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이세계에서 온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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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t1e
작품등록일 :
2024.10.01 10:12
최근연재일 :
2024.11.1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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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3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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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DUMMY

돈키호테 일행은 무사히 다음 도시에 도착했다. 도시 뒤로는 산맥이 병풍처럼 늘어져 있고, 앞으로는 넓은 평야에 밭들이 펼쳐져 있다. 산이 개울에게 허락해준 좁은 골짜기를 지키는 것이 이 도시의 역할인 듯했다. 다만 수확이 끝나 헐벗은 밭들이 쓸쓸하게 느껴졌다. 포로 다섯 중 하나만 죽었다. 상태가 안 좋아 죽을 거 같던 복부를 다친 산적은 살았고, 살 거 같던 어깨를 다친 산적은 도망치려다 절벽에 떨어져 죽었다. 피범벅이었던 돈키호테 일행이 산적으로 몰리는 불상사도 있었지만 금방 오해가 풀렸다. 부두목이란 놈에게 걸린 현상금도 꽤 되는 것 같았다. 그들은 포로와 전리품을 도시 수비대에게 넘기고 두둑한 포상금을 받았다. 산적들에게 노획한 갑옷 중에는 도시 수비대의 것과 똑같이 생긴 것들도 있다. 그들 대장이 전투 장소로 안내해 줄 수 있냐고 요청해서 토비는 꾀병쟁이에게 일을 넘겼다. 돈키호테 일행은 개울가에서 씻고 있다. 날은 좋으나 물은 차갑다. 피범벅이 된 옷을 빨래하고 몸도 씻으랴 죽을 맛이었다. 그들은 그리고 나서 벽난로를 쬐었다.

몸이 따듯해지니 의기소침해 있던 돈키호테도 어느 정도 진정되어 평소의 광인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포상금으로 양말을 여러 켤레 사고, 두꺼운 양모 침낭을 사는 등 월동을 준비했다.


돈키호테 일행은 고풍스러운 석조 성 앞에 서 있다. 지평선 너머로는 죽음의 산맥이 우뚝 솟아있다. 뾰족한 산 정상에는 만년설이 쌓여있다. 아니면 눈이 좀 일찍 내렸거나. 돈키호테는 알프스산맥을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둘시네아 공주님과 함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여정의 목적지가 눈에 보이는 감격스러운 상황에 산초와 돈키호테는 싸우고 있다. 돈키호테는 날도 저물어가는데 성에 들러 잠을 잘 장소를 청하는 게 어떻겠냐고 주장한다. 산초는 성주에게 민폐일 수 있으니 평소처럼 숙영하자고 주장한다. 돈키호테는 자신이 명예를 모르겠냐며 나그네가 머물 곳을 요청하는 것이 예절에 어긋나는 행동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산초는 아직 해가 지려면 좀 남았는데 벌써 쉬려고 하느냐, 자신은 이 탐험대가 나태해질까 걱정돼서 그렇다고 말한다. 아까 누가 봐도 직진해야 할 갈림길에서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을 들먹이며 왼쪽으로 가자고 한 사람이 누구였냐며 토비가 반박했다. 산초는 하여튼 이 성의 성주의 성질이 고약할 것이라며 거부했다. 돈키호테는 이런 멋진 성의 성주가 나쁜 사람 일리가 없다며 산초를 끌고 들어가려 했다. 산초는 버텼고 그렇게 유치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성 앞이 소란스러운 것을 깨달은 하인이 성문을 열고 나와 물었다. 돈키호테는 잽싸게 마왕을 잡으러 가는 기사들을 위해 잘 곳을 내어줄 수 있냐고 물었다. 하인은 물론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주인은 모험가들을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산초는 어쩔 수 없이 하인을 따라 성으로 따라 들어갔다. 해자가 파진 다각형의 외벽을 지나 내부로 들어가니 너른 잔디밭에, 왼편 끝 모서리에 외성과 이어진 내성이 웅장하다. 내성은 불규칙하게 놓인 뾰족한 첨탑 덕분에 돌로 지어진 투박함에도 화려하게 느껴졌다. 하인은 그들을 응접실로 안내하곤 주인을 모셔왔다. 산초는 그 와중에도 로브를 푹 눌러쓰곤 고개를 비스듬하게 돌리고 있다.

