으르렁댔다. 사건의 발단은 도시를 향해 걸어오던 중에 발생했다. 곰과의 전투에서 전리품을 잔뜩 얻어낸 돈키호테는 승리를 만끽하고 있었다. 오늘도 기사로서 백성을 괴롭히는 간악한 무리를 토벌했구나. 그렇게 산뜻하게 길을 걷던 돈키호테는 갑자기 기분이 착잡했다. 기사란 무엇인가? 빛나는 갑옷을 입고, 말을 탄 채로, 용맹하고 신속하게 적에게 돌진하는 자를 이르는 말이 아니겠는가. 말이란 콧김을 내뿜으며 네다리로 초원을 질주하는 기사의 단짝인데. 그런데 짐가방을 매고 보병처럼 걷는 꼬락서니라니. 자신의 무용담에 어울리지 않는 처지였다.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던 중 로시난테가 눈에 밟혔다. 네발 달린 빠른 포유류면 말인 셈 쳐도 되겠다 싶었다. 그는 로시난테에 등에 올라탔다. 말에 비해 한참 작은 늑대개에게 올라타니 다리가 땅에 닿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그녀는 그가 무거웠지만, 또 노인네가 헛짓하고 있구나 하고 참았다. 그런데 그는 만족할 줄을 모르고 그녀의 귀를 잡아당기며 달리라고 명령했다. 이건 아니었다. 그녀는 말과 인간의 우정이 다르고, 개와 사람의 우정이 다르다는 지론이었다. 말이 인간을 태우고 함께 달리는 것이 그들의 인연이라면 자신은 빠른 발과 예민한 코로 인간 무리의 정찰병이 되고 싶었다. 그녀는 자신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참지 못하고 몸을 흔들어 그를 날려 버린 것이다.


돈: 로시난테야, 다시는 안 그럴 테니까 그만 화 풀 거라. 생각해보면 나랑 산초도 등짐 매고 걷는데 너만 룰루랄라 맨몸으로 다니는 건 불공평하잖니.

산: 그렇다고 할아범이 올라타면 안 되죠. 얘는 제가 뭐 사 먹이고 화 풀게 할 테니까, 할아범은 대장간에 들러서 투구나 수리하세요.

돈: 알았네.

그는 물어물어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지나 대장간으로 향하고 있는데 노점상 상인이 말을 걸었다.

상인은 로브로 얼굴을 푹 눌러 쓴 채로 앉아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노점은 보따리 위에 놓인 잡동사니가 전부였다.

상인: (중성적인 목소리로) 어딜 그리 급하게 가십니까. 투구라도 고치러 가나 봅니다.

돈: (깜짝 놀라며 검집에 손을 가져다 대며) 어떻게 아셨소? 나를 미행한 것인가?

상: 다 아는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망가진 투구를 들고 대장간 거리를 향해 걷는 시민은 목적이 있지 않겠습니까.

돈: (긴장을 풀며) 무게 잡고 말하지 마시오. 나 같은 선량한 사람이 오해하잖소.

상: 미안합니다. 하지만 손님이 원하는 걸 제가 더 싸고 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지 몹니까. 우리 상품들 가운데에 놓인 이 황금 투구 어떻습니까?

투구는 황금으로 된 럭비공을 세워서 가로로 자르고 공작의 깃털을 꽂은 거처럼 생겼다. 그 화려한 모습이 돈키호테의 마음에 쏙 들지만 비싸 보였다.

돈: 나는 전사요. 그런 화려하기만 하고 비싼 장비는 사양하겠소.

상: 비싼 물건은 아닙니다. 철에 금색 합금을 도금하고, 닭털을 염색해서 꽂은 것이니.

돈: 아니, 모조품을 나에게 팔려는 것이오? 가만 보니 인챈트 된 글도 읽지 못하는 엉터리 글자이고만.

상: 이건 엉터리 글이 아니고 고귀하신 용의 문자입니다. 이 투구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시렵니까?

돈: 이것이 진정 용언이란 말이오?

상: 신께 걸고 맹세하겠습니다.

돈: 사겠다는 말은 아니지만 말해주시오.

상: 옛날옛적에 용 한 마리가 살았다. 강하지만 오만한 용들은 원래 인간에게 관심이 없는 생물이지만 이 검은 용은 달랐습니다. 인간에게 호기심을 느낀 용은 인간 세상에 다가가서 말을 걸었죠. 겁많은 인간들은 검은 용을 두려워했지만 이내 친해졌습니다. 용은 마법으로 인간을 도왔고, 인간은 용에게 맛있는 밥을 해줬습니다. 서로의 말동무도 되어주었습니다, 어쩌면 고독하게 삶에 싫증 난 돌연변이 용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사람들의 표정이 어두웠는데, 이유를 물어보니 왕이 마왕을 봉인하러 가는 군대를 모집하기 위해 세금을 올렸다는 것입니다. 물론 올린 세금의 반 정도는 다른 용도로 쓰일 겁니다.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 터였습니다. 사람들은 강대한 용에게 마왕을 물리쳐달라고 애원했습니다. 하지만 용은 마왕을 물리칠 수 없습니다. 그건 마왕과 인간 사이에 꼬인 운명이기에 용이 간섭할 수 없기 때문이고, 물리친다 한들 부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 상황을 눈뜨고 지켜볼 수 없던 똑똑하고 상냥한 용은 악순환을 끊을 방법을 연구하고 연구해서 이 황금투구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유물로 말할 것 같으면 어느 투구 튼튼하고, 신체 능력도 향상되고, 무엇보다 이걸 쓰고 마왕의 묘비를 부수면 그것의 윤회를 끊고 무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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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돈키호테에게 바치는 시(完) 24.11.19 3 0 6쪽
40 7인의 모험가 24.11.18 4 0 13쪽
39 합류 24.11.15 5 0 7쪽
38 광장 24.11.14 5 0 4쪽
37 드래곤-2 24.11.13 4 0 5쪽
36 드래곤-1 24.11.12 6 0 5쪽
35 그린나이트 24.11.11 4 0 5쪽
34 위스키 24.11.08 4 0 5쪽
33 셋째 날 24.11.07 5 0 5쪽
32 둘째 날 24.11.06 6 0 8쪽
31 첫째 날 24.11.05 5 0 5쪽
30 소집령 24.11.04 4 0 4쪽
29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24.11.01 4 0 6쪽
28 갈림길 24.10.31 4 0 6쪽
27 전리품 24.10.30 5 0 5쪽
26 산적 24.10.30 5 0 6쪽
25 넙치 24.10.30 4 0 5쪽
24 외눈박이 24.10.30 5 0 5쪽
23 돌격 24.10.29 3 0 6쪽
22 너는 껍질이 약해 24.10.28 6 0 5쪽
21 나병 24.10.25 4 0 5쪽
20 악당의 사연 24.10.24 6 0 5쪽
19 경계인-2 24.10.23 6 0 5쪽
18 경계인-1 24.10.22 8 0 5쪽
17 황금투구를 쓴 돈키호테-2 24.10.21 6 0 4쪽
» 황금투구를 쓴 돈키호테-1 24.10.18 7 0 5쪽
15 우리는 생각보다 합이 잘 맞는다 24.10.17 6 0 6쪽
14 마녀 오두막 24.10.16 7 0 5쪽
13 그 마녀는 거짓이야-2 24.10.15 7 0 4쪽
12 그 마녀는 거짓이야-1 24.10.14 7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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