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이세계에서 온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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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t1e
작품등록일 :
2024.10.01 10:12
최근연재일 :
2024.11.19 12: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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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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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1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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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돈키호테에게 바치는 시(完)

DUMMY

마왕을 물리치고 1년 후 어느 주점에서 산초와 토비가 맥주를 마시고 있다.

산: 돈키호테는 이야기의 끝에서 집으로 돌아가서 잘 살았을까요?

토: 그 양반이야 어련히 잘 살겠지.

산: 그야 그렇지만. 그가 제정신으로 돌아왔을까요?

토: 모르지. 이봐 우리 거의 1년 만에 다시 만났거든. 어려운 얘기는 말자고.

산: 그렇네요. 요즘 잘 지내세요?

토: 부대원들 훈련 시키느라 바쁘지. 아, 부대장이 안부 전해달래.

산: 누구요?

토: 누구긴 우리랑 성에서 오크 물리칠 때 함께 했던 부대의 부대장. 내가 그 사람 연으로 군대에 있는 거잖아. 뭘 모른다는 눈치야. 편지에 다 썼잖아.

산: 아뇨, 군대 장교로 선임 됐다는 얘기만 있었죠. 쓰는 걸 까먹었겠죠. 편지에는 아저씨 연애담만 주저리주저리 적혀있었거든요.

토: (멋쩍게 웃으며) 그랬나? 그랬어도 내가 어떻게 갑자기 군 장교가 되었겠어. 눈치껏 깨달았어야지.

산: 전 뭐 용병대 때 연이 있는 줄 알았죠.

토: 하여튼 마왕 토벌한 대가를 눈곱만큼도 못 받아서 이 고생하고 있다. 마왕 토벌의 증거인 비석의 조각을 가져와야만 보상을 준다는 게 말이 돼? 영감탱이, 힘도 좋아요. 비석을 흔적도 없이 가루로 만들어서.

산: 그래도 정황상 우리가 잡은 거 같긴 하다고 돈을 주긴 했잖아요. 반의반도 못 받았지.

토: 그게 눈곱만하다는 거야. 마왕이 영원히 사라졌으니 눈치 볼 필요도 없는 사냥개는 이거나 먹고 떨어지란 거지.

산: 아쉬워 마세요. 제가 쥐꼬리를 용꼬리처럼 불려 드릴 테니.

토: 그거 실패하면 넌 내 손에 죽어. 그 증류소 인수하고, 숙성고 새로 짓는다고 내 재산 다 넣었으니까.

산: (가방에서 위스키를 꺼내며) 걱정을 할까 봐, 이렇게 가져왔어요. 주인장, 이게 제가 만든 술인데 여기서 맛만 볼게요. 주인장도 마셔보세요.

토: 여전히 기가 막힌 맛이야. 이건 얼마나 숙성한 거야?

산: 반년 정도요. 곧 로시난테한테 마지막 검사를 맡고 팔기 시작하게요.

토: 걔는 숙성고 경비담당이잖아.

산: 걔는 말 그대로 개 코잖아요. 향에 있어서 우리보다 전문가죠.

토: 산초, 무리시키진 말고.

산: 개 팔자가 상팔자죠. 저보다 잘 먹고 다녀요.

토: 잘 산다니까 다행이네.

산: (주점 주인에게) 환상적이라고요? 감사해요. 술 이름은 위스키에요. 아, 상표명이 뭐냐고요? 휴식이요. 너무 평범한가요.

산: (한동안 말없이 위스키를 홀짝이다가): 그가 제정신으로 돌아왔을까요?

토: 또 그 얘기야. 너야말로 어떻게 생각하는데?

산: 안 돌아왔겠죠?

토: 왜?

산: 그게 그에게 더 행복할 테니까.

토: 보통은 돌아와야 더 행복할걸.

산: 그 노인이 보통은 아니니까요. 아니면 제가 그가 미쳐있길 바라던가.

토: 주인장은 어떻게 생각하쇼? ... 그럴 수도 있겠소.

토: 갑자기 생각난 건데 그 양반 투구는 잘 모셔두고 있어? 따지고 보면 그거 국보급 유물이니까.

산: 그거 사라졌어요.

토: 사라지다니?

산: 황금투구에 그가 입던 갑옷까지 해서 집에 장식해 뒀는데, 어느 날 보니까 그가 전에 쓰던 일반 투구로 바뀌어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원래 주인이 도로 가져갔나 봐요.

토: 누가 훔친 뒤에 아무 투구나 갖다 놓은 거 아니고.

산: 그럴 리가요. 투구에 적힌 인챈트도 똑같았고, 찌그러진 모양도 전 거 그대로라니까요. 아카도 자기가 봤던 거랑 똑같다고 했다니까요.

토: 그녀가 누군데?

산: (말실수에 얼굴을 붉히며) 있어요, 그런 사람.

