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내가 너를 안아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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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쁜 숨소리.
요셉은 누운 침대 위에서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뒤척였다.
땀이 흥건했다.
악몽이라도 꾸는 듯했다.
한동안 뒤척이며 고통스러워 하던 요셉이 번뜩 눈을 뜨며 일어났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방 이곳저곳을 보며 요셉은 눈을 굴렸다.
이윽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끔찍.......'
꿈을 꿨다.
목이 잘린 사람들이 진창에서 기어나와 자신의 다리를 붙잡는 꿈이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뿌리칠 수 없었다.
자꾸만 진창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다리 때문에 나뭇가지도 잡아보고, 넝쿨도 잡아 보았지만 매번 미끄러졌다.
손바닥엔 흥건한 피가 묻어 있었다.
끔찍한 꿈이다.
요셉은 제 다리쪽을 내려다 보았다.
웬 고양이 두마리가...?
요셉과 눈을 마주친 두 마리의 고양이는 건방지게도 여유롭게 기지개를 켜더니 폴짝 뛰어내렸다.
"뭐야."
다리를 움직이지 못했던 건 쟤네들 때문이었나?
그때, 방 문이 열리며 짧은 머리의 여인이 들어왔다.
허여멀건한 죽과 물을 손에 들고 있었다.
"아이, 또 들어왔어!"
잔의 외침에 화들짝 놀란 고양이들이 창문 밖으로 후다닥 뛰어 나갔다.
"요안나?"
"요셉!! 얼마나 걱정했다고!"
잔은 죽과 물을 탁자에 올려두며 짐짓 화와 걱정이 섞인 표정을 지어보였다.
요셉이 멋쩍게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긴 어디야?"
잔은 어젯밤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전투가 끝나고 수많은 포로를 잡아 오를레앙으로 귀환했다.
수많은 오를레앙 성 시민들과 귀족들, 수비대들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환호를 내질렀다.
성대한 축제의 분위기였다.
물론 보급품도 없고 먹을 것도 없어서 실제로 축제는 벌이지 못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병영으로 돌아와 다음 전투를 의논하려던 찰나.
털썩-!
요셉이 쓰러진 것이었다.
잔을 포함해 자리한 기사들은 모두 놀랐다.
라한이 가장 먼저 달려와 요셉을 부축했고 그 뒤를 잔이 따랐다.
"어제 기억 안나? 너 갑자기 쓰러졌어."
"내가?"
하긴, 기억이 환호성에서 끊긴 것 같기도 하고.
요셉은 지난 밤의 기억을 되짚었다.
환호성에 기분은 좋았는데 조금 몽롱했던 것 같다.
"무슨 일이야? 잘 못 먹어서 그런가?"
"그러게. 잘 모르겠네."
짐작은 간다.
살인으로 인한 충격.
그동안 멀쩡했던 게 이상한 일이었다.
기사가 된 후 직접 적의 살갗을 베고, 목에 검을 꽂아 넣었으니.
손 끝에서 생명이 빠져나가던 그 끔찍한 감촉.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요셉은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이렇게 나약해서 어떻게 지키겠다고....'
토가 쏠릴 만큼 나약하다고.
요셉은 스스로를 자책했다.
잎으로 전쟁은 한참 더 남았다.
얼마나 더 적의 목을 베어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베지 않으면 죽기에, 잔다르크를 지킬 수 없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사람을 죽여야 하는 상황.
그런 상황일진데.
겨우 이거 한 번에 몸져 누워?
그동안의 다짐은?
잔다르크를 지키겠다는 포부는?
다 거짓이었나?
잔의 부드러운 손이 살포시 포개어졌다.
요셉은 그때 알 수 있었다.
침대를 잡은 손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는 걸.
"......요셉. 일단 죽부터 먹어."
"...응."
"나는 뒤누아공이 불러서. 간 김에 너 깨어났다고도 말해줄게!"
"응."
"저기, 요셉."
요셉이 고개를 들었다.
잔의 얼굴을 보려고 했던 것인데 결국 보지 못했다.
잔이 몸을 숙여 와락 껴안은 탓이었다.
"살아 있어줘서 고마워. 다행이야. 허드슨이라는 기사를 이겼다는 거 들었어. 많이 무서웠을 텐데. 네가 살아 있어서 기뻐."
요셉의 목을 끌어 안은 잔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 것 같은 건 요셉의 착각이었을까.
잔은 부리나케 일어나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빠져나갔다.
