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 (3)
웨에엥에에에에엥 웨에엥에에에에엥.
잠금 장치를 부순 순간,
공원 내부에서 큰 소리가 울렸다.
들어본 적 없는 소리,
경험한 적 없는 시스템이었다.
웨에엥에에에에엥 웨에엥에에에에엥.
복원종의 도난을 알리는 소리가
계속 울려 퍼졌다.
이제는 도망가야 했다.
어차피 들킨 것, 이제는 앞뒤 가릴 필요가 없었다.
이반은 그림자를 두르고,
왔던 길을 빠르게 되돌아갔다.
허둥대는 연구원들 사이를,
뚫고 지나갔고,
개 공룡들의 시체를,
피해 지나갔다.
그리고 다시, 리프팅 박스 앞에 섰다.
이반은 버튼을 눌러 리프팅 박스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문제는 그 안에 있었다.
리프팅 박스 안의 화살표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리프팅 박스는 작동하지 않았다.
"경적(Horn)이 울리면서 이것을 막아 놨을 수 있다."
케로스가 나타나서 얘기했다.
그는 이 소리를 경적이라고 했다. 적절한 표현이었다.
웨에엥에에에에엥 웨에엥에에에에엥.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이반은 리프팅 박스 밖으로 나왔다.
리프팅 박스 안에서는 소리가 더 크게 울렸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반이 케로스에게 물었다.
경적 소리에, 정신이 없었다.
"위로 통하는 길이 또 있을지 모르겠다. 리프팅 박스에 연결된 마나석을 직접 찾아서 구동시키거나,
이 위를 직접 오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케로스가 천장을 보면서 얘기했다.
하지만, 공원의 천장은 뚫려있지 않았다.
리프팅 박스가 다니는 길 주위로,
그것을 보호하는 통로가 존재했다.
공중을 날아다니는 공룡과 새들에 의한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반은 리프팅 박스를 만져 보았다.
그리고 마나를 실어보았다.
리프팅 박스도 통로도, 들고 있는 우리와 같은 재질이었다.
소산의 주문이 부여되어 있었다.
그 외벽을 부수기란 어려워 보였다.
어둠의 마나가 부수는 것에 적합한 것도 아니었다.
"할 수 있겠어?"
이반이 케로스에게 물었다.
함축적인 말이었지만, 케로스는 바로 이해하였다.
"아니, 나로서도 어렵다. 일단은 공원 내부를 더 둘러보는 게 좋을 것 같군."
케로스가 말했다.
그 말대로, 리프팅 박스에 연결된 마나석을 찾거나,
또 다른 통로를 찾아야만 했다.
어째서인지 프로스트 다운 때가 또 떠올랐다.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케로스가 자신의 편이라는 점이 달랐다.
이반은 케로스와 함께, 다시 공원 안으로 향하였다.
* * *
공원 안을 돌면서 든 하나의 의문은,
연결된 마나석이, 정말로 이 안에 있을까였다.
리프팅 박스 주변에도 그 외에 별다른 것이 존재하지 않았고,
그 연결이 차단되었다면,
공원 내부에서 보다 외부에서 그랬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였다.
다른 통로가 또 있을까에 대한 가능성도,
희박해 보였다.
물건이 도난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곳이 밀실이 될 수 있어야 했고,
그 필요성을 생각해 본다면, 다른 통로는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리프팅 박스만이 유일한 통로라면,
그것을 차단하는 것만으로,
이곳은 밀실이 될 수 있었다.
이미 리프팅 박스로부터 많이 멀어졌다.
더 멀어질 수는 없었다.
"잠깐만, 케로스."
이반이 발을 멈추었다.
그리고 케로스가 이반을 보고, 눈썹을 찡그렸다.
"너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모양이군.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케로스가 말했다.
케로스가 말을 번복한 것처럼 느껴졌지만,
이반은 그에 대해 따지지 않기로 했다.
그 또한 긴박한 상황에서 지혜를 짜낸 것이었을 터였다.
어느새, 경적 소리가 멈춰 있었다.
이반은 리프팅 박스의 통로를 다시 보았다.
결국은, 그 통로밖에 없었다.
그것만이 길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부숴야 하는데,
그런 힘을 이반은 갖고 있지 않았다.