토: 산초, 우리 사이가 여기까지밖에 안 되나. 얼버무리지 말고 그녀랑 무슨 사인데?

산: 동업자예요. 할아범이랑 모험할 때 만났던 여인 있잖아요, 마녀로 의심받던.

토: 그 사람이 어쩌다 같이 일을 하고 있는데?

산: 모험이 끝나고, 혹시나 마녀가 맞았을지도 모르니까 확인차 찾아갔는데 이래저래 얘기를 나누다가 같이 일하게 됐어요. 저는 안전한 장소를 제공하고, 그녀는 연금술 지식을 활용하고.

토: 정말로 아무 사이 아니야?

산: (눈을 피하며) 아직은요.

토: 그래그래. 주인장, 우리 꼬맹이가 연애담을 말 안 하겠다니 내 이야기나 하지.

산: 또요? 편지로 지겹도록 들었는데요.

토: 난 주인장을 위해 얘기하는 거야. 귀라도 닫고 있던지.

산: (주인장이 건네는 맥주를 받으며) 이야기 값으로 주신다니 꾹 참고 들을게요.

토: 내가 군에 들어갈 때 서류절차 때문에 시간이 남아서 빈둥대고 있을 적에 한 여인을 길에서 만났지. 키가 크고, 근육질에, 오른쪽 눈에 쓴 안대에 영락없는 우리 마을 사람이더라고. 반가워서 서슴없이 말을 걸었더니 역시 우리 마을 사람 아니겠어. 그녀도 마을이 싫어서 떠돌면서 모험가 일을 한다더군. 서로 신이 나서 낮술을 했는데 반해버렸지. 사실 첫눈에 반했는데 그걸 깨닫는 시간이 필요했던 거겠지.

술집에서 고백할 순 없으니 좀 걷자고 했지. 잠시 걸으면서 뜸을 들였는데 머리가 핑핑 도는 거야. 차이면 어떡하지. 내가 외눈박이인 걸 들키면 어떡하지. 그녀가 외눈박이란 사실에 실망하면 어떡하지. 하지만 난 취기에 겁도 없이 고백했어. 그녀 앞에 서서는 천천히 안대를 벗고 말했어. “난 외눈박이지만 당신을 사랑하는 것 같소.” 그녀는 가만히 서서 내 오른쪽 막힌 눈을 바라보고 있었어. 나는 천천히 그녀의 안대를 향해 손을 가져다 댔어. 그녀는 내 손을 막았지. “두려워할 것 없어” 나는 마저 손을 뻗어 천천히 그녀의 안대를 벗겼고, 그녀의 막힌 오른쪽 눈두덩이를 바라봤지. 그러자 그녀가 말했지. “나는 외눈박이지만 그대를 사랑해요.” “나는 외눈박이인 당신을 사랑합니다.” “외눈박이인 그대가 좋아요.”

그렇게 나는 내 왼쪽 눈으로 그녀의 오른 눈두덩이를, 그녀는 그녀의 왼쪽 눈으로 내 오른쪽 애꾸눈을 바라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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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키호테에게 바치는 시(完) 24.11.19 2 0 6쪽
40 7인의 모험가 24.11.18 4 0 13쪽
39 합류 24.11.15 5 0 7쪽
38 광장 24.11.14 5 0 4쪽
37 드래곤-2 24.11.13 4 0 5쪽
36 드래곤-1 24.11.12 6 0 5쪽
35 그린나이트 24.11.11 4 0 5쪽
34 위스키 24.11.08 4 0 5쪽
33 셋째 날 24.11.07 4 0 5쪽
32 둘째 날 24.11.06 5 0 8쪽
31 첫째 날 24.11.05 5 0 5쪽
30 소집령 24.11.04 4 0 4쪽
29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24.11.01 4 0 6쪽
28 갈림길 24.10.31 4 0 6쪽
27 전리품 24.10.30 4 0 5쪽
26 산적 24.10.30 5 0 6쪽
25 넙치 24.10.30 3 0 5쪽
24 외눈박이 24.10.30 4 0 5쪽
23 돌격 24.10.29 3 0 6쪽
22 너는 껍질이 약해 24.10.28 6 0 5쪽
21 나병 24.10.25 4 0 5쪽
20 악당의 사연 24.10.24 6 0 5쪽
19 경계인-2 24.10.23 6 0 5쪽
18 경계인-1 24.10.22 8 0 5쪽
17 황금투구를 쓴 돈키호테-2 24.10.21 6 0 4쪽
16 황금투구를 쓴 돈키호테-1 24.10.18 6 0 5쪽
15 우리는 생각보다 합이 잘 맞는다 24.10.17 5 0 6쪽
14 마녀 오두막 24.10.16 6 0 5쪽
13 그 마녀는 거짓이야-2 24.10.15 7 0 4쪽
12 그 마녀는 거짓이야-1 24.10.14 7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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