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프랑스제국이 패배를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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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먹펩시킹
작품등록일 :
2024.10.01 10:15
최근연재일 :
2024.11.01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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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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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푸아티에 청문회

DUMMY

"그 형상이 뭔가를 주지 않았나요? 그러니까 묵주라든가, 조각상이라든가. 그대의 말을 입증할 만한 뭔가를 보여줄 것이 없냐 이 말입니다."


주교의 물음은 오로지 잔을 떠보는 것이었다.


이 시대 교회는 우상 숭배에 대해 민감했다.

주님께서 자신을 증명할 물건을 주시지 않았나요? 라는 물음은 바로 우상에 대한 숭배를 의미했다.

그것이 주님의 형상을 한 조각이든, 주님을 떠올릴 물건이든 전부 우상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니까.


잔 또한 이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오로지 계시를 주셨습니다."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사실이었고.


"왼쪽 손목에 끼고 있는 그 묵주. 그건 뭡니까?"


삽시간에 청문회장이 술렁거렸다.

성녀이면서 주님을 입증할 만한 물건을 가지고 있다니.

성녀로서의 당위성이 심히 저해되는 상황이었다.


"이건 과거 같은 마을에 살던 제 친구가 헤어지면서 준 선물입니다. 주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와 제가 다시 만날 수 있는 증표 같은 것입니다. 의심된다면 직접 오를레앙 성의 플레옹 경에게 물어보세요."


잔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이번엔 다른 곳에 앉은 학자 한 명이 물었다.


"군대에 대한 경험이 있습니까? 창이나 활을 다뤄봤거나, 군사 훈련을 받은 적이 있냐고 묻는 겁니다."

"···막대기는 다룰 줄 압니다."


군중 속에서 어이 없어 하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학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재차 물었다.


"컬버린이나 캐넌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모릅니다."

"대포를 말하는 겁니다. 아니, 현대의 무기도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오를레앙에 가 전투를 하겠다는 겁니까?"


학자들에게 있어 잔이 무기를 다룰 수 있냐, 없냐는 중요한 것이었다.

그녀는 프랑스를 구하겠다 선언하고 왕을 찾아온 인물이었고 그 만큼 군사적 지식이 있어야만 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있으니 어떻게 프랑스를 구원하겠다는 것인지 그들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잔은 살짝 불안한 눈빛을 내비쳤지만, 곧 거둬들였다.

군사적 지식이 없다는 말에는 그녀도 동감하는 바였다.

하지만 두렵지 않았다.

주님께서 한낱 시골마을 양치기 소녀에게 계시를 내린 이유는 그 계획이 자신의 안에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무기에 대해 몰라도, 전략이 당장 떠오르지 않아도 주님의 비호 아래 싸운다면 분명 이길 거라는 확실한 믿음이 있었다.


"오를레앙 성에는 유능한 참모들이 많습니다. 몇 달 간 오를레앙 성이 함락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빨리 배울 수 있습니다. 게다가 어릴 적 친구가 그곳에서 기사로 있습니다. 함께 한다면 분명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겁니다."

"아까 말한 그 플레옹 경이라는 자입니까?"

"플레옹 경의 양자입니다. 믿어주세요. 빨리 배울 수 있습니다."


학자는 침음했다.


"믿고는 싶은데······. 신께서 그대를 믿으라 하셨다면 분명 입증할 증표 같은 게 있을 겁니다. 아니면 뭔가 할 수 있는 거라던가. 보여 줄 만한 거. 그런 거 없습니까?"


보여줄 만한 거라.

잔은 학자들과 사제들 모르게 두 주먹을 꽈악 쥐어 보였다.

자꾸만 자신을 떠보는 질문들이 많다.


여기서 얼른 이 자리를 면피하기 위해 계시를 보여준다든가, 주님의 은총을 보여준다는 소리를 한다면 이단으로 몰려 죽기 십상이다.

그건 곧 악마의 아이, 마녀라는 소리였으니까.

일반적인 사람이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불을 피워낼 수도 없는 노릇이며, 예수처럼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불쾌했다.

자신은 주님의 계시를 전하러 온 신의 사자.

주님의 말씀에 입증 같은 건 필요가 없었다.


공부 깨나 한 성직자들과 학자들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일 텐데.

자꾸만 자신에게 그런 걸 묻는 건 주님의 말씀을 믿지 못한다는 뜻이 아닌가.


잔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대답했다.


"지금 뭘 하시는 겁니까?"


되려 불쾌한 기분을 드러내는 잔을 보며 학자들과 주교들은 당황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잔이 말을 이었다.


"저는 당신들을 속이려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잔은 뒤를 돌아, 청문회를 지켜보러 온 사람들을 보았다.

자신의 진정성을 대중에게 보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뒤를 돌아보고 있었으나, 그녀의 말은 주교와 학자들을 향하고 있었다.


