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이세계에서 온 사나이-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turt1e
작품등록일 :
2024.10.01 10:12
최근연재일 :
2024.11.19 12:3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260
추천수 :
0
글자수 :
90,848

작성
24.11.14 12:30
조회
4
추천
0
글자
4쪽

광장

DUMMY

작은 도시 사이의 작은 공원에서 돈키호테는 비둘기에게 모이를 던져주고 있다. 쌀쌀한 겨울날에 낙엽들이 부대끼고, 주인과 산책하는 개들은 으르렁대고, 꼬맹이 하나가 붕어빵을 담은 봉투를 품에 안고 뛰다가 넘어진다. 아침치고 요란한 공원 가운데에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며 낙엽들을 빨아들인다. 돈키호테는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마법사를 발견했다. 마법으로 숨어있으면 내가 모를 줄 알았더냐, 사악한 마법사야. 네놈의 돼지 같은 체취에 애완견들도 코를 막고 짖어대는구나. 그가 나뭇가지를 들고 소용돌이한테 돌격하니 바람은 사라졌다. 그는 대도시 빌딩 숲 사이의 인파가 몰리는 거대한 광장에 서 있다.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돌바닥 위로 전단지가 휘날린다. 전단지 한 장이 어느덧 패딩을 벗고 여름옷을 입고 있는 돈키호테에게 날라와 안면을 강타했다. 오냐, 네가 그리 쉽게 물러나지 않을 줄 알았다. 네놈이 숨는다고 내 눈에 숨어지겠나, 다 보인다네. 그는 맨손으로 여름 광장의 일렁이는 아지랑이에게 돌격해 허공에다 주먹질한다. 여기는 링 위가 아니야. 그는 적의 레이저 공격을 피하며 발길질도 섞어 마법사에게 대항했다. 짧고도 긴 사투 끝에 그는 투명 마법사를 해치우자 행인들이 박수치며 환호했다. 그는 할 일은 했을 뿐이라며 공손하게 손짓하면서도 입꼬리는 찢어질 듯 올라갔다. 그는 자신과 광장과 행인들을 삼인칭으로 공중에서 바라보고 있다. 저 지평선 끝까지 밀려드는 사람들이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 환호의 함성이 비웃음 소리로 바뀐다. 조롱을 환호라고 착각한 것이었다. 그는 생각했다. 늙다리야 조금 띄워주니 신이 난 거 봐라. 비난의 함성이 머리에 울린다. 그는 귀를 막고 엎드려 신음했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때 그는 악몽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기사도를 바로 세우려던 자신을 비난하고 헐뜯던 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던가. 이제는 그런 이들까지 사랑할 여유가 생겼지만 그럴 때가 있었다. 사실 행인들 대부분이 길거리의 치안을 유지하던 그를 미치광이라고 여기고 눈도 마주치지 않고 피하거나, 시시껄렁한 일인 연극을 한다고 무시했었지만 말이다. 그는 찌푸린 얼굴을 손바닥으로 문대며 명상했다. 요 며칠 피곤했었다. 드래곤의 둥지를 나와 정상이 보이는 언덕에서 하산하면서 언데드 정찰병들과 마주하기 시작했고, 나아갈수록 그 빈도는 늘어갔다. 전투로 멀리 퍼져나가는 마나를 감지하고 몰려오는 언데드 군세에게 포위당하기 싫으면 들킬 때마다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가야 했다. 도망치고 나아가고, 도망치고 나아가고 늪에서 허우적대는듯한 계속된 반복이었다. 차라리 적과 마주칠 일 없던 눈보라 속이 나았던 것 같다.

밤새 굳은 몸을 간신히 움직이며 천막 밖으로 나가니 우거진 숲은 여명을 앞둔 어둑어둑한 새벽이다. 밖에서 불침번을 서던 산초가 벌써 일어났냐고 물었다.

돈: 늙으면 아침잠이 없는 법이네. 밤새 별일 없었지?

산: 별일이 없긴요. 드문드문 멀리서 들려오는 전투 소리에 신경이 긁혀서 미칠뻔했어요.

돈: 그들이 무사히 정찰병들에게서 도망갔으면 좋으련만. 산초, 세네프 한 잔만 타주게.

산: 좀만 참으세요. 해 아직 안 떴어요.

돈: 아니, 그 해골바가지들 눈알 구멍에 눈이 없어서 대신 마나를 감지한다고 했잖나. 그래서 적진에서 숨어다니는 신세인 우리가 밤이 아니라 우리 시야가 온전한 대낮에 행군하는 거고. 불 좀 피워도 되는 거 아닌가?

산: 죽은 지 얼마 안 된 언데드한테는 눈알이 대롱대롱 달려있으니까요. 그런 놈들을 피하려면 조심해야죠. 답습의 폐허 근처까지 왔으니 더 조심해야죠.

돈: 그런 징그러운 놈들은 마주보기도 싫은데.

산: 많지는 않은데, 곧 만나게 될 거니까 각오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돈키호테-이세계에서 온 사나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1 돈키호테에게 바치는 시(完) 24.11.19 2 0 6쪽
40 7인의 모험가 24.11.18 3 0 13쪽
39 합류 24.11.15 5 0 7쪽
» 광장 24.11.14 5 0 4쪽
37 드래곤-2 24.11.13 4 0 5쪽
36 드래곤-1 24.11.12 6 0 5쪽
35 그린나이트 24.11.11 4 0 5쪽
34 위스키 24.11.08 4 0 5쪽
33 셋째 날 24.11.07 4 0 5쪽
32 둘째 날 24.11.06 5 0 8쪽
31 첫째 날 24.11.05 5 0 5쪽
30 소집령 24.11.04 4 0 4쪽
29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24.11.01 4 0 6쪽
28 갈림길 24.10.31 4 0 6쪽
27 전리품 24.10.30 4 0 5쪽
26 산적 24.10.30 5 0 6쪽
25 넙치 24.10.30 3 0 5쪽
24 외눈박이 24.10.30 3 0 5쪽
23 돌격 24.10.29 3 0 6쪽
22 너는 껍질이 약해 24.10.28 6 0 5쪽
21 나병 24.10.25 4 0 5쪽
20 악당의 사연 24.10.24 6 0 5쪽
19 경계인-2 24.10.23 6 0 5쪽
18 경계인-1 24.10.22 7 0 5쪽
17 황금투구를 쓴 돈키호테-2 24.10.21 6 0 4쪽
16 황금투구를 쓴 돈키호테-1 24.10.18 5 0 5쪽
15 우리는 생각보다 합이 잘 맞는다 24.10.17 5 0 6쪽
14 마녀 오두막 24.10.16 5 0 5쪽
13 그 마녀는 거짓이야-2 24.10.15 6 0 4쪽
12 그 마녀는 거짓이야-1 24.10.14 7 0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