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와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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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l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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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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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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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2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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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

DUMMY

"이반을 도우러 가야죠."

게라드의 말.


그 말은, 모두의 위안이 되는 말이었다.


이반의 마지막 모습은 너무나도 외롭고 슬픈 것.


그 슬픔을 일행들은 위로하고, 덜어주고 싶어 했다.


그가 일행들을 등지고 간 것은,

일행들에게 싫증을 느껴서가 아닌, 일행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


그가 싸움을 건 것은,

단순히 시장이 아닌, 그 위의 무언가라는 것을 일행들은 이해하였다.


그 무엇에 대한 것은 게라드가 알고 있는 듯했다.


물론 그도 자세히 아는 건지는, 불확실했다.


"그럼 왕도로 바로 가는 거야?"

시프가 물었다.


그리고 그 시프를 보고 게라드가,

"예. 그래야죠."

대답했다.


"일단 로렐 해협을 건널 겁니다.

그 후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한 가지 방법은 여러분이 여기 굴 포트까지 왔던 것처럼 육로를 사용하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 방법은 엘 니도(El Nido)로 가서 이동 수단을 구하는 것입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게라드가 물었다.


"이동 수단은 어떤 거야?"

시프가 바로 물어보았다.


그 물음에, 게라드가 시프를 응시하였다.


마치 시프의 질문에 반응하여,

그의 상인으로서의 자질을 가늠하는 듯한 눈빛.


그 눈빛에, 시프가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이동 수단이란···, 바로 와이번입니다."

게라드가 대답했다.


와이번···,

그 말을 하이드가 곱씹는 사이,


"뭐? 와이번?! 너희들 정말 제정신이 아니구나?

제론이 다시 등을 돌리고, 참견하였다.


"왜 그러십니까?"

게라드가 태연하게 물었다.


"아니, 이거 정말 제정신이 아닌가 본데?

그 이반이란 놈이 정말 뭐라도 돼?

왜 그런 자살행위를 하려는 거야?"

제론이 따졌다.


그 말에, 게라드는 대꾸하지 않았다.


자살행위, 말렌이 생각나는 말이었다.


"친구, 너라도 말 좀 해봐!

지금 꼬맹이들 다 죽게 생겼어!"

제론이 말렌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말렌도 제론에게 대꾸하지 않았다.


가능성을 따져보는 듯,

말을 삼가고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


비록 그에게 어울리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만해, 제론. 그들의 사정이야."

아르만이 제론을 말렸다.


하지만 그는,

"아니, 지금 그만하게 생겼어?

저 상인 놈이 지금 야생 와이번을 타겠다잖아!"

더 분개했다.


"나도 알아. 그리고 저들도 알고 있겠지.

어차피 와이번을 직접 마주하고 나면, 그런 생각, 접게 될 거야."

아르만이 고개를 저었다.


그 말대로, 엘 니도는 유명한 와이번의 서식지.

그리고 야생 와이번은 길들여지지 않는 생물이었다.


이동 수단으로 사용하는 와이번들은 모두 새끼 때부터 길들인 것들이었다.


"게라드, 와이번이 그렇게 위험해?"

하이드가 물었다.


"그렇죠, 하이드. 위험한 생물입니다.

하지만,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게라드가 말했다.

안심이 되는 뉘앙스였다.


"방법? 그런 게 있었다면 지금 하늘 위가 전부 와이번이겠지.

사기꾼 자식.

아무리 상인이라고 하더라도, 애들 목숨을 가지고 저울질해서는 안 되는 법이야!"

제론이 소리쳤다.


그러자,

"당신이 언제부터 우리 걱정을 했다고 그래?"

시프가 일어서서, 제론에게 맞섰다.


"뭐!?"

제론이 당황했다.


"일전에 나를 치려고 했던 거,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정말로 우리를 걱정하는 게 맞아?"

시프가 물었다.


하이드도, 제론의 살벌했던 그 눈빛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이드도 제론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두 꼬맹이의 눈빛에,

제론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그의 윗입술이 움찔거렸다.


겉으로는 화를 내고 있었지만, 그는 속으로,

말을 고르고 있었다.


자신의 말이 지적받을 줄은 몰랐었다.


"내 걱정을···."

반격에 나서려는 제론.


하지만 그것을,

"그만 제론, 정말로 그만. 얘기했듯이, 저들의 일이야.

우리가 참견할 일이 아니야."

아르만이 다시 막았다.


그러나 그 말을, 제론이 바로 받아들일 리 만무했다.

"아니, 내 말은!"


하지만, 아르만의 쏘아보는 눈빛.


그 눈빛을 보고,


"쳇, 알겠어. 알겠다고!"

제론이 비로소 단념했다.


그의 고집을 꺾을 자는, 아르만이 유일했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방법이 있다고 해도, 쉽지 않을 겁니다.

모쪼록 조심하시길."