"당신들은 저보다 유식해요. 글도 읽고 쓰실 줄 알죠. 하느님의 말씀에 입증할 만한 증표나 보여줄 만한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저는 비록 당신들과 다르게 글도 읽고 쓸 줄은 모르나, 이거 하나 만큼은 잘 알고 있습니다."


잔이 뜸을 들이는 동안, 청문회에 모인 사람들은 잔의 말에 집중했다.

무엇을 알고 있다는 것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프랑스의 국민들은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는 사실을요."


사람들의 표정에 슬픈 낯빛이 비추었다.

전장에 나간 남편.

전장에 나간 아들.

살았는지, 죽었는지 소식도 전해지지 않는 친구와, 사랑하는 이들.

몸 성히 돌아오겠다며 나갔다가, 잘린 목 하나만 수레에 실려 돌아온 가족, 친구, 지인들.


모두가 성녀의 등장에 믿음을 운운하며 갈팡질팡 하는 동안에도, 프랑스 국민들은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오를레앙에서는 먹지도 못하고, 제대로 자지도 못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들이.

프랑스 곳곳에는 잉글랜드와 부르고뉴 군의 차가운 말발굽에 찍혀 지금도 순결을 잃고 목숨을 잃는 젊은 청춘들이.

청문회에서 대답을 하고 있는 잔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인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잔의 말에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래.

무엇이 중요하단 말인가.

주님께서 프랑스에 직접 계시를 내렸다는데.

하물며 군사적 지식도 모르고, 근육 조차 제대로 자라지 않은 어린 소녀라고 해도 뭐가 문제라는 말인가.

중요한 건 신이 이 나라를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 신의 사자가 지금 자신들의 눈 앞에 있다는 것이었다.


희망.

그래 그녀는 희망이었다.


사람들의 마음에 똬리를 틀었던 신앙심이 격앙되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잔은 이번엔 학자들과 주교들을 바라보며 되려 묻는 것이었다.


"저 멀리 적의 점령지에서는 그분의 도움을 절실하게 바라고 있는데, 당신들도 신의 자식이라면 그분의 말씀을 믿고 실천해야 하지 않겠어요?"


구구절절 맞는 말들이었다.

잔을 떠보려 했던 모든 질문들이 오히려 우문이라는 것을, 잔은 되묻는 질문을 통해 함축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지금 내게 이렇게 시간을 할애 할 게 아니라, 너희는 빨리 나를 인정하고 잉글랜드 군을 몰아내기 위해 나를 오를레앙으로 보내야 한다, 라는 의미가 전부 담겨 있었다.


학자 중 한 명이 잔의 말에 반박하려 했지만, 그녀의 현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저를 기만하실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저 잉글랜드 군을 때려 잡아야 합니다! 저를 보내주십시오. 승리를 가져오겠습니다. 주님께서 제게 그리 하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그리 하라 하셨다면, 그거면 된 거 아니겠습니까? 아니면 뭐가 더 필요하십니까?"


잔은 오히려 학자들과 주교들을 떠보는 질문을 던졌다.

잔의 질문에 그 자리에 있던 그 누구도 반박을 하는 이가 없었다.

신앙에 대해 묻는 것이었다.

주님의 말씀을 그대로 믿어야 하는 성직자들이, 말씀을 믿지 않고 우상이 될 만한 것들을 찾는다?


순식간에 분위기는 잔에게로 넘어왔다.


청문회장에 모인 구경꾼들 속에서 웅성거리는 소음이 터져나왔다.


주교와 학자들은 모두 당황해서 헛기침을 삼켰고, 그때 군중 속에서.


"성녀다! 프랑스에 성녀가 나타났다!! 신이 우리를 버리지 않으셨다!!"


누군가가 그리 외쳤다.

그러자,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를 내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소곳이 두 손을 모은 잔의 뒤로, 수많은 사람들이 팔을 하늘로 들며 환호를 내지르고 있었다.

누군가는 통곡하며 바닥에 주저 앉아 기도를 올렸고, 또 누군가는 팔을 하늘로 향하며 방언이 터진 기도를 읊었다.

모두가 성녀의 등장에 환호하고, 기뻐하고, 주님께 감사했다.


이제 더는 질문할 여력이 남지 않은 주교와 학자들을 향해, 잔이 입을 열었다.


"저를 오를레앙으로 보내주세요. 거기서 신의 계시가 입증 될 것입니다."


사제가 아주 강하게 법봉을 내리쳤다.


이로써 프랑스의 성처녀, 잔다르크가 세상에 등장했다.



***



모든 청문회와, 처녀성 검사를 마친 잔은 장 돌롱과 함께 시농성으로 돌아 와 샤를을 알현했다.


"전하. 푸아티에에서 청문회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래. 불편한 점은 없었느냐?"

"배려 덕분에 편안하게 갔다 올 수 있었습니다."

"증명을 하라고 보냈더니, 오히려 오를레앙에서 증명해 보이겠다고 했다지?"

"자꾸만 입증을 해 보이라길래 그곳에서 주님의 계시를 입증하겠다 했습니다."


