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와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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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l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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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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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6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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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2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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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란투스 축제 - (6)

DUMMY

"이반, 들어 봐. 아주 재밌는 얘기가 있어."

말렌이 이반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그리고,

"존슨 씨! 여기 맥주 하나 더."

존슨에게 소리쳤다.


"넵!!"

기합이 들어있는 존슨.


갈란포트를 받아들고 가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즐거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뭔데?"

이반이 물었다.


"여기 제론이 말해준 건데,

세상에는 여인들만 사는 마을도 있대."

말렌이 신난 듯 말했다.


차게 식은 이반의 표정.

시답잖은 얘기였다.


"그래?"

이반이 일단은 반응해 줬다.


그리고,

"여기 있습니다!"

존슨이 맥주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가보고 싶지 않아?

여인들 모두 미인이래!"

말렌이 이반에게 얼굴을 가까이 붙이며 말했다


여인들의 마을.


말렌을 위해서 가주지 못할 것도 없었지만,

그보다는 왕도로 돌아가는 게 더 중요했다.


"알았어 말렌. 생각해 볼게."

완곡한 거절의 표현.


"그래!!"

하지만 말렌은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그보다 기사단이 여기까진 무슨 일이지?"

이반이 제론에게 물었다.

이반이 용건이 있는 쪽은 이쪽이었다.


이반의 물음에 술을 들이켜고 있던 제론이,

한쪽 눈썹을 들고 이반을 보았다.


"기사단은 축제를 즐기면 안 되나?"

가시 돋친 말투.


"아니, 그건 그렇지. 이 굴 포트까지 온 다른 이유가,

혹시나 있나 해서 물어본 거야."

이반이 능청스럽게, 물음을 다시 던졌다.


그리고 술을 홀짝 마셨다.

마치 가벼운 술자리 질문처럼 느껴지도록 행동했다.


하지만,

"흥! 어디서 주워들은 게 있는 모양이군."

그 저의를 감추기는 어려운 것이었다.

제론이 콧방귀를 뀌고, 술을 또 들이켰다.


"뭘 들었는지는 모르겠다만,

네가 들은 건 전부 유언비어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이 심심해서 만든 말이지."

제론이 빈 술잔을 흔들었다.


그 의미를 알아챈 말렌이,

"존슨 씨! 여기 한 잔 더!"

소리쳤다.


"네!!"

존슨이 대답하고, 술잔에 술을 따랐다.


"그렇다고 해도, 이 먼 곳까지 그냥 온 건 아니잖아?"

이반이 포기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


그에게 기사단의 이유는,

여러 의미에서 중요했다.


그리고 그중 하나를,

"그렇지. 하지만 범죄자를 잡으러 온 건 아니니까,

신경 끄는 게 좋아."

제론이 넌지시 말했다.


그리고 이반을 흘겨보며,

제 앞으로 온 술잔을 들어 마셨다.


그의 행동거지,

그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바와 다르게, 그는 교묘한 사람이었다.


범죄자···.

그는 이반에 대해···


"잠깐, 그게 무슨 말이지?"

이반이 말렌의 어깨동무를 풀며, 물었다.


그러자, 제론이 자신의 얼굴을,

이반 쪽으로 내밀었다.


"이반··· 이라고 했지?"

그가 위협적으로 말을 뱉었다.


그의 눈빛. 그는 알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싸움을 벌여도 좋다는 눈빛이었다.


그 눈빛을 이반은 응시했다.


물러날 생각이 없는 건, 이반도 마찬가지였다.


"뭐야, 왜들 그래? 술이나 마시자고."

말렌이 끼어들었다.


"갈란포트도 먹고, 여기 감자도 좀 먹어보라고."

말렌이 중재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론과 이반은 서로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제론은 이반이, 이반은 제론이 마음에 안 들었다.


말렌이 제론과 이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정말로 싸울 생각인건가.

말렌은 괜히 긴장됐다.


친구와 동료가 싸우는 건 원치 않았다.


그리고 그런 말렌의 바람이 닿은 건지,

제론이 먼저 물러나며,

털썩, 그 엉덩이를 의자 위에 내려놓았다.


후···.

말렌도 숨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제론이 물러난 것은 말렌 때문이 아니었다.


이반의 등 뒤로 다가오는 두 남자.


그 기척을 느끼고, 이반이 등 돌려 그들을 보았다.


그 두 남자는,

바로 아르만과 게라드였다.


* * *


아르만이 아르만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던 건,

그 체구와 걸음걸이 그리고 게라드가 함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머리에 사슴 탈을 쓰고 있었다.


사슴 인형을 머리에 뒤집어썼다가 더 맞는 표현일 수도 있었다.