요셉은 탁자 위에 올려진 죽을 호록 마셨다.
'...맛없어.'
몇 입 먹지 못했다.
*
밖으로 나온 요셉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내뱉었다.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이 냄새는 도저히 익숙해지지가 않아.'
현대인이다.
중세의 퀴퀴한 냄새, 게다가 서양의 냄새는 십 년이 넘게 살아왔어도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었다.
요셉은 입원한 수도원을 나와 병영 막사로 향했다.
대충 회복을 했으니 이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요셉은 병영으로 향하는 길을 걸으며 머릿속에 그간 있었던 전투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전쟁은 원 역사대로 승리를 맞이 했다.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뒤누아가 잔을 인정했다는 것. 그리고 원래라면 파괴되어야 했을 생 루 요새가 온전하다는 것.'
거기다가 잉글랜드 진영을 휘저은 것까지.
거기서 수많은 사람의 목을 베고 그 피를 묻.......
요셉은 세차게 고개를 털었다.
토가 쏠릴 뻔 했지만 잘 참았다.
웬만하면 디테일은 생각하지 말자.
아무튼간 역사가 바뀌었다.
요셉이 눌렀던 버튼이 이제와서 효과를 발휘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대포는?
대포를 개량한 것에 대한 역사는 뒤틀리지 않는 것인가?
요셉은 턱에 손을 올려 쓰다듬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대포 개량이 먼저였잖아? 근데 대포에 대한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고, 뒤누아에 대한 역사만 달라졌다. 버튼의 순서와는 상관이 없이 벌어진다는 건가? 아니면 이미 역사가 바뀌었는데 내가 모르는 것인가?'
글쎄.
대포를 개량한 건 시대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칙한 반항이었을 텐데.
그것에 의한 나비효과가 거의 없다시피 한다고?
고민을 거듭하던 요셉은 별안간 무언가에 툭! 하고 부딪혔다.
꽤나 단단한 것이어서 그만 요셉은 뒤로 쿵 나자빠졌다.
"아야!"
고개를 들어 올려보니, 웬 거구의 사내다.
질 드 레 남작.
그가 자신의 등 뒤에 부딪힌 소년을 돌아보더니 함박웃음을 짓는다.
"오! 요셉 드 플레옹! 깨어났구나!"
그는 병영 입구를 지키는 보초들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갑자기 등에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서 뒤를 돌아보았는데, 글쎄 본대를 지킨 영웅이 넘어져 있다니.
질 드 레는 장갑을 낀 손을 뻗었다.
요셉이 잡고 일어났다.
"직접 이렇게 마주 하는 건 또 처음이군. 영웅."
그건 또 뭐야?
"예? 영웅이요?"
"본대를 휘저으려 달려오는 잉글랜드 기마병대를 단 삼 백의 중기병을 데리고 쳐들어가 궤멸시켰잖나! 으하핫! 영웅이 아닐 수가 없지. 기사가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들었는데. 프랑스에 이렇게 훌륭한 기사가 나왔다니 감격이네."
질 드 레는 멋대로 요셉의 손을 악수하듯 잡고는 위아래로 흔들었다.
요셉은 멋쩍게 볼을 긁었다.
영웅이라니.
그냥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그래도 칭찬에 약했던지라 막 기분이 좋아지려고 할 무렵.
스릉-
불편한 마찰음이 들려왔다.
질 드 레가 제 허리춤에서 장검을 뽑아드는 소리였다.
원래라면 그러지 않았을 테지만, 요셉은 그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왜?
"아주 깔끔하게 목을 꿰뚫었더군. 기사와 기사 간의 싸움에서 그렇게 압도하는 일도 드문데. 어떻게. 나에게도 자네의 검술을 한 수 가르쳐 주겠나? 대련으로!"
질 드 레의 심장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어린 기사가 제 아빠뻘이나 되는 기사를 깔끔하게 이긴 건 정말 본받을 만한 일.
질 드 레도 요셉의 나이에 그 정도의 공은 세우지 못했었다.
하지만, 요셉의 심장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심장이 쿵쾅대고 피가 빠르게 돌았지만, 차가운 식은땀이 흘렀다.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응? 자네 안색이......."
"허억, 헉!"
요셉은 뒷걸음질을 쳤다.
검날에서 검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귓가에 이명이 들려왔다.
죽어가는 사람들의 비명소리였다.
물론 전부 요셉의 환상이었다.