고민하는 이반의 뒤로,
거대한 그림자가 졌다.
* * *
"멍청아, 피해라!"
케로스가 외쳤다.
이반 또한 기척을 느끼고 있었다.
등 뒤로 다가온 위협을,
이반이 피해 냈다.
쾅!
그것의 코가, 땅바닥을 쳤다.
거대한 밧줄같이, 그것의 코가 굽이졌다.
매머드가 이반을 노려보았다.
화가 난 것 같아 보였는데,
어느 포인트에서 화가 난 것인지 이해가 안 됐다.
매머드는 고개를 꺾어,
이번에는 그 상아를 이반에게 들이밀었다.
육중한 체구였지만,
그 몸놀림은 매우 빠르고 거침없었다.
이반은 또다시 그것을 피해 냈다.
그리고 매머드의 눈빛을, 읽어보았다.
그 눈이 정확히 무엇을 보고 있는지, 그 눈빛을 따라가 보았다.
자신에게 화가 났다는 것은 말이 안 됐다.
자신이 지닌 다른 무언가를 보고 있을 것이라, 이반은 판단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정확했다.
매머드가 보고 있는 것은, 복원종이었다.
이반이 들고 있는 복원종을, 매머드가 노려 보고 있었다.
그 이유는 이해가 잘 안됐지만,
이반은 매머드의 이 분노를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반은 통로를 보았다.
그리고 다시 매머드를 보았다.
매머드가 자신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을 유인하는 것은,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이반은 매머드를 통로로 유인하였다.
그런데, 매머드뿐만 아니라,
다른 공룡들도 이반을 따라오기 시작했다.
옆에서 다가온 둥근 머리 공룡이,
이반에게로 그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 거대한 부피에,
이반은 공중으로 크게 뛰어올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러면서, 이반의 몸이 공중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그러자 하늘 나는 공룡이,
우리를 든 이반의 팔을, 직접적으로 노렸다.
그 거대한 머리가 쏜살같이, 다가왔다.
이반은 그림자를 두르고, 그 돌격을 피해 냈다.
하지만 하늘을 나는 공룡이 그 하나뿐은 아니었다.
또 다른 공룡이, 이반을 노리며 또 날아왔다.
이반은 그림자를 수축해 그것을 또 피해 내고,
그 공룡을 디딤판으로 삼아, 앞으로 크게 뛰었다.
쫓아오는 동물들과 거리를 벌리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동물들은 이반을 곧장 따라왔다.
거리가 벌어짐에도, 그들은 그 목표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이반은 자신이 들고 있는 우리를 보았다.
복원종이 그 머리를 부르르 떨고 있었다.
캬아아악 캬아악.
그것이 하악질을 해대고 있었다.
두려움이었을까.
이반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 눈빛에 분노가 가득한 동물들이,
이반을 쫓아오고 있었다.
두려움을 느낄 이유가 충분해 보였다.
그 순간, 이반은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이 공원 안의 모든 동물들이 이 복원종을 노리는 이유,
그 분노의 이유를 이반은 알아챘다.
그것은 바로 고통이었다.
시조로부터 파생된 고통.
비자연스러운 것의 존재 고통.
동물들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을 받고 있었고,
그 고통 때문에 시조에 대해 분노를 느끼는 것이었다.
분노가 그들의 존재에 각인되어 있었다.
그들의 시조를, 그들은 혐오하였다.
고통만이 가득한 굴레의 시작.
이 복원종은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케로스 또한 그 사실을 이해한 것인지,
평소와 같이 흥분하지 않았고, 어느 순간 홀연히 사라졌다.
이반은 다시 복원종을 보았다.
이반은 마음만 먹으면,
그 존재와 그에 얽힌 굴레를 여기에서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하이드를 구하기 위해서는 이것이 필요했고,
또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이것이 필요했다.
이반은 이빨을 으드득 갈았다.
그리고 통로를 향한 발걸음에 박차를 가하였다.
* * *
당초 계획은 매머드를 유인하는 것이었지만,
통로에 도달했을 때에는 이미,
매머드의 존재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공원 전체가, 움직이고 있었다.
이 돌진을 피해서 위로 달아나는 것이,
조금 걱정이 되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동물들이 다가왔다.
그리고,
콰쾅!