왜냐하면 그 목 부분에 눈과 코를 위한 구멍들이 나 있기 때문이었다.

사슴 인형을 찢어서 급조한 것이었다.


몸은 사람인데, 목 위쪽은 사슴인,

기괴하게도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뭐해? 제론."

아르만이 다가와서 물었다.


"나야말로 묻고 싶은데, 그건 뭐냐? 아르만."

제론이 되물었다.


"이거? 저기 천막에서 폴이라는 사람이 씌워 줬어."

아르만이 폴의 천막을 가리키며 말했다.


불쌍한 폴.


그는 결국 아르만의 용모를 누르지 못한 것이었다.


그 분장에 기울인 각고의 노력 끝에,

사슴 머리를 아르만에게 씌웠을 때 느꼈을 그의 참담한 심정이, 이반은 짐작이 됐다.


그의 미적 감각이, 아르만의 용모를 감추려는 그의 시도에 저항했을 수도 있었다.


"괴상한 취향이군."

제론이 거리낌 없이 말했다.


"뭐 그래도, 모자보다는 훨씬 도움이 되겠군."

제론이 아르만의 모습을 다시 훑어보며 말했다.


"그치?"

신난 듯한 목소리의 아르만.

그는 즐길 준비 만반이었다.


"그래. 뭐 구경하고 싶다면 구경하고 와라.

나는 여기 있을 테니까."

제론이 술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그래. 근데 광대 씨는 안 갈 거야?"

아르만이 말렌에게 물었다.


아르만은 말렌에게 관심이 있었다.

말렌이 광대 짓 하는 것을 아르만은 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말렌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제론의 눈치를 살피고, 또 이반의 눈치를 살폈다.

둘이 또 충돌할까 봐 걱정이 됐던 것이었다.


아르만이 자신을 이름으로 불러주는 것은 이미 포기한 뒤였다.


눈치를 살피는 말렌에게,

"다녀오시죠."

게라드가 말했다.


그리고 테이블에 착석하였다.


"여긴 제가 맡을 테니,

이반도 함께 다녀오시죠."

게라드가 이반에게도 말했다.


그것이 정답이었다.


하지만, 그 소리를 듣고,

"하하하하하하!!!"

제론이 크게 웃었다.


"이 나를 맡는다고?

정말로?

술 꽤나 하는 모양이지?"

제론이 게라드에게 물었다.


"아마 놀라실 겁니다.

상인의 저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게라드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나름 자신 있어 보였다.


"하하하하하하하!!

좋아 좋아.

어디 한번, 겨뤄보자고!!"

제론이 큰소리로 소리쳤다.


진정으로 즐거워하는 모습.


어쩌면 게라드의 당돌함을,

마음에 들어 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럼 맡길게, 게라드."

이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를 따라,

"금방 다녀올게."

말렌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걱정 마세요!

아르만 씨를 잘 부탁드립니다."

게라드가 당부했다.


그의 너무나도 밝은 표정에,

이반은 되려 걱정이 되었다.


늦지 않게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부탁한다고 너무 다 들어주지 말라고.

버릇 나빠지니까."

제론이 말을 얹었다.


마치 부모가 하는 것과 같은 말투.

하지만 부탁을 다 들어주는 것 같아 보이는 쪽은 제론 당신이었다.


"너나 잘해, 제론.

술로 또 죽여버리지나 말라고."

아르만이 발끈했다.


그런데 술로 죽인다고···.

정말로 그러진 않겠지?


걱정이 앞서는 이반.


하지만 그 걱정을,

"뭐야, 정말 사람을 죽인 적이 있어?"

말렌이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리고 그런 말렌을 오히려 빤히 보는 사슴 인간.

아니, 아르만.


"당연하지. 이제 왕도에서 제론에게 덤비는 사람이 없는걸.

정말 오랜만의 술 대결이야."

사슴의 목에서 말소리가 나왔다.


그 모습에 적응하는 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였다.


"저기···, 이반?"

갑자기 겁이 나는지, 게라드가 고개를 돌려 이반을 바라보았다.

긴장한 듯, 그 목이 뻣뻣해 보였다.


"금방 다녀올게, 게라드.

조금만 버티고 있어줘."

이반이 게라드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당장 이반 자신이 남아봤자,

충돌만 빚을 것이었다.


그보다는 아르만 쪽에 붙어서,

그에게서 정보를 얻는 것이 나았다.


"네···."

금새 시무룩해진 게라드.


하지만,

"마음 놓고 다녀오시죠!

제가 이겨 놓고 있겠습니다!!"

게라드가 금방 다시 의욕을 불태우며 말했다.


걱정거리가 되고 싶지는 않은 그였다.


"하하하하하!! 마음에 들어!