제 가슴을 부여잡으며 주저 앉는 요셉을 본 질 드 레는 미간을 팍 구겼다.
"왜, 왜 그러나?"
그리고 불현듯 질 드 레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
"자네... 설마?"
트라우마.
기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거쳐가는 전쟁 트라우마였다.
***
좀 더 쉬라는 질 드 레의 부탁을 거절하고, 요셉은 병영 안으로 들어왔다.
쉬어? 누구 맘대로.
질 드 레는 그것이 트라우마라고 말했다.
자신도 겪어본 적이 있다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겪는다고.
하지만 요셉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주여. 저를 보내신 이유가 있을 거 아닙니까? 근데 트라우마라니요?'
요셉은 특별한 삶을 살고 싶었다.
평범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 보다 배로 노력했다.
말똥을 치우며 어깨 너머로 검술을 훔쳐보고 잠도 안 자며 연습할 정도로.
살인을 겪지 않은 요셉은 특별했다.
거침 없이 성장했다.
역사의 판도를 뒤트는 행동도 했다.
그게 잔다르크를 구하는 길이었다. 그래서 더 특별하게 여겼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지독하게도 평범하다.
이제는 검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깊은 두려움이 각인 되었다.
인정할 수 없었다. 아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트라우마를 이겨내야 했다.
그래야 다음 전투에서도 잔과 함께 싸우고, 잔을 지켜줄 수 있을 테니까.
연무장에 선 요셉은 짚 인형과 마주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허리춤에 찬 장검 손잡이를 잡았다.
얼른 뽑아.
뭐하는 거야?
빨리 뽑아서 짚 인형을 썰어!!
손잡이를 쥔 손에 땀이 흥건했다.
하지만, 요셉은 오히려 더 손잡이를 강하게 쥐었다.
여기서 포기할 쏘냐!
나는 잔다르크를 지키는 기사다!
스릉!
깔끔하게 검이 뽑혀 나왔다.
됐다!
그대로 짚 인형을 베기 위해 검을 치켜 들었는데.
"으헉!"
그만 요셉은 넘어지고 말았다.
순간, 짚 인형은 목이 꿰뚫린 허드슨이었다.
붉게 충혈 된 두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허드슨.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검붉은 핏줄기가 요셉의 얼굴 위로 사정없이 쏟아졌다.
"으으아악!!"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잠시간의 정적.
요셉이 다시 눈을 떠 짚 인형을 바라보았다.
짚 인형은 짚 인형이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놀란 듯 밭은 숨을 몰아쉬는 요셉만이 넘어져 있을 뿐이었다.
요셉은 어금니가 깨질듯 꽉 물었다.
바닥을 연신 주먹으로 내리쳤다.
까끌까끌한 흙바닥에 부드러운 주먹살이 찢겨 피가 흘렀다.
'젠장!! 한심한 놈.'
아.
이대로 끝인가?
두 번 다시 전장에 나갈 수 없으려나?
하! 영웅은 무슨.
다시는 병사들을 이끌고 적진을 누비는 일 따위는 하지 못할 텐데.
마음이 이리도 여려서 어디 잔다르크를 지키기라도 하겠어?
애써 눌러왔던 자학이 고개를 들었다.
비참했다.
눈물이 흙바닥 위로 뚝뚝 떨어졌다.
검을 들지 못하는 기사라.
잔다르크를 지킬 수 없다면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거지?
그때였다.
저벅.
발 하나가 좌절한 요셉의 눈에 들어왔다.
작은 발. 그러나 한 걸음 한 걸음에 자신감이 가득 차 있는 발걸음.
천천히 고개를 올렸다.
잔이다.
"요안나?"
"왜 이러고 있어! 얼른 일어나!!"
잔은 화가 난 표정이었다.
질 드 레 남작에게 얘기를 듣고 달려온 길이었다.
요셉은 그런 잔의 눈을 피해버렸다.
"...싫어."
"빨리 일어나."
"싫어."
"요셉!!"
"그만 좀!!"
괜히 애꿎은 잔에게 성을 내는 요셉.
친하니까.
언제나 자신의 편이니까.
비겁하게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 마음을 푸는 것이라고, 자각은 했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만 좀 해!!"
"......."
입이 뚫린 김에 요셉은 모진 말을 쏟아냈다.