아르만이 게라드에게 당부했다.


그는 존중을 담아 게라드를 대하였다.

게라드 덕분에 제론의 목숨을 구한 것을, 그는 인정하고 감사히 여겼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같이 가시진 않겠습니까?"

게라드가 의외의 제안을 하였다.


그 제안, 게라드는 제론의 행실보다도,

아르만과 제론의 전력을 더 높게 평가한 것이었다.


도움만 된다면 어느 누구에게라도 제안을 건넬 그였다.


그리고 그 제안에,

"푸핫!"

아르만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게라드는, 조금도 이빨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진지했다.


"죄송합니다. 너무 예상 외의 제안이라."

아르만도 그의 제안이 진지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

허를 찔린 느낌이라 웃음이 터진 것이었다.


"그럼···."

게라드가 은근히 대답을 촉구했다.

그의 노련한 대화 스킬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집중하는 가운데,


아르만이 입을 열었다.


"감사한 제안입니다. 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저희는 명령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그런 모험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와이번을 탔다간,

제 애마 글로리아(Gloria)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아르만이 미소를 띠었다.


명백한 반칙 행위였다.


그런 미소를 보고, 누가 감히 대꾸할 수 있겠는가.


아르만의 용모가 이제는 익숙해졌다 싶었는데,

그 미소를 보고 나니, 다시금 낯설게 느껴졌다.


"알겠습니다."

게라드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약간은 과장된 듯한 표정.

그 표정도, 그의 무기였다.


"네, 다음에 또 보게 된다면,

술은···."

아르만이 제론을 흘긋 보았다.


불만스러운 표정.

시프에게 말싸움을 지다시피 한 것도 타격이 있을 것이었다.


"안 될 것 같고, 차나 한잔하시죠."

아르만이 또 생긋 웃었다.


그리고 그 말은, 게라드가 기다리던 것이었다.

그가 일부러 더 씁쓸한 표정을 지었던 건,

아르만에게서 이 말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인맥을 중요하게 여겼다.


"좋습니다."

게라드가 화답했다.


"준비를 마치는 대로, 떠나도록 하죠."

게라드가 이제는 일행들을 보고 말했다.


일행들이 게라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빅터는 여전히 등을 돌린 채로, 가만히 있었다.


* * *


해협의 선착장에서, 이반은 배편을 찾았다.

돈도 다 빚쟁이들에게 줘버린 마당에,

다른 사람들과 같은 배를 타기는 어려운 노릇이었다.


결국 이반이 발견한 것은, 나룻배.

그것도 오래된 사람이 끌고 있는 오래된 나룻배였다.


"저기 혹시, 해협을 건널 수 있을까요?"

이반이 노인에게 물었다.


노인은 아침 낚시를 마치고, 배를 바닷가에 묶어 놓고 있었다.


"뭐?"

노인이 잘 듣지 못한 듯, 인상을 찡그렸다.


귀가 먹은 것일까, 이반이 더 큰소리로,

"해협을 건널 수 있 냐 고 요!"

노인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그 물음에, 노인이 자신의 배를 돌아보았다.

물이 살짝 고여 있는 낡은 배.

그 위에서 작은 물고기 둘 셋이 퍼덕거렸다.


"해협은 왜? 어디 가려고?"

노인이 물었다.

귀찮은 듯 보였다.


"왕도로 가려고요!"

이반이 대답했다.


하지만 또,

"뭐!?"

같은 상황의 반복.


이반이 곧바로,

"왕 도 요 !"

크게 소리쳤다.


그 소리에, 노인이 질색하였다.


"아이고, 귀 나가겠어. 작게 좀 말해 작게 좀!"

노인이 성을 냈다.


하지만, 작게 얘기하면 듣지 못할 거면서···.

이반은 속마음을 삼켰다.


그리고,

"건너갈 수 있나요?"

적당한 크기의 소리로 노인에게 물었다.


노인이 잠깐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 새를 못 참고,

"갈 수 있 나 요 ?"

이반이 또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잠깐만 이놈아! 잠깐 생각 좀 하자!!"

노인이 또다시 성을 냈다.


이반이 케겡, 노인의 대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하지만 노인은 금방, 대답하지 않았다.


금방, 금방, 금방···.


이반이 노인을 자세히 보았다.

그 감고 있는 눈.

그것은 생각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노인은, 졸고 있었다.


"할 아 버 지 !"

이반이 노인을 깨웠다.


덜컥, 잠이 깬 노인.


"잠 좀 자자, 이놈아! 잠 좀 자자고!!"

노인이 다시 이반에게 성을 냈다.


적반하장.


아무래도 다른 배편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았다.


"그 럼 가 볼 게 요 !"

이반은 씁쓸해 하며, 자리를 벗어나려 하였다.


하지만,

"잠깐 기다려! 잠깐, 이놈아!!"

그런 이반을 붙잡는 노인.