샤를은 왕좌에 앉아 잔을 내려다보았다.


프랑스의 성녀라.

푸아티에의 저명한 학자들과 교주들도 전부 입을 모아 잔에게서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전달을 받았다.

그 말은, 잔이 하느님의 계시를 받은 성처녀라는 것을 그들 스스로 인정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샤를에게는 애당초 그들의 인정이 중요하지 않았다.

푸아티에로 보낸 것은 어디까지나 귀족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함이었으니까.


샤를은 잔이 성녀인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야, 성녀를 도와 프랑스를 전쟁의 화마 속에서 구해 낸 왕이라는 평가를 들을 테니까.

게다가 잔은 자신이 왕이 되는 것을 지지하는 인물이니, 정당성을 넘어 신성함까지도 갖춘 진정한 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은 유능한 장군들과 병사들이 이기면 될 일이다.


"그래. 약속한 대로 그대에게 오를레앙으로 갈 수 있는 방편을 마련하겠다."

"감사합니다."

"다만."


잔이 감았던 눈을 떴다.

다만?


"그대에게 구원군의 모든 지휘권을 넘길 수는 없다. 푸아티에에서도 빨리 배울 수 있다고 했다며? 처음이니, 유능한 장수의 옆에서 좋은 지휘가 무엇인가 배우는 것이 그대에게도 더 좋을 것이다."


잔 또한 직접 병사들을 지휘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유능한 장수가 옆에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과연 협조적으로 나와줄까?

애당초 여자가 어떻게 전쟁에서 병사들을 지휘할 수 있냐는 게 지배적인 생각인데.


"배려에 감사드리나, 단지 제가 걱정하는 것은 현실의 어려움에 치우쳐 주님의 말씀을 실현하지 못하는 것 뿐이옵니다."

"아, 그건 걱정하지 마라. 어디서 듣고 왔는지 너를 아주 많이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니까. 함께 한다면 네 의견이 묵살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를 아주 많이 보고 싶어하는 사람?

귀족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고?


잔은 고개를 갸웃했으나, 더 무어라 말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그렇게 정해진 것이고, 그 뒤의 시련은 오롯이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었으니.

처음부터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샤를이 말했다.


"장 돌롱에게 말을 해놨다. 네게 검과 스탠더드(*높이 3피트, 넓이 12피트의 커다란 깃발)와 종자, 그리고 말을 하사하마. 이제 그대도 엄연히 프랑스의 성녀이니 그 몸을 잘 돌보아야 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오늘은 이만 가서 쉬어라. 구원군의 출발은 이틀 뒤이니 그때까지 준비할 시간은 있을 것이다."

"쉴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오를레앙을 구원하러······."

"뭐든 급하면 탈이 나는 법이다. 잘 쉬는 것도 전투에서 이기기 위한 좋은 전략이야. 지금까지 쉬지도 않고 말을 달린 것이 며칠이나 되느냐? 그대도 분명 지쳤을 것이다. 게다가 구원물자를 준비하려면 또 시간이 걸리니 지금 당장 출발 할 수는 없다. 그러니, 가서 쉬어라. 출발은 이틀 뒤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17 라이차차차
    작성일
    24.10.18 17:51
    No. 1

    잔 다르크의 상황을 뒤엎는 갈!! 어서 요셉과 만나면 좋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증오하는자
    작성일
    24.10.18 18:53
    No. 2

    이제 곧 생트 카트린 드 피에르부아 성당에서 잔의 검을 찾겠네요. 주인공이 실제 검을 찾으면 어떤 기분일지는 몰라도 부디 그녀의 검이며 깃발이 무사히 현대까지 보존되길 바랍니다. 깃발은 프랑스 대혁명 당시 불탔다는데 역사가 바뀔거라서 기대를 해도 되겠죠?

    그동안 주인공이 얼마나 준비를 하고있을지바 궁금해지는데... 오를레앙 전투 이후 파테 전투등 루아르 윈정과 랭스 행진등이 어찌 변할지가 기대됩니다. 아니, 오를레앙전투 승기의 날짜가 더 짧아질려나? 어찌되든 역사변화탓에 그녀를 습격할 민병대 및 잉글랜드놈들이 있을까 걱정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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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아티에 청문회 +2 24.10.18 213 6 12쪽
24 푸아티에 처녀성 검사 +1 24.10.17 242 8 12쪽
23 역사를 뒤트는 버튼 +5 24.10.16 253 8 11쪽
22 잔다르크, 푸아티에로 떠나다 +1 24.10.15 222 10 13쪽
21 잔다르크, 시농성 연회장에 도착하다 +2 24.10.14 251 9 13쪽
20 역사가 바뀌었다 +1 24.10.14 258 8 12쪽
19 기습 숭배 +7 24.10.13 266 8 14쪽
18 개량형 대포의 청사진 +7 24.10.12 265 11 12쪽
17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 +2 24.10.11 273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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