어서 모자를 벗고 예의를 차리라는 돈키호테의 말에도 묵묵부답이다.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우리 어디서 보지 않았습니까?”라는 영주의 질문에 산초를 모른다고 이상한 목소리로 답했다.

돈키호테는 토비는 갈림길부터의 산초의 행동에 사실 돈키호테는 멀쩡하고 그가 피해망상증이 있는 것인가 의심했다. 그러다 요전에 왕족들이 다 처형당한 원래 세계에 유일하게 남겨진 공주, 둘시네아에 대한 시를 읊던 돈키호테가 떠올랐다. 최소한 그는 이상한 사람이 맞아. 토비는 돈키호테가 손이 품고 있는 번쩍이는 황금투구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지금 눈앞에서 세네프를 대접하는 귀족 앞에서 그 시를 노래하지 않길 바라면서. 영주는 얼굴에 대각선으로 큰 흉터가 나 있다. 그가 토비의 애꾸눈을 전장에서 얻은 훈장으로 오해했는데 토비는 정정하기 귀찮아서 고개만 끄덕였다. 그것이 그를 옛날이야기로 이끌 줄도 모른 채 말이다. 그는 자신이 참여했던 십여 년 전에 있었던 2차 마왕 토벌대 이야기를 시작했다. 차가 차갑게 식도록 지루한 전쟁기가 이어졌는데 이야기의 후일담에서 의외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대가 전멸하고, 자신도 얼굴의 큰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때에 어린 딸이 생각났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전우이자 친우인 마법사에게 “우리 살아 돌아가면 네 아들, 내 딸 서로 결혼시키자”라고 말했다.

그는 패잔병을 수습해서 죽음의 산맥에서 무사히 퇴각해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두 집안 자식은 무사히 커서 약혼을 했다. “그런데 사위 될 놈이 마왕 원정대에 지원하겠다고 난릴 치는 게 아니겠소. 그러다 말도 없이 사라지기까지 하고. 내 과거가 떠올라 모험가들에게 친절한 거랑 가족이 모험을 떠나는 건 다른 문제잖소.” 그는 자신의 손가락으로 흉터를 가리키며 말한다. “우리 가문과 지벤 가문은 이미 세상을 위한 값을 치렀습니다.” 돈키호테와 토비는 혹시나 하며 산초를 흘겨봤다. 아무래도 산초의 이상행동의 원인을 찾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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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돈키호테에게 바치는 시(完) 24.11.19 4 0 6쪽
40 7인의 모험가 24.11.18 4 0 13쪽
39 합류 24.11.15 6 0 7쪽
38 광장 24.11.14 6 0 4쪽
37 드래곤-2 24.11.13 4 0 5쪽
36 드래곤-1 24.11.12 7 0 5쪽
35 그린나이트 24.11.11 4 0 5쪽
34 위스키 24.11.08 4 0 5쪽
33 셋째 날 24.11.07 6 0 5쪽
32 둘째 날 24.11.06 7 0 8쪽
31 첫째 날 24.11.05 5 0 5쪽
30 소집령 24.11.04 4 0 4쪽
29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24.11.01 4 0 6쪽
» 갈림길 24.10.31 5 0 6쪽
27 전리품 24.10.30 6 0 5쪽
26 산적 24.10.30 6 0 6쪽
25 넙치 24.10.30 5 0 5쪽
24 외눈박이 24.10.30 6 0 5쪽
23 돌격 24.10.29 3 0 6쪽
22 너는 껍질이 약해 24.10.28 6 0 5쪽
21 나병 24.10.25 4 0 5쪽
20 악당의 사연 24.10.24 7 0 5쪽
19 경계인-2 24.10.23 6 0 5쪽
18 경계인-1 24.10.22 9 0 5쪽
17 황금투구를 쓴 돈키호테-2 24.10.21 6 0 4쪽
16 황금투구를 쓴 돈키호테-1 24.10.18 8 0 5쪽
15 우리는 생각보다 합이 잘 맞는다 24.10.17 7 0 6쪽
14 마녀 오두막 24.10.16 8 0 5쪽
13 그 마녀는 거짓이야-2 24.10.15 7 0 4쪽
12 그 마녀는 거짓이야-1 24.10.14 8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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