사내라면 응당 그래야지!"

제론이 밝은 얼굴을 하고, 소리쳤다.


그리고 이반을 째려보았다.


이반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직접적인 표현이었다.


이반은 그 눈빛에, 등을 돌렸다.

그리고 말했다.


"우리도 가자."


"응!"

아르만의 호응.


이반과 말렌, 그리고 아르만이 함께 서식지로 향했다.


탁! 탁!

술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귀 뒤로 들렸다.


* * *


"말렌!! 왜 이제야 오는 거야?"

서식지에 도착하자마자, 말렌에게 주먹질하며 타박하는 파린.


이 정도로 친해진 줄은 몰랐었다.

그런데 이것도 친해진 거라고 보는 게, 맞겠지?


약간 애매했다.


"미안 미안. 친구를 사귀어서 말이야."

말렌이 변명했다.


아프지도 않을 텐데, 그는 시늉을 잘했다.

그래야 빨리 끝날 것이었다.


여자와 대화도 잘 못 나누던 그의 놀라운 발전이었다.

파린을 여자가 아니라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었다.


"그래서 이 사슴은 뭐야?"

파린이 턱으로 아르만을 가리키며 물었다.


알면 깜짝 놀랄 텐데···.


"아르만이야."

이반이 곧바로 대답했다.


"뭐?!"

그 대답은 믿지 못할 것이었다.


"아르만이라고."

이반이 다시 말했다.


믿지 못할 것이란 건, 알고 있었다.

이반 자신도 아르만과 나란히 서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파린이 이반과 아르만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그녀의 커다래진 동공이 너무 잘 보였다.


파린이 아르만을 관찰하곤,

덥썩.

사슴의 목을 잡았다.


그리고 확! 들어 올렸다.


그러면서 드러난 아르만의 미안.


사슴 분장이 남아있었지만,

그 얼굴은 분명 아르만이었다.


아르만이 그 슬퍼 보이는 눈을 깜빡거렸다.


그 정체를 확인한 파린이 깜짝 놀라,

사슴의 머리를 다시 확! 덮어 씌웠다.


그녀의 동공이 더 커다래졌다.

그 숨도 가빠졌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이반?"

파린이 물었다.


"여기를 구경하고 싶대."

이반이 일부러 덤덤하게 말했다.


사람들이 괜히 몰리면 안 됐다.


"뭐?!"

파린이 아르만을, 그 눈구멍을 응시하였다.

강박적인 듯한 느낌도 있었다.


아르만을 데리고 도망이라도 칠 기세였다.


"이 여자는 뭐야, 이반?"

아르만이 물었다.

짜증이 담긴 목소리.


그 머리를 들었다 놨다, 불쾌했을 것이었다.


"여기는 파린, 조류학자야.

여기에서 갈란투스 체험과 설명을 담당하고 있어."

이반이 어서 파린을 소개했다.


불쾌한 감정은 빨리 흐트러뜨려야 했다.


"파린이야. 저기···, 새끼 갈란투스 만져볼래?"

파린이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물었다.

방금 전의 무례는 다 잊은 모습이었다.


이반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파린을 아는 입장에서, 그녀의 교태는 눈뜨고 보기 힘든 것이었다.

그녀가 예쁜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그 눈을 다시 뜬 이반이 본 것은,

말렌의 착잡한 표정이었다.


그 어떤 박탈감, 세상에 대한 원망.

충분히 이해할 만한 것이었다.


아르만의 앞에서 남자들은, 가슴 아픈 일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새끼 갈란투스? 좋아."

아르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뻣뻣한 사슴의 목이 앞뒤로 흔들렸다.


그 모습임에도 아르만은 아르만이었다.


아르만을 안내하는 파린의 표정이 날아갈 듯 밝았다.


"정말로 날아가 버리라지."

말렌이 이반의 그 생각을 읽은 듯, 투덜거렸다.


아르만의 뒤에서, 남자들의 생각은 모두 같아지는 모양이었다.


공공의 적.


그렇다. 그는 이반 일행의 적은 아니었지만,

남자라는 생물에게는 위협 그 자체였다.


새끼 갈란투스 앞에 선 파린과 아르만.

그리고 그들에게로 걸어가는 들러리, 이반과 말렌이었다.


작가의말

지각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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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연기와 뭉치 25.01.15 8 0 13쪽
96 하얀 공간 25.01.14 8 0 12쪽
95 정령의 별 25.01.13 8 0 12쪽
94 화이트 포레스트 25.01.12 8 0 12쪽
93 선택지 25.01.10 8 0 12쪽
92 기다림 25.01.09 9 0 12쪽
91 호손 25.01.08 8 0 12쪽
90 안도감 25.01.07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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