"힘들어. 힘들다고!! 나라고 뭐 맨날 서 있고 싶은 줄 알아! 아무도 모르는 중세에 떨어졌을 때부터 무서웠다고! 너는... 너는 모르지. 너는 계시나 받고 시키는 대로 하면 그만이니까! 근데... 나는 아니라고. 도대체 뭘 위해서 여기에 왔는지도 모르겠어서 나 스스로 답을 찾았어. 근데 그것 조차 답이 아니래. 나는 친구 하나 지킬 수 없는 반푼이래. 그런데 내가 뭘 해? 검 하나 들지 못하는 내가 뭐라고 일어나? 그러니까 그냥 놔 둬!!"
"주님께선......."
"그 잘난 주님한테 가서 한 번 물어봐! 도대체 날 왜 여기에 보낸 건지!!"
짜악!
잔이 따귀를 올려 붙였다.
잔도 놀라 손을 거둬들였고, 고개가 홱 돌아간 요셉도 놀란 눈을 떴다.
잔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피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먼저 깬 건 잔이었다.
"...요셉. 우리 어릴 때 기억 나?"
"......."
"우리 둘이서 잉글랜드 군인 고환을 작살 냈잖아. 나 사실 그때 기억 다 났어."
요셉이 고개를 틀어 잔을 바라보았다.
잔의 두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아직도 기억 나. 머리가 떨어져 나가고 피가 뿜어져 나오던 광경이. 기절 하고 일어나서 바로 기억이 난 건 아니야. 그날 밤 꿈에서 기억났어. 엄마가 그러더라. 발작을 일으켰다고. 그만큼 그때의 기억은 내겐 엄청 끔찍한 일이었어."
그걸, 다 기억하고 있었다고?
그 어린 나이에?
"근데 너도 같이 봤잖아. 너는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걸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냉정할 수가 있나 싶더라. 그래서 그때부터 나도 힘을 냈어. 내 꿈은 요셉, 너였으니까."
잔이 베시시 웃었다.
요셉의 눈가에 핑 하고 눈물이 돌았다.
내 꿈은 너였는데. 널 지키는 것이었는데.
너는 내가 꿈이었다니.
"솔직히 헤어진 구 년 동안 네가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하늘이 내게 내려주신 성령님이 아닐까. 일찍 거둬가신 건 아니려나. 그렇게 생각했다? 근데 오늘 널 보고 알았어. 너도 사람이라는 걸."
그러니까, 요셉.
"힘든 건 당연한 거야. 누구나 다 그렇게 살아. 동레미 마을의 어부 한스 아저씨는 전쟁통에 부인을 잃었는데도 열심히 살아가. 부인의 피를 온 몸에 묻혔는데도, 살기 위해 물고기 내장을 바르며 살아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아내가 그랬었대. 천국에 가서도 당신을 보고 있을 거라고. 지켜주겠다고 했다고.
나도 그때의 끔찍한 기억이 몇 번이고 나를 괴롭혔지만 그때마다 널 생각하며 버텼어. 요셉이 괜찮다고 다독여 주는 걸 상상하며 버티고 버텨서 여기까지 왔어."
잔이 손을 내밀었다.
요셉은 고민하다가 뒤늦게 잔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내가 다독여줄게. 내가 위로해줄게. 내가 기도해줄게. 이제는 내가 너를 안아줄 거야. 어릴 때 네가 내게 해줬던 것처럼."
잔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아직 작은 몸집이었지만 따뜻했다.
포근했다.
힘들어도 괜찮다고. 내가 있지 않냐고.
그렇게 온 몸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무리하지 말고 제발 쉬어. 요셉. 나는 이제 어렸을 때의 요안나가 아니야. 수많은 병사들을 선봉에서 이끄는 성녀야."
잔의 목소리에서 단단함이 묻어나왔다.
거칠었던 숨이 차츰 정리되었다.
편안했다.
그래.
지쳤을 땐 쉬면 되는 거다.
다시 연습해서 극복하면 되는 거고.
답은 찾아가면 되는 것이다.
시간은 흘러가고, 언젠가는 지금을 돌아보며 그랬을 때도 있었지 하는 순간이 오는 법이다.
잔이 함께니 그 시간이 고통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그나저나,
"...손이 맵던데. 요안나."
"어, 어엇! 아, 아팠어?"
"뭐, 따끔한 정도?"
"어어... 미, 미안 요셉."
"치."
"지금 삐친 거야?"
"기사는 안 삐쳐."
"삐친 거 같은데?"
"아니라니까. 먼저 갈게."
"야아! 같이 가 요셉!!"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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