통로를 가차 없이 부수고,
이반을 따라왔다.
이반은 통로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단숨에 도약해,
통로 안으로 쏘옥 들어갔다.
동물들이 이반을 향해 달려들며,
통로 아래로 산을 이루었다.
그 아래에 얼마나 깔리고 짓뭉개졌을지,
상상이 안됐다.
무겁고도 잔혹한 장면이었다.
이반은 거침없이 통로를 올랐다.
동물들이 감지하지 못할 거리로, 빠르게 이동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1층에 다다랐다.
1층에는, 트라팔가와 그들의 부하들이,
이반을 기다리고 있었다.
발각된 순간부터, 각오했던 일이었다.
"그림자? 설마 파루스에서 봤던 그 그림자?"
트라팔가가 그림자를 두른 이반을 보며 말했다.
이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림자도 풀지 않았다.
하지만 트라팔가는 그것을 긍정의 표현으로 보았다.
"그 그림자가 맞다면··· 그때 빌과 사담을 나누던데, 설마 빌이 사주한 건가?"
트라팔가가 질문하였다.
그 비열한 얼굴에 짜증이 범벅이었다.
"내 동료를 먼저 납치한 건 너잖아."
이반이 그림자를 풀고 쏘아붙였다.
그의 눈에 분노가 가득했다.
"네 동료? 그 짐승이? 마수를 너는 동료로 여기나?"
트라팔가가 비아냥거렸다.
그리고 그 비아냥은, 도저히 참아줄 수 없는 것이었다.
이반은 다시 그림자를 둘렀다.
그리고 이전에 했어야 할 일을,
적을 처벌하는 일을, 단행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땅 아래에서 울리는 지진.
무언가가 땅 아래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반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콰가가가가각,
땅바닥이 갈라졌다.
그리고,
쾅!!!
돌덩이들이 터지면서,
하늘을 나는 공룡들이,
바닥을 뚫고 올라왔다.
이반은 몸을 피하면서,
빌이 주었던 호출 장치를 눌렀다.
트라팔가는 밀려나면서 기절하였고,
트라팔가의 부하들은,
혼비백산하여 뿔뿔이 흩어졌다.
이반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트라팔가를 보았다.
그리고 트라팔가와 이반 사이에서,
바닥에서 나온 공룡들이 이반을 노리고 있었다.
응징의 기회가 또, 물 건너 갔다.
"쳇."
이반은 혀를 차고 다시 그림자를 둘렀다.
그리고 도주하였다.
공룡들이 트라팔가를 대신 응징해 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 * *
회사 밖으로 나온 이반은, 자신을 데리러 온 빌을 바로 만났다.
빌은 그 눈을 가린, 도롱뇽같이 생긴 마수가 끌고 있는 마차를 타고 있었다.
또 희한한 광경이었다.
"어서 타게!"
줄을 쥐며, 빌이 소리쳤다.
이반은 곧장 그 옆에 올라탔다.
"이랴!"
빌이 마차를 몰았다.
마수들이 빌의 명령을 따라, 빠르게 달렸다.
"이미 들킨 모양이로군. 물건은 잘 가져왔나?"
빌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리고 곁눈질을 하였다.
이반은 우리를 들어, 그것을 빌에게 보여주었다.
복원종이 그 안에, 멀쩡히 들어있었다.
"불행 중 다행이로군. 어찌 됐든 전면전은 피할 수 없게 되었네."
빌이 침을 꿀꺽 삼켰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렇지만 공룡들이 날뛰어서···."
이반이 불쑥 얘기했다.
"그런가. 하지만 그 정도로 트라팔가는 죽지 않을 걸세.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살아있다고 생각하고 대비하는 편이 더 낫겠지."
빌이 이반을 흘긋 보고, 얘기하였다.
타당한 말이었다.
이반이 살짝 던진 말로도 그는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였다.
이미 몇 가지 상황을 가정해뒀음이 분명했다.
어쩌면 아이샤가 생각해뒀던 것일 수도 있었다.
"일단 사무실로 바로 가지."
빌이 담백하게 말했다.
그는 이반을, 탓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대답하는 이반의 마음이 착잡했다.
임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느낌.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한 느낌이었다.
아이샤에게 무언가 계획이 있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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