"데려다줄게. 데려다주면 되잖어!"

노인이 소리쳤다.


그 말 때문인지, 이제는 그 큰소리도 정겹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정말요?"

이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그 말을 또 못 듣는 노인.


"정 말 요 ! ?"

이반이 어쩔 수 없이 또, 큰소리를 내었다.


"그래, 정말이다! 이놈아!!"

그리고 역시나 돌아오는 노인의 꾸짖는 듯한 소리.


하···.

그게 정말로 반갑게 느껴졌다.


* * *


"그럼 파린. 우리는 이만 갈게."

시프가 얘기했다.


모두가 떠날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


게라드는 또 시내에 볼일이 있다고 아침부터 떠났었다.

이제 그와 합류하러 갈 때였다.


"그래. 고마웠어."

일행들을 보며, 파린이 말했다.


그녀는 조금 더 휴식을 취해야 했다.


"또 봐, 파린."

하이드가 파린을 꼬옥 안으며 말했다.


흠씬 느껴지는 무게감.


이것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줬던 건가?


파린은 피가 다시 터져 나올 것만 같은 그 압박을,

오기로 버텨내었다.


마지막에는 피차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그래 또 봐, 하이드."

파린이 정신을 붙잡고, 대답했다.


"응."

하이드가 포옹을 풀었다.


파린을 의식해 힘을 더 뺀 그녀였지만,

타고난 무게감을 줄이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이제 말렌.


이미 존과 이별을 해본 그였지만,

거의 처음 사귀어 본 여성 친구와 안녕을 말한다는 것이,

그는 괴로운 듯했다.


심통한 모습.

말조차도 그는 먼저 꺼내지 못했다.


"건강해야 해, 말렌."

그 눈치를 읽고, 파린이 먼저 말을 건넸다.


"그, 그래. 파, 파린 너도."

말렌이 대답했다.


그리고 주저하는 듯한 몸짓.

그도 하이드처럼 포옹으로, 작별을 고하고 싶은 듯 보였다.


하지만 그것을, 파린은 받아줄 수 없었다.


눈치는 챘지만,

"잘 가."

싱긋 웃으며 상황을 끝내 버렸다.


"그래. 잘 있어."

시프가 대표로 대답했다.


"우린 이만 갈 게."

그리고 손을 흔든 뒤, 뒤를 돌아 병실을 나갔다.


하이드와 말렌이 그 뒤를 따랐다.


폭풍 같은 축제, 폭풍 같은 일주일이었다.


사제님과 수녀님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시프 일행은 교회를 나섰다.


게라드를 만나기 전까지, 이 무리를 이끌어야 할 것은 시프였다.


하이드는 여전히 불만이 있어 보였지만,

그래도 시프를 거부하지는 않았다.


동료이기에 그래도 이해를 해 주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일행들은,

곧장 주점으로 향했다.


먹을 것도 더 챙겨야 했고,

여정을 떠나기 전에 배도 불려야 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의외의 장면을, 시프는 목격하였다.


"이봐, 이것 좀 봐."

자신의 친구에게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보여주는 남자.


"우와, 뭐야, 이게 뭐야?"

그리고 그것을 보고 놀라는 남자.


"내가 어제 길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거야.

어때? 죽이지?"

물건을 가진 남자가 물었다.


"어, 어!! 야, 이거 팔면 돈 좀 되겠는데?

뭣하면 내가 사람 좀 소개해 줄까?"

다른 남자가 제안했다.


"그럼 물론이지! 내가 뭣 때문에 널 부른 건데!"

그 제안에, 물건을 든 남자가 기뻐했다.


놓치기 어려운 대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시프에게 그 대화는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그 물건,

그 물건도 시프의 눈에 바로 들어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마나석.


케로스의 마나석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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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빛의 기둥 25.01.30 6 0 12쪽
108 람파스 25.01.29 6 0 11쪽
107 25.01.28 6 0 11쪽
106 선택의 입장 25.01.27 7 0 11쪽
105 아우렐 25.01.24 7 0 12쪽
104 질문들 25.01.23 7 0 12쪽
103 부패의 정령, 후샤드 25.01.22 7 0 11쪽
102 구심점 25.01.21 6 0 11쪽
101 위화감 25.01.20 7 0 11쪽
100 죽음과 생존 25.01.19 7 0 11쪽
99 레푸지오 25.01.17 7 0 12쪽
98 정령 25.01.16 7 0 12쪽
97 연기와 뭉치 25.01.15 8 0 13쪽
96 하얀 공간 25.01.14 9 0 12쪽
95 정령의 별 25.01.13 9 0 12쪽
94 화이트 포레스트 25.01.12 9 0 12쪽
93 선택지 25.01.10 8 0 12쪽
92 기다림 25.01.09 10 0 12쪽
91 호손 25.01.08 9 0 12쪽
90 안도감 25.01.07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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