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이세계에서 온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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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t1e
작품등록일 :
2024.10.01 10:12
최근연재일 :
2024.11.1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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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848

작성
24.11.1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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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1

DUMMY

산맥 날씨는 변덕스러워서 어제까지 화창했던 하늘에 먹구름이 끼더니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돈키호테 일행은 자신들이 옳은 방향으로 걷고 있는지 의문을 품으며 계속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갔다. 발은 눈에 푹푹 빠지고, 얼굴은 칼바람에 베이고, 목과 폐가 찬 숨결에 얼 것만 같았다. 돌산에 몸을 녹일 피신처도 마땅히 보이지 않았다. 산초가 마나를 먹여 피우는 불로 몸을 녹였는데, 마나를 아끼기 위해 땀과 눈으로 젖은 몸이 정말로 굳어갈 때쯤에만 불을 피웠다. 그것조차 강풍에 불길이 자주 꺼졌다. 해골들과 싸우기 전에 자연에 패배할 처지인 그들 앞에 동굴이 보인다. 그들은 동굴로 들어가 산초의 지팡이 위로 타오르는 불을 쬐며 말린 대구를 씹었다. 다들 오늘은 여기서 보내기로 정했다.

돈: (덜덜 떨며) 산초, 불 좀 더 켜주면 안 되겠나.

산: 피곤해 죽을 거 같아요. 옷 다 말랐잖아요. 침낭 덮고 버티세요.

토비가 로시난테를 무릎 위에 앉힌 채 껴안고 있다.

산: 아저씨, 그 생체 난로를 고생한 저에게 양보하는 건 어떨까요.

토: 너만 고생했어? 나도 추워 죽겠다. 넌 영감이랑 껴안던가.

산: (침낭 안으로 들어가며) 됐네요.

돈키호테는 침낭 안에 들어가 쪼그려 앉았다. 피곤했지만 잠을 자기에는 동굴 안에서 공명하는 바람 소리가 거슬렸다. 양초 하나로 밝히는 동굴은 어두워서 동굴 안쪽은 시커멓게 구멍이 나 있는 듯했다. 모든 걸 빨아드리는 듯한 내부로 돈키호테가 심심한지 돌조각을 던져댔다. 돌끼리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난다. 그는 재미가 있는지 돌을 더 멀리 던졌다. 쇳소리가 났다. 그 이질적인 소리에 넷이 전부 동굴 안쪽을 바라봤다. 한 번 더 돌을 던지려는 돈키호테를 토비가 막아섰다. 적의 매복이 숨어있나 싶어서 그들은 숨을 죽이고 시야를 고정한 채 갑옷을 입기 시작했다.

토: 아직도 조용한 거 보면 적은 아닌 듯한데.

돈키호테는 호기심에 양초를 들고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나머지도 정체 모를 것과 동침하기는 싫었기에 그것의 정체를 밝히러 따라 들어간다. 안쪽에는 청록색으로 산화된 거대한 아치형 쌍여닫이 청동 문이 놓여있다. 토비는 저 거대한 게 다 청동이면 얼마인지 궁금했다. 문은 장엄한 드래곤이 양각으로 파여있다. 다짜고짜 문을 열려는 돈키호테를 산초와 토비가 막아섰다. 로시난테도 뭔가 겁먹은 듯한 울음소리를 냈다.

돈: 다들 저 너머가 궁금하지 않는가. 금은보화, 거대한 재단, 비밀통로, 상상하는 모든 것이. 새로운 모험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네.

산: 벌집을 건드리는 기분이 드네요.

돈: (토비에게) 이 걱정 많은 친구는 놔두고 나와 같이 가세나.

토: 나도 사양하겠소.

돈: 자네마저 겁먹었나.

토: 감이라는 게 있는 거요. 내가 겁대가리 없이 살긴 하지만, 그러한 불길한 낌새가 느껴지면 바로 손을 떼 왔지. 내가 숱한 전장에서 살아남은 비결이고.

돈: 알았네. 포기하지.

그들이 그렇게 돌아가려는 순간

돈: 역시 못 참겠네. 이 안에 뭐가 있는지 알아야겠어.

그는 온 마나와 힘을 쏟아서 오른쪽 청동 문을 밀어 재꼈다. 문이 신경을 긁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서서히 열리는 와중에 산초와 토비는 지금이라도 말릴까 고민한다. 열리는 틈 사이로 노란 불빛이 새어 나오자 그는 월척이다 싶었다. 사람 하나 지나갈 정도 열린 문틈으로 불타는 듯한 주먹만 한 호박색 눈동자 보인다. 자신만만하던 돈키호테도 당황했다. 호박 눈의 주인은 드래곤이었다. 몸이 굳은 돈키호테를 보고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다가간 셋도 그 강렬하고 위압적인 마나를 내뿜는 눈동자를 보고 몸이 굳었다. 약간의 정적이 흐르더니 양쪽 문이 열린다. 검은 드래곤이 턱을 땅바닥에 괸 채로 엎드려서, 고개를 그들을 향해 쭉 빼고 있다.

드: (자상하면서 강인한 어머니의 목소리로) 여긴 어떻게 들어왔지?

돈: 눈보라를 피하려고 동굴로 들어왔습니다.

드: 아, 입구를 막아두는 걸 까먹었네. 기왕 들킨 거 들어올래? 따듯한데.

돈: 고귀한 드래곤의 둥지에 인간을 들이는 친절을 베풀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드: 그렇게까지야. 내 집도 아니니까.

돈키호테는 이미 긴장이 풀려서 신이 나게 방 안으로 들어갔다. 셋은 들어가기가 꺼려졌지만 드래곤의 호의를 거절하기도 힘들었다. 내부에는 거대한 공동이 펼쳐져 있다. 천장을 메운 이끼들이 은은하게 발광하고 있다. 책들이 쌓여있고, 마법 진이 그려진 솥단지, 유리 플라스크와 재료 상자들은 드래곤의 크기에 맞춰 모두 거대했는데 중구난방으로 배치되어 혼잡했다. 돈키호테는 드래곤이 목과 팔다리가 길고 날개가 달린 아머드 스킹크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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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돈키호테에게 바치는 시(完) 24.11.19 2 0 6쪽
40 7인의 모험가 24.11.18 3 0 13쪽
39 합류 24.11.15 4 0 7쪽
38 광장 24.11.14 4 0 4쪽
37 드래곤-2 24.11.13 4 0 5쪽
» 드래곤-1 24.11.12 6 0 5쪽
35 그린나이트 24.11.11 4 0 5쪽
34 위스키 24.11.08 4 0 5쪽
33 셋째 날 24.11.07 4 0 5쪽
32 둘째 날 24.11.06 5 0 8쪽
31 첫째 날 24.11.05 5 0 5쪽
30 소집령 24.11.04 4 0 4쪽
29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24.11.01 4 0 6쪽
28 갈림길 24.10.31 4 0 6쪽
27 전리품 24.10.30 4 0 5쪽
26 산적 24.10.30 4 0 6쪽
25 넙치 24.10.30 3 0 5쪽
24 외눈박이 24.10.30 3 0 5쪽
23 돌격 24.10.29 3 0 6쪽
22 너는 껍질이 약해 24.10.28 6 0 5쪽
21 나병 24.10.25 4 0 5쪽
20 악당의 사연 24.10.24 6 0 5쪽
19 경계인-2 24.10.23 6 0 5쪽
18 경계인-1 24.10.22 6 0 5쪽
17 황금투구를 쓴 돈키호테-2 24.10.21 6 0 4쪽
16 황금투구를 쓴 돈키호테-1 24.10.18 5 0 5쪽
15 우리는 생각보다 합이 잘 맞는다 24.10.17 5 0 6쪽
14 마녀 오두막 24.10.16 5 0 5쪽
13 그 마녀는 거짓이야-2 24.10.15 6 0 4쪽
12 그 마녀는 거짓이야-1 24.10.14 7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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